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203
“무슨 소리야? 벌써 이렇게 성장했는데. 자,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훈련이야!”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단테와 클로저가 달려들었다. 건방지게 일격을 날린 판도라에게 분노한 그들은 더 이상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
“자, 판도라! 이것도 받아라!”
“호호호! 여기도 간다!”
세 사람이 작심하고 덤비자 판도라는 막아 낼 도리가 없었다. 결국 치명타에 가까운 안티매직이 스피릿 존을 흔들면서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단테 일행은 멈추지 않았다. 게이지가 최대한 느리게 줄어들도록 힘을 조절하여 무자비하게 마법을 쏟아부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동급생들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야, 아무리 그래도 너무 심한 거 아냐?”
“저건 가르쳐 주는 게 아냐. 그냥 구타잖아.”
판도라는 체념한 듯 고개를 숙이고 쏟아지는 마법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너무나 비참한 심정이라 그만두라는 말조차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라이벌이 모욕을 받는 모습에 보일은 주먹을 움켜쥐었다. 성격은 모났지만 판도라 또한 클래스 텐부터 노력하여 이 자리까지 온 아이였다. 무슨 잘못을 했다고 저런 수모를 당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판도라의 정신력이 바닥나면서 팔찌에 불이 들어왔다. 더 이상 마법을 가할 수 없기에 사비나는 공격을 멈추고 비웃음을 지으며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어때? 도움이 좀 됐니?”
고개를 든 판도라의 눈망울에는 슬픔이 그득했다. 무슨 짓을 당했는지 누가 말해 주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애써 입꼬리를 올렸다. 단테 일행마저 자신을 버리면 더 이상은 있을 곳이 없었다.
“응. 많이 배웠어. 고마워.”
“푸하하하하!”
클로저가 배를 잡고 폭소를 터뜨렸다. 처음부터 촌스러운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로 순진할 줄은 몰랐다.
사비나는 여전히 기분이 풀리지 않았다. 최소한 파이어 플라워에 당했던 치욕만큼은 전해주어야 했다.
“이렇게 여러 번 당해 봐야 강해지는 거야. 알겠어?”
“응. 내가 너무 나약했던 것 같아. 다음에도 부탁할게.”
“그래? 그럼 얼른 꿇어.”
판도라는 절망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사비나의 눈빛에서는 냉기만이 느껴졌다.
“뭐해? 졌으니까 무릎 꿇고 빌어. 벌써 룰을 잊은 거야?”
판도라는 참아 보려 했으나 터지는 울음을 막아 낼 수 없었다. 어깨가 부르르 떨리더니 눈물을 쏟아 내고 말았다.
“깔깔깔! 너 지금 우니? 설마 분했던 거야? 약한 주제에 가지가지 한다. 얘들아, 여기 봐라. 너희 선배님께서 질질 짜고 계신다!”
후배들이 민망한 듯 고개를 돌렸다. 만약 자신이 저런 상황에 놓였다면, 상상만으로도 끔찍했다.
교사들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특히나 사드는 그냥 넘어가지 않을 생각으로 그들에게 걸어갔다. 얘기를 들어봐야 하겠지만 징계를 피할 수 없을 터였다.
사드를 발견한 사비나는 위험수위를 넘었음을 깨달았다. 촌닭에게 당한 나머지 너무 흥분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벌벌 떠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바슈카에서 나름 잘나가는 학생이라면 징계 한두 번은 훈장이었다.
어쨌거나 상황이 이어져서 좋을 건 없었기에 사비나는 최대한 빠르게 사태를 무마시켰다.
“왜? 무릎은 차마 못 꿇겠어? 그럼 그냥 꺼져 버려. 다시는 눈도 마주치지 말자.”
“아니, 아니야.”
판도라는 고개를 저었다. 생각도 하기 전에 나온 행동이었다. 그들이 조금이라도 자신의 마음을 알아준다면 이제 와 무릎을 꿇는 게 무슨 상관인가 싶었다.
“내가 졌어. 그러니까…….”
판도라가 무릎을 구부리는 순간 누군가가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사드의 걸음이 멈추고 보일의 눈이 커졌다.
“시로네? 어째서……?”
고개를 돌린 판도라는 자신을 위해 와준 사람이 시로네라는 사실에 의아했다. 여태까지 단테의 일에는 한 번도 끼어든 적이 없던 그였다.
시로네는 판도라를 지나쳐 단테에게 다가갔다. 예상보다 침묵이 길었으나 누구도 길게 느끼지 않았다. 최초의 충돌이었고, 여기까지 오는 데 세 달이 걸렸다.
“어째서 이런 짓을 하는 거야?”
단테는 코웃음을 쳤다. 시로네의 입에서 처음으로 나오는 말이 뭔가 했더니 진부한 영웅 놀이였다.
“이런 짓이라니? 우리가 무슨 짓을 했는데? 대인 전투 연습한 것밖에 더했나?”
“3명이서 판도라를 공격했잖아. 그것도 전의를 잃은 사람을.”
사비나가 입을 가리고 웃었다. 이 상황을 이용하면 징계를 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머! 너 판도라 좋아했니? 이거 완전 대박이잖아! 차라리 잘됐네. 이 기회에 고백해…….”
“너한테 안 물어봤어. 단테랑 얘기 중이니까 빠져.”
시로네의 태무시에 사비나의 얼굴이 붉어졌으나 단테는 신경 쓰지 않았다. 이번 일은 신중하게 처리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었다.
“좋아. 심하게 한 건 인정할게. 하지만 판도라가 먼저 가르쳐 달라고 했고 우리는 응했을 뿐이야. 그게 상황의 전부니까 자세한 이야기는 판도라에게 들으라고. 그럼 이만.”
단테가 돌아서자 판도라는 시무룩하게 고개를 숙였다.
모든 잘못을 자신에게 덮어씌우고 빠져나가는 그들이 얄미웠으나 먼저 고개를 조아렸던 것은 사실이었다.
“헛소리하지 마. 네 주제에 누굴 가르칠 실력이나 되냐?”
단테의 걸음이 우뚝 멈춰 섰다.
도발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이번 것은 확실히 파괴력이 컸다. 일부러 언어를 고른 것이라면 탁월한 조합이었다.
“방금…… 뭐라고?”
“착각하지 마. 동급생과 몇 번 싸워서 이겼다고 네가 최고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대인 전투라는 건 모두하고 싸워 보지 않고는 모르는 거야.”
“하하! 무슨 말인가 했더니 황당하군. 그렇기에 서열이 있고 전적이 있는 거야. 난 여태까지 한 번도 진 적이 없고 이곳에서도 고급반 1등을 끝장냈지. 그러면 된 거 아닌가?”
“네가 그렇게 자신 있냐? 그렇다면 나랑 한번 해볼래?”
학생들이 충격을 받은 얼굴로 돌아보았다. 여태까지 목석처럼 움직이지 않던 시로네가 처음으로 도전장을 던진 사건이었다.
단테의 안색도 차분하지만은 않았다. 이런 식이면 시로네가 정의의 사도고 자신이 타도해야 할 악당이 되어 버리지 않는가? 챔피언에게는 챔피언을 위한 판이 깔려야 한다.
“내가 왜 그래야 하지?”
단테는 시로네의 생각대로 해 줄 마음이 없었다.
“생각해 봐. 여태까지 승부를 피한 건 너야. 그런데 이제 와 나랑 붙어 보자고? 나는 말이야, 붙고 싶으면 붙고 도망치고 싶으면 도망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싸우기 싫은 사람이랑 억지로 싸우고 싶은 생각 없어. 대신에 다시는 친구들을 괴롭히지 않겠다고 약속해.”
단테는 이런 점이 짜증 났다.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권력, 또한 수많은 사람들이 탐내는 왕좌의 자리를 시로네는 하찮게 여겼다.
“내가 누구를 괴롭혔다고 그래? 전부 자기들이 알아서 굽실대는 거지.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처음부터 나를 막지 그랬어? 스스로 기회를 차 놓고 생떼를 쓰면 곤란하지.”
어쨌거나 올리비아의 특명을 받은 단테도 시로네는 저격 대상이었다. 잠시 궁리하던 그는 자존심도 세우고 시로네를 짓밟을 수도 있는 방안을 떠올렸다.
5. 매치포인트 (3)
“좋아. 마지막으로 도전할 기회를 주지. 사비나와 클로저를 꺾고 올라와라. 나도 보일을 꺾었으니 불만은 없겠지? 만약 두 사람을 이길 수 있다면 그때는 내가 상대해 주마.”
클로저와 사비나는 쾌재를 불렀다. 이것으로 단테를 위한 판이 깔렸다. 물론 그렇다고 시로네에게 져줄 생각은 요만큼도 없었다.
“아니. 그럴 필요 없어.”
시로네는 단테의 제안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봐, 정신 차려. 너는 도전자의 입장이야. 나를 상대하려면 최소한…….”
“그냥 3명이서 동시에 다 덤벼. 빨리 해치우고 더 이상 신경 쓰고 싶지 않으니까.”
“이런 미친……!”
단테 일행의 눈이 부릅뜨였다. 왕립 마법학교에서도 이런 모욕은 받아 본 적이 없었다.
상황을 지켜보던 네이드가 혀를 내둘렀다.
“하여튼 말발은 죽인다니까. 나는 절대로 시로네랑 말싸움은 안 할 거야.”
“사람 열 받게 하는 재주는 탁월하잖아. 싫어서 안 하는 것뿐이지.”
그렇게 말한 이루키는 살벌한 현장 속으로 자진해서 걸어 들어갔다. 여태까지 시로네가 나서지 않기에 참아 주고 있었던 것이지 무시당하고 즐거워하는 악취미는 아니었다.
“여어, 시로네. 이런 재밌는 일이라면 나도 껴 주라.”
단테는 불청객처럼 끼어든 이루키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시로네 혼자서는 감당이 안 될 것 같으니까 단체전으로 몰고 가려는 수작이 분명했다.
“이루키, 네가 끼어들 자리가 아니다. 네 속셈 따위 뻔히 보인다고.”
“무슨 소리야? 이런 건 원래 내 전공이라고. 나도 한 번에 상대해 줄게. 한 사람당 1초씩 계산하면 딱 1초 걸리겠네.”
클로저가 코웃음을 쳤다.
“멍청아, 한 사람당 1초면 3초가 되어야…….”
그러다가 말의 진의를 깨닫고 인상을 찡그렸다.
“이것들이 진짜! 너희 미쳤어? 우리가 누구라고 생각하고 건방을 떠는 거야!”
“자신 있으면 한 사람씩 덤벼 보든가. 결론은 싸워서 이기면 그만인 거잖아. 누굴 꺾느니 어쨌느니, 뭐가 그렇게 복잡해? 안 그래, 단테?”
“뭔가 오해하고 있군. 시로네의 진을 빼 놓기 위해 꺾고 올라오라는 게 아니야. 나에게 도전하고 싶으면 자격을 증명하라는 얘기다.”
“자격은 충분해. 시로네를 꺾는다면 더 이상 너에게 덤빌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이루키는 이곳의 동태를 살피는 학생들을 가리켰다.
“알겠어?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는 거야. 우리를 꺾으면 너희가 최고다. 고급반을 장악한 거야. 또한 그것이 네가 누군가에게 받은 특명일 테고.”
정곡을 찌르는 말이었다. 왕립 마법학교에 몸을 담았던 이루키라면 올리비아의 전략을 알고 있을 터였다.
설령 모르더라도 자신들이 난폭하게 구는 이유에 그녀가 개입되어 있다는 사실 정도는 직감하고 있으리라.
서로의 패가 드러난 이상 단테도 숨기지 않았다.
“좋아. 팀 배틀로 하자. 수업에 지장을 줄 수는 없으니 주말에 비공식 대결을 치르는 거야. 매주 한 사람씩 대결하고 2승을 먼저 올리면 끝나는 거지. 만약 너희가 2패를 먼저 하면 나랑 시로네는 싸울 필요조차 없이 내 승리다. 받아들이겠어?”
“좋아. 끝까지 구색을 맞추고 싶다면 그렇게 해. 어차피 난 이길 테니까. 네가 시로네와 승부를 피할 일도 생기지 않겠지.”
“흥, 말은 잘하는군. 그렇다면 너희 쪽도 1명을 추가해라. 누구라도 상관없다. 보일이라도 부르든지.”
“그러면 재미가 없지. 우리도 나름 라인이라는 게 있거든.”
이루키가 고개를 돌렸다. 네이드는 황당한 표정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시로네를 돕는 거야 문제가 아니지만 설마하니 배틀에 끌어들일 줄은 몰랐다. 그렇다고 이제 와 거절하면 시로네의 기세가 꺾이니 가지 않을 수도 없었다.
네이드가 걸어오자 단테는 고개를 갸웃했다.
“네이드? 그걸로 괜찮겠어?”
여태까지 지켜 본 결과 성적도 그리 좋지 않았고 실습 평가 때도 두각을 드러내는 장점 같은 게 없었다.
하지만 이루키는 라인이라는 말을 썼다. 시로네를 박살 내라는 특명을 받았으니 거기에 얽힌 모두를 짓밟을 수 있는 상황이 차라리 나았다.
전장에 도착한 네이드가 이루키에게 속삭였다.
“야, 너 무슨 생각이야? 그러다가 내가 지면 어떡해?”
“그냥 머릿수만 채워. 내가 알아서 다 할 테니까.”
두 사람이 속닥이는 동안 단테는 교사들에게 갔다. 처음부터 끝까지 대화를 듣고 있었기에 따로 설명을 할 필요는 없었다.
“담판을 짓고 싶습니다. 주말에 이천번 실습장을 개방해 줄 것을 요청합니다.”
시이나가 대표로 말했다.
“우리가 결정할 사안은 아니지만 일단 검토해 보마. 돌아가서 기다리렴.”
학생들은 연습을 멈추고 초조하게 기다렸다. 시로네가 도전장을 던진 건 희대의 사건이지만 학교의 승인이 떨어지지 않으면 대결은 물거품으로 돌아가고 만다.
이천번 전담 교사가 모두 모이자 시이나가 말했다.
“결국 이렇게 됐군요. 한 번은 터질 일이었다고 해야 할 까요?”
사드가 고개를 저었다.
“저는 반대입니다. 학생의 잘못을 다른 학생이 심판하게 해서는 안 됩니다. 징계위원회를 열어서 판도라에게 위해를 가한 사실을 공표하겠습니다.”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겨 있던 에텔라가 말했다.
“으음, 저도 사드 선생님의 말에 일정 부분은 동감해요. 하지만 심판이라는 표현은 과격한 것 같아요. 학생들 간의 자정작용으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요?”
“자치의 중요성을 모르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이건 대결이에요. 학생들끼리 마법으로 싸워서 승부를 내는 방식은 뭔가 이상해요.”
“그렇더라도 보일과 단테는 이미 승부를 냈어요. 지금도 많은 학생들이 대결을 하고 있고요. 주말에 이천번을 개방하는 건 보충수업의 개념과 다를 바가 없다고 봐요.”
시이나는 사드의 의견이 옳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로네에게 맡기고자 하는 에텔라의 마음도 이해했다. 알고 있는 것이다, 사드의 말이 학교에 통할 리가 없다는 것을.
“의견이 갈리니 이쯤에서 현실적인 문제를 끌어들일 수밖에 없겠네요. 만약 우리가 거절한다면 단테는 올리비아 교장 선생님에게 건의할 거예요. 그분이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보나요?”
사드의 목에서 침음성이 새어 나왔다. 올리비아는 반드시 허락할 것이다. 이유는 모르지만 처음부터 이것을 노리고 들어온 게 아닌가 싶었다. 더군다나 알페아스는 무조건 그녀의 말에 따르라고 했다. 도대체 스승님은 무슨 생각으로 올리비아를 학교에 들인 것일까?
“교사는 우리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시로네를 믿어 보자는 건가요? 도대체 왜요?”
“올리비아 교장 선생님이 단테를 믿고 있기 때문이죠. 알페아스 교장 선생님은 시로네를 믿고 있고요. 지금 돌이켜 보면 이건 학생들 간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아요.”
에텔라가 말했다.
“저도 믿어 보고 싶어요. 제가 교사이자 수도사인 것처럼, 시로네도 비록 학생이지만 선을 추구하는 수도사의 정신을 지녔어요. 그 사실을 알기에 알페아스 교장 선생님도 올리비아 교장 선생님에게 전권을 맡긴 게 아닐까요?”
사드는 생각에 잠겼다. 지금 생각해 보면 확실히 이상한 일이었다. 스승님이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라도 왕국 최고의 교사인 제롬 올리비아를 초빙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사연이 있어도 단단히 있는 게 분명했다.
‘어떻게 제자보다 더 많이 사고를 치고 다닙니까, 스승님?’
사드는 한숨을 내쉬며 학생들에게 걸어갔다. 그리고 단테의 요청에 관한 1차 결과를 발표했다.
“긴급회의를 실시한 결과 이천번 개방 및 비공식 대인 전투 훈련을 인정하겠다.”
학생들이 떠나갈 듯 환호성을 질렀다. 덕분에 상부의 승인이 떨어져야 한다는 사드의 말은 묻히고 말았다.
어차피 꺼낼 필요도 없는 말이겠지만.
“대박! 이건 대형 사건이다!”
“드디어 붙는구나! 시로네와 단테! 단테와 시로네! 우아아아!”
학생들이 혈기를 주체하지 못하고 방방 날뛰었다.
온갖 함성으로 아우성치는 곳에서 이루키가 한 사람씩 어깨를 두드리며 자신을 가리켰다.
“어이, 시로네만 하는 게 아니라 나도 싸운다고.”
“우아아아! 이루키! 들었어? 시로네랑 단테가 붙는대!”
“…….”
대결 소식은 학생들의 입을 통해서 학교 전체로 퍼졌다.
음지의 연구회에서는 벌써부터 두 사람의 정보가 적힌 전단지를 배포하여 투기를 유도하기도 했다.
교사 회의실 또한 떠들썩했다. 전 교사진이 모여 이번 사건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토론을 이어 가고 있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위험합니다. 학생의 개인감정을 물리적인 충돌로 푼다는 것은 방침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사드의 말에 올리비아는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싸우는 게 아니라 최고를 가리는 것이죠. 어차피 그들 모두 내년이나 내후년이면 졸업반에 들어갈 아이들이에요. 경쟁의 심화라고 보면 됩니다.”
“하지만 교장 선생님! 이런 일들이 지속되면 학교의 명예가……!”
올리비아가 1절만 하라는 듯 손을 들었다.
“시로네와 단테의 일전은 왕국 전체가 주목하는 사건일 거예요. 저 또한 직접 교사회에 건의해서 특파원을 파견하도록 하겠습니다.”
회의실이 썰렁해졌다. 교사회의 감사인 그녀가 직접 특파원을 부른다. 그렇게 되면 알페아스 마법학교는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될 것이다. 게다가 왕국의 스타인 단테를 앞세워 학술지에 실리게 되면 학교로서는 더 없는 특혜였다.
달콤한 환상들이 교사들의 머릿속을 몽롱하게 떠다녔다. 왕국 제1의 명문 알페아스 마법학교. 그곳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최고의 교사 아무개(바로 나).
반면에 사드는 기분이 나빴다. 학교의 명성이 높아지는 건 언제나 찬성이지만 교사들의 입막음 도구로 사용한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올리비아 교장 선생님, 제가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사드, 그대로 진행해도 좋다.”
“네, 그대로 진행…… 응?”
얼굴이 빨개진 사드가 고개를 돌렸다.
알페아스가 뒷문에 서 있었다. 사안이 사안인지라 올리비아도 이번만큼은 축객령을 내리지 않았다.
“역시 알페아스 씨는 선견지명이 있으시군요. 학교에 엄청난 메리트가 되는 사건인데 이걸 내버려 둔다면 어리석은 거지요.”
“여부가 있겠소? 덕분에 나도 말년에 유명세를 타겠군요. 하하하하!”
“대결이 끝나면 단테의 승리 기사가 대대적으로 나갈 거예요. 시로네라는 아이가 상처를 많이 받을 텐데, 혼자 신이 나 계시니 불쌍한 기분도 드네요.”
“껄껄! 두 아이 모두 알페아스 마법학교에 다니니 알페아스의 제자나 마찬가지지요. 하지만 나 또한 최고는 가려야 한다고 보는 입장이라.”
올리비아의 눈이 가늘어졌다. 한마디도 지지 않고 받아치는 게 얄미워 죽을 지경이었다.
이번만큼은 알페아스의 눈빛도 난폭했다. 평생을 교직에 몸담았던 두 교사가 경력의 마침표를 찍을 제자를 얻었으니 수십 년 교육철학의 충돌이었다.
그로부터 1시간 뒤 비공식 대결의 안건이 정식 절차를 밟아 승인되었다.
6. 마법 격돌 (1)
학생들은 돌아오는 주말을 손꼽아 기다렸다.
알페아스 마법학교에서 근 10년 동안 이토록 화젯거리를 만들어 내는 사건은 처음이었다.
시로네와 단태의 대결이 있는 날에는 교사회에서 특파원까지 파견할 예정이라는 이야기가 돌았다.
남학생들은 기상천외한 장난을 쳐서 자신들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자는 우스갯소리를 나누었고 여학생들은 입을 옷을 걱정했다.
이루키와 네이드는 연구회로 향했다. 짧은 거리를 걷는 와중에도 진짜와 가짜를 선별할 수 없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들렸지만 정작 자신들의 내용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처음부터 기대도 안 했지만 막상 이렇게 되니까 김새는데. 우리는 곁다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