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221
교사진을 돌아보며 잘 가르쳤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교사들도 그제야 안도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레이나도 이제는 할아버지가 리안에게서 무엇을 느꼈는지 얼추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 생각으로 슬그머니 쿠안을 살피자 아니나 다를까 그도 까칠한 시선으로 자신을 보고 있었다.
무안해진 그녀는 새침하게 고개를 돌렸다.
어쨌거나 검사들의 눈에는 리안이 그리 밉게 보이지 않는 모양이라 다행이었다.
클럼프는 리안에게 신경을 끄고 레이나에게 다가갔다.
“여기에 있었구나. 왕성에서 찾았는데, 이곳에 갔다는 얘기를 듣고 바로 왔다.”
“네? 설마 저 때문에 오신 거예요? 무슨 일이 있나요?”
클럼프는 리안을 흘끗 살피고는 자리를 피하자는 눈치를 보냈다.
그가 이곳에 온 이유는 며칠 전 카즈라 왕국에서 시로네의 일과 관련하여 첩보가 도착했기 때문이다.
리안은 시로네와 기사 서약을 했으니 당연히 알리는 게 마땅하지만 클럼프는 말리고 싶었다.
혈기가 통하는 상대가 아니다. 다혈질인 리안보다는 차분한 레이나가 이번 일에 제격이었다.
클럼프는 레이나를 데리고 나무 그늘로 들어갔다.
리안은 따돌림을 당하자 뚱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신경을 껐다.
할아버지도 누나도 왕성에서 바쁜 사람들이니 무슨 일이 있나 보다 생각할 뿐이었다.
클럼프에게 시로네의 상황을 들은 레이나가 눈을 크게 떴다.
“네에? 카즈라 왕국의 제1왕자라고요?”
“아직 확실한 건 아니지만 아마도 그런 것 같다. 그쪽에서는 거의 확신하고 있는 것 같더구나. 시로네를 도피시킨 정황이나 시간, 장소 같은 것들이 모두 일치하고 있다. 여명의 골짜기 인근에서 아이가 버려진 경우는 시로네가 유일하다는 점도 그렇고.”
레이나는 생각을 정리하느라 한참이나 말이 없었다.
하지만 복잡하게 선후 관계를 따질 일이 아니다. 이미 그렇게 결정이 났다면 앞으로의 대처가 중요했다.
“그래서 말인데…… 네가 본가로 가 줘야겠다. 시로네를 데리고 카즈라 왕국으로 가거라. 아무래도 너밖에 없어.”
레이나가 생각하기에도 자신이 제격이었다.
검사 가문인 오젠트에서 유일하게 사회 활동의 폭이 넓은 예술가이기도 하고 엘리트 예술인 99인회에 들어가면서 인맥도 탄탄했다.
다만 그녀도 리안이 마음에 걸렸다. 사실을 숨기고 일을 진행했다가 나중에 알게 되면 크게 실망할 것이다.
“리안에게 말해야 하지 않아요?”
“안 돼. 너도 짐작하겠지만 아무래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사소한 실수가 모든 걸 망칠 수도 있는 일이야. 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저 녀석이 좀 막무가내라서.”
“그렇기는 하죠.”
타국으로 건너가 왕을 접견하는 자리이니 감정보다는 이성이 중요했다.
그런 면에서 리안은 위험 요소 1순위였다.
시로네에 관련된 일이라면 왕이 아니라 신이라도 눈에 보이지 않을 테니까.
“알았어요. 리안에게는 비밀로 하고 갔다 올게요.”
“접견 날짜와 동선은 첩보로 전해 왔다. 크레아스에 도착하기 전까지 절대로 발설해서는 안 된다. 시로네도 알아서는 안 되는 일이야.”
국가 간의 대소사에는 반드시 첩보가 오간다. 하지만 첩보의 실체를 확인할 권한이 있는 사람은 극소수였다.
음모론이 나오는 이유도 그림자 외교의 은밀함 때문이다.
어떤 의미로는 소꿉놀이와 같은 것이지만 그 소꿉놀이가 국가 단위의 규모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사신의 숙소를 정하는 사소한 문제조차도 전쟁을 촉발시킬 수 있는 도화선이 되는 만큼 기밀은 반드시 유지되어야 했다.
“장소는 알페아스 마법학교. 50명의 무장 군인이 대동하고, 카즈라의 행정집무관 오르도스가 사신으로 시로네와 접선할 예정이다. 우리 쪽도 답신을 보내기는 했지만 이제부터는 눈치 싸움이야. 아마도 우리가 도착하기 전에 시로네를 먼저 데려가려고 하겠지. 최대한 빨리 움직여야 한다. 너라면 시간을 벌어 줄 수 있을 거야.”
레이나는 막중한 사명감을 느끼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어요. 그럼 바로 준비해서 떠날게요.”
카즈라 왕국 (1)
오르도스에게 요청했던 3일의 준비 기간이 끝났다.
시로네는 레이나와 함께 마차를 타고 학교로 향하면서 궁중 예절에 관한 테스트를 받았다.
“알현 시간에 가장 먼저 행하는 일은?”
“무릎을 꿇고 시선을 45도 아래에 두고 손을 가슴에 올려요. 관등 성명을 대고 전하의 부름을 받습니다, 라고 말하죠.”
“왕성에서 공식적으로 지정한 오전 시간의 기준은?”
“런치타임 종이 울리기 30분 전요.”
레이나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아주 잘했어. 대단한데?”
“헤헤! 토르미아 왕국과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 쉬웠어요.”
토르미아와 카즈라 왕국은 시대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야크마 공화국에서 분리 독립한 형제국이었기에 문화나 생활양식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물론 귀족이 아닌 시로네의 입장에서는 암기할 게 많은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레이나는 걱정하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총명한 아이였으니 해낼 것이라 믿었고, 실제로도 3일 만에 모든 예법을 전부 머리로 소화시켰다.
하지만 당사자인 시로네는 그래도 불안한 모양이었다.
“만약 실수하면 어떡하죠? 그러니까 점심시간 30분 전이라는 게 굉장히 애매하잖아요.”
레이나가 시로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후후, 긴장할 것 없어. 그건 귀족들도 많이 틀리는 거거든. 물론 가급적 지키는 게 좋겠지만 시간을 착각했다고 감옥에 가거나 하지는 않아.”
카즈라 왕국 (2)
학교에 도착한 뒤에도 시로네와 레이나는 대화를 나누며 숙소로 걸어갔다.
레이나의 짓궂은 농담에 시로네의 얼굴이 빨개졌다. 그러자 레이나는 그 모습이 또 귀여워서 깔깔거렸다.
남학생들이 부러운 눈길로 시로네를 쳐다보았다.
레이나는 외모도 아름답지만 귀족들의 아이돌이라고 할 수 있는 유명한 피아니스트다.
그런 사람이 시로네와 팔짱을 끼고 걷고 있으니 덩달아 시로네의 위상도 높아 보였다.
에이미와 세리엘은 두 사람이 나란히 숙소로 걸어가는 모습을 보고 걸음을 멈췄다.
자신들도 시로네를 마중하기 위해 숙소로 향하던 참이었으나 다정한 두 사람을 보자 차마 인사를 나눌 수가 없었다.
레이나가 리안의 누나라는 건 에이미도 들어서 알고 있다. 그런데 분위기가 3일 전과는 딴판이었다.
처음에는 데면데면하더니 지금은 친해지다 못해 아예 살을 맞대고 걷고 있었다.
세리엘이 호들갑을 떨며 에이미의 어깨를 두드렸다.
“어머, 어머! 에이미, 저거 보여? 두 사람 정말 아무 사이도 아닌 거 맞아?”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리안의 누나라니까 친한가 보지. 예전에 집사로 있을 때는 같이 살았을 거 아냐?”
“아니, 그렇지가 않더라고. 내가 알아봤는데, 시로네가 오젠트 가문의 평집사로 있었던 1년 6개월의 시간 동안 레이나는 유명한 피아니스트의 도제로 들어가서 수업 중이었어. 서로가 친밀해질 시간은 없었다는 거지. 그런데 이토록 짧은 시간에 가까워졌다는 것은…… 설마?”
에이미는 세리엘의 등을 떠밀었다.
“아우, 됐어. 가기나 해.”
뒷조사까지 하고 다닌 걸 보니 어지간히 두 사람의 사이가 궁금한 모양이었다.
에이미도 속이 좋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시로네의 일이 중요했기에 감정을 억누르고 뒤를 따랐다.
남자 기숙사는 여자들이 출입할 수 없지만 시로네가 떠나는 날만큼은 예외였다. 카즈라 왕국의 제1왕자가 탄생할 수도 있는 사건은 교칙을 무력화시킬 만큼 파급력이 컸다.
기숙사 앞에 오젠트 가문의 마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입구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교사들은 에이미와 세리엘이 인사를 하자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이고 하던 대화를 마저 이어 갔다.
시로네의 방에 도착하기도 전에 안쪽에서 레이나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에이미는 가슴이 찌릿했으나 애써 외면하며 걸음을 옮겼다.
방에 도착하자 이루키와 네이드가 킥킥대고 있고 시로네와 레이나는 서로 끌어안고 춤을 추고 있었다.
왕성에서 열릴 무도회를 대비해 춤을 가르쳐 주고 있는 듯했다. 단지 그것뿐이라고 생각하면 그만이지만 에이미는 얼굴이 빨개진 시로네를 보자 이상하게도 속이 뒤틀렸다.
시로네의 춤사위는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물론 왕국 최고의 마법사 지망생이 운동신경이 없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레이나의 다정한 시선에 몸이 굳은 게 분명했다.
“어? 에, 에이미.”
시로네는 에이미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황급히 레이나의 품에서 벗어났다.
에이미는 모르는 체 방으로 들어갔다. 네이드와 이루키 바보 콤비가 침을 꿀꺽 삼키는 모습도 보였지만 깔끔하게 무시해 주었다.
레이나가 눈웃음을 지으며 손을 들었다.
“어머, 에이미 왔구나. 안녕?”
에이미는 형식적이지만 예의를 갖추어 인사를 올렸다.
“안녕하세요. 오늘 출발하는 날이죠?”
“응. 시로네랑 마지막으로 연습해 보고 있었어. 의외로 춤에는 소질이 없네.”
시로네가 억울한 듯이 손을 저었다.
“아니에요. 그건 너무 긴장해서……!”
레이나가 입을 가리고 웃었다.
“호호호! 긴장? 설마 나랑 연습해서 그런 거야?”
시로네가 말을 못 하고 우물쭈물하자 에이미는 약이 바짝 올랐다.
위장 연애라도 엄연히 애인 사이다. 레이나에게도 그렇게 말했으니 형식적으로라도 눈치를 보는 게 정상이었다.
그런데도 시로네는 레이나에게 찰싹 달라붙어서 떨어질 줄 몰랐다.
두 사람만의 특별한 교감이 있는 모양인데 그게 무엇인지는 알 수가 없었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에이미는 생각을 접어 두고 시로네에게 물었다.
“준비는 다 했어?”
“응. 하지만 걱정이야. 실수할 것 같아.”
“걱정할 게 뭐 있어? 사소한 실수는 웃으면서 넘어가 주실 거야.”
에이미는 짧은 순간 시로네의 눈을 스쳐 지나가는 긴장감을 포착했다.
레이나에게 정신이 팔려서 머리가 굳은 줄 알았더니 어느 정도는 느끼고 있는 모양이었다.
표면적으로는 친부모가 자식을 찾는 일이지만 깊이 생각해 보면 확실히 이상한 구석이 많았다.
레이나가 시로네의 어깨를 두드리며 안심시켰다.
“괜찮을 거야. 카즈라 왕국에서 공표한 이상 별다른 위험은 없을 테니까. 토르미아에 비해 카즈라가 딱히 강국도 아니고, 우리 가문도 손 놓고만 있지는 않아.”
얘기만으로도 불안감이 가시는 기분이었다.
레이나는 사리 분별이 정확하고 왕국의 정세에 밝으며 왕족과 귀족의 역학 관계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그런 그녀가 책임지고 인솔한다면 딱히 괴상한 일은 벌어지지 않을 터였다.
“네. 누나만 믿을게요.”
시로네가 미소로 답하자 레이나 또한 흐뭇한 얼굴로 시로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이 난 듯 에이미를 돌아보았다. 예상대로 그녀의 얼굴색이 안 좋았다.
‘조금 미안하기는 하네.’
3일의 준비 기간 동안 레이나는 시로네의 주변 인물들을 꼼꼼하게 체크했다.
전체적으로 친구들과 교우관계가 좋았고, 특히나 이루키와 네이드는 앞으로 시로네의 인생에 좋은 동반자가 되어줄 터였다.
문제는 시로네와 에이미의 관계였다.
입으로는 서로 연인 사이라고 하지만 나누는 대화를 들어 보면 절대로 아니었다.
연인 사이라면 독특한 친밀감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시로네와 에이미에게서는 그런 특유의 느낌이 묻어나지 않았다.
그런데도 1년이란 시간 동안 가짜 애인 행세를 하고 있다.
감정의 외줄타기 능력자들이 아니라면 보통은 찢어지든 달라붙든 둘 중 하나의 상황으로 나타나야 하는 법이다.
레이나는 이런 식으로 시간이 흘러서 흔한 친구 사이로 남게 되는 경우를 수없이 봐 왔다.
결국 그녀의 입장에서 봤을 때 두 사람은 아무 관계도 아니었다.
물론 언제든 불이 붙으면 뜨겁게 타오를 여지가 있는 건 분명했지만, 두 사람의 성격을 봤을 때 그럴 확률은 극히 낮았다.
답답한 마음에 입이 근질거리기도 했지만 그들이 정말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면 괜히 부아가 치밀어서 도와주고 싶은 생각이 싹 달아났다.
레이나는 이것 또한 질투의 일종이라는 걸 깨닫고 있었지만 경쟁자가 없다면 굳이 신경 쓸 필요 없다는 식으로 생각의 유예를 만들어냈다.
‘후후, 그러고 보니 나도 남 말 할 처지가 아니네.’
레이나가 시간을 확인하고 시로네에게 말했다.
“그럼 출발하자. 부모님도 모시려면 빨리 출발해야 돼.”
에이미가 끼어들었다.
“잠깐만요. 시로네랑 이야기 좀 하게 해 주세요.”
“응? 내려가서 하지. 어차피 마차 정비하려면 시간이 걸리는데.”
상황이 여유롭지 않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에이미는 반드시 시로네에게 들어야 할 대답이 있었다.
“잠깐이면 돼요.”
에이미는 거두절미하고 짧은 시간을 요구했다. 레이나는 눈을 깜박이더니 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
“그럼 먼저 내려가서 준비하고 있을게. 시로네, 이야기 끝나고 내려와.”
레이나가 나가자 네이드와 이루키가 깍듯이 인사를 올렸다.
무슨 여우 같은 짓을 했는지 몰라도 바보 삼총사가 홀딱 그녀에게 빠진 모양이었다.
에이미는 콧방귀로 응수하고 시로네를 제외한 모두를 밖으로 몰아냈다.
배낭에 옷가지를 챙긴 시로네가 한쪽 배낭끈을 어깨에 걸치고 돌아섰다.
“갔다 올게, 에이미. 시험 준비 잘하고 있어.”
에이미는 거두절미하고 본론부터 꺼냈다.
“아무래도 뭔가 걸린단 말이야. 너도 알고 있잖아.”
시로네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기는 하지만…… 생각하고 싶지 않아. 그들이 정말로 내 친부모라면 그런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는 느낌도 들고.”
시로네의 심정도 이해는 갔다. 모두 카즈라 왕국의 제1왕자에 포커스를 맞추지만 그에게는 핏줄을 만나는 여정이었다.
정말로 친부모라도 문제였다. 그들은 자식을 버렸다.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시로네의 가슴에 새긴 것이다.
“정말 괜찮겠어?”
“모르겠어. 지금은 아무것도. 가 보면 알게 되겠지, 내가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하지만 아직까지는 어떤 판단도 내리고 싶지 않아.”
시로네의 얼굴에 슬픔과 불안이 동시에 떠올랐다. 가만히 지켜보던 에이미가 용기를 내어 말을 꺼냈다.
“내가 같이 가 줄까?”
“응? 무슨 소리야?”
“내가 같이 가면 훨씬 도움이 될 거야. 어차피 이제 수업도 없으니까.”
시로네는 가슴이 뭉클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에이미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를 자신의 욕심으로 빼앗을 수는 없었다.
“괜찮아. 레이나 누나가 있으니까.”
시로네는 에이미의 눈에서 한기를 느끼고 흠칫 놀랐다. 다행히도 그런 느낌은 금세 사라졌으나 말에는 왠지 모를 가시가 박혀 있었다.
“그래, 알았어. 이제 나가자. 그 레이나 누나 기다리겠다.”
에이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방을 나갔다. 시로네는 여전히 어리둥절했으나 자신의 상황이 심란하여 그녀의 마음을 깊이 살펴볼 여유가 없었다.
기숙사 밖에서 레이나가 서류철을 들고 마차의 짐을 하나하나 체크하고 있었다.
시로네는 친구들의 환송을 받으며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길어야 10일 정도의 일정이지만 어째서인지 마지막 같은 기분이 들었다.
네이드가 말했다.
“잘 갔다 와. 왕이 되면 꼭 매점에서 특대 크림빵 사줘야 돼.”
“하하! 알았어. 하지만 돌아오면 방학이겠네.”
레이나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로네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리안도 그렇지만 시로네도 1년 사이에 많이 변했다.
무엇보다 왕국 최고였던 단테를 꺾은 사건은 오젠트 가문에서도 대단한 자랑거리였다.
리안의 눈은 틀리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의 눈도.
레이나가 애틋한 감정을 담아 시로네를 쳐다보자 세리엘은 분노의 화신이 되어 주먹을 부들거렸다.
“시로네 정말 실망이야. 이럴 때는 남자가 딱 부러지게 선을 그어 줘야지.”
동의를 구하듯 에이미를 돌아본 세리엘은 깜짝 놀랐다.
여태까지 대수롭지 않게 넘기던 에이미가 도끼눈을 치켜뜨고는 레이나를 노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