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226
블랙 라인에 속해 있는 마도7걸의 1인으로, 스케일 마법의 실력을 인정받아 5년 전 카즈라 왕국에 스카우트되었다.
레드 라인과 달리 블랙 라인은 협회가 없고 그렇기에 등급이나 서열도 없다.
마도7걸처럼 조직을 꾸리기도 하지만, 도굴꾼 아리우스처럼 개별적으로 활동하는 경우도 빈번했다. 또한 국가의 추적을 당하는 범죄자들이 태반이었다.
레드 라인에서 사고를 치고 블랙 라인으로 넘어가는 마법사도 있지만 그런 자들은 축에도 끼지 못할 만큼 대량 학살을 일삼는 자들이 득시글대는 라인.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졌다고 하면 현상금이 기본 억 단위부터 시작하고, 그래서 레드 라인에서는 블랙 라인만을 사냥하는 길드도 있을 정도였다.
블랙 라인과 연루된 국가는 대외적으로 비판을 받지만 카즈라의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테라제와의 정략결혼을 통해 내란을 끝냈어도 정치적으로는 여전히 불안한 요소들이 많았다.
일단 주변국들이 카즈라가 성장하도록 가만히 내버려 둘 리가 없고, 내부적으로는 테라제 파벌의 눈치까지 봐야 했다.
타국의 견제로 레드 라인의 힘을 키우기가 힘든 오르캄프가 블랙 라인에게 손을 내민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지시했던 일은 어떻게 됐지?”
“무사히 잘 해결됐습니다. 대부분의 기밀은 빼돌렸다고 봐야겠죠. 아마도 테라제는 눈치채지 못할 것입니다.”
“그렇군.”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시기입니다. 지켜보니 괜찮은 재목이더군요. 과연 전하의 아들이랄까요?”
오르캄프는 자괴감을 느끼고 한숨을 내쉬었다. 매몰차게 아들을 버렸을 때는 언제고 이제 와 이용할 방법이 생기니 데려오는 꼬락서니가 우스꽝스러웠다.
아리우스가 뱀처럼 웃으며 위로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렇다고 죽이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아무 문제 없을 겁니다.”
“그 아이가…… 왕성을 떠나겠다고 말했네.”
아리우스의 가느다란 실눈이 살며시 뜨였다. 드러난 동공에 별빛처럼 날카로운 섬광이 번뜩였다.
“그렇군요. 하긴, 언로커는 속세에 별로 관심이 없지요. 이상한 것, 신기한 것, 손에 잡히지 않는 것들만 찾아 헤매는 종자들이거든요.”
“자네처럼 말인가?”
아리우스의 별칭은 도굴꾼. 하지만 그가 도굴하는 것은 황금이나 보석 같은 것이 아니었다.
“뭐, 비슷하겠죠. 어쨌거나 달라질 건 없습니다. 시로네가 중요한 게 아니라 아타락시아가 중요한 것이니까요.”
오르캄프는 인상을 일그러뜨렸다. 어째서 하필 그 아이란 말인가? 아니, 분명 이것은 기회다. 지금 이 기회를 놓치게 되면 영영 테라제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다.
오르캄프는 테라제와 결혼한 이후 남창처럼 굴욕을 당했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밤마다 악몽을 꾸고 식은땀에 범벅이 되어 깨기가 일쑤였다.
한 인간의 정신을 밑바닥까지 짓밟은 그녀는 지온과 우오린이라는 두 걸림돌만 심어둔 채 바람처럼 떠나버렸다.
테라제는 세계를 집어 삼킬 계획을 갖고 있다.
그 핵심 작업 중의 하나가 천국에 대항하기 위해 조직한 다국적 군대 발키리였다.
총 24개국이 참여한 군대의 규모는 소규모 왕국 하나를 3일 만에 끝장낼 정도였고 테라제는 그 발키리의 수장이었다.
카즈라 왕국이 근 20년 사이에 급격하게 성장한 이유도 발키리의 지분을 일부 넘겨받을 수 있었던 덕분이다.
하지만 오르캄프는 왕국의 성장이 오래 지속될 것이라 보지 않았다. 지온은 잘 크고 있다. 그리고 그의 성은 오르캄프가 아닌 테라제다.
결국 테라제는 카즈라를 먹어 삼킬 것이다. 오래전 그녀가 자신을 먹어 삼킨 것처럼.
그러던 어느 날 첩보가 도착했다. 토르미아 왕국의 마법학교에서 한 학생이 천국의 능력을 사용했다는 소식이었다.
당장 조사에 착수했고,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다. 그 아이가 18년 전에 내다 버린 시로네였던 것이다.
오르캄프는 하늘이 돕는 기분이었다.
천국에 대항하는 군대인 발키리에서조차 천국의 능력을 구사할 수 있는 자는 극히 소수다.
전문가의 말에 의하면 아타락시아는 대천사의 능력으로, 능력 체계로 따졌을 때 트리플S에 속해 있다고 한다.
발키리에서 트리플S의 능력을 구사할 수 있는 자는 과거와 현재를 통틀어 단 1명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시로네가 자신의 핏줄이다. 만약 시로네를 제1왕자로 등극시킬 수만 있다면 테라제에게 대항할 무기가 생긴 셈이다.
발키리 내에서의 입지가 강화되는 것은 물론 카즈라 왕성에서 테라제의 핏줄을 쫓아낼 가능성도 아예 없지는 않았다.
마침내 결심을 내린 오르캄프가 물었다.
“아타락시아를 복제할 수 있나?”
“전공이니까요. 맡겨 주십쇼.”
“그 아이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를 바라네.”
물론 거짓말이었다.
시로네를 불러들인 이유는 오로지 아타락시아의 능력으로 테라제를 견제하기 위해서다.
그런 측면에서 오르캄프 혈통의 존재는 테라제의 분노를 사는 위험 요소이기도 했다.
아타락시아의 정보를 복제하고 시로네를 돌려보내는 게 현재로서는 가장 좋은 결과였다. 아니, 처음부터 부르지 않았으면 테라제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아타락시아의 소식을 접한 아리우스는 알페아스 마법학교에 침투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레드 라인에도 머리가 돌아가는 인물이 있는지 블랙박스는 벌써 파기된 상태였다.
결국 이 세상에서 아타락시아를 구사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시로네였고 어쩔 수 없이 차선책으로 왕성으로 부르게 된 것이었다.
“뺏는 것도 아니고, 좋은 거니까 같이 쓰자는 거죠. 아들이 아버지를 위해 그 정도는 해 줄 수 있잖아요?”
“시로네가 후계자 자리를 거부한다면 굳이 강요할 생각은 없네. 하지만 우리는 반드시 그것이 필요하네.”
아리우스는 자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내일 친자 확인 검사를 할 때 시로네를 만나게 해 주십시오.”
오르캄프가 의아한 듯 고개를 돌렸다.
“친자 확인 검사? 모든 대신들이 참관하는 자리일세. 왕가의 혈통을 검증하는 것이니 장난을 칠 수는 없을 게야.”
“물론 그렇겠죠. 저도 검사를 방해할 생각은 없습니다. 일단…… 그런 건 확실히 해 두는 게 좋잖아요, 하하. 하지만 검사 전에는 나름대로 기회가 있지 않겠습니까?”
오르캄프는 그제야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검사는 엄격한 통제하에 진행되지만 검사를 하기 전이라면 조용히 시로네에게 접근할 수 있을 터였다.
“자네만 믿도록 하지.”
“마음 편히 가지십시오. 잘될 테니까요.”
그 말을 남겨 두고 아리우스는 연기처럼 흩어졌다. 스케일 마법을 구사하는 자들의 전매특허였다.
서재의 문이 열리고 엘리자가 들어왔다. 은밀한 대화를 엿들은 모양인지 얼굴색이 좋지 않았다.
“무슨 일이오, 이 늦은 시간에?”
엘리자가 손을 모으고 간청했다.
“여보, 우리 아들이에요.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그 아이를 위험에 빠트리지 마세요.”
“걱정할 필요 없어. 그냥…… 정치적인 문제일 뿐이야. 신경 쓰지 말고 돌아가.”
“어떻게 걱정하지 않을 수가 있어요? 당신은 죄책감도 들지 않나요? 더 이상 그 아이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말아요!”
오르캄프의 인상이 무섭게 구겨졌다.
“죄책감? 만약 우리가 아이를 버리지 않았다면 카즈라는 야크마의 속국이 되었겠지. 나는 단두대에서 목이 잘렸을 테고, 당신 또한 타국 관리들의 노리개가 되었을 것이야. 정말로 그렇게 되기를 원했던 거요?”
엘리자는 창백한 얼굴로 몸을 으스스 떨었다. 전쟁에 패한 왕족이 어떻게 되는지는 누구보다 그녀가 잘 알고 있었다.
절대로 그런 일은 겪고 싶지 않았다.
엘리자는 말없이 방으로 돌아갔다.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생활을 누릴 것이다. 원하는 건 무엇이든 얻을 수 있는 왕비의 자리를 내어줄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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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즈라 왕성에서 14킬로미터 떨어진 마을.
영겁의 성찰자, 광안의 아르민은 토슈카라는 작은 마을에 머물면서 특별한 임무를 수행 중이었다.
물론 화가라는 직업도 여전히 유효했다. 비록 눈은 잃었지만 안와에 차오른 광안은 세계의 이면을 보게 했다.
도화지 위를 지나는 목탄이 그의 감정만큼이나 거친 선을 그려 나갔다.
오늘따라 손놀림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작품에는 작가의 정신이 담기기 마련인지라, 그림이 완성되어 갈수록 심란한 마음만이 도드라질 뿐이었다.
“후우.”
아르민은 손을 멈추고 목탄을 내려놓았다.
직업적 특성상 그는 세계 각국의 정보를 접하고 또한 흘려보낸다. 일반인의 눈에 세상은 고요히 잠긴 듯 보이지만 수면 아래에서는 수많은 난기류들이 형성되고 있었다.
‘시로네…….’
근래 심연에서 활동하는 자들에게 가장 많이 회자되는 인물은 단연 시로네였다.
스피릿 잡지에서 시로네의 기사를 읽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아르민은 흐뭇했다.
당시에도 느꼈던 탁월한 재능이 비로소 빛을 발하는구나 싶었다.
하지만 기사에 소개된 마법진이 무엇인지 알게 된 순간 충격을 받았다.
시로네가 어떤 경유로 대천사의 능력을 얻었는지는 모르지만 세계 각국의 수장들이 주시할 만한 사건이었다.
그리고 어제 시로네가 카즈라 왕국의 초청을 받았다는 첩보를 수집했다.
오르캄프가 18년 전에 잃어버린 아들이라는 것이다.
소문의 진위는 파악할 수 없지만 만약 사실이라면 카즈라 왕국의 선택은 탁월했다.
반면에 시로네에게는 위험한 일이었다.
카즈라 왕국이라면 발키리의 수장이자 카샨 제국의 여황인 테라제의 영향권 아래에 있는 나라였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마법사인 시로네가 휘말리기에는 너무나 거대한 급류인 셈이다.
“뭐 해? 오늘 바쁘다고 하더니, 그림도 안 그리고.”
케이라가 시장에서 산 반찬거리를 싸들고 들어왔다.
서류상으로는 아내지만 실상은 감시인인 그녀는 생각에 잠겨 있는 아르민의 모습을 보고 눈매를 찡그렸다.
“어? 응.”
아르민은 황급히 생각에서 빠져나와 목탄을 들었지만 케이라의 눈썰미를 피할 수는 없었다.
설령 눈치가 조금 떨어지더라도 그녀 또한 심연에서 활동하는 인물. 아르민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충분히 짐작하고 있을 터였다.
“…….”
케이라는 장바구니도 내려놓지 않은 채로 아르민이 이실직고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목탄만 휘젓고 있을 뿐이었다.
천으로 눈을 가리고 있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른다는 건 케이라가 그를 상대할 때 두 번째로 짜증 나는 점이었다.
“설마 엉뚱한 생각을 하는 건 아니겠지?”
아르민의 손이 우뚝 멈췄다. 불쾌한 듯 미간을 찡그린 그가 케이라를 돌아보며 되물었다.
“엉뚱한 생각?”
“시로네 말이야. 물론 주시는 해야겠지만 우리가 끼어들 일은 아니야. 카즈라 왕국에서 자체적인 결론이 내려질 때까지 대기하라는 상부의 명령이야.”
아르민은 목탄을 아무렇게나 던지고 일어섰다.
“카즈라 왕국은 블랙 라인의 마법사와 연루되어 있어. 그들의 실력은 누구보다 당신이 잘 알고 있을 텐데. 우리에게도 시로네는 중요한 인물이야. 결론이 내려질 때는 이미 늦어.”
“그렇기에 더더욱 안 돼. 상부에서는 블랙 라인과의 충돌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어. 이번에도 레드 라인에게 맡겨 두는 게 나아.”
“그렇게 쉽게 생각할 일이 아니야. 그들이 시로네를 데려간 이유는…….”
케이라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아르민,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경거망동하지 마. 이건 동료가 아닌 상관으로서의 명령이야. 내 지시를 따르지 않는다면 협정 서약을 꺼내 들 수밖에 없어.”
아르민은 입을 굳게 다물고 케이라를 노려보았다. 그녀의 지시를 어길 시에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다치게 된다. 당연히 명단 속에는 시이나도 포함되어 있었다.
붕대 안에 감추어진 광안이 차가운 빛을 발산하자 케이라는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뜻을 굽힐 수는 없었다.
블랙 라인과는 서로 40년째 마찰을 피하고 있다. 이제 와 힘의 균형을 깨트리는 건 더 큰 재앙을 몰고 올 뿐이었다.
아르민은 한숨을 내쉬더니 창가로 걸어가 바깥의 경치를 살폈다. 겨울에 접어들었지만 태양은 여전히 강한 힘으로 세상을 비추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나오겠다는 건가?”
“어쩔 수 없어. 그게 내 일이야.”
케이라는 애써 냉정한 목소리를 연기했다. 그녀 또한 1명의 마법사로서 시간 마법의 궁극에 도달한 자를 이런 식으로 괴롭히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협정 서약은 상부에서 유효하다. 그녀가 결정할 수 없는 일이었고, 그렇기에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아르민을 설득시켜야 했다. 모든 게 그를 위해서였다.
아르민이 차갑게 쏘아붙였다.
“나를 옭아매고, 속박하고, 구속하는 것이 당신의 일이란 말인가?”
케이라는 조금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화가 나면 차라리 욕을 해. 무슨 모욕을 해도 받아 줄 테니까. 하지만 명령이 떨어지기 전까지 당신은 어디에도 갈 수 없어. 그게 내 일이야.”
아르민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마치 맹수가 으르렁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은 케이라는 황급히 오른손을 품에 넣었다.
일대일 대결이라면 케이라 쪽이 조금 불리하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오른손에 붙들린 협정 서약은 언제라도 발동이 가능했다.
“후우, 정말 너무하는군.”
아르민은 긴 한숨을 내쉬며 피가 마르는 것 같은 대치 상태를 끝냈다. 그리고 탁자로 걸어가 꽃병에 담긴 꽃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누군가에게 강제로 꺾여 유리병에 갇혀버린 꽃. 어쩌면 자신의 처지도 이 꽃과 다르지 않으리라.
“케이라…….”
아르민의 목소리는 울적했다. 케이라도 그의 심정을 이해한다는 듯 표정을 풀고 다가왔다.
“아르민, 미안해. 하지만…….”
“누구도 날 속박할 수 없어.”
그 순간 아르민이 케이라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리고 손을 휘둘러 꽃병을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케이라의 시선이 반사적으로 꽃병을 향해 움직였다.
‘아차!’
한순간 시야에서 아르민을 놓치고 말았다.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시간 역장이 발동한 시점이었다.
거꾸로 떨어지던 꽃병이 허공에 정지하고, 케이라는 시선을 되돌리지 못한 채 인형처럼 굳어 버렸다.
얼어붙은 시간 속에서 아르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다음 권으로 이어집니다
1. 적대적 우호 관계 (1)
카즈라 왕성의 아침이 밝았다.
시로네는 친자 확인 검사를 받기 위해 감찰부가 마련한 대기실에서 기다렸다.
면회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카즈라의 귀족들이 주목하는 자리인 만큼 찾아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친자 확인이 끝나면 예전의 삶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 앞으로 자신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후우, 괜히 긴장되네.”
“걱정할 것 없습니다. 간단한 검사니까요.”
시로네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키가 크고 호리호리한 남자가 서 있었다. 차가운 인상은 아니지만 섬뜩하게 찌르는 느낌이 드는 사내였다.
신경을 타고 은은한 전율이 퍼졌다. 아르민을 처음 만났을 때와 같은 느낌이었다.
“설마, 언로커?”
남자는 대답을 대신해 정중하게 인사했다.
“소개가 늦었군요. 아리우스라고 합니다. 오르캄프 전하의 자문을 맡고 있죠.”
시로네는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경계의 날을 세웠다.
“그런 분이 무슨 일로 오셨죠?”
대기실은 인간의 기준에서 밀폐된 공간이다. 그런 곳에 아무도 모르게 잠입한 고수와 단둘이 있는 건 결코 안전한 상태가 아니었다.
“그냥 만나 보고 싶어서요. 언로커끼리는 통하는 게 있으니까요.”
아리우스는 공명작용에 전율하는 시로네의 심정을 이해한다는 듯 마음껏 기질을 드러내보였다.
“시로네 군의 무용담은 익히 들었습니다. 특히나 포톤 캐논, 인상 깊더군요. 아마도 질량을 조절하는 전지겠죠?”
시로네의 긴장감이 높아졌다. 만약 상대가 적이라면 능력을 간파당한 상황은 좋지 않았다.
아리우스는 양손을 들고 적의가 없음을 드러냈다.
“너무 경계할 필요 없습니다. 순수한 관심이니까요. 이를테면 팬이라고 할 수 있죠. 참고로 제 능력을 소개하자면…….”
“스케일 마법이죠?”
“호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요?”
“여기는 6면이 모두 막힌 방이니까요. 공간 이동 마법만으로는 들어올 수 없어요. 시간과 공간을 동시에 왜곡시켰다면 스케일 마법밖에 없잖아요.”
아리우스는 순순히 인정했다. 또한 이 바닥에서 일하는 마법사들 사이에서는 특별한 비밀도 아니었다.
“맞습니다. 언로커의 절반 이상이 스케일 마법사죠. 이것도 알고 있었나요?”
“아뇨, 그건 몰랐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