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239
그렇게 암살이 진행된 지 286일째가 되는 날.
저택에는 단 두 사람만이 남았다.
가주와, 그가 가장 사랑하는 막내딸이었다.
“어, 어떻게 네가……?”
가주는 눈앞의 현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자신은 암살자가 아니다. 따라서 범인은 열네 살짜리 막내딸인 게 분명했다.
“아니에요! 저는 범인이 아니에요, 아빠! 저는 정말 아니라고요!”
가주는 허리춤에 채워진 검을 뽑았다.
죽여야 한다. 아무리 사랑하는 딸이라도, 그녀로 인해 모두가 죽어 버렸다.
하지만 가주는 딸을 죽일 수 없었다.
이미 죽었기 때문이다.
시체로 변한 막내딸을 망연자실하게 내려다보던 가주는 마침내 깨닫고 턱을 떨었다.
드디어 모든 비밀이 풀렸다.
검이 떨어지고 두 무릎이 바닥을 내리찍었다.
“아, 아니야! 이럴 수는 없어! 아니야!”
가주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절규했다.
더 이상 죽을 사람은 없다. 오로지 자신을 제외하고는.
그는 독한 술을 들고 서재로 향했다. 그리고 책상에 앉아 286일 동안의 사건을 한 장의 편지에 기록했다.
가주의 생사는 끝까지 확인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가 저택을 떠났는지, 아니면 마지막으로 암살을 당한 1인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어쨌거나 그렇게 예거 가문은 세상에서 사라졌다.
그로부터 2년 뒤에 한 상인이 예거 가문의 저택을 헐값에 인수했다.
가주의 사유재산이기에 손도 대지 못하다가 법정 기한인 2년이 지나자 왕국에서 팔아 버린 것이었다.
2년 동안 봉인되어 있던 저택의 문이 활짝 열렸을 때, 상인의 눈에 처음 들어온 것은 마루에 깔린 287개의 붉은 구슬이었다.
이것이 의 비화다. 또한 큐리아 경매 회사에서 오브제가 100퍼센트 안전하지 않은 이유로 드는 예시이기도 했다.
5. 온갖 변수 (3)
실제 오브제의 탄생 비화는 어느 하나 명확하게 드러나 있지 않다.
단지 누군가로부터 사물의 이름이 전해져 왔고, 그것을 통해서 사람들은 상상의 나래를 펼 뿐이다.
하지만 는 실제의 기록이 남아 있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저택을 인수한 상인은 얼마 지나지 않아 287개의 구슬이 어떤 능력을 지녔는지 알아차렸다.
소지하고 있으면 살기를 접하는 순간 소녀의 경고가 들린다. 초고수의 절제된 살기조차 피해 갈 재간이 없을 정도로 기민한 경보 장치였다.
상인은 그것을 경매에 팔아 대륙 최고의 부자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287개의 오브제는 각국의 권력자들의 손에 넘어갔고 현재는 82개 정도가 남아 있다고 추정된다.
‘그러하다.’
여기까지가 제노거가 암살 훈련을 받던 시절에 들었던 얘기였다.
그렇기에 지금의 상황이 더욱 기묘했다.
각국의 최고 귀족, 혹은 왕족이 아니고서는 구할 수조차 없는 물건을 시로네가 가지고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걸…… 어디서 얻었지? 그리 비싼 목숨은 아닌 것 같은데.”
시로네는 황급히 몸을 일으키고 싸울 자세를 취했다.
“넌 뭐야? 나한테 무슨 짓을 하려고 한 거야?”
제노거는 대답 없이 허공에 손을 휘저었다.
실들이 엉키면서 눈에 보일 정도로 하얀 실타래가 손목에 감겼다. 한쪽 끝을 천장에 연결시키고 잡아당기자 그의 몸이 빠른 속도로 날아올랐다.
시로네는 순간 이동을 시전했다. 하지만 이미 제노거의 모습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 상태였다.
엄청난 고수였다. 적어도 시로네의 입장에서는.
제노거는 벽을 타고 움직이며 시로네를 쫓았다.
어차피 히트맨 방식으로도 90퍼센트 이상 처치할 수 있는 타깃이었다. 무엇보다 는 더 이상 없을 테니 시로네가 죽는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시로네는 도망칠 수 없었다.
여태까지 어떻게 숨겼는지, 제노거의 살기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게다가 살기의 근원지는 한 군데가 아니었다. 엄청난 속도로 스피릿 존의 공감각을 교란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이대로는 죽는다!’
시로네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도주를 포기했다. 대신에 주먹을 아래로 내리고 사력을 다해 광폭을 시전했다.
콰콰콰콰콰쾅!
지하의 벽이 흔들리면서 먼지가 푸수수 떨어졌다.
“케케케! 마법이다, 마법.”
세상에서 마법사를 우습게 여기는 직업군은 없지만 암살 일족 스파투르에게는 모든 상황에 대처하는 매뉴얼이 있었다.
제노거가 입술을 쭉 내밀자 거미줄이 배배 꼬인 강선이 튀어나왔다. 광폭을 그대로 뚫고 들어간 강선이 시로네의 어깨를 꿰뚫었다.
“크윽!”
시로네는 황급히 실을 뽑아내고 바닥을 굴렀다. 치명상은 아니지만 지금의 일격으로 실력의 차이를 확실히 깨달았다.
광폭 같은 확장형 방어 마법은 광범위한 수비력을 자랑하는 대신 국소적인 침투에는 약할 수밖에 없다.
마법을 보자마자 약점을 간파하고 대응하는 레벨의 실력자. 아마도 생각의 속도는 시로네를 훨씬 상회할 것이다.
시로네의 시야 밖에 머물러 있던 제노거가 뚝 하고 떨어져 내려왔다. 두 손을 땅에 대고 착지하는 품이 완벽한 거미였다.
제노거의 혓바닥이 길게 빠져나와 얼굴 전체를 핥았다.
“키키, 좋은 반응이야. 심장을 노렸는데 피했군. 너 같은 애송이는 내 취향이지. 거미줄로 묶어 두고 잔뜩 귀여워해 주고 싶지만…….”
시로네는 오싹한 느낌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쪽도 바쁜 몸이라서.”
제노거가 전보다 빠르게 시야에서 사라지자 시로네는 판단 불가능의 상태에 빠졌다.
마법사는 인간의 상식을 초월하는 강력한 위력을 낼 수 있지만, 대인 전투로 한정하자면 육체 능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린 자들을 상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었다.
제노거는 여태까지 볼 수 없던 고수, 처음부터 대응하려고 생각했던 게 오판이었다.
시로네는 완전히 돌아서서 순간 이동을 전개했다.
도주도 불가능하고 상대하기도 어렵다면 남은 선택지는 숨어서 시간을 버는 것뿐이었다.
빛으로 변한 섬광이 벽을 튕기듯 돌아다니면서 식품 저장고로 들어갔다. 수백 명의 왕성 식구들이 먹는 만큼 공간은 거대했고 음식별로 구획이 나뉘어 있었다.
시로네는 밀포대가 성벽처럼 쌓여 있는 곳에 등을 기대고 숨었다. 딱히 오랫동안 마법을 시전하지도 않았건만 벌써부터 숨이 가빴다.
‘나를 노릴 만한 곳이 어디지? 천장? 포대 뒤쪽? 아니면 반대편 구역?’
시로네는 시선을 움직여 제노거의 자취를 찾으려고 했다.
하지만 실상 제노거는 시로네의 예상과 전혀 동떨어진 창고의 구석 천장에 박혀 있었다.
‘키키키, 어리석군. 의태 능력자에게 상식이 통할 거라 생각하다니.’
제노거의 8개의 눈이 시로네를 정확히 포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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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무장의 힘을 빌린 지온의 전투력은 공인의 검술 유단자에 맞먹었다. 에이미가 순간 이동을 시전할 겨를도 없이 예리한 공격을 몰아치고 있었다.
지온은 창백한 얼굴의 에이미를 보고 조금 속이 풀렸다. 업자들 사이에서도 S급 오브제로 평가받는 아르망은 과연 그 값어치를 톡톡히 했다.
왕족에게 노력은 어울리지 않는다. 물론 재능도 마찬가지다. 왕족이 고귀한 이유는 오로지 혈통, 그 혈통으로 노력과 재능을 사 버리면 그만인 것이다.
“그래도 제법 버티는군.”
확실히 이렇게까지 전투가 길어질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나약한 마법사인 줄 알았더니 움직임이 검사처럼 민첩했다.
“흥, 어릴 때부터 철저히 준비했다는 건가? 그렇다면 더욱 안쓰럽군. 마법은커녕 검술조차 배우지 않은 나에게 당하다니.”
“헛소리 지껄이지 마! 너같이 무기에만 의지하는 자식에게는 절대로 안 져!”
에이미는 이를 악물고 지온에게 달려들었다.
분해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10년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노력해서 이룬 성과였다. 평생 고생이라고는 해 본 적도 없는 인간이 마검 하나 달랑 들었다고 자신을 이길 수는 없는 것이다.
에이미는 스키마의 능력을 최대치로 활용하여 교란 전술을 펼쳤다. 하지만 그에 맞추어 아르망도 지온의 체질을 변화시켰다.
-적 개체 가속도 변화 감지. 망막 잔상 제거. 시각적 인지능력 극대화.
잔상이 생기는 이유는 인간의 뇌가 사물을 보면 10분의 1초 동안 기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르망이 망막 잔상을 제거해 버리자 에이미의 움직임이 뚝뚝 끊어지는 것처럼 선명하게 들어왔다.
지온은 잠시 서 있다가 갑작스럽게 몸을 날렸다. 건틀렛에 장착된 검이 공간을 베면서 에이미의 옷깃을 스쳤다.
지온은 스키마 유저가 아니다. 하지만 금강무장의 신체 조율 능력은 스키마의 효과를 그대로 재현하고 있었다.
‘아니야. 이런 건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고!’
에이미는 입술을 짓깨물었다.
지온의 시선을 피하려면 그의 인지능력을 초월하는 속도가 필요하다. 하지만 자신의 스키마는 그 정도 수준이 되지 못했다.
‘그렇다면…….’
에이미는 스피릿 존으로 들어갔다.
좁은 공간에서, 그것도 근거리 무기를 장착한 민첩한 전사를 상대로 마법이 얼마나 먹힐지는 모르지만 정공법이 통하지 않으면 살아남기는 그른 상황이었다.
‘이거나 먹어라!’
에이미는 사방으로 파이어볼을 퍼트렸다. 타기팅을 하는 대신 확신시켜서 움직임을 제한하는 전술이었다.
‘쳇! 귀찮게.’
지온은 돌진을 포기하고 물러섰다.
갤러리에는 수많은 오브제들이 있다. 아르망만 있다면 다른 것들은 상관이 없지만 태반은 우오린의 물건이라는 게 문제였다.
‘일단 오브제는 살려야지.’
지온의 감정을 읽은 아르망이 사방으로 촉수를 뻗었다.
촉수가 벽에 달라붙자 지온의 몸이 떠올랐다.
장력이 작용하면서 지온의 몸이 날벌레처럼 비행했다. 엄청난 속도로 검을 휘두르자 파이어볼이 둘로 쪼개졌다.
에이미는 콧방귀를 뀌었다.
‘흥, 그런다고 막을 수 있을 것 같아?’
형태가 변해도 열기는 사라지지 않는다.
예상대로 불길이 지온을 덮치면서 아르망의 유기질에 연소 반응이 일어났다.
하지만 숯처럼 딱딱해진 표피가 떨어져 나가더니 새로운 유기질로 채워졌다.
자생이야말로 생물의 강점. 이 S급인 이유는 금속과 생물의 장점을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이었다.
파이어볼을 차단한 지온이 허공에 선 자세로 에이미를 내려다보았다.
“의외로 화끈한 성격이군. 하지만 더 이상은 설치지 못할 거다.”
에이미는 물러서서 파이어 미스트를 주위에 둘렀다. 딱히 전세를 역전시킬 수는 없겠지만 생물의 접근을 막는 데는 열기만한 게 없었다.
“흥, 아주 발광을 하는구나.”
에이미도 알고 있었다. 고작해야 할 수 있는 게 임기응변이라는 사실이 비참했다.
하지만 상대의 동작이 예측 불허인 데다가 좁은 공간에서는 그녀의 장기인 스나이퍼 모드조차 불가능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일말의 희망을 봤기 때문이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지온은 분명 방안의 물건이 파괴되는 걸 싫어하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별로 비싸 보이지도 않는데.’
의문이 들기는 했으나 현재 상황의 유일한 빈틈이었다. 에이미는 실험삼아 파이어 스트라이크를 대놓고 진열장을 향해 쏘았다.
예상대로 지온이 몸을 날렸다. 어깨 너머에서 뻗어 나온 촉수가 파이어 스트라이크의 길목을 차단했다.
펑 소리가 터지면서 촉수의 끝이 타들어 갔다.
촉수를 끊어 버릴 생각이었던 에이미는 생각보다 강한 내구력에 혀를 찼다.
하지만 그녀의 마법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타깃형 스피릿 존을 회전시키면서 사방에 파이어 스트라이크를 퍼부었다.
지온이 촉수를 휘두르며 연거푸 막아 냈으나 아르망의 내구력에도 한계가 있었다.
‘흥! 그렇다면 마법사를 잡으면 되지!’
한 가닥의 촉수가 에이미의 목덜미를 누른 채로 밀고 나갔다. 벽에 뒤통수를 박으면서 정신이 일순 흔들렸으나 홍안을 발동하여 곧바로 초기화시켰다.
“크윽, 고작 이런 걸로 막을 수…….”
그 순간 촉수에서 날카로운 바늘이 튀어나와 목을 찔렀다. 그러자 스피릿 존이 사라지면서 마법이 풀려 버렸다.
지온은 아르망의 목소리를 들으며 바닥에 내려왔다.
-사용자 뇌하수체호르몬 추출. 조합. 신경 안정 물질 제조. 완성. 주입.
인간의 몸은 거대한 화학 공장이나 다름없다. 아르망은 지온의 체내 호르몬을 추출하여 독자적인 신경 안정 물질을 제조한 것이다.
에이미는 몽롱해지는 정신을 붙잡을 수 없었다.
‘제길……! 무슨 이런 검이 다 있어?’
홍안을 발동해 보지만 끝도 없이 밀려드는 신경안정제에 스피릿 존을 형성할 집중력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화학물질이 더 많이 밀려들어 와 간을 중독시켰다.
“후후, 마법사는 정신만 흐트러뜨리면 끝이지. 너도 그렇고 시로네도 그렇고. 대체 그까짓 마법이 뭐라고 건방을 떠는 거야?”
에이미는 가쁜 숨을 몰아 내쉬며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눈이 저절로 뒤집어지면서 시선을 내리기가 곤란했다.
“힘들 텐데 그냥 기절하는 게 어때? 그동안에 네 몸은 잘 가지고 놀아 주지. 물론 사지 멀쩡한 상태로 깨어날 거라고는 생각하지 마라.”
“큭! 크윽……!”
에이미는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하하하! 발버둥 치는 꼴이 참으로 가관이군. 이제야 알겠어? 왕족을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말이야.”
에이미는 일말의 힘을 쥐어 짜내 홍안을 발동했다.
“과연 그럴까?”
지온은 코웃음을 쳤다. 어차피 스피릿 존으로 들어갈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에이미의 손 위에 한 덩어리의 불꽃이 타올랐다.
지온이 생각을 정리하기도 전에 에이미가 선반을 향해 불꽃을 날렸다.
“젠장! 막아!”
지온의 의식이 선반에 집중되자 아르망이 촉수를 거두고 주인의 몸을 후방으로 날렸다.
진열장이 폭발하기 직전, 지온은 가까스로 앞을 가로막았다. 뜨거운 열기를 각오하고 숨을 참는 순간 허무하게도 불덩어리가 눈앞에서 사라졌다.
“뭐, 뭐야?”
잭 오 랜턴의 엉터리 불꽃이었다. 정령은 독자적인 스피릿 존을 가지고 있기에 에이미의 정신 상태와 무관하게 시전이 가능했다.
5. 온갖 변수 (4)
촉수에서 풀려난 에이미는 홍안으로 정신을 초기화시켰다. 신경안정제를 너무 맞아서 구토가 밀려들었지만 가까스로 스피릿 존에 들어갈 수 있었다.
회심의 파이어볼을 장착한 에이미는 문으로 뛰어들면서 손을 휘둘렀다. 강력한 파이어볼이 처박히면서 유기질로 얽힌 문이 산산조각 부서졌다.
지온이 속았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무렵에는 이미 두 번째 문까지 터져 나가고 있었다.
“이런, 씨……!”
지온은 애꿎은 아르망에게 따져 물었다.
“대체 뭐 한 거야? 놓쳤잖아!”
미숙한 사용자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아르망은 사용자의 뇌를 카피해서 지성을 도모할 수 있지만 엄밀히 따지면 주인에게 공생하는 검에 불과했다. 어떤 사태를 두고 대신 판단까지 해 줄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아르망을 욕해 봤자 자신의 멍청한 머리를 욕하는 꼴밖에 되지 않았다.
“쫓아야 해. 가자.”
지온의 말에 대답하듯 금강무장에서 수많은 촉수가 뻗어 나와 벽에 박혔다. 지온은 촉수의 힘으로 떠올라 그네를 타듯 앞으로 밀려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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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나는 걸음을 멈추고 소리의 방향으로 귀를 들이댔다.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의 능력이 지하에서 울린 거대한 진동을 감지했다.
벽을 타고 전해지는 소리는 분명 미세했다. 하지만 왕국 최고의 내구력을 자랑하는 성에서 여기까지 소리가 들렸다는 것은 진원지에 막대한 충격이 일어났다는 얘기였다.
‘지하에 있구나!’
레이나는 눈앞에 보이는 계단으로 몸을 날렸다.
건물을 진동시킬 정도의 위력은 어지간한 검사의 칼질로도 불가능하다. 분명 시로네가 마법을 시전한 것이었다.
지하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 복도의 끝에서 누군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발소리의 리듬을 살펴보니 극도로 흥분한 자의 움직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