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267
‘각도를 높일 수가 없으니 구력을 낼 수가 없어. 이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힘드네.’
하긴, 축제 한정판이 상품으로 걸려 있는 게임이니 아무나 성공할 수 있도록 설계하지는 않았을 터였다.
“이익……!”
시로네는 이를 앙다물고 눈뭉치를 던졌다.
각오의 성과가 있었는지 아슬아슬하게 거리를 맞출 수 있었다. 하지만 눈뭉치는 병사의 표적을 지나 애먼 곳에 떨어졌다.
“후우! 후우!”
오기가 생긴 시로네는 연거푸 눈뭉치를 던졌다.
천둥패기도 한 번에 성공시킨 경험이 있으니 조금씩 오차를 줄여 나가면 결국에는 성공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5개를 던진 시점에서 깨달았다.
‘천둥패기보다 어렵잖아?’
룰은 단순하지만 결코 아무렇게나 만든 게임이 아니었다.
누구나 성공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게 해 놓고 투척 각도와 거리를 교묘하게 조절하여, 타고난 강골이나 프로가 아니고서는 성공할 수 없게 만들어 놓았다.
10개의 눈뭉치를 던진 시로네는 숨을 헐떡였다.
추운 날씨에도 몸이 더웠고 이마에는 땀이 맺혔다. 아르망을 차고 있으니 코트를 벗을 수도 없었다.
시로네는 머쓱하게 혀를 빼물고 에이미에게 돌아갔다.
“으, 미안. 실패했어.”
“미안할 게 뭐 있어? 그냥 게임인데. 그나저나 저거 정말 어렵겠다.”
시로네의 도전을 통해 게임의 난이도가 최상급이라는 사실을 에이미는 짐작하고 있었다.
홍안으로 분석건대 힘과 중력, 공기의 마찰력까지 전부 계산하면 표적에 도달할 수 있는 루트는 그리 많지 않았다.
“하하하! 보기 좋게 실패했군. 마법학교 학생이라는 애들이 말이야. 볼썽사나워 죽겠네.”
시로네와 에이미는 동시에 뒤를 돌아보았다. 더벅머리 소년이 비웃음을 지으며 다가오고 있었다.
뒤편에는 키가 큰 곱슬머리 청년과 화장을 진하게 한 소녀가 마치 후방을 사수하듯 거만한 자세로 서 있었다.
“오랜만이다, 에이미.”
조크레가 손을 내밀자 에이미는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고 생각에 잠겼다.
마법학교에 들어간 뒤로 학교 친구 외에 딱히 알고 지내는 사람은 없었다.
특히나 남자라면 더더욱.
“저기, 미안한데…… 너 누구니?”
조크레의 얼굴이 구겨졌다.
어떻게 자신을 기억하지 못할 수가 있단 말인가?
설령 거절을 했다고 하더라도 누군가에게 고백을 받았다는 것은 잊지 못할 기억이어야 마땅했다.
적어도 조크레는 그렇게 생각했다.
사실 여자에게 고백을 받아 본 적은 없지만, 만약에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평생의 자랑거리로 삼을 자신이 있었다.
“모르는 거야, 모르는 척하는 거야? 조크레. 알페아스 마법학교. 진짜로 몰라?”
“조크레? 조크레…….”
웅얼거리던 에이미가 눈을 크게 뜨며 조크레를 가리켰다.
“아아아, 아아! 우와! 너 진짜 오랜만이다.”
반기는 기색은 아니었지만 과장스럽게 놀라 주는 것만으로도 조크레는 친구들 앞에서 어깨가 으쓱해졌다.
자신을 알아봐 주는 사람이 다른 사람도 아닌 천하의 카르미스 에이미가 아니던가.
하지만 동창끼리 회포나 풀자고 접근한 것은 아니었기에 턱을 치켜들고 시선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흥, 정식으로 인사부터 해야 되는 거 아닌가?”
“응? 무슨 인사?”
조크레는 뒤편의 친구들을 팔로 쓰윽 훑고 지나가더니 엄지로 자신을 가리켰다.
“듣자 하니 아직도 학교에 다니는 모양인데, 우리는 정식 마법사거든. 즉, 비공인 10급의 마법사라 이거지.”
정식 마법사.
에이미는 가슴이 울렁거렸다. 열두 살에 알페아스 마법학교에 입학해서 지금까지 한순간도 머릿속에서 떠난 적이 없었던 말이었다.
부디 자신의 얼굴이 굳어 있지 않기를 기도하며, 에이미는 조크레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렇구나. 축하해. 결국 졸업했네.”
당시에 에이미는 열세 살이었다. 조크레에 대한 기억은 거의 남아 있지 않지만, 그가 도망치듯 전학을 갔을 때 깔보는 마음이 들었던 것만큼은 분명하게 떠올랐다.
조크레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에이미의 포커페이스는 완벽했지만, 가슴을 열지 않고서도 그녀의 마음을 볼 수 있었다.
세상이 인정하는 카르미스 가문의 천재가 졸업 시험에 탈락한 입장에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으니 분함이 오죽할까.
‘흥, 어떠냐? 네가 나를 찼을 때의 기분은 이것보다 훨씬 비참했다고.’
조크레는 멀뚱하니 서 있는 시로네에게 시선을 돌렸다.
“여기서 유명 인사를 보게 되는군. 아리안 시로네. 왕국 최고의 유망주라며?”
시로네는 일단 침묵을 지켰다. 우호적인 마음으로 접근한 게 아니라는 것 정도는 눈치로 파악하고 있었다.
“선배로서 충고 하나 해 줄까? 유망주는 결국 유망주일 뿐이야. 진정한 승부는 정식 마법사가 되고 나서지. 하긴, 너 정도면 천민치고는 성공한 편이지만. 하하하!”
에이미가 화난 얼굴로 소리쳤다.
“조크레! 무슨 말이 그래? 빨리 시로네에게 사과해!”
“내가 왜?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닌데. 아, 공공연한 비밀이었나? 하지만 포기하는 게 정신 건강에 좋을 거야. 이미 학술지에 실렸다고. 학생들 중에 모르는 사람은 없어.”
“그래? 그럼 어디, 나도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해 볼까? 그래도 괜찮을 자신 있어?”
조크레의 눈초리가 사나워졌다.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지레 찔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에이미…….’
5년의 세월이 흘러 재회한 에이미는 어릴 때보다 훨씬 예쁜 소녀로 자라 있었다.
학술지에서도 볼 수 없었던 펌을 먹인 머리였고 옷도 화사하고 귀여운 스타일로 골라 입었다. 누가 보더라도 신경을 써서 꾸민 차림새였다.
‘쳇! 시로네만 볼 수 있는 모습이라는 거겠지?’
아인스 마법학교의 남학생에게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여학생이 바로 에이미였다.
왕국 전체로 따지면 숫자는 훨씬 늘어날 터였다.
그런 그녀가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해 화장을 하고 신경을 써서 예쁜 옷을 고른다는 생각을 하자 싸우지 않고서도 시로네에게 진 기분이었다.
‘실망이다, 에이미. 정신이 나가지 않고서야 어떻게 평민이랑 사귈 수가 있지? 아무리 실력이 좋다고 해도 저 자식도 학생일 뿐이잖아.’
천민이라는 모욕을 당하고서도 대들지도 못한 채 미간을 찡그리고 있는 시로네를 보자 더욱 짜증이 치솟았다.
‘따질 만도 한데 한마디도 안 하네? 무시하는 건가? 아니, 정식 마법사라는 말에 겁을 먹은 거겠지. 한심하게 사내자식이 여자 뒤에 숨어서는…… 쯧쯧.’
조크레는 착각을 하고 있었다.
공인 4급의 마법사인 보순과도 일전을 펼쳤던 시로네에게 정식 마법사라는 감투는 그다지 위협이 되지 못했다.
시로네가 인상을 쓰고 있는 이유는 조크레가 아니라 허리에 차고 있는 아르망 때문이었다.
인간의 정신은 물처럼 흐른다.
그리고 아르망의 정격조종은 주인의 정신과 싱크로율이 100퍼센트에 근접할 만큼 섬세한 기능이었다.
감정을 완벽하게 통제하지 못하면 미처 마음을 다스리기도 전에 아르망이 움직여 버리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마검이다.
물론 전 주인인 지온에게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을 것이다. 감정이 가는 대로 해치워 버리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시로네는 정상적으로 학교생활을 이어 나가야 했다.
평민의 신분에, 의지할 곳도 없는 그가 살인을 저질렀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빠질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카즈라에 다녀온 이후 예전처럼 감정을 통제하기가 어렵다는 게 문제였다.
마신 베히모스는 봉마진에 갇혔지만 분노라는 키워드를 통해 시로네의 정신과 연결되어 있다.
통제할 수 없는 상태까지 감정이 증폭되면 아르망은 생각을 재고할 여지도 없이 상대의 목을 베어 버릴 터였다.
‘역시 괜히 차고 나왔나. 앞으로는 더 주의해야겠어.’
조크레는 결국 덤비지 못하는 시로네를 보고 혀를 끌끌 차더니 게임장을 가리키며 에이미에게 말했다.
“학술지라고 다 믿을 건 아닌 모양이야. 여자 친구에게 인형 하나 선물해 주지 못하다니. 우리 쪽에서 시범을 보여도 될까?”
에이미는 어깨를 으쓱했다.
돈만 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게임인데 허락을 하고 말고 할 일이 뭐가 있겠는가?
“그래, 하고 싶으면 해.”
조크레 일행은 게임장으로 들어갔다.
시로네의 도전을 의식하는 모양인지 비비안이 일부러 들리게끔 말했다.
“얘들아, 얼음 여왕 타면 꼭 나 줘야 돼.”
“일단 해 보고. 하긴, 루드반스라면 쉽겠지만.”
사회자가 눈뭉치가 든 상자를 건네주었다. 돈을 지불한 사람은 조크레지만 상자를 받은 사람은 루드반스였다.
조크레는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는 시로네와 에이미를 돌아보며 루드반스를 엄지로 가리켰다.
“루드반스는 우리 학교 ‘투구’ 대표 선수지. 기대해도 좋을 거야.”
투구는 고대 전쟁에서 유래한 전투 체육으로, 5명씩 팀을 이루어 엄폐물이 있는 경기장에서 고무공으로 상대를 맞히는 게임이다.
아마추어 사이에서는 어린아이들도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경기지만 학교 대항전 같은 준프로 수준으로 올라가면 속구 구속이 시속 160킬로미터에 육박한다.
거기에 스리쿠션을 이용한 전술은 물론 각양각색의 변화구가 개발되어 있기에 박진감이 넘치면서도 부상의 위험이 높은 운동이었다.
루드반스는 학교의 에이스였고, 아인스 투구 팀은 작년 전국 대항전에서 8강에 오를 만큼 강팀이었다.
“어디…… 탐색전부터 해 볼까?”
루드반스의 자세는 일반인과 확연히 달랐다. 동작의 구획마다 메커니즘이 있었고 그것들이 유려하게 연결되면서 최고의 구력을 창출하고 있었다.
앞으로 고꾸라지듯 팔을 휘두르자 펑 하고 바람 소리가 터지면서 눈덩이가 날아갔다.
정확히 표적을 강타하자 비비안이 쾌재를 불렀다.
“좋았어! 한 번에 성공! 역시 우리 학교 에이스라니까!”
두 번째 외출 (5)
하지만 좋아하기에는 일렀다. 쓰러질 듯 넘어가던 표적이 탄성을 받아 되돌아왔기 때문이다.
“아쉽습니다! 첫판은 실패!”
비비안은 진자 운동을 하고 있는 표적을 황당하게 쳐다보다가 도끼눈을 치켜뜨고 사회자에게 따졌다.
“왜 실패예요? 정확히 맞았잖아요.”
“안 돼, 안 돼. 분명 표적을 쓰러뜨려야 한다고 했잖아.”
“이거 순 사기 아냐?”
“하하! 사기라니? 겨울 축제에 처음 오나? 이 정도는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게다가 이게 어떤 컬렉션인데? 나중에 되팔면 1골드는 족히 넘는 인형이야.”
조크레가 루드반스를 돌아보며 물었다.
“아래에 스프링이 달려 있는 모양이군. 할 수 있겠어?”
“뭐…… 아직 아홉 발이나 남았으니까.”
눈뭉치를 잡기 편한 위치에 놓은 루드반스는 표적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각도를 잡기 애매하게 해 놓았군. 역시 직구로 승부할 수밖에 없는 건가?’
그로부터 10분 동안 남은 9개의 눈뭉치를 모두 던졌다.
일구입혼의 자세로 도전했던 루드반스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이었으나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혔고 머리에서는 김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아쉽군. 한 번만 더하면 될 것 같은데.”
도전은 실패였다.
2구와 3구를 연달아 명중시켰으나 4구, 5구, 6구를 실패한 게 패착이었다.
경기장보다 먼 거리에서 최고의 위력으로 표적을 명중시키는 일은 준프로라도 쉽지 않았다.
심기일전하여 7구부터 모든 눈덩이를 통렬하게 명중시켰으나 그럼에도 표적은 쓰러지지 않았다.
시로네는 거기에서 힌트를 얻었다.
‘탄성을 이용해서 넘겨야 되는구나. 어쩐지 표적에 스프링을 설치한 게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진자 운동의 힘이 남아 있을 때 연속으로 표적을 명중시키면 탄성은 점차 강해진다. 그러다가 결국 임계점을 지나면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쓰러지는 구조였다.
10개 중에 7개를 명중시킨 루드반스의 정확도는 대단하지만 연속으로 힘이 가해지지 않다 보니 실패한 것이다.
“에이미, 도전해 보는 게 어때?”
“응? 내가?”
에이미는 의외라는 듯 시로네를 돌아보았다.
사실 장난기 가득한 그녀가 이런 재밌는 게임을 앞에 두고 손이 근질거리지 않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보통은 남자들이 여자 앞에서 어깨에 힘 좀 주려고 도전하는 것이니 그저 지켜만 보고 있었던 것이다.
‘아하, 그런 상황이라 이거지?’
시로네의 의중을 알 것 같았다. 지금 이 자리에서 어깨에 힘을 주어야 할 사람은 자신이었다.
‘그렇다면야, 뺄 필요가 없지.’
에이미는 사회자에게 걸어가 10실버를 지불했다.
루드반스가 투구 학생 대표라면 에이미는 미래의 스나이퍼로서 자존심이 걸린 문제였다.
“저도 도전요. 여기 10실버.”
“호오, 여성 도전자는 오랜만인데? 하지만 아가씨, 망루의 병사는 아름다움에 홀리지 않는다오. 그래도 덤으로 눈뭉치 하나 더 줄 테니 열심히 해 보시게.”
“아뇨, 됐어요. 10개면 돼요.”
“하하! 참으로 씩씩한 아가씨로군! 여러분, 이 용기 있는 아가씨에게 응원의 박수를!”
눈덩이를 망루까지 던질 수나 있을까 싶은 가녀린 소녀가 도전을 하겠다고 나서자 구경꾼들의 박수갈채가 터졌다.
에이미는 혀로 입술을 적시고 눈뭉치를 손에 들었다. 눈동자가 붉어지면서 자기상 기억이 현재 상태를 기억했다.
“영차.”
앙증맞은 동작으로 팔을 휘두르자 마치 불발탄처럼 눈덩이가 중간도 넘어가지 못하고 추락했다.
관광객들의 호의적인 웃음소리가 터졌다.
하지만 시로네는 숨조차 죽이며 지켜보았다. 에이미의 진가는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1구와 달리 제대로 자세를 취한 에이미는 표적을 빤히 노려보았다.
자기상 기억의 정보가 오차를 수정하고 정확한 궤적을 뇌로 감각하게 만들었다.
스키마의 기본 빌드인 근력 강화를 통해 눈덩이를 단단히 움켜쥔 그녀는 보폭을 넓히며 크게 팔을 휘돌렸다.
루드반스의 구속과 비슷한 속도로 날아간 눈덩이가 표적에 적중하자 구경꾼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에이미는 2구의 상태를 다시 홍안에 저장했다. 그런 다음 3구, 4구, 5구를 기계적으로 투척해 나갔다.
눈덩이에 맞을 때마다 표적의 흔들림이 커지더니 마침내 8구째를 견디지 못하고 꽈당 소리를 내며 넘어갔다.
“우와아아아! 넘겼다! 여자아이가 표적을 넘겼어!”
“아가씨, 혹시 운동선수야? 정말 대단한데?”
에이미는 후련한 듯 천장을 올려다보며 숨을 내쉬었다.
직접 해 보니 확실히 난이도가 높은 게임이었다. 설령 스키마 유저가 온다고 해도 감각계를 단련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애를 먹을 정도였다.
물론 스키마의 고수라면 대포와 맞먹는 위력으로 한 방에 표적을 넘길 수 있겠지만, 그런 사람이 고작 축제에서 인형이나 받자고 추태를 부리지는 않을 터였다.
사회자는 도전에 성공한 사람에게 기꺼이 상품을 건넸다.
얼음 여왕의 인형을 받아 든 에이미는 응원해 준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마치 트로피처럼 들어 올렸다.
비비안이 반달 모양으로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얼음 여왕의 인형을 바라보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아아, 좋겠다. 저거 갖고 싶었는데.”
시로네와 에이미는 조크레 일행이 있다는 사실조차 떠올리지 못한 채 신이 나서 멀어져 가고 있었다.
루드반스가 말했다.
“……좀 짜증 나는데.”
조크레도 마찬가지 심정이었다.
“흥, 어릴 때부터 자기밖에 몰랐지. 저런 성격이니까 졸업 시험에 떨어진 거야. 집단 구타를 당했다고 하잖아. 그러니 어울릴 수 있는 애도 천민밖에 없지.”
시로네와 에이미가 조크래 일행을 기억한 것은 이미 1층에 도착한 뒤였다.
다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처음부터 좋은 감정으로 다가온 자들도 아니었으니까.
에이미는 얼음 여왕의 인형을 가슴으로 끌어안고 볼을 비벼 대며 부드러운 감촉을 느꼈다.
“히히! 되게 귀엽다.”
시로네는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했다.
겉으로 보이는 성격과 달리 그녀는 귀여운 인형을 좋아했다. 실제로 그녀의 방에는 수많은 곰돌이 인형이 있지 않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