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285
꼭대기를 찾기 위해 고개를 든 시로네는 반사되는 햇빛에 눈을 감았다. 전면이 유리처럼 광택을 내고 있어서 차마 올려다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들어가자. 여기가 마법협회야.”
마부에게 운임을 지불한 강난이 시로네를 지나치며 말했다.
그녀를 따라 출입구에 도착하자 경호원들이 강난을 향해 돌아서서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마법협회의 수문장들인지라 경호원들마저 기도가 상당했다.
하지만 시로네는 알고 있었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모두가 마법사라는 사실을.
급수가 어떻게 되든 동급 최강이라 인정받은 자들만이 들어올 수 있는 마법계의 성지였다.
회전문을 처음 접하는 시로네는 위를 올려다보며 총총걸음으로 이동했다. 그러다가 유리창에 떠밀려 튕기듯 홀에 도착했다. 중앙 프런트의 안내원이 웃는 얼굴로 귀족들에게 부서를 안내하고 있었다.
강난은 출입구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승강장으로 갔다. 유리로 만들어진 관에 캡슐 형태의 승강장이 쉴 새 없이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었다.
‘공기압력으로 움직이는 거구나. 되게 편리하다.’
강난은 승강장이 머물고 있는 층을 살피더니 여의치 않은 듯 계단으로 발길을 돌렸다. 시로네는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으나 어쩔 수 없이 뒤를 따랐다.
계단은 20명이 나란히 걸어도 될 정도로 넓었다. 층계참이 무려 4개나 되었고 나선처럼 휘어진 구조였다.
그렇게 3층에 도착하자 오직 복도와 사무실로만 이루어진 단조로운 풍경이 펼쳐졌다.
외인관리부라는 팻말이 적힌 사무실 옆에 젊은 여성이 서 있었다.
마법협회 경비부서 3층 관리장, 라비드 플루였다.
키는 평균보다 작았고 푸른 갈래머리를 허리까지 길었다. 피부가 하얗고 입술이 붉어서 멀리서 봤을 때는 무서웠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확인하니 새치름한 인상이 결코 못난 얼굴이 아니었다.
마법 지팡이를 양손으로 쥐고 엉덩이를 받치고 있었는데, 대는 가느다랗고 끝은 화려한 봉황 장식에 알이 굵은 수정구가 박혀 있었다.
플루가 먼저 걸음을 옮겨 강난을 맞이했다.
“안녕하세요, 비서실장님. 파견 나간 일은 잘 해결되었나요?”
“그럭저럭. 협회장님은?”
“오늘 아침에 나가셔서, 현재 출타 중이십니다.”
강난이 난감한 듯 한쪽 눈을 찡그렸다.
“어디 가셨지?”
“그건 저도 잘. 3일 정도 걸린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하필이면 오늘…….”
강난의 임무가 기한을 정해 놓은 것은 아니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지방에서 올라온 시로네를 무작정 기다리게 할 수도 없는 일이었기에 생각에 잠겨 있는데 플루가 시로네를 가리키며 물었다.
“그런데 이 소년은……?”
“아, 협회장님의 손님이야. 곤란하게 됐네. 시로네가 지낼 곳이 마땅치 않을 텐데.”
“손님이라고요?”
플루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시로네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협회에서 근무한 2년 동안 가올드의 손님이라는 사람이 이토록 은밀하게 찾아온 적은 많지 않았다. 대부분 타국의 최고 사신이나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떠는 고위 정치인들이었기에 협회 대청소는 물론 전담 요리사까지 고용해야 할 정도였다.
‘그렇다면 설마?’
플루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프로젝트에 관련된 인물일지도 모른다. 강난이 가올드의 위치를 자신에게 와서 물은 것만 봐도 다른 부서의 시선을 피하려는 느낌이 강했다.
‘아닐 거야. 이렇게 어린 아이가 어떻게 프로젝트에 참여해?’
협회에서도 극히 소수인 가올드 친위대를 자처하는 플루조차도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가장 외곽의 경계선에 걸쳐 있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보다 어린 소년이 가올드를 보조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대체 누구지? 협회장님 친척이라도 되나?’
어쨌거나 시로네의 첫인상은 그리 좋을 수 없었다.
괴팍한 성격의 가올드를 따르는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은 그에게 인정받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자신조차 독대할 수 없는 협회장을 무려 손님이라는 신분으로 찾아온 소년에게 괜히 라이벌 의식이 생겼다.
일정을 조율해 보던 강난이 시로네에게 말했다.
“시로네, 우선 여기서 좀 지내는 게 어때? 나도 바로 나가 봐야 해서. 플루, 협회장님이 오실 때까지 시로네를 돌봐 줄 수 있겠지?”
“아, 물론…….”
플루가 말을 꺼내려는 순간 시로네가 강난을 돌아보며 말했다.
“저기, 그럼 잠시 어디 좀 다녀오면 안 될까요?”
“응? 어디를?”
“수도에 친구가 살거든요. 거기서 지내다가 올게요.”
강난은 흐음 소리를 내며 생각에 잠겼다.
시로네가 협회에서 지내는 게 가장 좋지만 바깥으로 빼돌린다고 해서 나쁠 건 없었다. 오히려 다른 부서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 괜찮은 방법이었다.
“그래, 그럼 다녀오도록 해. 하지만 보안을 유지해 줬으면 좋겠구나.”
“네,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사람의 대화를 들은 플루는 더욱 의문스러웠다.
강난은 가올드를 대할 때 외에는 수더분한 성격이지만 일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철두철미한 사람이다. 무려 마법협회장을 독대하기로 되어 있다면 보통 사안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스무 살도 안 된 소년의 무엇을 믿고 보안을 신뢰하는지 알 수 없었다.
‘왕족이라도 되나? 누군데 마법협회 비서실장에게 개인적인 일을 요구하는 거야?’
플루의 예상과 다르게 강난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어차피 두 사람 이상이 알고 있는 건 기밀이 아니다. 지시에 따라 시로네를 데려왔으니 그다음부터는 가올드가 알아서 할 일이었다.
“그럼 볼일이 끝나면 다시 여기로 오렴. 3일 안에는 와야 해. 협회에 오면 여기 있는 플루를 찾아.”
강난은 플루에게도 말했다.
“플루, 시로네가 오면 곧바로 협회장님에게 안내해 줘. 가급적 조용한 자리에서. 물론 내가 알아서 하겠지만 혹시라도 자리를 비울 경우도 있으니까.”
플루는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시로네? 그럼 왕족은 아니네. 어디서 들어 본 이름인데. 어디서 들었지?’
기억의 저편에 무언가가 걸리는 느낌이 났지만 아직은 가물가물했다.
강난이 시로네의 등에 손바닥을 대며 몸을 돌렸다.
“자, 나가자. 바깥까지 바래다줄게.”
시로네는 강난과 플루를 번갈아 바라보다가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아, 네. 그럼 안녕히 계세요.”
플루는 가볍게 고개만 까닥이고는 예리한 눈빛으로 시로네를 살폈다.
분명 자신이 알고 있는 이름이다. 다만 면식이 없기에 확실하게 떠오르지 않는 것이다.
‘뭐, 찾아보면 나오겠지.’
플루는 강난이 사라질 때까지 복도에서 대기하다가 빠르게 몸을 돌렸다.
***
회전문을 통해 마법협회를 빠져나온 시로네는 황금빛으로 넘실대는 거리를 보고 바슈카에 왔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강난이 시간을 확인하더니 애매하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미안한데 나는 또 일이 있어서. 친구가 있는 곳이 어딘지 알아? 혼자 찾아갈 수 있겠니?”
“네. 주소는 알아요. 물어물어 갈 수 있어요. 못 찾으면 마차 타고 갈게요.”
“그래. 3일 뒤에 보자.”
강난은 손쉽게 몸을 돌렸다.
사실 걱정은 되지 않았다. 왕국 최고의 마법사 지망생이 길 하나 찾지 못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으니까.
강난이 큰길로 나가서 손을 들자 고급 마차가 바로 멈춰 섰다. 문을 열자 좌석에 콧수염을 기른 신사와 노부인이 먼저 탑승한 게 보였다. 강난은 주저 없이 뛰어올랐고, 곧바로 마차가 출발했다.
시로네는 눈여겨보고 있다가 다음 마차가 오자 손을 들었다. 청색 빛을 내는 마차가 섰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보조개가 들어간 소녀가 시로네를 돌아보고 미소를 지었다.
“어…… 저기.”
시로네는 당황스러웠다.
바슈카에서는 합석이 당연하지만 모르는 사람과 좁은 공간에 머무는 건 시로네에게 생소했다. 특히나 합석 대상이 같은 또래의 소녀라면 더더욱.
“어서 타. 어디까지 가는 거야?”
“아, 저기 왕궁 쪽인데요.”
“잘됐네. 돌지 않아도 되겠어.”
시로네는 눈치껏 마차에 올라 맞은편에 앉았다. 마부에게 정확한 위치를 말해 주고 돌아앉자 소녀가 눈웃음을 치며 입을 가리고 웃었다.
“왜 그러세요?”
“너, 수도에 사는 사람이 아니구나?”
“아, 네. 그런데 티가 났나요?”
“바슈카 주민들은 합석할 때 절대 눈치를 보지 않거든. 오해하지는 마. 네가 뭐 촌스럽다거나 그런 뜻으로 말한 건 아니야. 오히려 되게 멋있다, 너.”
얼굴이 빨개진 시로네는 고개를 푹 숙였다. 마르샤 때도 그랬지만 이런 부류는 적응이 되지 않았다.
반면에 소녀는 일상인 것처럼 능숙하게 대화를 이끌었다.
그녀는 스무 살이었고 외교 고시를 준비하는 학생이었다. 2명의 남자 친구가 있는데 1명은 연하고 1명은 스물여덟 살의 사업가라고 했다.
시로네는 정신을 놓고 그녀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다가 딱 한 번, 따로 만날 수 있냐는 뉘앙스의 말을 그녀가 건넸다. 하지만 시로네의 초점이 흔들리자 쿨하게 웃어 버리고는 다시 묻지 않았다.
“그럼, 잘 가. 만나서 반가웠어.”
“네. 안녕히 가세요.”
마차가 떠나고 길가에 남겨진 시로네의 몰골은 30분 만에 초췌하게 변해 있었다.
말이 많은 건 둘째 치고 문화적인 충격이 감당이 안 될 정도로 컸다. 수도라고 해서 모든 사람들의 성격이 같지는 않겠지만 자유분방한 단테의 사고방식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비로소 알 수 있었다.
‘후우,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네. 확실히 수도는 다르구나.’
시로네는 고급 주택단지로 들어갔다.
레스 산맥이 급류처럼 흐르고 왕성의 첨탑이 보이는 곳에 레이나의 저택이 있었다. 본가보다는 훨씬 작았지만 역시나 고급스러웠다.
“하긴, 레이나 누나는 궁중 악사니까.”
정문에 도착하자 카즈라 왕성까지 동행했던 수행원들이 시로네를 알아보았다.
“엇? 시로네 도련님 아니십니까? 여기까지는 어쩐 일로?”
“잘 지내셨죠? 리안을 만나러 왔어요. 검술학교도 이제 휴식기잖아요.”
“그렇기는 합니다만…….”
말꼬리를 흐리는 게 무언가 수상했다.
수행원들은 서로 눈치를 보더니 안 되겠다 싶었는지 한 사람이 몸을 돌렸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금방 돌아오겠습니다.”
오젠트 가문의 게스트인 시로네였기에 문전에 세워 두는 건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었다. 딱히 기분은 나쁘지 않았지만 의아하다는 생각은 지울 수가 없었다.
집사장 루이스가 저택에서 나왔다. 시로네를 몰아세웠던 이지적인 눈빛은 그대로였으나 예전과 달리 반가운 미소로 반겼다.
“어서 오십시오. 카즈라에서 뵙고 처음이군요.”
“네, 당시에는 너무 감사했어요. 그런데 여기 계시네요?”
“아무래도 큰 어르신이 근무하시다 보니 본가와 자주 왕래한답니다. 일단 들어오시죠.”
시로네는 루이스를 따라가며 물었다.
“혹시 무슨 일이 있나요? 분위기가 좀 이상하네요.”
“그게…… 일단 들어가 보시면 압니다.”
레이나의 저택은 밖에서 봤을 때보다 안이 훨씬 넓었다.
클럼프의 방이 있는 곳 앞에 2명의 여자가 서 있었는데 한 사람은 레이나였고, 또 한 사람은 뜻밖의 인물이었다.
“어라?”
“시로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던 테스가 화색을 드러내며 달려왔다. 그리고 앙증맞게 두 주먹으로 시로네의 어깨를 치며 소리쳤다.
“뭐야, 뭐야, 뭐야? 여긴 어떻게 온 거야?”
레이나에게 먼저 인사를 한 시로네는 뒤늦게 테스를 돌아보았다.
“하하! 일이 있어서 수도에 들렀다가 리안 얼굴이라도 보려고 왔지. 학교는 무사히 끝마쳤어?”
“저기, 그게…….”
이쯤 되자 시로네도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왜 그러는데? 정말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야?”
레이나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리안이 학교를 자퇴했어.”
“네? 자퇴요?”
검사의 신념 (2)
상석에 앉은 클럼프는 팔짱을 끼고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옆자리에는 검술학교에서 클럼프의 호출을 받고 달려온 쿠안이 합석했다.
그 두 사람을 바라보며 서 있는 리안은 꼿꼿하게 허리를 펴고 흔들림 없는 시선으로 클럼프의 눈빛을 받아 내고 있다가 말을 꺼냈다.
“내가 결정한 일이야. 내가 결정한 일에 허락을 구하는 것도 이상하지만 받아들여 줘.”
클럼프는 땅이 꺼져라 숨을 내뱉었다.
청발의 혈통은 자유분방하고 다혈질이다. 리안이 여태까지 얼마나 노력했는지도 대충 알고 스키마를 못 하는 심정도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 고작 1년이다. 수업의 성패를 판가름하기에는 이른 시간이었다.
“……도망치는 것은 아니냐? 학교를 자퇴해서 뭘 어쩌겠다는 거야? 가문에 돌아가서 개인 수련이라도 할 생각인 거야?”
“아니. 기사 수행을 떠날 거야.”
클럼프가 이를 앙다물자 턱수염이 씰룩거렸다. 분노와 희열이 복합적으로 치밀었다. 어쩜 저리 자신의 어렸을 때와 생각하는 게 똑같을까?
그럼에도 반대할 수밖에 없었다.
클럼프가 젊었을 당시만 해도 기사 수행을 하는 자들이 많았다. 세계정세는 어지러웠고 검으로 천하를 일통하는 것도 꿈은 아니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검이란 사람을 죽이는 기술. 따라서 실전을 경험하는 것보다 더 좋은 훈련은 없을 테지만, 한 번의 실수로 생이 끝장나 버릴 수도 있는 양날의 검이었다.
“어리다고 말하지는 않으마. 너도 곧 열아홉 살이니까. 하지만 학교에서 배울 게 하나도 없다고 단언할 수 있느냐? 정말로 학교가 너에게 그렇게 하찮은 존재에 불과한 것이냐?”
“그딴 건 생각해 본 적 없어. 난 그저 강해지고 싶을 뿐이야.”
이번에는 클럼프도 노기를 드러냈다.
자신을 닮아서 흡족한 것과 선대의 길을 똑같이 가겠다고 하는 건 별개의 문제다. 무엇보다 귀여운 손자를 사지로 떠밀 수는 없었다.
“강해지고 싶어서 수행을 떠난다? 여기까지 와서도 어리광이 통할 거라고 생각하느냐?”
“어리광이 아니야! 나는 진심으로 목숨을 걸고……!”
클럼프는 단호했다.
“안 된다면 안 돼. 실전은 언제든 때가 되면 경험할 수 있다. 일단 세상에 나갈 정도로 실력을 쌓는 게 먼저야.”
“아니. 자퇴서는 이미 내고 왔어. 결정은 이미 났다고.”
“내가 취소시켰다. 일흔을 바라보는 이 할아비가 여기 있는 후배에게 싹싹 빌어서 수리했어.”
“할아버지!”
리안은 언성을 높였다.
자퇴서를 수리한 것은 둘째 치고라도, 자신의 일로 클럼프가 누군가에게 사정을 했다는 것 자체가 답답한 일이었다.
리안이 불타는 감정대로 말을 꺼내려는 그때 똑똑, 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클럼프가 신경 쓰인다는 듯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뭐야? 지금 이야기 중이니까 나중에 해.”
“큰 어르신, 시로네 군이 찾아왔습니다.”
리안은 놀란 눈으로 문을 돌아보았다. 심장이 갑자기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가장 친한 친구이자 기사 서약을 맺은 주군. 이유가 무엇이든 이런 꼴은 절대로 보여 주고 싶지 않은 유일한 사람이었다.
클럼프도 시로네가 리안에게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었다. 잠시 수염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긴 그가 결정을 내리고 말했다.
“들어오라고 해.”
고집불통 우격다짐인 리안의 성격은 아무리 가족이라도 씨알조차 먹히지 않는다. 하지만 시로네라면 상황을 바꿀 수 있을 터였다.
문이 열리고 시로네가 들어왔다. 테스가 배꼼 고개를 내밀어 방 안의 분위기를 살폈으나 루이스는 일말의 여유도 주지 않고 곧바로 문을 닫아 버렸다.
리안은 자신도 모르게 시로네의 시선을 회피했다. 하지만 시로네도 개의치 않고 우선 클럼프에게 인사부터 했다.
“안녕하세요, 어르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