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305
“그러니까 아무 남자하고나 막 뒹굴 것 같은 여자 말이야.”
여자들의 불쾌한 분노가 이글거리는 듯했다.
탁월한 군중 제어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루만이 클래스 투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였다.
“흐음, 그렇단 말이지.”
이루키는 턱을 괴고 나름의 근거를 찾으려고 애썼다.
물론 외모만으로 알 도리는 전혀 없다. 하지만 직감으로 무언가를 선택하는 것도 체질이 아니었다.
에이미는 알고 있으니 제외하고 클래스 투에 속해 있는 여성이라면 포니, 마야, 수아비, 도로시로 총 4명이었다.
이루키는 우선 포니의 얼굴부터 살폈다. 그것만으로도 모욕을 당한 듯 포니가 살며시 고개를 틀었다.
‘왕족이라…….’
포니의 첫인상은 차갑고 고고한 얼음꽃이었다.
왕족이라면 최소한 흔한 귀족들과는 어울리지 않을 터. 표준편차로 따졌을 때 남자군의 폭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일단 얘는 그렇고, 다음은 마야인가?’
마야는 어떤 대답이 나올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자신 또한 후보군이지만 그저 지금의 상황이 재밌기만 한 모양이었다.
‘너무 대놓고 좋아하는데? 이것도 좀…….’
이루키는 수아비에게 시선을 돌렸다.
갈색 머리를 짧게 갈래로 땋은 그녀는 졸업반 행사가 시작될 때부터 지금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또한 누구하고도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토끼를 닮은 순한 외모만큼이나 성격도 온순한 듯했고, 지금은 숫제 공포에 질려 떨고 있었다.
‘너무 낯을 가리는데. 유틸리티 전공 아닌가?’
유틸리티 마법은 혼자서 무언가를 하기보다는 다른 마법사를 지원하는 보조 계열이었다.
음향 마법이 광범위한 버프에 강점이 있다면 유틸리티는 개인의 강화를 중점으로 하고 효과도 탁월하다.
프로의 세계에서는 파티에서 가장 먼저 구하는 계열이지만 군중 제어보다 의존성이 강한 만큼 전공으로 선택하는 마법사는 그리 많지 않았다.
수많은 마법사를 상대해야 하는 만큼 수아비의 소심한 성격은 확실히 의외였다.
하지만 다른 의미로 생각해 보면 자존감이 약하고 수동적인 성격이었기에 전공을 유틸로 골랐다고 할 수 있었다.
‘엄청나게 불안해하고 있군. 반면에…….’
이루키는 마지막으로 도로시에게 시선을 옮겼다.
큼지막한 안경을 쓰고 흐리멍덩하게 눈을 뜨고 있는 소녀였다.
본바탕은 예쁘다고 할 수 있지만 몸가짐에는 조금도 신경을 쓰지 않는 듯했다.
전공은 조작 계열의 조너로, 조작 대상인 고철 깡통 인형을 언제나 안고 다니는 4차원 소녀였다.
시로네도 도로시에게는 특별히 관심을 드러냈다.
플루에게 조너에 대한 얘기를 들었기에 올해의 도로시는 작년과 사뭇 다르게 보였다.
‘저 인형이 알고리즘으로 움직이는 거였구나. 난 하비스트 같은 건 줄 알았는데.’
이루키는 생각을 끝냈다.
그의 손가락이 오른편으로 쭉 뻗어 나가 도로시를 가리켰다.
“너로 하지.”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음에도 도로시는 반응이 없었다. 마치 그녀 혼자만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듯했다.
이루키는 머쓱하게 손을 내렸다.
한참이 지난 후에야 현실로 돌아온 그녀가 입을 열었다.
“왜 나야?”
이루키는 좋은 질문이라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내가 관찰한 부분은 체념과 저항이야. 심각하게 문란한 정도라면 남에게 드러내고 싶지 않을 테니까. 그런 기준으로 봤을 때 네가 가장 감정을 잘 차단하고 있었거든.”
도로시는 어쩌라는 거냐는 듯 다시 다른 세상으로 떠났다. 그리고 10초가 지난 후에야 되돌아와서 입을 열었다.
“맞아.”
남학생들이 놀란 눈으로 도로시를 돌아보았다.
진실의 용기에서 굳이 대답까지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막상 본인의 입으로 실토하자 다음 말이 궁금했다.
“난 모든 남자를 사랑해.”
도로시는 처음으로 이루키와 눈을 마주쳤다.
“이루키. 너도 사랑해.”
이루키의 눈꺼풀이 빠르게 열렸다 닫혔다.
“그리고 여자도 사랑하지.”
“응?”
누군가에게서 의문사가 터져 나왔다.
그러거나 말거나, 도로시는 깡통 인형을 끌어안으며 천천히 시선을 내렸다.
“하지만 인간은 싫어.”
“…….”
도로시에게 집중되었던 시선들이 저마다 다른 방향으로 흩어졌다. 본능적인 반응이었다.
‘뭐라고 하는 거야? 제정신이 아니야.’
시로네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앞으로 이런 자들과 경쟁을 해야 하다니.
특히나 클래스 원은 아직 나서지도 않은 상황이었다.
첫날부터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졸업반 설명회(3)
* * *
진실의 용기가 끝나자 졸업반 건물에서 나이 지긋한 교사가 걸어왔다.
졸업반 부장교사 콜리였다.
“행사는 다 끝났니?”
고급반이 졸업반 교사의 얼굴을 볼 기회는 드물지만 콜리는 클래스 스리에도 친숙한 인물이었다.
아케인 사건으로 알페아스가 6개월 동안 교장직을 내려놓았을 당시, 올리비아가 부임하기 전까지의 공백기 동안 잠시 임시 교장을 맡았기 때문이다.
공인 6급이지만 수십 년간 교직에 몸담은 업적을 인정받은 것이라서 실력 본위의 시이나나 에텔라, 사드보다 능력은 떨어진다고 할 수 있었다.
어느 조직이나 젊은 나이에 간부직을 꿰차는 인물이 있는가 하면 만년 과장, 부장도 있는 법이다.
하지만 능력을 평가하는 눈만큼은 젊은 교사보다 뛰어나다고 봐야 하니 방심하는 학생은 없었다.
“반갑다. 나는 졸업반 부장교사 콜리라고 한다.”
“안녕하세요!”
클래스 스리보다 클래스 투의 학생들이 더욱 기합이 들어가 있었다.
“이제부터 졸업반 설명회를 갖는다. 클래스 스리는 나를 따라오고 클래스 투는 짧은 휴식을 만끽하도록. 이제는 말 안 해도 알겠지?”
클래스 투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하지만 이것 또한 먼저 경험한 자의 권위라서 죽을상을 짓는 걸 마다하지 않았다.
콜리는 건물 1층 회의실로 클래스 스리를 안내했다.
텅 비어 있었고 조금 추웠다.
10명의 학생이 롱 테이블의 끄트머리를 감싸듯 앉자 콜리가 건너편 단상으로 올라갔다.
“이제부터 너희가 학교에서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 시간은 없을 거다.”
콜리의 한마디에 대화 소리가 사라졌다.
“기본 교육은 고급반에서 끝났고, 졸업반은 학교와 사회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할 뿐이다. 이곳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너희의 실력이 실전에 통하느냐 마느냐이다.”
나는 통한다.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너희는 일반인과 다른 재능을 가지고 태어났으며, 그렇기에 학교에서도 마냥 돌봐야 하는 어린아이로 대하지 않았다. 이런 말은 인간미가 없겠지만, 수업 중에 사망해도 50퍼센트의 책임은 너희에게 있다. 숫자로 표현하는 게 애매하면 이렇게 말해 주지. 너희의 사망에 대해 학교는 보상은 하지만 책임은 지지 않는다.”
마법학교 입학 간담회에서 들었던 내용이다. 다만 콜리의 말이 훨씬 노골적이었다.
“그리고 졸업반은 또 다르다. 100퍼센트, 너희의 목숨은 너희가 책임진다. 이제부터 이곳은 학교가 아닌, 왕국 마법협회의 협력 기관으로서 너희가 즉시 전력감으로 현장에 투입될 수 있을지의 여부만을 판가름하게 될 것이다.”
콜리는 한 장의 카드를 내밀었다.
“지금 보는 것이 졸업 시험 평가 기록원에서 발급받은 평가 교사자격증이다. 오늘부터 내가 기록하는 모든 평가는 공문화되어 협회에 제출된다. 또한 세계 레드 라인 산하의 모든 기관은 이 정보에 대해 배타적 열람권을 갖는다.”
알 수 없는 한기가 감돌았다. 고급반에서 지냈던 일들은 더 이상 기억 속에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럼 이제부터 졸업반 일정을 설명하겠다.”
금실을 잡아당기자 졸업반 평가 항목이 도식으로 그려진 천막이 내려왔다.
“여기 적힌 내용이 졸업반 일정이다. 총 30주 차로 진행되며, 매주 여섯 가지 종목을 로테이션으로 평가한다.”
판도라가 손을 들었다.
“필기해도 되나요?”
“안 된다. 1일 차 평가는 대인 전투다. 졸업반 30명은 매주 상대를 바꿔 대결하고 승리는 3점, 무승부는 1점, 패배는 0점이다. 즉, 29주 동안 모두와 한 번씩 겨루게 되겠지. 마지막 30주 차에는 대인 전투가 없다. 졸업 시험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일이 손을 들었다.
“질문 있습니다. 무승부는 1점이라고 하셨는데, 대결에서 무승부가 나올 수 있나요?”
“정신력 게이지가 0이 된 쪽이 패배다. 다만 동시에 0이 되거나 제한 시간 10분 동안 승부가 나지 않았을 경우 무승부 처리하며, 각각 1점씩 획득하게 된다.”
‘역시, 제한 시간이 있구나.’
졸업반에는 전투에 특화되지 않은 전공자도 있으니 대인 전투만큼은 낙관적이라 생각한 시로네였다.
하지만 전략을 수비적으로 짜면 10분을 버텨 1점을 얻어 갈 가능성도 있었다.
“2일 차 평가, 정신 활동성. 장소는 이미지 존 훈련장. 홀로그램으로 만든 기하학적 필터가 3초마다 다가온다. 너희는 스피릿 존을 변형시켜 홀로그램에 닿지 않도록 필터를 통과하면 된다. 난이도는 매주 올라가며, 점수는 성공 횟수에 따라 5점에서 0점까지 차등 지급된다.”
‘윽, 저건 진짜 어렵겠는데.’
시로네 또한 바슈카의 골드 시티에서 스피릿 존을 변형시켜 인질들을 구출한 적이 있다. 하지만 내구력이 강점인 만큼 확실히 까다로운 작업이었다.
반면에 아린은 여유로웠다. 정신 계열 마법사의 정신적 유동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만큼 그리 어렵지 않은 종목일 터였다.
그 사실을 아는 카니스도 몸을 기울여 ‘저건 무조건 만점을 받아야 돼.’라고 속삭였다.
물론 아린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3일 차, 전술 전략. 조별 평가다. 1위부터 30위까지 순위에 따라 6개 조로 편성되며, 같은 조에 속한 5명은 이천번 훈련장에서 시뮬레이션 몬스터를 상대하게 된다. 가장 먼저 임무를 달성한 조가 5점, 마지막으로 달성한 조는 0점이다.”
짧은 설명에도 학생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반드시 0점이 나오는 룰.
그리고 연대책임.
순위대로 끊으면 수준이 비슷하다고 볼 수 있지만 같은 조 안에서도 책임 소재는 가려질 터였다. 조원끼리의 갈등은 생길 수밖에 없다.
물론 0점을 받은 조에서 그럴 확률이 높은 건 당연했다.
“4일 차, 주특기 강화. 전공에 따라 20개의 평가 항목이 준비되어 있다. 항목마다 10단계로 분류되고, 단계별로 1점씩 획득한다. 참고로 화염 계열의 ‘열량’ 항목에 대한 10단계 난이도는 섭씨 1천 도다.”
‘마스터 난이도가 섭씨 1천 도?’
학생 수준의 난이도가 아니다.
물론 에이미는 방학 중에 천 도 시에 도달했지만, 홍안의 능력으로 엔트로피를 제거한 덕분이었다.
‘결국 프로급의 성취도라는 얘기네.’
“주특기 강화만큼은 중복 획득이 불가능하다. 특정 단계에 도달하면 전 단계의 점수는 지워진다. 전공은 내일 개인 면담 시간에 등록할 것이니 신중히 결정하도록.”
‘그렇다 이거지…….’
마스터 난이도를 통과해서 10점을 받으면 더 이상의 점수는 획득할 수 없다. 하지만 점수를 자의적으로 조절할 수 있고 초반에도 고득점이 가능한 만큼, 경쟁에서 주요한 변수가 될 종목이었다.
“5일 차, 인지 및 판단. 장소는 버추얼 존이다. 모두 입학식 테스트 때 경험해 봤겠지.”
시로네 또한 버추얼 존에서 테스트를 치렀다. 공의 개수를 세기도 했고 차갑고 뜨거운 느낌을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졸업반은 차원이 다르다. 너희는 극한의 상황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각자의 판단에 따라 얼마나 오래 생존하느냐가 관건이다. 이것 또한 수준에 따라 5점에서 0점까지 차등 지급된다.”
시로네는 얼굴을 비볐다. 자신만만하게 강철문을 지났던 다른 학생들도 낯빛이 어두워져 있었다.
“6일 차 평가. 전지 구현. 이것도 버추얼 존에서 실시된다. 예를 들어 영하 27도의 환경에서 온도를 영상 3도까지 끌어 올리시오, 라는 문제가 나오면 너희는 협회에서 지정한 기본 규정 마법 36종을 이용해서 해결하면 된다.”
시로네에게는 전지 구현도 까다로웠다.
물론 이론 시험에서 전 과목 80점을 넘겼지만 어차피 다른 학생도 마찬가지이니 경쟁력이 있다고 볼 수 없었다.
“여기까지가 한 주에 치러야 할 여섯 가지 평가 항목이다. 이것을 30주 동안 로테이션으로 돌리면서 점수를 획득하고, 종합 점수에 따라 순위가 매일 재배치된다.”
쿵! 쿵! 콜리의 말이 끝나는 순간 몇몇 학생이 테이블에 이마를 박았다.
시로네 또한 팔을 개고 엎드렸다.
그냥 자고 싶었다.
‘이게 1주 차 평가? 에이미, 너 어떻게 여기서 1년을 버틴 거냐? 아니, 어떻게 이걸 또 하겠다는 생각을 한 거야?’
콜리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쉬고 싶으면 쉬어라. 너희는 준프로니까. 하지만 이 정도가 버겁다면 졸업은 할 수 없을 게다.”
학생들의 상체가 천천히 일어섰다. 그래, 또 뭐가 더 있나 들어보자, 이런 눈빛이었다.
“전체 평가라는 게 있다. 4주 단위의 마지막 휴일에 치러지며 종목은 졸업 시험과 거의 동일한 ‘대인 전투’, ‘고지 점령’, ‘마력 운용’, ‘필살기’, ‘생존’, ‘전술 전략’이다.”
일종의 졸업 시험 모의고사인 셈이었다.
“전체 평가는 조 편성이 자유롭다. 너희는 원하는 사람과 조를 짤 수 있다. 전체 평가에서 승리하면 20점을 얻는다. 반대로 패한 사람은 20점이 깎인다.”
굉장한 점수 할당량에 학생들이 술렁거렸다.
자신이 20점을 얻고 상대에게서 20점을 빼앗으면 결과적으로 40점의 격차를 벌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건…… 너무 잔인하잖아.’
지옥에 온 걸 환영한다는 에이미의 말이 과장이 아니었다.
“30주 차까지 모든 과목에서 만점을 받는다고 가정했을 때, 개인이 얻을 수 있는 최고점은 대인 전투 87점, 정신 활동성 150점, 전술 전략 150점, 인지 및 판단 150점, 주특기 강화 200점, 전지 구현 300점을 더해 총 1,037점이다.”
학생들의 머릿속에서 숫자들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거기에 여섯 번 치러지는 전체 평가까지 전부 승리했을 시 120점을 더해 1,157점이 만점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통계에 따르면 졸업 가능한 커트라인의 평균 점수는 1천 점이다.”
“1천 점…….”
시로네는 멍하니 입을 벌렸다. 전체 점수 할당량의 86.4퍼센트를 획득해야 가능한 수치였다.
“평가는 휴일을 빼고 매일 치러지기 때문에, 순위 또한 점수에 따라 매일 변한다. 초반에는 난이도가 낮아서 유동성이 크지 않겠지만 차수가 진행될수록 널뛰는 게 일반적이지. 여기까지가 너희가 수행할 1년간의 여정이다.”
비장한 정적이 회의실에 감돌았다.
‘1천 점이라고? 쉽지 않다. 이건 정말로 쉽지 않아.’
단순히 전투를 잘한다거나, 특출한 재능이 있다거나 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마법사로서 갖추어야 할 모든 것을 평가받는 것이다.
“그럼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내용을 말하겠다.”
학생들의 시선이 다시 콜리에게 향했다.
“2일 후부터 졸업반 일정이 시작되고 30주 동안 평가가 진행될 것이다. 그리고 너희는…….”
지휘봉을 내려 둔 콜리가 뒷짐을 지고 말했다.
“이 모든 평가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
마음의 소리로 회의실이 웅성거리는 듯했다.
“그러니까, 평가를 포기할 수 있단 말인가요?”
“그렇다. 정확히 말하자면 평가에서 얻은 점수가 졸업 시험의 성패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평가를 받지 않아도 시험에 통과하면 너희는 졸업이다.”
사비나가 물었다.
“평가를 거부했을 경우 제약 같은 게 있나요?”
“딱히 제약은 없지만, 평가를 거부한 학생은 훈련장 출입이 제한된다.”
“흐음…… 관전 금지라.”
상대의 역량을 눈으로 확인할 수 없다.
하지만 저번 졸업 시험에도 파벌이 있었던 만큼 한 사람만 속해 있어도 전략을 짤 수 있기에 제약까지는 아니었다.
네이드가 물었다.
“그럼 평가를 받을 때의 장점은 뭔가요?”
“뭔가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구나. 나는 준프로라고 말했다. 이건 숙제가 아니야. 했을 때의 장점과 안 했을 때의 단점 같은 건 없다. 판단은 너희의 몫이지.”
단상을 짚은 콜리가 얼굴을 내밀었다.
“졸업 시험 당일에는 세계 각국의 레드 라인 협회에서 스카우트가 파견된다. 5대 명문 정도가 되면 수십 개국의 스카우트들이 참관한다고 봐야겠지.”
학생들의 눈동자가 강렬하게 빛났다.
“레드 라인 규정에 의거하여 학교 측은 너희의 프로필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 스카우트 입장에서는 판단의 깊이가 더해지는 셈이지만, 평가 점수가 엉망인 경우라면 독이 되겠지. 이건 그런 문제다. 학교가 아닌, 너희 각자의 인생을 어떻게 꾸려 갈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다.”
‘그렇구나. 이제부터는 졸업이 전부가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