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315
이루키가 말했다.
“안 듣는 게 좋을걸. 네이드의 웃음 코드는 식탁과는 거리가 멀어서 말이야.”
“호호호! 괜찮아. 나도 비위는 꽤 좋다고. 뭔데? 뭔데?”
시로네는 특유의 친화력으로 친구들과 자연스레 어울리는 마야를 빤히 바라보았다.
흔하지 않은 갈색 피부. 언제나 졸업 시험에서 꼴지를 도맡아 한다는 점을 빼면 사실 아무것도 모르는 셈이었다.
시로네의 시선을 느낀 마야가 고개를 돌렸다.
“어라? 어째서 외간 여자를 빤히 보고 계실까? 엄연히 옆에 애인도 있는데?”
“어? 아니, 나는 그냥…….”
시로네가 우물쭈물하자 에이미가 코웃음을 쳤다.
“흥, 애인은 무슨.”
마야는 장난스럽게 에이미를 흘겨보며 고기를 크게 한 점 썰어서 입에 넣었다. 그리고 옆에 따라 놓은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시로네 일행은 동시에 나이프질을 멈추고 그녀를 쳐다보았다. 맛을 보는 게 아니라 억지로 넘기는 듯했다.
모두의 시선을 깨달은 마야가 황급히 말했다.
“아, 미안. 보기에 좀 안 좋았지?”
시로네가 손을 저었다.
“아니, 전혀. 그냥 좀 독특해서. 물이랑 고기를 같이 먹으면 맛이 안 느껴지잖아.”
마야는 씁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하지만 어쩔 수 없어. 이 몸을 유지하려면 먹는 수밖에. 원래 살이 잘 찌지 않는 체질이거든.”
네이드가 물었다.
“꼭 살을 찌워야 할 이유라도 있는 거야?”
“당연하지. 내 전공이 음향 마법이잖아. 그것도 버프 계열. 성량이 커지면 효과 범위도 넓어지고 효율도 상승하니까.”
앞 이빨로 채소를 갉아 먹던 이루키가 물었다.
“살이 찐다고 꼭 성량이 커지는 것도 아니잖아?”
“그럴 수도 있고. 그런데 나 같은 경우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것 같더라고. 사실 재능이 없는 거지. 그래서 필사적으로 몸이라도 키워 보려고 하는 거야.”
이유를 깨달은 시로네는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식판에 있는 샐러드를 포크로 찍으며 말했다.
“살 빠지면 되게 예쁠 것 같은데.”
그러자 이번에는 모두가 시로네를 주목했다.
친구들의 놀란 표정에 시로네는 실수를 깨닫고 황급히 변명했다.
“아, 아니, 물론 지금도 예쁘지만 살 빠지면 더 예뻐질 것 같아서……. 그런 의미였어.”
시로네를 더욱 멍하니 바라보던 마야가 이내 표정을 바꾸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 시로네는 정말 상냥하네. 에이미는 좋겠다.”
“흥, 좋기는. 조만간 너도 알게 될 거야. 얼마나 속 터지는 성격인지.”
마야는 눈웃음을 지으며 다시 고기를 썰었다.
“후후, 그래? 난 좋은데…….”
마야와 에이미의 당근과 채찍 사이에서, 세 소년은 그저 식판에 얼굴을 파묻을 뿐이었다.
원맨팀 (2)
어느덧 졸업반 일정도 6주 차에 접어들었다.
경쟁은 각일각 치열해졌고 구간별 순위 변동도 심심치 않게 일어났다.
다만 아직까지 클래스가 바뀐 학생은 없었다.
교사들은 이런 경우가 5년 만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유동성이 심한 클래스 투의 순위가 얼어붙은 게 문제였다.
클래스 원이 클래스 투를 찍어 누르고, 클래스 스리는 클래스 투를 필사적으로 추격하고 있다.
다르게 말하면 다른 어느 해보다 졸업반 전체의 수준이 높다는 뜻이기도 했다.
생존 평가에서 무려 15명이 20점을 획득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으나 대부분 클래스 스리의 학생들이어서 변화가 적었다는 것도 하나의 원인이었다.
오늘은 그 치열한 순위 경쟁이 빛을 발하는 날이다.
순위에 따라 조를 편성하는 전략 전술 평가가 졸업반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음, 그럼 나는 5조가 되겠네.”
시로네는 표를 보지 않고도 알아차렸다. 이미 머릿속에는 30명 전원의 순위가 빠짐없이 기록되어 있었다.
5조는 21위부터 25위까지다. 당연히 조장은 21위가 맡게 되고 시로네는 23위로 5조에 포함되었다.
21위 단테와 22위 이루키가 언제나 시로네와 같은 점수를 획득했기 때문에 1주 차 때의 순위와 다르지 않았다.
24위와 25위는 카니스와 클로저로, 멤버의 면면만 놓고 보면 충분히 고득점을 얻을 수 있는 스쿼드였다.
반면에 순위 트러블에 걸려서 울상을 짓는 조도 있었다.
대표적인 게 4조였다.
클래스 투의 하위권에 속하는 그룹으로 조원은 서열대로 스크리머, 에이미, 수아비, 마야, 아이더 순이었다.
대부분 현상 유지에 성공한 셈이지만 스크리머는 고작 6주 만에 11위에서 16위까지 급락한 상태였다.
‘짜증 나 미치겠네. 언제쯤 이 심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거야?’
마권사인 스크리머가 가장 손쉽게 점수를 획득할 수 있는 종목은 단연 대인 전투다.
하지만 올해에는 대진표가 좋지 않아서 클래스 원의 실력자들이 초반부에 몰린 게 화근이었다.
몇몇 학생들의 무승부 전략이 먹혀서 승점 3점짜리를 1점으로 끝낸 게 두 차례나 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 정도까지 폭락한 근본적인 원인은 생존 평가에서 적색 팀에게 빼앗긴 20점이었다.
“야, 다들 모여 봐. 일단 포지션부터 정하자.”
스크리머가 손짓을 하자 4조의 인원이 모였다. 그들을 지켜보는 스크리머의 입에서 한숨 소리가 새어 나왔다.
‘진짜 밸런스 엉망이네.’
스카우트가 쓰는 지표로 ‘파티 기여도’라는 게 있다.
멤버들의 기여도를 책정하는 것으로, 5인 파티라면 총점은 5, 거기에서 기여도에 따라 점수가 분배된다.
파티 조직력을 보는 것이기에 개인의 능력을 완벽하게 평가할 수는 없지만 책임 소재를 따지기에는 이만한 게 없다.
기여도가 1점이라면 제 몫을 한 것이다. 만약 2점이라면 무려 두 사람분의 몫을 했다는 뜻이 된다.
그럴 경우 스카우트의 주목은 받겠지만 어느 누군가는 1인분도 못했다는 뜻이기에 밸런스가 안 좋다고 볼 수 있다.
파티 내에서 가장 이상적인 비율은 1, 1, 1, 1, 1로 모두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완수하는 것이지만, 현재 스크리머가 속한 조는 그런 황금 밸런스는 꿈도 못 꿀 지경이었다.
원인은 마야였다.
그가 생각하기에 4조에서 마야의 파티 기여도는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0.5가 될까 말까였다.
결국 남은 4명이서 0.5점을 더 끌어내야 경쟁력을 가지게 된다는 뜻이었다.
‘마야를 0.5로 두면 아이더 0.8, 수아비 1.1, 에이미 1.2, 그러면 내가…… 1.4? 미쳤군.’
파티 기여도에서 0.4포인트는 어마어마한 수치였다.
5인 파티의 전투력을 혼자서 8퍼센트나 상승시켜야 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흐음, 가능하려나? 유틸이 두 사람이나 있으니까.’
수아비와 마야는 전공이 달라도 계열은 유틸이었다.
보통 5인 파티에서 유틸을 2명이나 포함시키지는 않지만 스크리머가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마법에 신체 능력까지 지닌 마권사에게 버프를 몰아주게 되면 다른 마법사보다 월등히 높은 성능을 내기 때문이다.
‘에이미가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군. 내가 휘젓고 에이미가 퍼부으면 돼. 결국 내가 멱살 잡고 끌어가는 수밖에.’
생각을 정리한 스크리머는 어울리지 않게 박수를 치며 의욕을 북돋았다. 어쨌거나 4조의 조장이었으니 팀을 단합시킬 필요가 있었다.
“자, 자. 이제부터 포지션 정할 거니까 잘 들어. 우리도 전략만 잘 짜면 고득점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스크리머는 우선 자신을 가리켰다.
“일단 내가 메인 딜러야. 그리고 그게 끝이야. 무슨 말인지 알고 있지?”
“마권사 필살 전략?”
에이미의 말에 스크리머가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거지. 그러니까 수아비는 무조건 나에게 버프를 걸어. 헤이스트, 콘센트레이트, 힐링 등 아끼지 말고 모조리 쏟아부어. 6주 차라도 그렇게 센 놈은 안 나와. 초반에 확실하게 승부를 내자고. 알았어?”
“아, 알았어. 열심히 할게.”
수아비가 죽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파이팅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지만 스크리머는 신경을 껐다.
결정 장애에 대인 관계 꽝이어도 스무 가지가 넘는 버프 마법을 연계하는 유틸성 만점의 재인이었으니 알아서 1인분은 해 줄 터였다.
“보조 딜러는 에이미가 맡아 줘. 뭐, 너라면 딱히 지시를 내릴 필요 없겠지. 그리고 마야는…… 할 수 있는 마법이 뭐가 있어? 광역 버프로 가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음향 마법은 넓은 반경에 효과를 미치는 게 장점이었다.
“어? 가장 자신 있는 건 전장의 아리아. 공명 작용으로 마력을 증폭시켜 줘.”
“흐음…….”
전장의 아리아는 실전에서도 상당한 효과가 있는 마법이다.
하지만 시전자가 마야라면 얘기가 달랐다. 그녀의 버프 효율은 평균에도 훨씬 못 미쳤다.
스크리머는 마권사 필살 전략에서 약간의 변형을 가했다.
“그럼 디버프로 가자. 적들에게 걸 수 있는 거 없어?”
“요동의 광시곡. 불안감을 증폭시켜.”
“좋아, 무조건 그걸로 질러. 5명에게 거는 것보다 수백 명에게 거는 게 효과적이니까.”
“응. 최선을 다할게.”
마야는 각오를 다지며 깊숙이 고개를 끄덕였다.
“형, 저는 뭐 해요?”
아이더가 머리를 받치며 물었다.
나이가 어린 만큼 졸업에 대한 부담도 덜한 것인지 마야와 같은 긴장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멀티플레이어. 내가 굵직굵직하게 가르고 나갈 거니까 너는 확인 사살해 줘. 확실히 제거해. 한 마리 못 죽여서 판 엎어지는 일도 흔하니까.”
“알았어요. 그 정도야 뭐.”
“자! 제대로 해보자! 본때를 보여 주자고.”
스크리머의 성격을 아는 에이미는 어울리지 않는 파이팅에 닭살이 돋을 지경이었다.
‘어지간히 여기서 나가고 싶은가 보네.’
그럼에도 마권사 필살 전략이 먹힐지는 의문스러웠다.
예전에는 깡패들도 벌벌 떠는 유명한 주먹이었던 만큼 혼자서 해결하겠다고 생각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뭐, 현재 순위는 내가 낮으니까. 일단 이대로 가자.’
조원이라도 의견 정도는 제시할 수 있으나 그것도 조장의 성향을 봐 가면서 해야 효과가 있는 법이었다.
한편 시로네의 5조 또한 평가를 기다리고 있었으나 4조와 달리 특별한 작전은 오가지 않았다.
단테는 클로저와, 시로네는 이루키와 어울렸고, 카니스만이 홀로 떨어진 곳에서 고독을 즐기고 있었다.
물론 정신 채널에서만큼은 혼자가 아니었다.
-상당히 지루하군. 학교라는 곳 말이야.
장장 6개월 동안 외부와 소통을 단절하고 ‘빛과 어둠의 서’의 해독을 끝낸 하비스트였다.
하지만 졸업반의 눈치 싸움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아직까지 모습조차 드러내지 못한 상태였다.
-참아. 1년만 버티면 우리가 원하는 걸 할 수 있으니까.
-그런가? 하긴, 이제는 훨씬 강해졌으니까 말이야. 졸업 정도야 간단하겠지.
천국의 아카식 레코드에서 얻은 ‘빛과 어둠의 서’는 화신의 힘을 이용하여 어둠의 힘을 증폭시키는 이론이었다.
즉, 빛이 어둠을 강화시킨다는 게 골자였다.
아직 특정 마법을 이끌어 낼 정도로 깨달은 건 아니지만 진의만으로도 마력이 전보다 훨씬 강해진 카니스였다.
-졸업은 문제가 아니야. 이번에야말로 시로네를 뛰어넘고 스승님의 유지를 받들어야지.
-크크크, 그거 굉장히 재밌는 일이겠군.
이천번 점검을 끝마친 교사가 말했다.
“경기 시작 5분 전이다. 6주 차 임무는 ‘섬멸’이다.”
30명의 전원이 이천번에 들어갔다.
가장 먼저 몬스터를 소탕한 조부터 순위가 매겨지기에 평가 또한 동시에 진행되어야 했다.
거대한 이천번 훈련장이 여섯 구획으로 분할되어 있었고 시로네는 5조의 평가 장소로 들어갔다.
조원들이 모이자 단테가 성격대로 짧게 말했다.
“뭐, 이렇게 만났으니 열심히 해보자.”
시로네가 물었다.
“전략이나 전술은? 네가 조장이고 정보처리 전공이니까 정해 주면 괜찮을 것 같은데.”
“전술? 흐음…….”
단테는 턱을 괴고 멤버들을 살폈다. 폭발의 이루키, 섬광의 시로네, 암격의 클로저, 어둠의 카니스.
“그냥 무조건 빨리 잡아.”
“오케이.”
동시에 몸을 돌린 5명은 구역의 중심으로 들어갔다.
3분 정도 몸을 풀자 평가 교사가 말했다.
“지금부터 전략 전술 평가를 실시하겠다.”
6주 차라면 설명은 필요 없었다.
전광판의 녹색, 황색, 적색 불이 차례대로 켜지고, 여섯 구역에 똑같은 종류의 몬스터들이 대거 등장했다.
‘시작이다.’
시로네는 스피릿 존으로 들어갔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종족과 숫자의 파악이었다.
하늘에 박쥐 자르골이 날아다니고 있다. 몬스터답게 한 마리의 크기가 독수리 정도였다.
지상에는 2족 보행 몬스터 워울프.
그리고 이번 주부터는 1종이 추가되어, 지하에서 땅굴을 파고 이동하는 거대한 지렁이 어스웜이 등장했다.
‘이번 주도 9티어급이다.’
종족만 놓고 보면 싸워 볼 만했다. 다만 숫자가 삼백 마리가 넘어간다는 게 문제였다.
크아아앙!
워울프가 늑대 울음을 터뜨리며 달려들었다.
자르골이 초음파를 내지르며 날아들고, 땅 밑에 생긴 수십 개의 구멍에서는 어스웜이 산성액을 토해 냈다.
5조의 모두는 본능적으로 포지션을 잡았다.
시로네와 이루키는 자르골에게 마법을 퍼부었다. 포톤 캐논과 아토믹 봄이 박쥐들을 빠르게 폭사시켰다.
지상은 단테와 클로저의 합작품이었다.
전방 10미터 앞에 공간 이동 마법진을 설치한 단테는 사방에 인스턴트 마법진을 흩뿌렸다.
인스턴트 마법진에 걸린 워울프들이 자동으로 중앙의 메인 마법진으로 옮겨졌다.
그렇게 대략 스무 마리가 모이자 클로저가 마법을 시전했다.
“이럽션!”
땅이 마찰하면서 뜨거워지자 워울프들이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동시에 소형 화산 폭발이 일어나 메인 마법진 전체를 날려 버렸다.
“크하하하! 더, 더 보내 줘, 단테!”
“아, 그래?”
단테가 지상에 더욱 많은 마법진을 깔자 메인 마법진에 초당 세 마리씩 적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클로저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온갖 마법을 퍼부었다.
타기팅에 신경 쓰지 않는다면 대지 계열은 물리력에서 최강으로 평가받는 마법, 몬스터는 버틸 재간이 없었다.
땅을 말아 세우듯 밀려 나가며 눈덩이처럼 불어난 록앤드롤이 워울프를 강타했다.
거대한 암석 헤비 스톤이 허공에서 뚝뚝 떨어져 적들을 짓이겼다.
이어서 이럽션, 이럽션, 이럽션의 3연타로 지상에 있는 모든 몬스터들을 초토화시켰다.
카니스는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로 서 있었다.
어스웜의 산성액이 사방에서 날아들었으나 다크 스킨을 뚫을 수는 없었다.
물론 아무것도 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그의 스피릿 존은 지하에 있는 모든 몬스터의 위치를 포착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