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319
즉 8,200프레스로 대기를 압축시켰을 때에 나오는 파괴력이 2,240크래시라는 것이다.
이는 1,123프레스를 기록한 페르미보다 7.3배나 높은 수치로 신의 입자의 강력함을 드러내고 있었다.
시로네의 평가는 계속 이어졌다.
발사체 속도 항목에서 포톤 캐논의 속도는 무려 초속 100미터였고 이 또한 페르미의 발사체 속도 항목을 훨씬 뛰어넘는 결과였다.
퍼퍼퍼퍼퍼퍼퍼펑!
시로네는 전방에 보이는 타깃을 향해 무지막지한 속도로 포톤 캐논을 쏘아 댔다.
대낮임에도 주위가 번쩍번쩍했고, 학생들의 시야는 금빛 선의 잔상으로 가득 채워졌다.
“분당 165발. 7단계 합격이다.”
페르미의 연사 속도 마스터 항목의 기준은 분당 160발.
벌써 세 가지 항목에서 페르미를 압도하자 학생들도 이제는 시로네의 의도를 간파했다.
“그렇구나. 시로네 저 녀석…….”
시로네가 도전 과제로 제시한 항목 7개는 에어 계열에도 공통적으로 속해 있는 항목이었다.
“페르미의 평가 항목을 전부 뛰어넘고 있어.”
학생들이 페르미에게 고개를 돌렸을 때 그는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린 채 시로네를 보고 있었다.
그의 눈빛이 살의에 불타오르고 있다는 건 곁에 있는 동료들만이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시로네는 올 마스터를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올 마스터를 한 페르미보다 같은 항목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학생들이 느끼는 건 똑같았다. 에어 계열의 마법은 신의 입자 7단계 수준에서 압도가 가능하다.
“저 거지 같은 자식이…….”
페르미의 동료들이 흠칫 놀랐다. 그의 감정이 이토록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건 처음이었다.
수많은 학생들의 시선을 느낀 페르미는 그제야 손을 내리고 눈웃음을 지었다.
‘아차, 사업가 미소. 사업가 미소.’
사업가는 여유로워야 한다. 부채가 목을 조이다 못해 등에 칼이 꽂히기 직전이어도 자신감만 있으면 활로가 열리는 게 사업이니까.
물론 위기는 현실이다. 실제로 학생들은 페르미의 수익 기대성을 반으로 잘라 시로네에게 돌리고 있었다.
에어 계열은 신의 입자 7단계 수준이다. 페르미와의 수치 대비를 통해 주가를 높이는 전략이 제대로 먹혀들었다.
“역시 대단하네요, 시로네 형은.”
이루키의 등 뒤로 아이더가 다가왔다. 그의 전공 또한 에어 계열이었으니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게 당연했다.
“재능부터가 달라요. 저런 사람을 어떻게 이기죠?”
“재능?”
“그렇잖아요. 광자 계열의 장점은 질량이 없다는 것에서 비롯되니까요. 그런데 시로네 형은 거기에 질량까지 부여할 수 있어요. 저건 누구도 이길 수 없다고요.”
시로네의 마법적 재능은 이루키도 인정하는 바였다. 하지만 단지 그런 이유로 여기까지 왔다고는 생각지 않았다.
재능은 단지 도구일 뿐이다. 맨손으로 땅을 파는 사람과 삽을 들고 땅을 파는 사람의 속도는 다를 수밖에 없다.
땅이 마법이라면 삽은 재능.
하지만 아무리 삽을 들고 있어도 팔을, 허리를, 다리를 쓰지 않는 이상 땅은 절대로 파이지 않는다.
그렇기에 한순간의 깨달음도 매일 쌓아 온 훈련의 누적이 폭발된 것에 불과하다.
시로네는 하루하루 매진했고 날마다 한계를 돌파해 왔다. 당장은 미진해도 결국에는 그것이 모여 결과를 이룬다.
세상의 모든 성공은, 미래는 반드시 온다는 사실을 아는 데에서부터 시작한다.
“맨손으로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
“네?”
아이더는 이루키를 내려다보았다.
“누군가는 삽을, 누군가는 망치를, 누군가는 펜을 들고 태어나지. 삽을 가진 자는 땅을 더 빨리 파겠지만, 그걸로 글씨를 잘 쓰지는 못해. 재능이란 주어지는 게 아니라 스스로 찾아내고 발전시키는 거야. 에어 계열에는 그것만이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 그걸 찾지 못했다고 다른 사람이 찾아낸 것을 쉽게 여기지는 마라. 재능 또한 노력이다.”
아이더는 그 말을 머릿속으로 곱씹었다. 비록 시로네의 노력을 폄하하는 게 못마땅해서 내뱉은 말이지만 그에게는 천금보다 값진 조언이었다.
“네. 감사합니다, 이루키 형.”
이루키는 눈썹을 들었다가 내렸다. 불쾌해하지 않고 오히려 고마워하는 모습이 과연 막내다웠다. 아이더에게 적이 없는 이유였다.
“마지막으로 무브먼트 제어. 마스터 난이도다. 반응속도 0.8초 이하다.”
시로네는 심호흡을 하고 정신을 가다듬었다. 여섯 가지 항목을 총력으로 펼쳤더니 잠시 현기증이 일었지만 여태까지의 실전 경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평가 교사는 레드 라인 공인 평가 마법인 내비게이션을 발동했다.
작은 구체가 탄생했고, 안에는 방향을 가리키는 화살표가 극성을 잃은 나침반처럼 회전하고 있었다.
무브먼트 제어는 내비게이션이 제안하는 움직임을 정확히 구현하는 항목이다.
화살표의 형태, 길이, 색깔이 각각 방향, 거리, 속도를 나타내고 마법사는 반응속도 내에 그것을 수행해야 한다.
신의 입자 마스터 난이도는 반응속도 0.8초. 광자 계열의 마스터 난이도인 1초에 비해 0.2초나 짧았다.
신경 레벨에서 0.2초는 가히 어마어마한 간극이다.
그럼에도 협회가 기준을 잡은 이유는 질량을 이용한 급가속, 급정지가 가능할 것이라 보고 있기 때문이다.
“반응속도 0.8초?”
학생들은 황당한 표정이었다.
물론 광자 계열의 마법사들은 시간을 미분시켜 일련의 프로세스를 미리 구축한다. 패트롤, 레인보우 드롭 등이 거기에서 나온 응용이다.
하지만 무브먼트 제어는 머릿속에서 나오는 대로 움직이는 항목이 아니었다.
내비게이션은 예상과 전혀 다른 방향과 속도, 거리를 제안할 것이고 마법사는 즉각 반응해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 0.8초의 반응속도를 내라는 것은 너무 잔인한 감이 있었다.
‘아니, 협회의 판단이 옳아.’
시로네는 콜리의 가르침을 상기했다. 결국 누군가는 해내고 있기 때문에 기준인 것이다.
일전에 듣기로 에텔라의 무브먼트 제어의 반응속도는 초인계라 칭하는 0.1초라고 했다.
그런 경지가 되면 나무들이 빼곡한 지역을 순간 이동만으로 주파할 수 있다. 또한 제자리에서 순간 이동을 되먹여 상체의 위빙만으로 공격을 피할 수도 있다고 들었다.
물론 대륙에서 이름난 몽크가 할 수 있다고 학생인 시로네가 위안을 받을 거리는 없다.
하지만 협회의 생각은 제대로 이해했다.
신의 입자를 광자 계열의 기준으로 판단하지 마라.
다른 누구에게도 없는 시로네만의 능력이었다.
‘내 기술로 정복한다.’
시로네의 몸에서 빛이 불처럼 일어섰다. 점차 크기를 키워 가던 불꽃이 거대한 한 쌍의 날개가 되어 타올랐다.
“저, 저게 뭐야?”
학생들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생전 처음 보는, 아니 들어 보지도 못했던 마법이었다.
전투준비 태세 (4)
“광자조형술. 프랙탈에서 더 발전했군.”
카니스가 긴장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빛으로 날개를 만든다는 것은 조형술이 광자의 영역을 초월했다는 증거.
시로네는 이미 화신술을 깨닫고 있었다.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지?”
하비스트가 정신 채널을 통해 말했다.
-특정 마법을 구사하는 단계라면 우리보다 앞선다고 봐야겠지. 공겁을 통과한 이유가 이모탈 펑션만은 아니었던 모양이야.
그렇다면 당시에 카니스가 느꼈던 위화감도 설명이 된다.
“더 선명해졌어.”
카니스는 아린을 돌아보았다.
“무슨 소리야?”
“시로네의 날개가 더 선명해졌어.”
카니스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녀가 특정 사물의 형태를 지칭하는 건 흔하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고 보니…….’
갈리앙트 섬에서 아린은 시로네가 금발이냐고 물은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하비스트의 말을 들은 지금은 그냥 넘길 수 없었다.
“대체 시로네가 어떻게 보이는 거야? 설명할 수 있겠어?”
“시로네.”
“응?”
“시로네는 시로네야. 예전부터 막연히 짐작은 했지만 이제야 알았어, 나는 시로네의 화신을 보고 있었다는 걸.”
아린은 초경에 비친 형태를 분석할 수 없다. 하지만 율법의 수에서 탄생한 화신의 형태는 결코 변하지 않는다.
“화신술이 아니야. 시로네가 화신인 거지.”
그것이 아린이 내린 심적초월의 결론이었다.
“흐음.”
카니스는 심각한 표정으로 시로네를 돌아보았다.
화신술과 화신의 차이는 분명 있을 것이다. 정면으로 붙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 상상할 수 없었다.
“날개가 더 선명해졌다는 건 무슨 뜻이야?”
“당시에도 있었거든, 시로네의 등에 날개가.”
“뭐?”
갈리앙트에서 만났을 때는 시로네에게 광익이라는 기술이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날개를 보았을까?
“느낌 같은 거야?”
아린은 고개를 저었다.
“화신에 느낌은 없어. 그냥 화신이지. 다만 지금처럼 선명하지는 않았어. 바람이 만든 것처럼 투명한 형태로 자리 잡고 있었어. 하지만 지금은 황금빛으로 물들어 있어.”
아린은 예지능력자가 아니다. 그렇기에 그녀가 봤던 시로네의 날개는 화신이 지닌 것일 가능성이 높았다.
‘화신에 날개가 있다고?’
시로네가 앞으로 더욱 화신의 힘을 강화시켜 나간다면, 그의 어깨에서 정말로 날개가 돋아날까?
아마도 거기에 대한 답을 내릴 수 있는 존재는 세상에 없을 것이다.
시로네는 눈앞에 고정되어 있는 내비게이션 마법을 주시하며 무릎을 구부렸다.
‘하나, 둘…….’
마침내 화살표가 하늘을 가리켰다.
‘셋!’
동시에 광익의 날개가 펄럭이며 몸이 솟구쳤다.
준아광속의 속도로 질량을 내리꽂아 만들어 낸 가속도는 엄청났고, 모두가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0.8초 안에 방향과 거리, 속도를 확인하고 순간 이동을 시전해야 하는 것은 직관의 영역이었다.
가장 까다로운 건 내비게이션의 제안이 순간 이동 중에 변한다는 점이다.
결국 턴이 끝나야 판단이 가능하다는 것이고, 여기에서 대략 0.2초의 손실이 발생한다.
바로 그 0.2초가 협회가 제시한 신의 입자로 단축시킬 수 있는 시간일 터였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광익은 그 기준에 정확히 부합했다.
펑!
순간 이동 중에 날개가 펄럭이자 섬광의 방향이 수직으로 꺾였다.
펑! 펑! 펑!
폭발적인 소리가 연달아 터지면서 시로네는 내비게이션의 제안을 오차 없이 수행했다.
“크으으윽!”
급격한 방향 전환에 따른 중력가속도의 압박은 온전히 시로네의 몫이었다.
방향이 꺾일 때마다 혈관 속의 핏물이 한쪽으로 쏠리고 근육이 찢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아르망의 금강무장이라면 자체적으로 위험 요소를 제거할 수 있겠지만 현재 그는 맨몸이었다.
압박이 강해질수록 날갯짓은 더욱 강렬해졌다. 육체가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멈출 수 없다.
마법사가 되기 위한 비행이었다.
“우와, 저게 진짜로 되네?”
0.2초의 차이는 지상의 학생들에게도 전해졌다. 평범한 순간 이동과는 전혀 다른 궤적이었다.
시전 중에 방향을 뒤튼다는 게 얼마나 무리가 가는 일인지 알고 있는 그들은 섬뜩한 느낌을 받았다.
“저러다가 하늘에서 부서지는 거 아냐? 몇 배의 중력을 받고 있을 텐데.”
“하지만 버틸 수 있다면 순간 이동과는 차원이 다르지.”
무브먼트의 리듬감부터 다르다.
엇박자도 이런 엇박자가 없는 이상, 당하는 입장에서는 아예 새로운 전술로 받아들일 공산이 컸다.
수치적으로 봐도 굉장한 이득이었다.
100턴의 전투를 가정하면 상대보다 무려 20초나 빠르게 원하는 좌표를 찍을 수 있다는 얘기였다.
또한 그것이 현재 시로네가 수행하고 있는 0.2초에 담긴 진정한 의미였다.
‘대체 언제 끝나는 거야?’
내비게이션은 사고 능력을 갖춘 것처럼 집요하게 시로네를 괴롭히고 있었다. 역방향은 기본이고, 수직 낙하에서 수직 상승을 연달아 요구해 왔다.
대체 어디까지 날아온 것일까?
마법학교의 부지가 손가락으로 만든 원 안에 들어갈 정도로 작아 보였다.
어떤 계열의 무브먼트 평가도 이렇게 광활한 공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대체 협회는 무슨 생각일까?
‘아니, 이것이 옳아!’
시로네는 맹목적으로 믿었다. 신의 입자는 자신의 것이지만 프로들이 계산한 기준에 오차는 없으리라.
마침내 화살표가 마법학교 쪽을 가리켰다.
내비게이션이 제안한 속도는 평균 시속 300킬로미터 이상. 거리는 무려 5.4킬로미터였다.
‘65초 안에 들어가라고?’
순간 이동을 540회 연계해야 도달 가능한 거리. 문제는 관성이 초기화되기에 가속의 힘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처음부터 광자 계열이 아니었다. 협회가 요구하는 건 질량의 역학, 즉 가속이 담긴 무브먼트였다.
“후우우우!”
스타트를 순간 이동으로 끊은 시로네는 거기서부터 광익을 최고 속도로 휘둘렀다. 날개가 대기를 후려칠 때마다 파공음이 학교를 향해 날아들었다.
시속 180킬로미터. 시속 220킬로미터. 시속 280킬로미터.
도달거리 2.4킬로미터를 주파하는 순간 마침내 시속 300킬로미터를 넘어섰다.
하지만 가속 초기 구간에서 손해를 봤기 때문에 평균속도를 맞추려면 더욱 빠르게 날아야 했다.
“으으으으으!”
오직 내비게이션만 보일 정도로 시야가 좁아진 상황은 절벽에서 추락하는 기분과 다르지 않았다.
시로네는 오직 속도에 치중했다. 내비게이션이 학생을 암벽에 처박을 리는 없을 테니까.
시속 340킬로미터.
광익의 면적을 2배로 확장시켰다. 포톤 캐논에 준하는 위력이 펄럭이면서 가속도가 치솟았다.
시속 440킬로미터.
고막 속에 불이 타는 소리가 들렸다. 마법학교가 엄청난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잠깐만……’
그 순간 불현듯 떠오른 생각.
내비게이션이 학생을 암벽에 처박지 않을 거라는 보장을 누가 하는가?
그건 막다른 골목에 몰린 자의 막연한 기대 심리일 뿐이지 이성적인 판단이 아니다.
신뢰할 수 있는 유일한 정보는, 내비게이션은 그저 학교의 좌표를 가리키고 있다는 것이다.
‘진짜 미치겠네!’
시로네는 광익을 몸으로 끌어당겼다.
이미 가속은 붙을 대로 붙은 상태. 그렇다고 속도를 놓치면 탈락하고 만다. 생명을 지킬 안전장치는 공기저항밖에 없었다.
콰콰콰콰콰콰콰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