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33
마리아는 기관 장치를 둘러보았다.
수많은 버튼이 보였고, 외곽에는 건널 수 없는 다리의 난이도를 조정하는 회전식 스위치가 보였다.
아예 가동조차 하지 않은 듯, 튀어나온 지침이 레벨 1을 가리키고 있었다.
스위치를 붙잡은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과연 이게 옳은 일일까?’
아니, 옳고 그름을 떠나 정말 내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일일까?
‘아무도 합격하지 못하면 돼.’
마크에 대한 두려움에 더해 여태껏 참았던 울분이 역류하는 기분이었다.
마리아는 스위치를 돌렸다.
실행에 옮기면 천재지변이라도 일어날 것 같았지만, 막상 통제실은 그저 고요했다.
“아, 아아…….”
그 거대한 적막감이 어깨를 짓누르고, 마리아는 바닥에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
펑펑펑펑펑!
고도 1천 미터의 하늘에서 20명의 학생들이 파공음을 터트리며 질주했다.
평균 3턴이 진행된 시점.
선두와 후미의 거리 차는 크지 않았으나 실력의 차이는 여실히 드러났다.
공포에 스타트를 일찍 끊었던 자들의 대부분이 허공의 아찔함을 견디지 못하고 있었다.
플라이 마법조차 배운 적이 없는 클래스 세븐이기에 정신적인 충격은 더욱 컸다.
‘어떡하지? 나, 정말로 추락하는 거야?’
건너편이 너무 멀게 느껴졌다.
스피릿 존이 붕괴되기 시작하면서 순간 이동의 연계가 차단되고, 마침내 후미 그룹의 학생부터 속속들이 추락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으아아아!”
“사람 살려! 살려 주세요!”
“와하하하하하!”
선배들이 폭소를 터트렸다. 이미 경험한 그들로서는 후배들이 귀여울 뿐이었다.
교사들도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탈락한 학생들의 이름을 순서대로 기록했다.
한편 이미 시야 아래로 벗어난 학생들은 사상 최고의 공포를 느꼈다.
‘안, 안전장치!’
벌써 300미터 이상 떨어진 것 같은데도 인공 구조물은 아무것도 없었다.
‘설마?’
혹시 문제가 생긴 건 아닐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온몸에 전기가 흐르면서 의식이 멀어지기 시작했다.
“죽는…….”
학생들이 소리쳤다.
“사람 살려!”
목이 찢어져라 소리치는 그때, 지상에서부터 올라오는 엄청난 강풍을 느꼈다.
“어어?”
추락 속도가 점차 줄어들더니 지상 100미터 지점에서는 오히려 몸이 밀려 올라갈 정도였다.
각자의 무게와 풍압의 균형이 맞춰진 지점에서 학생들은 서로를 돌아보았다.
저마다 핏기가 하나도 없는 얼굴로 허공에 둥실둥실 떠 있는 상태였다.
“살, 살았다.”
여력이 남은 몇몇이 지상을 살피니 10미터 간격마다 구멍이 뚫려 있었다.
아마도 지하에는 강력한 바람을 일으키는 에어 블로 장치가 있을 터였다.
안도감도 잠시, 학생들은 아무것도 설명해 주지 않은 교사들과 친한 선배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으…….”
모두가 위를 향해 소리쳤다.
“정말 너무해!”
한편, 아직 추락하지 않은 선두와 중위 그룹은 여전히 공포와 싸우고 있었다.
‘뭐가 웃기다는 거야?’
저 멀리서 들려오는 선배들의 폭소가 가뜩이나 예민한 심기를 건드렸다.
정신이 흔들리자 중위 그룹의 순위가 요동쳤으나, 선두 그룹은 팽팽한 고무줄처럼 자신의 페이스대로 경주를 이어 나가고 있었다.
에이미는 어느새 선두 그룹에 속해 있는 시로네를 보며 주먹을 쥐었다.
‘날 따라잡겠다면 이 정도로 겁을 먹을 리는 없겠지? 보여 줘, 네 각오를.’
걱정하는 사람, 불구경하듯 지켜보는 사람, 순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사람.
다양한 감정들이 교차하는 가운데 중위 그룹에서 대거 탈락자가 발생했다.
“으아아아! 안 돼!”
“선생님! 시험 포기할게요! 구해 주세요!”
이미 200미터를 주파한 상황. 낭떠러지로 추락하는 공포는 상상을 초월했다.
그 목소리가 음파에 실려 선두 그룹의 귀에 도달했으나 누구도 흔들리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들은 경쟁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에 더욱 피가 끓었다.
‘멍청한 놈들. 그러게 자신이 없으면 처음부터 시도를 하지 말았어야지.’
현재까지 선두 그룹이 전진한 거리는 350미터로, 클래스 세븐치고는 상당한 수준이었다.
시로네는 여전히 1등을 지키고 있었다.
마크와 작전조가 번갈아 가며 그를 앞질렀지만 다음 턴에서는 여지없이 역전을 당했다.
마크는 이를 악물었다.
‘뭐 저런 놈이 다 있어?’
현재 시로네의 연계 횟수는 20회였고, 도약의 거리는 10미터로 조금의 오차도 없었다.
턱걸이로 비유하자면 20회를 시행했는데도 왕복 속도가 똑같다는 것이었다.
‘혹시 기계 아냐?’
정신적 내구력이 좋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차이가 날 줄은 몰랐다.
그리고 그 선두 그룹의 상황은 멀리 떨어진 교사들의 눈에 분석되고 있었다.
에텔라가 말했다.
“호오, 시로네는 역시 좋은 재능이네요.”
영향력도 상당하지만 쉽게 의견을 내는 성격이 아니기에 무게감이 더했다.
교사들이 동조했다.
“마크도 클래스에 비해 제법이지만 역시 어리다고 해야겠죠. 루틴이 흔들리고 있어요. 육안으로 보기에 최소 9.5미터에서 최대 11미터까지, 약 1.5미터의 오차를 내고 있습니다.”
정신이 흔들리는 폭이라 해도 좋았다.
“반면에 시로네는 루틴이 일정하죠. 두 사람의 속도는 호각이지만 승부에서 유리한 쪽은 시로네입니다.”
교사들의 칭찬이 이어지는 가운데 사드만이 그리 달갑지 않은 표정이었다.
‘재능이라…….’
알페아스를 흘끗 살폈으나 표정에서는 특별한 감정을 읽을 수 없었다.
그때 시험에 응시하지 않은 클래스 세븐의 학생이 사드에게 물었다.
“선생님, 어떻게 시로네처럼 루틴을 일정하게 가져갈 수 있죠? 저런 건 처음 봐요.”
일말의 오차도 없는 연계라는 것은 인간이 가진 본연의 성질이 아닌 것 같다.
사드도 이번에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건…….”
에이미가 말했다.
“강박을 이용하고 있어.”
세리엘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중에서도 반복 강박. 자신을 객체화하면 정신이 안정되고 특유의 관성이 생기지. 인위적으로 끌어낼 정도면 대단하네. 클래스 세븐에서는 스피릿 존의 고등 기술을 가르치지 않는데 말이야.”
강박은 위험한 정신 상태다.
“학교에 오기 전부터 습득했겠지. 고통을 견디게 해 주니까. 때로는 기계가 될 필요도 있어.”
원하는 걸 쟁취하기 위해서는.
그 뒷말을 삼킨 채, 에이미는 선두에서 질주하는 시로네를 눈에 담았다.
마치 그녀에게 날아오는 듯했다.
‘빨리 와라.’
난 기다려 주지 않을 테니까.
한편 시로네가 끈질기게 선두를 지키고 있자 마크는 짜증이 치솟았다.
‘빌어먹을! 왜 역전이 안 되지?’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작전조를 노려보자 여학생이 움찔했다.
‘여기서 하라는 거야?’
방법은 있었다.
완주를 포기하고 마법을 연계하면 잠시나마 시로네를 추월할 수 있을 터.
‘그런 다음 동반 탈락을 유도.’
너무 티가 나는 게 문제였지만, 아무것도 해 보지 못하고 끝내는 것보다는 나았다.
‘나도 인생이 걸린 일이거든.’
파공음을 몰아치며 순간 이동을 연계한 그녀가 시로네의 앞을 가로막았다.
“큭!”
시로네가 황급히 브레이크를 거는 순간 또 다른 작전조가 측면에서 날아왔다.
‘미안하다. 같이 죽자.’
건널 수 없는 다리(3)
시로네는 상황을 파악했다.
‘육탄 공격.’
찰나의 순간이지만 자신에게 날아오는 남학생이 눈을 질끈 감는 게 보였다.
‘진짜로?’
“으아아아아!”
자신에게 닥칠 충격을 상상한 듯 남학생이 비명을 지르며 마법을 전개하는 순간.
“크윽! ……어?”
예상했던 충격이 느껴지지 않았다.
눈을 뜨자 정확히 10미터 떨어진 곳에 머물러 있는 시로네가 보였다.
‘이걸 피해?’
전진하려는 관성을 파괴하고 오른쪽 측면으로 급격히 방향을 뒤튼 것이다.
동반 탈락보다는 나은 선택이었지만 템포가 깨졌고 동선마저 손해를 보았다.
“헤헤.”
정신력을 소진한 작전조가 해냈다는 표정으로 추락하자 마크가 선두를 탈환했다.
“이런……!”
시로네 또한 곧바로 뒤를 따랐으나 강박이 끊긴 탓에 피로감이 어마어마했다.
고급반의 관중이 술렁거렸다.
“방금 저 애들, 움직임이 좀 이상하지 않았어?”
“나도 그렇게 느꼈어. 하지만 무리하다가 엉켰겠지. 설마 진짜로 부딪치려고 했겠어?”
유일하게 땅바닥에 앉아 있는 소년이 끼어들었다.
“설마가 아니라, 일부러 한 거야.”
쇳소리처럼 가느다란 목소리에 클래스 파이브의 학생들이 뒤를 돌아보았다.
기괴한 외모의 소년이었다.
빼빼 마른 몸에 눈은 짝짝이고, 이빨은 들쑥날쑥했으며 코는 삐죽했다.
메르코다인 이루키.
통합 수업에서 시로네가 동급생의 비난에 시달릴 때 조언을 던진 장본인이었다.
동기들이 물었다.
“그걸 어떻게 확신하는데? 네 말대로 의심은 가지만, 당사자가 아닌 이상 모르는 거야.”
손바닥을 펼친 이루키가 주먹을 갖다 박았다.
“1명이 트랙을 막고 측면에서 때리는 거지. 순간 이동의 장점인 즉시성과 공간 도약,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봉쇄하는 훌륭한 장점이야. 시로네가 기존 트랙을 벗어나지 않았으면 꼼짝없이 탈락했을 거야. 뭐, 나라면 운동방정식을 이용해 탈출구를 찾아냈겠지만.”
동기들은 대꾸조차 없이 고개를 돌렸다.
‘더럽게 잘난 척하네.’
시로네는 조급해졌다.
거리도 문제지만 턴의 숫자부터 마크와 벌어진 상황이었다.
이제 남은 거리는 350미터.
절반의 경주가 끝난 상황에서 시로네와 마크를 제외한 모두의 탈락이 결정된 상태였다.
선두를 차지한 마크는 눈앞에 아무도 없는 상황에 전기가 흐르는 기분이었다.
‘1등이다.’
40회에 가까운 순간 이동을 연계하고 있지만 피로감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오늘의 나는 평소와 다르다. 이대로만 가면 내가 합격이야. 정말로 내가!’
클래스 파이브가 되는 것이다.
부러워하는 동기들의 표정, 클래스 식스 선배들의 똥 씹은 얼굴, 천재라고 칭송받을 자신의 모습 등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하하하! 내가 최고라고!”
템포를 높이는 마크를 따라 시로네도 박차를 가했으나 거리는 좁혀지지 않았다.
‘마크의 컨디션이 좋아. 완주하겠지. 이대로는 선두를 탈환할 수 없어.’
남은 방법은 하나였다.
‘가속.’
도약 거리를 늘릴까도 생각했으나 루틴이 파괴되기에 위험도가 높았다.
결국 순간 이동의 연계 리듬을 마크보다 반 박자 빠르게 가져가는 게 답이었다.
“흐으으으!”
이를 악물고 템포를 높이자 마치 북을 치듯 공기가 울렸고 관중의 열기도 최고조에 달했다.
“시로네가 따라잡기 시작했어! 여기가 승부처야!”
“마크! 더 빨리! 더, 더, 더!”
육상의 마지막 스퍼트처럼 거리가 좁혀지자 모두의 아드레날린이 치솟았다.
그 순간 건널 수 없는 다리의 철봉이 마치 고무줄처럼 출렁거리기 시작했다.
마크의 미간이 구겨졌다.
처음에는 착시인 줄 알았으나 분명 검은 철봉이 생물처럼 꿈틀대고 있었다.
“뭐야?”
건널 수 없는 다리의 소재는 연금술이 가미된 것으로, 전자기력에 반응해 원하는 대로 형태를 변화시킬 수 있는 특수한 물질이었다.
‘레벨 1은 장애물이 없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