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330
단지 폭식을 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마야의 외모는 눈에 띄게 예뻐졌다.
얼굴 살이 빠지면서 눈은 더 크고 깊어졌고, 콧대 또한 상큼하게 살아났다.
푸짐했던 살집도 줄어들어 옷이 헐렁했고, 어깨선도 팔 아래까지 내려와 있었다.
졸업반 학생들도 예전처럼 마야를 대놓고 무시하지 못했다.
어떤 의미로는 씁쓸한 일이지만 아름다운 것에 권력을 부여하는 인간의 속성은 어찌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네이드와 이루키도 하루하루 변해 가는 마야의 외모를 곁눈질하며 신기해하고 있었다.
‘확실히 많이 변하긴 했네. 그림책에서 봤던 얼굴이 점점 나오고 있잖아.’
그런 만큼 기묘한 긴장감은 강해졌다.
에이미야 워낙에 깍쟁이지만 마야는 감정을 감추는 게 서툴러서 시로네에게 빠졌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에이미가 갑자기 언성을 높였다.
“지금 밥이 들어가니? 오늘 전지 평가만 해도 그래. 자칫했으면 한 문제 틀릴 뻔했잖아. 클래스 투는 클래스 원과 경쟁하는 단계야. 전반기에 실수라도 하면 상대적으로 체력이 떨어지는 후반기에는 더 힘들어지게 된단 말이야. 정신 똑바로 차리고 해.”
이미 한 번 졸업 시험에서 탈락한 경험이 있는 에이미는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라는 걸 알고 있었다.
모두가 마법협회 사건으로 의기소침해 있어도 확고한 목표 의식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
밥이야 한 끼 굶는다고 죽는 것도 아니다.
지금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인생의 가장 큰 부분을 놓치게 되는 것이다.
에이미는 시로네가 후회하지 않기를 바랐다.
“시로네, 이것도 좀 먹어 봐.”
마야는 시로네가 좋아하는 고기 부위를 먹기 좋게 잘라서 놓아주었다.
마치 잔소리를 차단하듯 드러낸 행동이었고, 실제로도 울컥한 면이 있었다.
팀이 되어 가깝게 지내면서 의문이 든 점은 에이미는 정말로 시로네를 사랑하느냐는 것이었다.
물론 마야도 시로네가 훌륭한 마법사가 되기를 바라지만 악몽까지 꾸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에게 필요한 건 조언이 아닌 위로라고 생각했다.
‘너무해, 에이미. 내가 너라면 행복에 겨워서 미칠 텐데. 시로네가 해 달라는 건 다 해 줄 수 있을 텐데, 이렇게 함부로 대하고.’
시로네는 마야가 덜어 준 고기를 콕 하고 찍어 입에 넣었다.
가장 먹기 좋은 상태라서 골랐지만 사실은 누가 가져다 놓은 것인지도 몰랐다.
온갖 생각이 꼬여서 머리가 터질 듯했다.
가올드는 알페아스와 만났을까.
혹시라도 국정원에 걸린다면 이대로 평가를 계속 진행하는 건 위험할 수도 있다.
내비게이션이 학생의 안전을 보장하지 않듯, 다른 누군가에게 생명을 맡기고 낙관하는 건 어리석은 행동이다.
시로네는 식기를 탁 내려놓았다.
현재 에이미와 마야의 신경전이 오가고 있는 와중이었기에 네이드와 이루키가 움찔하며 돌아보았다.
“미안. 나 먼저 숙소로 들어가 볼게. 몸이 너무 안 좋아서.”
마야가 곧바로 일어났으나 시로네는 누구하고도 눈을 마주치지 않고 식당을 나섰다.
에이미는 답답할 따름이었다.
시로네가 협회에 갔었다는 사실은 그녀도 알고 있다. 그렇기에 먼저 말해 주기를 바랐다.
천국에 갔을 때처럼, 카즈라에 갔을 때처럼, 오래된 성터에 갔을 때처럼, 먼저 다가와 주기를 바랐다.
‘대체 이유가 뭐야? 왜 이번에는 아무 말도 안 해 주는 건데?’
마야는 시로네가 나갈 때까지 문을 바라보다가 윗입술을 물며 에이미를 돌아보았다.
에이미가 미울 이유는 없다. 화가 나는 건 자신의 감정조차 그녀의 허락을 받아야 되는 지금의 상황이었다.
마야의 시선을 느낀 에이미가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가 황급히 고개를 돌려 외면했다.
마야의 눈빛에서 어느 때보다 확고한 의지가 느껴지자 마침내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이미, 잠깐 나랑 이야기 좀 할 수 있어?”
에이미의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아니 마음 한구석에서는 분명 이 시간이 올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막상 닥쳤을 때 드는 생각은 ‘조금만 더 나중에’였다.
“다, 다음에 하면 안 돼? 오늘은 좀 바쁜 일이 있어서…….”
“1분이면 돼. 밖에서 기다릴게.”
마야가 식판을 들고 멀어지자 에이미의 머릿속이 창백해졌다. 하지만 결국 미래는 온다는 일말의 이성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홀린 듯이 마야를 따르는 에이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네이드와 이루키가 어깨를 으쓱했다.
***
교장실 서재에 꽂힌 ‘어둠을 보다’라는 책이 45도 기울어진 상태에서 저절로 책장 속으로 들어갔다.
톱니바퀴 돌아가는 소리를 내며 닫힌 서재의 내부에서 쿵 하고 자물쇠가 걸렸다.
오래전 알페아스가 에리나의 추억을 보관하기 위해 설계한 비밀 장소.
하지만 이제 그녀의 유품은 모두 별채로 옮겨졌고 3.5층의 방은 텅 비어 있었다.
알페아스와 올리비아는 나란히 계단을 내려갔다.
알페아스가 씁쓸한 미소를 짓는 것과 달리 올리비아의 표정은 매섭기 그지없었다. 어쩌면, 긴장한 듯도 보였다.
“크크, 오랜만입니다, 영감님.”
맨바닥에 가부좌를 틀고 있는 가올드가 턱을 괴고 있던 손을 들어 인사했다. 옆에는 플루가 지키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공인 8급마법사 플루라고 합니다.”
“오랜만이구나, 플루.”
올리비아의 인사에 플루는 시선을 내렸다.
하늘에 대고 한 점의 부끄러움이 없지만, 사회적으로는 반역자가 되어서 나타난 셈이니 스승을 볼 면목이 없었다.
‘영특한 아이였건만, 어째서 가올드 같은 놈에게…….’
왕립 마법학교 교장일 당시부터 눈여겨봐 두었던 아이였다.
하지만 창창했던 앞길도 이제는 막혀 버렸다. 아니, 내일의 삶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도망자 신세였다.
이 모든 게 가올드 때문이다.
미치광이 1명이 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을 피곤하게 하고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는 것인가?
가올드는 흥미로운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여기가 소문만 무성했던 패닉룸이군요. 진짜 있을 줄은 몰랐는데, 하여튼 영감도 앙큼하다니까.”
알페아스는 잡설을 생략했다.
“어째서 나를 찾아온 것이냐?”
“이런…… 제자가 모교를 방문했는데 축객령이라니. 너무 야속한 거 아닙니까?”
“너 하나로 인해 학교가 발칵 뒤집혔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요원들이 찾아와서 학교를 들쑤셔 놨지. 만약 네가 며칠만 더 빨리 왔다면 모두가 피해를 입었을 거야.”
“크크, 천하의 알페아스도 다 됐군요. 여기 다니는 핏덩이들이야 요원들이 왔다 갔는지도 모를 거고, 또 아직 요원들이 있다면 나를 들여보내지도 않았겠죠.”
“잘 알고 있구나. 그러니 다시 물으마. 나를 찾아온 이유가 뭐냐?”
가올드는 흠 하고 숨을 내쉬었다.
어려운 부탁을 하러 온 입장이라면 자세를 낮춰야 하겠지만 이놈의 학교는 도무지 정이 가지 않았다.
“이스타스에 들어갈 생각이오.”
“결국…… 미로를 만나겠다는 거냐?”
“크크, 그럼 설마 놔두고 간 물건 찾으러 왔을까 봐?”
“가올드, 너의 독단이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다. 미로 또한 이제는 너를 만나고 싶어 하지 않아. 그녀는 모든 걸 받아들이고 스스로 들어간 것이다.”
“그걸 영감이 어떻게 알아?”
가올드의 눈이 부릅떠졌다.
초열의 극기를 직감한 플루가 한쪽 눈을 찡그렸으나 가올드는 얼굴만 무섭게 변했을 뿐 살기를 발산하지는 않았다.
“이스타스에 접근하는 놈들을 내가 얼마나 많이 골로 보냈는지 알잖아. 나를 포함해 20년 동안 단 1명도 들여보내지 않았어. 그런데 미로의 생각을 어떻게 알아?”
“가올드, 미로는…….”
“됐어. 이스타스는 내가 직접 들어갈 거야. 어차피 우리가 만든 것이니까. 사실 그것 말고 한 가지 부탁이 더 있는데, 신세 좀 집시다.”
알페아스가 체념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 어떤 신세를 말하는 거냐?”
“알다시피 내 손발이 다 잘려 나갔어. 협회에서 전부 잡아들였거든. 물론 핵심 요인들은 멀쩡히 남아 있지만 머리만 가지고는 아무 일도 못 해. 사람 좀 빌려줘요. 유능한 놈으로다가.”
가올드가 아무리 뛰어나도 모든 작전을 혼자서 수행하기란 무리다.
강력한 한 방을 가진 자도 필요하지만 전술을 짜는 자, 그것을 구사하는 자, 그들을 지원하는 자 등 최소한의 파티는 갖추어야 한다.
“이 학교에 있다면서, 카르시스 수도회의 비숍.”
올리비아가 발끈하며 나섰다.
“소중한 학교 인력을 사지로 보낼 것 같아? 그리고 네가 하려는 짓은 인류의 생존에 반하는 일이야. 반역 가지고도 모자라 이제는 세상을 어지럽히려 들어?”
“당신은 닥치고 있어.”
가올드는 방에 들어와 처음으로 올리비아를 정면으로 마주 보았다.
극기는 폭발하지 않았지만 눈빛만으로도 몸에 천공을 내버릴 듯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내가 왜 당신을 아직까지 살려 두고 있는 줄 알아? 응? 아냐고! 대답해 봐.”
올리비아는 입을 굳게 다물고 매섭게 노려보았다.
“죽일 가치도 없으니까.”
가올드의 입에서 뿌드득 이가 갈리는 소리가 들렸다.
“기권? 교사회의 감사라는 사람이, 왕국의 학생이 공겁의 차원에 끌려가게 생겼는데 뭐, 기권? 당신 같은 사람을 뭐라 그러는 줄 알아? 위선자. 이것도 싫고 저것도 싫고, 인류의 생존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스무 장의 카드 중 하나를 가졌으면서, 선택한 것이 고작 기권?”
올리비아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가올드를 노려보던 시선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
무엇을 선택하든 올리비아가 바라는 결과는 아니었다. 아니, 사실은 그런 생각도 핑계였다.
단지 무서웠다. 아무것도 선택할 수 없을 만큼 겁에 질려 있던 상황이었다.
당시의 무력감이 생생한 올리비아의 눈에 투명한 눈물이 맺혔다.
가올드는 찝찝한 표정으로 외면했다.
세상이 인정하는 제2급 대마법사지만 결국 여자의 껍질까지 벗지는 못했다. 그래서 고작 제2급 대마법사인 것이다.
‘내가 이것 때문에 학교에 오기 싫었던 거야.’
이곳에는 온통 과거뿐이다.
아무리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과거.
당장 1시간 전의 일도 기억하지 못하는 가올드지만 20인의 심판의 날에 눈에 비친 풍경은 이파리에 붙은 벌레의 더듬이까지도 또렷하게 떠올릴 수 있었다.
“하아.”
가올드는 다시 알페아스를 돌아보았다.
아마도 그를 아는 모두가 처음 보았을, 지극히 인간적인 표정이었다.
“좀, 도와줘요. 스승님.”
“…….”
20인의 심판이라고 불리는 날이 있었다.
세상을 대표하는, 그리고 미로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20인이 모여 인류의 미래를 결정짓던 그날.
결과는 찬성 16표, 반대 1표, 기권 3표.
전 인류의 목숨보다 1명의 인생을 더 중요시했던 사람은 오직 하나, 미르히 알페아스뿐이었다.
유일하게 가올드의 편에 섰던 그는 기꺼이 자신의 카드에 반대를 새겨 넣었다.
“알잖아요. 나는 스승님 말고는 아무도 믿지 않아. 도와줘요. 미로를 찾아야 되잖아. 죽은 것도 아니잖아. 지금도 멀쩡히 저기 살아 있는데, 도대체 왜 안 찾겠다는 거냐고.”
알페아스는 고뇌에 잠겼다.
어쩌면 20인의 심판에서 올리비아의 선택이야말로 선이 행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판단이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사람이 눈앞에서 사라져 갔을 때의 기분을.
세상을 위해서 내린 선택이 아니다. 알페아스 또한 어쩔 수 없는 광인인 것이다.
“에텔라에게…… 부탁해 보마.”
아마도 에텔라라면 허락을 해 줄 것이다.
카르시스 수도회의 비숍이자 음양파동권의 직전 계승자.
일념삼천의 신념으로 몸과 마음을 낮추지 않았다면 고작 지금의 위치에 있을 재능이 아닐 터.
가올드가 쓰기에는 충분한 재목이었다.
“당분간 여기서 지내라. 요원들은 나와 올리비아가 알아서 할 테니까. 이스타스를 열 준비를 하자꾸나.”
진이 빠진 얼굴로 알페아스가 돌아서자 가올드는 그제야 웃음기를 되찾았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난 듯 손을 들었다.
“아, 잠깐만.”
알페아스가 계단 앞에서 돌아섰다.
“기왕 부탁한 김에, 한 사람만 더 섭외해 줘.”
최종 결단 (4)
오랜만에 공원에 모인 시로네 팀은 방학 중의 일정을 논의했다.
졸업반의 전반기보다 후반기가 더 치열할 것이라면 그에 대비한 전략은 지금부터 세워 두는 게 좋았다.
“작년에는 나 혼자 수련했지만 알고 봤더니 팀을 짜서 하는 애들도 있더라고. 그러니까 우리도 그룹을 만들어서 합숙 훈련을 하는 게 어떨까 하고.”
졸업반을 겪은 에이미가 아니고서는 쉽게 생각할 수 없었던 부분이었기에 친구들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었다.
이루키가 한 가지 걸리는 게 있다는 듯 손가락을 세우고 말했다.
“물론 고지 점령이나 대인 전투 항목이 걸린다면 팀이 있는 학생들이 유리하지. 하지만 알고 있어? 어차피 합격자는 10명이야. 우리가 팀을 짠다고 해도 최종 10인에 들기 위해서는 서로 경쟁해야 돼. 요컨대 정보를 어디까지 공유해야 하냐는 거지.”
비장의 카드를 준비한 상태라면 졸업 시험 전까지는 아껴 두고 싶은 게 인지상정.
2인 팀이라면 모를까 5명 모두가 합격하는 상황은 기적에 가까울 테니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였다.
에이미 또한 모르고 꺼낸 얘기가 아니었다.
“나도 작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어. 하지만 굳이 방학 기간을 다 쓸 필요는 없잖아. 일단 모여서 기초 수련을 중심으로 하고, 그다음에는 단독으로 필살기를 연구하면 되지.”
에이미는 팀워크를 다지는 편이 필살기 연구보다 합격률을 높일 수 있을지 모른다고 역설했다.
이유는 현재 졸업반을 통제하는 자가 페르미이고, 시로네 일행 모두 그에게 찍힌 상태이기 때문.
졸업 시험 당일 날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이상 똘똘 뭉치는 것만이 변수를 줄이는 방법이었다.
“나는 에이미의 말이 옳다고 생각해.”
네이드는 무조건 찬성이었다.
사실 졸업 시험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지만, 끔찍한 고향 집에서 몇 달을 버티느니 친구들과 수련을 하는 게 몇만 배 즐거운 일이었다.
“이렇게 하면 어떨까? 한 달 정도만 단기 합숙을 하되 졸업반 시스템을 차용하자. 하루하루 목표치를 정하고 우리끼리 점수를 매기는 거지.”
이루키가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졸업반의 루틴을 유지하자는 거군. 괜찮은 방법이야. 짧은 시간에 성취도를 높이고 남은 시간에는 각자 필살기를 수련할 수도 있을 테니까.”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는 동안에도 시로네는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저 친구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눈에 담고 있을 뿐이었다.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것은 없지만 느낌이 묘했다.
만약 생애 마지막 순간에 무언가를 떠올려야 한다면 지금 이곳에 모인 친구들의 얼굴이 아닐까 하고.
“응? 마야, 어디 아파?”
마지막으로 마야를 돌아본 시로네가 놀라 되물었다.
마야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 얼굴은 겁에 질린 듯 창백했고, 호흡이 곤란한지 가슴이 거칠게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었다.
뒤늦게 마야의 상태를 발견한 네이드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괜찮아, 마야? 의무실에 데려다줄까?”
마야는 빠르게 고개를 저었다.
그러다가 마치 기억상실증에서 되돌아온 사람처럼 고개를 퍼뜩 쳐들더니 시로네를 돌아보며 말했다.
“시로네.”
“응?”
“사랑해.”
공원 벤치에 정적이 내려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