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339
미케아 가올드-레드 라인 제1급 대마법사
강력기 : 초월적 극기
포지션 : 커맨더
가올드가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는 강난의 표정은 무심했지만 마음속은 전에 없이 요동치고 있었다.
‘20년의 종지부. 무슨 일이 벌어지든 여기서 끝내야 한다. 반드시, 반드시 끝낼 거야.’
아호야 강난-늑대 부족의 마지막 후예
강력기 : 람무아이 타격술
포지션 : 탱커
세인은 거핀의 문 앞에서 20인의 심판의 날을 떠올렸다.
미로가 떠난 이후로 가올드는 폐인이 되었지만, 세인은 순수하게 미칠 수 있는 그가 부러웠다.
오직 미로를 위해 미칠 수도 없이 달려온 나날들이었다.
‘미로만 구하면 된다. 그것 외에는 아무것도 신경 쓸 필요 없어. 설령 세상이 끝장나더라도…….’
세인의 몸이 검은 구체 속으로 빠져들었다.
‘미로는 내가 구한다.’
카스트로 세인-블랙 라인 최강의 정신 계열 마법사
강력기 : 철륜안을 통한 안티매직
포지션 : 오더
줄루는 아무것도 담아 두지 않았다. 삶에 대한 열망도, 죽음에 대한 공포도 없다.
오늘의 일 또한 거대한 순환 속의 한 지점일 뿐이라면 그저 그 흐름에 몸과 마음을 맡기면 되는 일이다.
‘후회 없이 비워야 한다. 죽음 속에 삶이 있으니.’
줄루-레드 라인 제1급 소환 마법사
강력기 : 리치 소환
포지션 : 유틸리티
아르민은 거핀의 문 앞에서 시이나를 돌아보았다.
쿠안이 곁을 지키고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아려 왔다.
‘너도 그랬겠구나.’
케이라와 다정한 부부로 지내는 모습을 그저 지켜봐야만 했던 그녀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너를 위해서였다.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네 곁을 지킬 거야.’
아르민은 잡념을 지우듯 몸을 빠르게 틀어 거핀의 문으로 사라졌다.
설령 이 너머에 세상의 끝이 있더라도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시이나, 네가 가는 곳이라면…….’
제너레이드 아르민-전 상아탑 소속 시간 마법사
강력기 : 스톱
포지션 : 군중 제어
아르민이 사라진 뒤에야 시이나의 눈빛이 슬픔에 잠겨 들었다.
오빠와 함께 마법사가 되고 싶었다. 그리고 세상의 수많은 아름다움을 보고 싶었다.
어린 시절부터 그토록 꿈꿔 오던 일이 현실이 되었건만 어째서 행복하지 않은 것일까?
‘아니, 생각하지 말자. 임무를 앞두고 감상에 젖는 건 어리석은 짓이야.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하면 돼.’
올리페르 시이나-레드 라인 공인 5급 마법사
강력기 : 앱솔루트 제로
포지션 : 메인 딜러
쿠안은 멀어지는 시이나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검사로서 9명 모두의 생명이 자신의 죽음 너머에 있다.
아마도 그가 살아서 돌아올 확률은 기적처럼 10명 모두가 생환할 가능성보다 미약하게 높은 정도.
그럼에도 마냥 기분이 더럽지 않은 이유는, 처음으로 누군가를 지키고 싶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저곳이 나의 무덤인가?’
사지를 향하는 쿠안의 입가에 서늘한 미소가 지어졌다.
파르카 쿠안-공인 6급 검사, 카이젠 검술학교 교관
강력기 : 무브먼트 제어
포지션 : 히트맨
‘스승님, 저에게 힘을 주세요.’
에텔라는 눈을 감고 짧은 명상에 잠겼다.
아케인에게 패한 뒤부터 연마에 연마를 거듭한 그녀의 사명감은 전에 없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세상의 빛이 되라는 카르시스 융의 따듯한 목소리가 굉음처럼 머릿속으로 밀려드는 순간 그녀의 눈이 번뜩 뜨였다.
‘악을 멸한다. 그것이 나의 사명.’
로미 에텔라-공인 6급 마법사, 탐색계 조너, 카르시스 수도회의 비숍
강력기 : 음양파동권 천수관음 번뢰격
포지션 : 서브 딜러
“후우. 후우.”
플루는 아드레날린을 억제하느라 사력을 다했다.
프로 마법사로서 세계 최고의 마법사 팀에 합류한 일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영광.
‘서투른 티를 내면 안 돼. 여태까지 해 왔던 것을 믿자. 그래, 나는 라비드 플루야. 할 수 있어!’
어떤 고난이 닥쳐도 반드시 임무를 성공시킨다.
심장에 새기듯 수없이 다짐한 그녀는 마침내 거핀의 문에 첫발을 내디뎠다.
‘나에게는 죽음 또한 영광인 자리. 모두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뿐.’
라비드 플루-공인 8급 마법사, 조작계 조너
강력기 : 봉황정
포지션 : 서포터
시로네는 모든 팀원들이 천국으로 떠나는 것을 마지막까지 지켜보았다. 그리고 마치 지나온 세월을 되돌아보듯 뒤를 돌아보았다.
여태까지의 삶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모두들 안녕.’
삶의 끝에서 삶의 시작을 만난다.
시로네에게 이번 여정은 그런 의미였다.
이제 와 두려움은 있을 수 없다.
설령 모든 걸 잃게 되더라도 오늘의 판단을 후회하지 않도록, 천국에서 모든 걸 쏟아부을 생각이었다.
“다녀오십시오, 신의 사자시여.”
마하투의 인사를 받으며 시로네는 전사들의 길을 지나 거핀의 문에 도착했다.
시커먼 구체의 터널은 너머의 것을 보여 주지 않았다. 마치 모두의 미래처럼 아득한 불확실함만이 맴돌고 있을 뿐.
‘이제부터는 돌아볼 뒤조차 없어!’
시로네는 눈을 부릅뜨고 거핀의 문으로 뛰어들었다.
강력한 힘으로 일그러진 시공간 장벽이 시로네를 삼키더니 결코 인간이 도달할 수 없는 세계로 집어 던졌다.
아리안 시로네-알페아스 마법학교 졸업반
강력기 : 아타락시아를 이용한 증폭 마법
포지션 : 터미네이터
두 번째 연옥 (1)
토르미아 왕국 북동쪽에 위치한 아룬 산맥.
고대로부터 음산한 기운이 가득한 이곳에는 오래전에 봉인되었던 벨키르의 봉마진이 있다.
마법을 몰랐을 때에도 마법은 있었듯이, 마신을 봉인했던 건 율법을 다루는 마도사들이었다.
하지만 수천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선의 의지는 퇴색되었고 벨키르의 악은 조금씩 그 빈틈을 비집고 들어와 율법을 잠식해 나가기 시작했다.
여기까지가 마신 벨키르의 부활 스토리.
20미터 두께의 지하 암반을 뚫고 산맥 속 동공에 모습을 드러낸 벨키르의 위용은 압도적이었다.
신장 15미터, 무게 32톤에 달하는 거대한 몸체는 문어를 닮았고 피부는 썩은 것처럼 거무튀튀했다.
두 팔은 사람의 것처럼 생겼으나 자세히 보면 알록달록한 뱀들의 결합이었다.
파충류처럼 흉악한 얼굴에는 눈동자 없는 안와에 시뻘건 불꽃이 찍혀 있을 뿐이었다.
그 불꽃의 점을 불태우며 벨키르는 24개나 달린 문어의 다리를 파도처럼 넘실거렸다.
-세상을 멸하리라! 모든 생물을 내 발밑에 복속시킬 것이다!
그것이 바로 벨키르를 이루는 단 하나의 율법.
하지만 수천 년 전의 대스타는 세월의 무상함을 느껴야 했다.
문명을 이룩한 인간은 더 이상 마신 하나의 등장에 멸망할 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일찍이 고문서를 토대로 마신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던 마도사 종파에서 왕국 기무부에 협조 공문을 보냈다.
국왕이 승인하는 것으로 케이지급 파티가 꾸려졌고, 21명의 마법사가 아룬 산맥의 동굴로 들어갔다.
그로부터 8시간 37분이 지난 지금.
공인 4급에서 6급으로 이루어진 케이지 B팀은 벨키르의 다리를 모두 절단하고 완벽한 사멸을 위해 마지막 공세를 가하고 있었다.
“크아아아아아!”
벨키르는 뱀으로 얽힌 두 팔을 허우적대며 동굴을 기었다.
온갖 재생 능력을 다 갖추고 있는 마신이지만 21명의 인간이 뿜어내는 위력은 수천 년 전에 활약했던 그가 감당할 수준이 아니었다.
“하찮은 인간들! 너희 따위가 감히 나를! 끄아아악!”
벨키르의 몸이 엑스 자로 움푹 파이더니 살점이 벌어지면서 점액질 액체가 튀어나왔다.
뚱뚱한 대머리 남자가 상처 속으로 뛰어들어 더욱 빠르게 두 자루의 무두칼을 휘둘러 대기 시작했다.
“엑스 자는 데코레이션인가? 어? 데코레이션? 어? 데코레이션? 어? 데코레이션?”
현재 남자에게는 28종에 달하는 초강력 버프가 들어간 상태였다.
그의 팔은 멈출 기미가 없었고, 끝없이 엑스 자로 살점을 벌리며 심장이 있는 곳까지 파고들었다.
연보랏빛 근육 덩어리를 발견한 남자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리고 마신의 심장을 덥석 깨물었다.
“으아아아앙! 맛있어! 너무 맛있어!”
심장을 이빨로 쭉 끌어당기고 연결된 부위를 무두칼로 탁탁 끊어서 치자 살점이 떨어져 나왔다.
목구멍 속으로 넘기는 순간 날고기의 강렬한 풍미가 퍼지면서 머릿속에 폭죽이 터졌다.
“우오오오! 우오오오오!”
육식중독자 베니피스
공인 5급의 전투 마법사
사냥감의 고기를 먹는 희열을 통해 전능을 증폭
특이 사항 : 푸줏간 운영
“끄으으으으……!”
벨키르는 마지막까지 버텼다.
보통의 생물은 이 정도 당했으면 도의상으로라도 죽는다.
마족이 얼마나 집요하고 집착적인 개념에서 탄생하는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이, 이대로 소멸할 수는 없어…….”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얼굴이 창백하고 백발의 머리를 허리까지 늘어뜨린 여성이 벨키르를 끌어안으며 눈물을 흘렸다.
그녀의 손이 마신의 몸을 쓰다듬을 때마다 재생할 듯 꿈틀대던 살점이 활동을 멈췄다.
“얼마나 아플까.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으히히! 미안해요. 나도 어쩔 수…… 이히히히!”
흐느끼는 목소리 사이로 참을 수 없는 웃음이 새어 나왔다.
눈물을 뚝뚝 흘리는 커다란 눈망울과 기괴하게 뒤틀어진 입가의 대비가 오싹했다.
성녀 모리악
공인 6급의 치유 마법사
직경 100미터에 달하는 광역 치유 마법이 장기
특이 사항 : 조증 심함
인간계에서 마신이라 불릴 정도면 천국 기준으로 2각 마라에 해당하는 지위지만 지금은 고작 21명의 인간에게 강림과 동시에 소멸당할 위기에 처한 마족일 뿐이었다.
벨키르는 비로소 갇혀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법사들의 능력이 우리처럼 자신을 봉쇄하고 8시간을 두들겨 대니 버텨 낼 재간이 없었다.
마신이 간당간당하자 케이지 B팀의 팀장 로즈는 메인 딜러를 찾았다.
예상했던 대로 구석에서 담배를 피우며 농땡이를 부리는 데 여념이 없었다.
“야! 빨리 안 들어와? 이게 시간당 얼마짜리 파티인지 알아? 협회는 땅 파서 돈 주냐?”
“아우, 저 마녀.”
타르반은 담배를 털어 끄고 벨키르를 살폈다.
확실히 말캉하게 다져져서 소멸시키기 딱 좋은 상태였다.
‘그만 좀 뒈져라, 징글징글한 놈아.’
벨키르에게 돌진하며 타르반이 양손을 펼치자 손바닥 위에서 고막을 찌르는 고주파가 퍼졌다.
카이저 블래스트.
이명을 들은 모든 마법사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타르반의 두 손이 앞으로 쭉 뻗히자 벨키르의 둔중한 몸이 푸들푸들 진동하기 시작했다.
“기억해 둬라, 인간들이여! 나는……!”
퍼어어어어엉!
폭발과 동시에 벨키르의 형체가 흔적조차 없이 사라졌다.
살점들이 사방에 튀었으나 그조차도 열기에 녹아 버렸다.
“임무 완료.”
케이지 B팀이 이곳에 도착하고 정확히 8시간 49분 만에 나온 결과물이었다.
그때 동굴 벽에 등을 기대고 졸고 있던 통신 마법사의 눈이 번쩍 뜨였다.
눈앞의 수정구에 정보가 출력되고 있었다.
단 한 줄의 문장을 전하기 위해 대략 사백 줄에 이르는 암호가 필요했다.
“팀장님. 팀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