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351
“딱히 더 물어볼 필요는 없겠군요.”
아르민이 정문으로 걸어갔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드론을 가지고 왔지만 아르민은 천국의 언어를 익히고 있었기에 사용할 일은 없었다.
“실례합니다. 이곳이…….”
정문의 양편을 지키고 있던 경호원들이 간격을 좁히며 길목을 막아섰다.
원래의 세계에서는 볼 수 없는 타이트한 슈트를 입고 검은 알이 박힌 안경을 쓰고 있었다.
“멈춰라. 누구냐?”
“이곳에 요청할 일이 있어서 왔습니다. 책임자를 만날 수 있을까요?”
정문이 열리며 같은 슈트를 입은 10여 명의 경호원들이 무표정한 얼굴로 아르민의 앞을 가로막았다.
“돌아가라. 형님께서는 오늘 기분이 안 좋으시다.”
“그거 유감이군요. 하지만 우리도 시간이 많은 편이 아니라서. 일단 말만이라도 전해 주시죠.”
체구가 건장한 경호원이 주먹을 어루만지며 다가왔다.
“어이가 없군. 너희, 여기가 어디인지는 아는 거냐?”
10여 명의 경호원이 일제히 살기를 내뿜자 기분 나쁜 성질의 기운이 아르민 일행을 덮쳤다.
‘이건…….’
네 사람 모두 동시에 깨달았다.
원래의 세상에서는 절대로 느낄 수 없는 기질.
“조심하십시오.”
쿠안이 검을 뽑아 들며 말했다.
“이것들, 인간이 아닙니다.”
생물의 정의 (2)
타락의 고원.
황량한 벌판에 진한 유황 냄새를 풍기는 바람이 불었다.
공허한 대지 위에는 풀 한 포기 없었고, 지평선 끝까지 뻗은 먹구름이 번개를 토해 내고 있었다.
건조하고, 을씨년스럽고, 아무것도 없는 곳이었다.
제3특수기동대는 빛을 타고 추락했다. 여태까지 경험한 엘라이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난폭한 착지였다.
감당할 수 없는 힘에 튕긴 기분을 느끼며 시로네는 바닥을 굴렀다.
“아우, 머리야. 선배님, 괜찮아요?”
시로네는 주위의 풍경에 눈을 크게 떴다.
여덟 방위에 높이 4미터의 직사각형 패널이 세워져 있었다. 패널 너머에는 가시거리 끝까지 2미터 길이의 침들이 촘촘하게 박혀 있었다.
번개가 내리치자 강력한 전기가 지류를 타고 흘러와 그들을 감싸고 있는 패널의 안쪽에 빛을 폭발시켰다.
“이건…….”
조원이 말했다.
“여기는 정이 모이는 천연 지대가 아닙니다. 인위적으로 빛을 수집하게끔 만들어진 장치죠.”
“메카족이 만든 건가요?”
“누가 만들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천국에 신민들이 살기 전부터 존재했던 것이니까요. 이 버림받은 땅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천사들밖에 모를 겁니다.”
또다시 천둥이 내리쳤다.
번개가 수천 갈래로 갈라져 지상에 흡수되자 벌레가 들끓는 것처럼 땅이 푸르스름하게 빛났다.
강력한 백광이 패널에서 펑 하고 탄생하자 눈을 찌푸린 시로네가 지시를 내렸다.
“일단 벗어나죠. 여기에 더 있다가는 위험할 수도 있겠어요.”
제3특수기동대는 수만 개의 침을 피해 낙뢰 지역을 벗어났다.
모두 하늘을 날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이런 환경에서 공중은 위험한 곳이었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빛의 정으로부터 4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크레이터였다.
어떤 물체가 무시무시한 속도로 추락한 듯, 지면이 움푹 파여 있었다.
중심으로 내려가서 땅을 쓸자 철판이 모습을 드러냈다. 무언가가 땅속 깊이 박혀 있는 듯했다.
“이래서 천사의 무덤이라 불리는군요.”
“그렇습니다. 수 세기 동안 수많은 이단들이 이 유적을 발굴하려고 갖은 애를 썼죠. 하지만 모두 허사였습니다.”
조원이 주위를 가리켰다.
“심지어는 일대를 통째로 들어내려고 한 적도 있죠. 하지만 특정 지점까지 파고들면 지류에 감전당하고 맙니다. 당시에는 수백 명이 몰살당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결국 이 봉인을 해제해야 된다는 거군요.”
시로네는 철판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형태는 달라도 분명 천사들의 언어인 헤나였다.
그렇기에 네피림이라면 이것을 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아마도 그럴 것이다.
시로네는 플루를 돌아보았다.
이모탈 펑션에 들어가는 건 문제가 없지만 이제부터는 미지의 영역이었다.
“열어 보자. 위험하면 바로 자리를 뜨면 되잖아.”
플루는 들어가고 싶었다.
수 세기 동안 이단들이 목숨을 걸고 이곳을 발굴하려고 했다는 것은 그에 준하는 가치를 지닌 무언가가 땅속에 있다는 의미.
게다가 시로네에게는 즉각적으로 자리를 뜰 수 있는 메스 텔레포트가 있으니 쉽게 당하지도 않을 터였다.
“그럼 시작할게요.”
철판에 손을 대고 이모탈 펑션을 개방하자 헤나가 빛나면서 거대한 광채가 하늘을 향해 방사형으로 뿜어졌다.
조원들이 뒷걸음질을 치는 가운데 지하 깊은 곳에서부터 밀려드는 울림이 발바닥을 통해 전해졌다.
“쳇! 일단 거리를 벌리죠.”
조원이 굳은 표정으로 말하자 시로네도 군소리 없이 크레이터 밖으로 벗어났다.
쿠쿠쿠쿠쿠쿠!
철판이 진동하면서 방대한 규모의 흙이 아래로 쏟아져 내리며 무언가가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저건?”
제3특수기동대는 하염없이 올라가고 있는 철탑을 바라보았다.
땅에서 솟아오른 것은 거대한 종 모양의 구조물이었고, 튼튼한 금속 표면에 헤나가 가득 채워져 있었다.
3미터 높이의 구조물 아래가 반으로 갈라지더니 출구가 열렸다.
한참이나 대기하던 시로네는 별다른 이상이 없자 몸을 날려 구조물 앞에 착지했다.
어둠을 삼키고 있는 입구 위에 철판으로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헤나가 아니었기에 시로네는 드론을 띄워 해독을 해 보았다. 전파를 타고 머릿속으로 통역이 전송되었다.
바벨.
“바……벨?”
조원들이 동시에 중얼거렸다.
오직 저 글자만이 천사의 언어가 아닌 신민의 언어였다.
플루가 조원들을 돌아보며 물었다.
“바벨이라. 무슨 뜻이지?”
“모릅니다. 신민의 언어가 맞지만, 저희도 처음 듣는 단어입니다.”
딱히 도움이 되는 정보는 아니었다.
“시로네, 이제 어떡할 거야?”
“들어가죠. 어쨌거나 탐색이 목적이니까요.”
조장답게 먼저 걸음을 옮긴 시로네가 샤이닝 마법을 시전하고 입구로 들어갔다.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였고 그것을 통해 끝없이 내려가자 복도가 이어졌다.
첫발을 내딛는 1미터 간격마다 설치되어 있는 전등이 켜지면서 어둠을 향해 뻗어 나갔다.
시로네는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끝도 없이 뻗어 나가고 있다. 거리로 계산하건대 땅 위로 솟았던 구조물의 크기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길을 따라 도착한 곳은 원형의 공간이었고, 입구 위의 철판에 신민의 언어로 조종실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흐음, 조종실이라. 이건 알아들을 수 있겠군요.”
조원의 농담에도 웃는 사람 없이 모두 안으로 들어갔다.
불이 번쩍 켜지면서 제불의 대세계전에서나 볼 법한 장치들이 선을 타고 연결되어 있는 게 보였다.
장치 너머에는 거대한 원뿔 형태의 기둥이 있었다. 천장에도 같은 형태의 기둥이 내려오고 있었는데, 두 꼭짓점 사이에 전기 덩어리가 붙잡힌 듯 움직이고 있었다.
“저, 저건……!”
조원들은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말을 잃었다.
한순간도 같은 형태를 지키지 못하고 흔들리고 있는 빛의 살타래.
순수 자연 상태에서 채집하기란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는 전기의 정령이 분명했다.
플루가 멀리서 턱을 만지며 말했다.
“흐음, 저게 뭐지? 이곳의 동력원인가?”
‘멍청하긴. 저건 그런 하찮은 게 아니야.’
조원들은 하나같이 플루의 어리석음을 비웃었다.
지금 그들이 보고 있는 것은 매일같이 번개가 치는 타락의 고원의 특이성과, 그것을 엄청난 스케일의 장치로 수집하는 장치, 그리고 시간을 초월할 만큼 유구한 세월이 더해져서 만들어진 연옥에서 가장 희귀한 정령이었다.
조원들은 조심스럽게 눈빛을 교환했다.
부대 특성상 외지로 파견을 나가는 경우가 많은 그들에게는 이럴 경우 자체적인 규정이 적용된다.
임무 수행 중에 특별한 아이템을 획득했을 경우 최고 책임자가 처우를 결정하게 되며, 임무 성취도에 따라 대가를 차등 분배하는 게 원칙이다.
현장에서 이런 사항들이 지켜질 리는 만무하지만 그렇다고 이것 외의 더 큰 억제력을 낼 수 있는 방법도 없었다.
‘저건 내 거야.’
조원들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직 제대로 임무를 진행한 것도 아니기에 규정에 따르면 꼼짝없이 소중한 전기의 정을 시로네에게 가져다 바쳐야 되는 상황이다.
다른 아이템이라면 몰라도 전기의 정령은 일생일대, 아니 반군 전체의 인생을 걸어도 잡을 수 없는 최고의 기회였다.
“일단 확인부터!”
말도 안 되는 변명을 지껄이며 조원이 뛰쳐나갔다.
“기다려! 함부로 접근하면……!”
플루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조원은 전기의 정령으로 달려가 계약을 하기 위해 손을 내밀었다.
‘됐다. 이것만 있으면 나도……!’
생애 이토록 심장이 빨리 뛴 적이 있을까?
막대한 기대감이 뇌를 마비시킬 정도로 짜릿함을 선사했다.
“내가 계약하겠다!”
소리치는 것과 동시에 좌우의 벽에서 구슬이 쏘아졌다.
남자가 반사적으로 얼굴을 감싸자 퍼퍼퍼퍽! 소음이 연달아 터지면서 몸이 흔들렸다.
“크으으으……!”
시로네는 놀란 표정으로 주위를 살폈다.
강철로 만든 벽면의 표면이 튀어 나간 구슬의 숫자만큼이나 많은 엠보싱 형태로 홈이 파여 있었다.
그럼에도 남자의 주위에는 1개의 구슬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
벽에서 튀어나와 반대편 벽의 홈으로 들어갔다.
충돌 이후에도 궤적의 오차가 없다는 것은 구슬이 얼마나 강력한 힘으로 쏘아졌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반응조차 못 했어. 전부 관통한 거야.’
쿵! 남자의 무릎이 바닥을 내리찍었다.
이어서 힘없이 두 팔이 내려오자 벽면의 형태와 똑같이 구멍이 뚫린 얼굴이 드러났다.
모두는 더욱 경계심을 끌어 올렸다.
전우의 죽음을 애도하는 것은 훗날 살아서 이곳을 나갔을 때로 미루어 두고, 일단은 닥친 상황에 집중했다.
“조종실이라고 했잖아. 그런데 어째서 트랩이 설치되어 있는 거지?”
“트랩이 아니에요.”
텅! 텅! 텅! 텅!
시로네의 말이 끝나는 순간 조종실의 벽면이 순차적으로 이탈했다.
트랩이 아니었다. 조금 전의 공격은 고정되어 있는 강철 문을 뜯어내기 위한 절차에 불과했다.
칸칸이 구역이 나뉜 벽면 안쪽에는 신장 2미터에 달하는 강철 골렘들이 관 속의 시체처럼 들어차 있었다.
그러다가 움푹 들어간 두 눈에 붉은 빛이 켜지더니 벽면을 붙잡고 걸어 나왔다.
“바벨에 접근한 자, 신의 분노를 사리라.”
2명의 조원이 같은 동작을 취하며 집단 마법을 준비했다.
“가르딘으로 섬멸한다.”
번개가 내리치는 특수한 상황에서만 발휘할 수 있지만 집단 마법 중에서는 가장 파괴력이 강하다고 알려져 있다.
제아무리 강철 골렘이라도 전기의 정령이 버젓이 버티고 있는 장소에서는 충분히 싸울 만했다.
“물러서십시오! 초토화시킬 겁니다!”
말과 달리 조원들은 시로네와 플루가 피할 겨를도 없이 전방을 향해 손을 뻗었다.
“간다! 가르딘!”
시로네가 움찔하며 동작을 멈추고 플루 또한 의아한 눈으로 조원을 돌아보았다.
거창한 외침과 달리 그들의 손에서는 어떤 마법도 시전되지 않았다.
“뭐, 뭐야? 어째서 정이…….”
스피릿 포스가 정확히 연결되지 않으면 집단 마법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심지어는 일말의 전기도 모이지 않고 있었다.
시로네가 중얼거렸다.
“전기의 정령이 아니야.”
“바벨에 접근한 자를 처단하라.”
기계적인 음성을 내뱉은 골렘들이 각기 타른 타깃을 노리고 뿔뿔이 흩어졌다.
“싸운다! 모두 준비해!”
플루가 피닉스를 꺼내 들고 땅에 내리찍으며 봉황정을 시전했다.
뜨거운 불덩어리가 사방으로 퍼지면서 골렘을 강타했지만 금속으로 이루어진 몸체는 충격을 받지 않았다.
그랬으니 밀폐된 공간에서 바람의 마법 정도를 시전할 수 있는 노르족 대원들은 골렘의 공격을 피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시로네! 레이저로 파괴해!”
플루가 지원을 요청했으나 시로네는 말을 듣지 못한 듯 그저 제자리에 못 박혀 있었다.
“시로네! 뭐 하고 있어? 위험해!”
다섯 기의 골렘이 땅을 울리며 걸어왔다.
시로네의 얼굴에 그늘이 차오르면서 거대한 주먹이 날아들었다.
쿠우우우우웅!
땅이 울렸다.
조종실의 진동이 아닌, 마흔 기의 골렘이 동작을 멈추면서 생긴 떨림이었다.
시로네는 코앞에서 멈춘 골렘의 주먹을 바라보다가 시선을 들었다.
골렘의 붉은 눈동자가 무언가를 연산하듯 빠르게 점멸하고 있었다.
대상 범주-인간.
속성-네피림.
코드 검색-홍채 패턴 감식.
데이터 검색-페이즈1. 완료. 페이즈2. 완료.
결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