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38
“아, 시로네. 소개해 줄게. 이루키라는 놈이야. 클래스 파이브의 아웃사이더지.”
또 1명의 천재(2)
진급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이루키와 직접 대화를 나누는 건 처음이었다.
일부러 피했다기보다는, 수업에 참석하는 날보다 빠지는 날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호오, 아리안 시로네. 학교가 주목하는 천재 아니신가? 영광스러워 일기에라도 적어야겠어.”
처음 나온 말만 듣고서도 친구들이 이루키를 멀리하는 이유를 알 듯했다.
“안녕. 난 시로네. 앞으로 잘 부탁해.”
“크크, 천재가 부탁은 무슨. 사실 클래스 세븐부터 널 지켜봐 왔어. 이탈형을 성공했을 때도, 건널 수 없는 다리를 건넜을 때도 말이야.”
“응? 날 지켜봤다고?”
그 순간 깨달았다.
‘이 목소리.’
쇠가 긁히는 듯 가느다란 음성.
클래스 세븐에서 아이들의 비난에 스피릿 존이 흔들렸을 때, 자신을 격려해 준 목소리였다.
“그때 날 응원한 사람이 너였어?”
“응원은 무슨. 답답해서 한마디 한 거야. 애들에게 휘둘리는 게 마음에 안 들기도 했고.”
이루키는 귀찮다는 듯 말했지만 시로네의 입장에서는 고마운 기억이었다.
“그렇지 않아. 정말로 큰 도움이 됐어.”
그 말에 이루키는 시로네를 빤히 바라보았다.
“너, 되게 재미없는 애구나?”
“응?”
살면서 처음 들어 보는 말이었고, 묘하게 기분이 나빴다.
네이드가 황급히 나섰다.
“야, 야, 이루키! 그래도 고맙다고 하는 사람에게 그런 말을 하는 건 실례지.”
이루키는 고개를 꺾으며 돌아섰다.
“그래? 난 칭찬한 건데. 아무튼 열심히 해 봐. 물론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거야. 클래스 파이브에는 꼴통들이 많거든, 킥킥킥.”
네이드가 멀어지는 이루키에게 말했다.
“야, 어디 가? 같이 연습하자.”
“귀찮아.”
시로네는 멍하니 입을 벌렸다.
마법학교에서 수업이 귀찮다는 말을 듣다니.
대체 저런 아이가 어떻게 클래스 파이브까지 올라올 수 있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좀 이상한 성격인 것 같네.”
“미안해, 시로네. 사귀고 보면 그리 나쁜 애는 아니야.”
“하지만…….”
“무슨 생각 하는지 알아. 그래도 파고들면 우리만 피곤해져. 저 녀석도 천재니까. 너랑 다른 유형의 천재라서 문제가 되는 거지.”
“천재? 이루키가 천재야?”
“아, 너는 아직 모르겠구나.”
네이드는 이루키에 대해 말했다.
천재라는 말과 달리 그의 성적은 클래스 파이브의 중위권으로, 네이드와 비슷했다.
하지만 그를 깔보는 사람이 없는 이유는, 한쪽으로 치우친 인간의 전형이기 때문이다.
문학이나 예술 등 감성이 중요한 과목은 여지없이 빵점이지만, 계산 능력이 요구되는 과목에서만큼은 눈을 감고도 만점을 받아 내는 천재였다.
처음에는 교사들도 이루키의 재능에 반해 너도나도 전담을 맡으려고 했다.
하지만 성격이 워낙에 괴팍해서 현재는 대부분 포기하고 관심조차 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수학적인 분야에서는 졸업생조차 뛰어넘었다는 얘기가 나오는 만큼, 조만간에 진급을 할 것이라 관측하는 교사들이 많았다.
쉽게 말해 시로네가 전 과목을 균형 있게 끌어올린다면, 이루키는 단점을 극강의 장점으로 덮어 버리는 유형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루키가 가장 잘하는 분야는 특수한 뇌 기능을 가진 사람만 가능하다는 계산물리학이었다.
이를테면 절대영도나 1억 도 이상의 고열 같은 극한의 상황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수치로 계산하는 것이다.
학술계에서는 이런 계산이 가능한 뇌를 가진 자를 ‘서번트 신드롬’이라고 부른다.
실제로 그는 오늘로부터 4만 년이 지난 후의 날짜를 1분 안에 도출해 낼 수 있다.
또한 잠을 자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원주율의 소수점 아랫자리를 평생 읊조릴 수 있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기계적인 계산이 가능한 두뇌의 소유자, 그게 바로 이루키였다.
설명을 들은 시로네는 멍한 표정이었다.
정말로 가능하다면 가히 엄청난 재능이었다.
“그런 사람이 왜 아직도 클래스 파이브에 있는 거야? 아니, 설령 재능이 없다고 해도 빵점이라는 게 말이 돼? 찍어도 몇 문제는 맞힐 텐데.”
“흐흐흐, 그게 말이야, 늘 이런 식이거든. 한 달 전에 어떤 일이 있었냐면…….”
이루키가 치른 이론 시험의 일화였다.
자연과학 쪽에서는 만점을 받았으나 문학 시험에서 교사의 눈에 거슬린 것이 사달을 냈다.
시인 길베르토의 이라는 시의 일부분을 발췌한 문제였다.
마지막 시구인 ‘갈지자로 떨어지는 낙엽이여’에서 낙엽이 갈지자로 떨어진 이유를 답하라는 요구에 대다수의 학생들은 죽음의 두려움을 표현했다는 식으로 풀이했다.
하지만 이루키의 답은 이랬다.
[문서]낙엽의 표면에 흐르는 유체(여기서는 기체)의 속력이 각기 다른 공기저항으로 걸리게 되므로, 압력이 작용하는 힘 벡터의 합이 큰 방향으로 움직임.이하 낙엽의 표준 모델을 사용한 방정식을 첨부함.
그다음부터는 알아먹을 수조차 없는 요상한 기호로 가득 차 있는 수식이었다.
이루키의 성격을 아는 교사들은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으나, 문학 교사인 아델리아만큼은 달랐다.
그녀는 살이 포동포동 오른 아줌마의 몸을 이끌고 강의실의 문을 거칠게 열었다.
그리고 수업을 기다리는 이루키의 앞에 시험지를 탁 하고 내려놓으며 해명을 요구했다.
“이루키! 이게 뭐니?”
“시험지요.”
“그거 말고! 네가 써 놓은 답을 봐! 이건 문학 시험이지 수학 시험이 아니야!”
“수학과 문학을 구분 짓는 것 자체가 문학의 허구성을 증명하는 거 아닌가요?”
아델리아의 얼굴이 통구이처럼 빨개졌다.
“네가 뭘 안다고 잘난 척이니? 넌 학생이야. 전공자처럼 행동하기엔 아직 몇 년은 일러! 세상에는 네가 수학으로 정의할 수 없는 깊은 사상도 존재하는 법이야.”
“선생님, 그런 건 없어요. 만약 세상의 어떤 부분이 비논리적이라면 무서워서 어떻게 살죠? 지금 당장 얼굴이 폭발할지도 모르는데 말이에요.”
“그러니까 네 말은, 모든 게 논리적이다? 길베르토 시인의 시구마저도?”
“물론이죠. 그래서 답을 적은 거고요.”
잠시 씩씩대던 아델리아가 삿대질을 하며 소리쳤다.
“그렇다면 말해 봐. 죄 없는 사람 천 명이 죽을 위기에 처해 있어. 그런데 너에게 다른 죄 없는 사람 1명을 죽여서 모두를 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할 거야?”
“천 명을 죽이죠. 원래 죽어야 할 천 명의 목숨과, 죽지 않아도 되었을 1명의 목숨은 수학적으로 등가교환이 될 수 없으니까요. 처음부터 등치를 세울 수 없는 수식이에요.”
아델리아는 뱃속에서 올라오는 울분을 억눌렀다.
이런 식이라면 그녀도 생각이 있었다.
“신은 있다, 없다? 대답해 봐!”
“없을 수는 있다.”
논리적인 결론에 아델리아는 더욱 독기가 올랐다.
“엄마와 아빠, 둘 중에 누굴 선택할 거야? 반드시 하나만 골라야 해!”
“엄빠요.”
“나가.”
아델리아의 손끝이 부르르 떨렸다.
“나가, 이 자식아! 너 같은 건 내 수업에 들어올 자격도 없어! 나가!”
아델리아의 건의로 교무회의가 열렸다.
결국 이루키의 풀이에 교권에 대한 조롱이 담겼다고 판단한 교사들은 인문 과목에 대한 모든 점수를 0점 처리했다.
“우와! 진짜 장난 아니구나.”
이루키의 일화를 들은 시로네는 그가 자신과 같은 열일곱 살이라고는 믿을 수가 없었다.
교사에게 덤비는 성질도 그렇지만, 학생 신분에서 자신의 생각을 관철시킨다는 건 엄청난 강단이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다.
“하하! 그렇다니까. 아무튼 그런 성격이야. 정말 친해지기 어려운 놈이지.”
“듣고 보니 나한테 재미없다고 한 말도 이해가 되네. 그런데 어째서 그게 칭찬이지?”
“모르지, 뭐. 너한테서 다른 친구들과 다른 점을 봤을 수도 있고. 그래서 나도 일부러 소개를 했던 건데. 어쩌면 너랑은 잘 지낼 수 있을까 싶어서.”
시로네는 이루키라는 친구에게 호기심이 생겼다.
‘조금 더 말을 붙여 볼 걸 그랬나?’
그런 생각으로 이루키를 찾아 두리번거리던 시로네의 눈이 문득 크게 뜨였다.
“어? 네이드, 저기 좀 봐.”
이루키가 귀찮은 표정으로 이미지 존을 향하고, 학생들이 알아서 비켜서고 있었다.
꼭 싫어서 피한다기보다는, 오히려 뭔가 사건이 터지기를 기대하는 눈치였다.
네이드가 미간을 찡그렸다.
“젠장! 저 자식 또 무슨 생각으로 저러는 거지? 가 보자.”
네이드를 따라 도착하자 다른 동급생들도 하나둘씩 이미지 존으로 모여들었다.
“이루키네. 또 왜 저래? 혹시 예전처럼 옷 벗고 드러누워 버리는 거 아냐?”
시로네는 황당했다.
여학생도 있는 곳에서 옷을 벗다니. 알면 알수록 이해할 수 없는 성격이었다.
학생들의 우려와 달리 이루키는 정상적으로 스피릿 존으로 들어갔다.
직경 15미터의 구체.
클래스 파이브치고는 작은 편에 속했으나 관건은 크기가 아니었다.
“이탈형?”
이루키가 사방식을 행하는 순간 스피릿 존이 육체를 이탈해 빠져나왔다.
“오오, 이루키 녀석. 오랜만에 하는데?”
“말려야 되는 거 아냐? 저 자식, 에텔라 선생님한테 이미지 존 사용 금지 먹었잖아.”
“내버려 둬. 말린다고 들을 놈이냐?”
처음 상태와 거의 다르지 않은 스피릿 존이 넓은 반경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모두가 감탄하는 가운데 이루키가 관중석의 시로네를 보고 씩 웃었다.
그리고 손가락을 튕기자, 사방에서 타깃이 튀어나와 새처럼 날아다녔다.
학생이 독단적으로 타깃을 푸는 건 금지였기에 몇몇 학생들이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교칙을 어긴 것과 상관없이 관전에 몰두하고 있었다.
“우와…….”
이탈형 스피릿 존이 타깃을 추적했다.
마치 고무공이 튕기는 것처럼 자유자재로 각도를 꺾었고 속도마저 압권이었다.
시로네는 진심으로 놀랐다.
‘엄청나다.’
한편으로는 애초에 정신이 출타하지 않고서야 저런 움직임은 무리일 듯했다.
클래스 포를 지도하던 에텔라가 이미지 존을 돌아보고는 화들짝 달려왔다.
“어? 이루키! 지금 뭐 하는 거야?”
이미 작심한 듯 이루키는 두 눈에 힘을 주며 스피릿 존을 타깃에 날렸다.
이탈형의 구체가 타깃을 집어삼키는 순간 빛이 거품처럼 보글거리기 시작했다.
“저 미친놈!”
학생들이 질색하며 허리를 트는 순간 이루키의 기폭 마법이 완성되었다.
“아토믹 봄.”
풍압으로 사람이 밀릴 정도의 폭발에 몇몇 학생들이 엉덩방아를 찧었다.
“크윽!”
시로네가 팔로 가렸던 얼굴을 되돌리자 어느새 이미지 존의 끝에 서 있는 이루키가 보였다.
뒷짐을 진 그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다음에 보자, 시로네.”
다음에 보자는 게 어떤 의미일까?
아니, 그 전에, 무슨 생각으로 이런 짓을 저질렀을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으나 다행히 한 가지 의문은 곧 해결되었다.
에텔라가 이루키의 귀를 붙잡고 끌고 왔다.
“이루키! 한 번만 더 그러면 징계받는다고 했지!”
“아야야! 기계장치는 안 망가지게 조절했어요. 아시잖아요, 제가 작심하고 터트리면 어떻게 되는지.”
“정말 끝까지 반성을 안 해! 넌 오늘부터 일주일간 근신이야! 수업에 나오지 마!”
“으악! 그건 너무 가혹한 처사이십니다!”
비명을 지르는 이루키였지만 끝까지 잘못했다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끌려가는 동안 시로네와 네이드를 돌아보며 피식 웃기까지 했다.
“하아! 결국 또 저지르고 마는구나. 시로네, 미안. 내가 가 봐야겠다.”
네이드가 이루키를 쫓아간 뒤에도 시로네는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기폭 마법.’
에너지를 다루는 가장 극단적인 방식이었다.
또 1명의 천재(3)
자극을 받은 건 다른 학생도 마찬가지인지 수많은 말이 들리고 있었다.
“저 자식 그래도 대단하지 않냐? 예전보다 기폭 반응이 더 빨라진 것 같아. 폭발력은 동일한데 말이야.”
“아무래도 서번트 신드롬이니까. 반응식은 기가 막히게 계산할 수 있겠지.”
시로네가 끼어들었다.
“반응식이라는 게 폭발을 일으키는 식을 말하는 거야?”
“응. 나도 기폭 마법은 잘 모르지만, 반응식을 어떻게 세우느냐에 따라 폭발력이 달라진다고 하더라고. 화염 마법의 연소식하고 비슷한 개념이랄까?”
“그렇구나. 하긴, 저 정도의 폭발력이라면 굳이 화염 마법을 배울 필요도 없겠네.”
“아니. 화염 마법하곤 용법이 달라. 사실 방금 전의 시연은 이루키니까 가능한 거지, 원래 학생 수준에서는 폭발까지 가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거든. 이루키도 폭발력을 높이려면 계산 시간이 길어질 거야. 뭐, 그 시간을 줄이는 게 기폭 마법사의 숙제겠지만 말이야.”
“흐음.”
시로네는 분석에 들어갔다.
고속으로 움직이는 이탈형 스피릿 존에서 전지전능을 빠르게 재설정하는 것은 마치 순간 이동에서 다양한 변수에 대응하는 것과 같았다.
‘나는 감각으로 하지만…….’
이루키는 서번트 신드롬의 계산 능력으로 빠르게 수행한다는 게 다를 뿐.
‘기폭 마법은 확실히 강하다.’
가장 큰 장점이라면 하나의 점에서 엄청난 범위의 폭발을 일으킨다는 것.
‘이탈형 스피릿 존은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크기가 줄어든다. 그런 측면에서 최적화된 마법이야.’
하지만 파괴적이다.
이루키의 재능도, 스피릿 존의 성향도, 주특기도, 전부 폭발에 특화되어 있다는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