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387
“크으으윽!”
지척에 있던 아슈르는 이를 악물고 두려움을 억눌렀다.
이카엘의 목소리가 엄청난 증폭력으로 퍼지면서 천국 중심의 아라보트에서 동심원을 그리며 다른 하늘로 퍼져 나갔다.
카~리~엘~!
제1천부터 제7천까지의 존재들이 이카엘의 목소리를 듣고 바닥에 엎드렸다.
요정도, 거인도, 평천사조차도, 음성에 담긴 그녀의 분노 앞에서는 어떤 저항도 하지 못했다.
카~리~엘~!
메아리는 철을 뚫고 들어와 건물 내부를 진동시켰고, 급기야는 제불의 끝에 머물고 있는 대세계전까지 도착했다.
카~리~엘~!
“으아아아아앙!”
카리엘은 온갖 두려운 감정의 색으로 풀어져 버린 물감 같은 표정을 지으며 울어 버렸다.
어떤 상황인지는 모르지만 이카엘이 온다. 대천사장 이카엘이 오고 있는 것이다.
가히 빛의속도라 할 만큼 빠르게 움직인 카리엘은 미로와 아리우스를 붙잡자마자 날아올랐다.
능력을 발동할 시간도 없이 몸으로 천장을 꿰뚫고 사라진 것과 동시에, 유리엘이 서 있는 은하경 앞에 잔상이 먼저 도달하더니 펑 소리를 내며 이카엘이 모습을 드러냈다.
공기가 밀려나면서 대세계전이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렸다.
“…….”
유리엘은 눈앞에 서 있는 이카엘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지존의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는 눈빛.
그가 알던 오래전의 대천사장의 모습이었다.
“유리엘.”
“대천사장이시여.”
유리엘은 즉각 고개를 숙였다.
“카리엘은 어디에 있지?”
아마도 앙케 라는 그녀에게 모든 전권을 위임했을 터.
거짓을 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제2천으로 갔을 것입니다.”
타락천사의 도시. 카리엘이 은신할 수 있는 최적의, 그리고 유일한 곳이었다.
“안내합니까?”
이카엘은 고개를 저었다.
카리엘은 언제라도 잡을 수 있다.
라가 원하는 것은, 답을 듣기 전까지 전쟁을 유예시키는 것.
그렇다면 그녀가 가장 먼저 만나야 할 사람은 카리엘이 아니었다.
“연옥으로 간다. 유리엘, 너는 다른 대천사들에게 내 말을 전하라. 이제부터 내 허락이 없이는 어떤 행동도 하지 말라고. 어길 시에는 천사장의 직권을 사용하겠다.”
“뜻에 따르겠습니다.”
순순히 명을 받은 유리엘이 다시 고개를 들고 물었다.
“반군 사령부로 가실 생각입니까?”
“그래.”
이카엘이 눈을 매섭게 뜨며 말했다.
“73구역의 빛, 시로네를 만날 것이다.”
***
동이 틀 무렵에 가올드는 반군 제1사령부로 돌아왔다. 물론 생존한 케이지 B팀과 함께였다.
잠을 포기하고 가올드를 기다리고 있던 시로네 일행이 달려갔다.
가올드는 지친 몰골이었으나 성녀 모리악의 치료 덕분에 크게 다친 곳은 없었다.
세인은 케이지 B팀이 수송하고 있는 물건에 먼저 관심을 드러냈다.
대형 타기스가 담긴 컨테이너였다.
반군 엔지니어와 함께 세인이 떠나자 남은 자들은 하나같이 가올드의 얼굴을 살폈다.
그의 고통스러웠던 과거를 들은 지금 예전처럼 편하게 대할 수 없었다.
가올드는 반응을 보고 대충 예상했으나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뭣들 하고 있어? 타기스 조립 안 할 거야? 이제부터 전쟁이다. 24시간 안에 쳐들어갈 거야.”
강난이 다가왔다.
“괜찮아요?”
가올드는 한쪽 눈썹을 올렸다.
강난이 말투에 가시를 빼고 걱정의 말을 건네는 건 의외의 일이었다.
“너까지 왜 그래? 설마 삐졌냐?”
미로와 세인을 제외하면 가장 오랫동안 가올드의 곁을 지킨 그녀지만 가올드의 과거를 명확하게 알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내가 왜요? 궁금했으면 진즉 물어봤을 겁니다.”
“크크.”
가올드는 엄지를 뒤로 넘겨 케이지 B팀을 가리켰다.
“잘 구슬려 봐. 나한테 반파당했지만 필요할 때는 도움이 될 거다.”
비서실장으로서 알고 있는 케이지 B팀은 결코 약하지 않다. 아마 그들이 노린 협회장급의 인사가 가올드가 아니었다면 결과는 달랐을지도 모른다.
위이이이이잉!
그때 반군 사령부 지휘통제실에서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
모두가 그곳을 돌아보는 가운데 병사가 달려와 소리쳤다.
“공습! 적 공습입니다! 엄청난 속도로 날아오고 있습니다!”
병사의 목소리에 시선이 하늘로 향했으나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뭐야?”
병사마저 멍한 표정을 지었다.
레이더의 반경을 계산하면 이미 가시거리에 들어와 있어야 정상이었다.
가올드가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준비해라.”
말이 떨어지는 즉시 강난이 전투태세를 갖추었고, 동시에 그들의 앞에 무언가가 추락했다.
워낙에 빠른 속도라 모습을 드러냈음에도 모두의 머릿속에 인지되기까지는 꽤나 긴 시간이 걸렸다.
그러는 동안 공습자는 빛의 날개를 활짝 펴고 고개를 빳빳이 쳐든 채 반군들을 돌아보았다.
“저, 저건…….”
반군 제1사령부에 침입한 것은 1명의 천사였다.
순백의 미에 성스러움이 깃든 얼굴, 곧은 팔과 다리에 날씬한 몸매.
시로네는 심장이 멈추는 기분이었다.
대천사 이카엘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라의 부름 (4)
제2천 라키아.
타락한 천사들의 도시.
모든 건물이 백색이었으나 벽면에는 붉은 빛이 아지랑이처럼 일렁거렸다.
도로는 텅 비었고, 수천 개의 첨탑에서는 온갖 감정이 뒤섞인 소리들이 새어 나왔다.
타락한 천사의 수만큼이나 다양한 소리.
그들에게 금기는 없고, 방종한 정신은 통제력을 잃은 채 무수한 쾌락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카리엘이 도착한 곳은 라키아의 집행부가 있는 건물이었다.
벽돌로 지은 거대한 건물은 마치 성처럼 복잡했고 3개의 첨탑이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었다.
타락의 전당.
대세계전만큼이나 넓은 곳에 수많은 타락천사들의 석고상이 마치 영웅을 기리듯 모셔져 있었다.
석고상의 자세는 수많은 행위들을 드러내고 있었는데, 어떤 것은 인간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었고 어떤 것은 인간의 기준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있었다.
카리엘은 타락의 전당의 제단 쪽에 미로와 아리우스를 내팽개쳤다.
바닥을 구른 아리우스가 먹잇감을 빼앗긴 개처럼 엎드려 이빨을 드러냈다.
“크르르릉! 크르르릉!”
카리엘은 신경 쓰지 않고 미로를 바라보았다.
총명한 눈동자에, 지금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머리를 굴리는 것이 보였다.
“애쓸 필요 없어. 어떤 식으로든 너는 죽을 테니까.”
“후후, 후들거리는 건 그쪽 같은데? 아까 얼굴은 정말 볼만했지.”
카리엘의 인상이 구겨졌다.
이카엘이 두려운 이유는 그녀가 강하기 때문이 아니다.
고통을 받는 건 언제나 마음을 던진 쪽이고 배신감은 더 큰 고통으로 가슴에 사무쳐서, 자신을 향한 그녀의 분노 앞에서 세상이 꺼져 버리는 절망감을 느끼는 것이다.
“천국의 군대를 이겼다고 생각하나? 아니, 너는 그저 누군가의 후계자일 뿐이야. 그리고 지금은 그 힘조차 소멸했지.”
카리엘이 손가락을 튀기자 전당의 석고상이 붉게 빛나더니 수백 마리의 마라가 튀어나와 미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크아아아아!”
흉측하게 생긴 수많은 괴물들이 미로의 얼굴에 대고 이빨을 드러냈다.
“가증스러운 여자! 네 뼈를 잘근잘근 씹어 주마!”
“영혼까지 뽑아 먹을 테다! 지옥의 불구덩이에서 영원히 헤매게 해 줄 테다!”
소름 돋는 소리가 지척에서 들렸다.
지금 당장이라도 손톱을 쑤셔 넣어 살을 파먹고 싶을 정도의 적개심에 아리우스가 안절부절 미로의 주위를 돌아다녔다.
반면에 미로는 눈조차 깜박이지 않았다.
그녀는 누구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는다. 그렇기에 모두가 그녀에게 마음을 던지는 것이다.
미로의 무상심은 모든 마음의 우위에 있고, 그렇기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수 있었다.
“무슨 짓을 꾸미고 있지? 네가 하려던 일은 수포로 돌아간 것 같은데.”
이카엘이 내지른 분노의 일갈은 미로에게도 들렸다.
그리고 이곳이 타락천사의 도시라면, 카리엘은 이미 천국의 아웃사이더로 수족이 잘린 상태라는 뜻이다.
카리엘도 거기에 대해서 생각 중이었다.
이카엘이 천사장이 된 이상 다른 대천사들은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문득 뇌리를 스치는 것은, 어쩌면 여기에서 끝내는 게 가장 좋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내 마음이 변했다.
‘이카엘.’
그녀가 강해질수록, 그녀가 두려워질수록 그녀의 마음보다 우위에 서고 싶다는 열망 또한 커졌다.
‘결국 그것밖에 없나.’
카리엘은 대답 없이 몸을 돌렸다.
수많은 마라들이 미로에게서 물러서며 복종의 의사를 표했다.
“빛나는 대천사시여,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
라키아의 특성상 천국의 병력을 주둔시킬 수는 없는 일.
그렇다면 딱 어울리는 자들이 있다.
“무스펠헤임으로 간다.”
카리엘은 빛으로 변해 날아올랐다.
타락한 거인들이 있는 곳으로.
***
“이, 이카엘이라고?”
반군들은 이카엘의 등장만으로 혼란에 빠졌다.
어떤 무력적 공습보다 그녀의 이름이 가진 파괴력이 컸다.
한때는 그들도 천국에 거주했던 신민들.
수많은 이단들을 처단하고 문명 하나를 송두리째 파괴해 버린 이카엘의 무용담은 이미 신화 속에서도 가장 빛나는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가올드는 이카엘의 면모를 주시했다.
단지 보는 것만으로는 객관적인 수치를 측정할 수 없다.
전투란 해 보지 않고는 모르는 것이고, 수많은 변수들이 작용하는 총체적인 활동이기 때문이다.
‘저건 절대로 못 이기겠군.’
가올드는 상대의 역량을 순순히 인정했다.
완벽하게 각성한 대천사 이카엘은 전투라는 개념으로 분석할 만한 대상이 아니었다.
그저 힘.
자연계에 존재하는 증폭 그 자체였다.
그렇기에 혼자 왔다.
반군 제1사령부를 혼자서 궤멸시킬 수 있다는 걸 이카엘 스스로도 알고 있다고밖에는 볼 수 없었다.
‘이카엘…….’
각자의 머릿속에 복잡한 생각이 오가는 가운데, 오직 시로네만이 머릿속이 하얘졌다.
천국에 오기 전에는, 아니 오고 난 뒤에도 이런 식으로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심장이 쿵쾅거리고 손끝이 떨려 왔다.
하지만 이카엘에게서는 예전에 보였던 그 아름다운 미소를 찾을 수 없었다.
오직 천국을 지휘하는 대천사장의 권위만이 표정에 묻어 나올 뿐이었다.
키이이이잉!
강렬한 금속성 소음이 들리면서 무기고에서 바벨이 날아왔다.
시로네에 의해 알고리즘이 새롭게 장착된 바벨은 정상 궤도를 훨씬 넘어서는 막강한 천사의 존재를 즉각 감지했고, 가용한 모든 전투력을 끌어 올린 상태였다.
“이, 이럴 수가…….”
반군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두 존재가 하나의 공간에 있고 나서야 비로소 실감이 갔다.
이카엘과 바벨이 완벽하게 닮은 형태임을.
물론 바벨의 아름다움은 실물에 비할 바가 아니지만, 신장과 몸의 굴곡을 넘어 손가락 끝까지 닮아 있었다.
‘바벨…….’
이카엘은 자신과 똑같이 생긴 기계를 바라보았다.
세상에서 유일한 기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것을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도 알고 있지만, 그 사람과 나누었던 모든 대화는 이미 말소된 상태였다.
그럼에도 눈빛에는 아련한 감정이 묻어났다.
아무리 기억이 말소되었어도 사건 자체가 없어진 것은 아니다.
그녀의 몸이, 기억을 제외한 모든 것이 바벨에게서 아련한 향수를 느끼게 했다.
끼이이잉!
바벨이 빠르게 움직여 이카엘을 향해 돌진했다.
천사를 제거하는 것이야말로 바벨의 존재 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