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40
시로네는 어안이 벙벙했다.
물론 상상할 수 있지만, 차마 생각하기 끔찍했다.
“그런 일이 벌어지면 수많은 사람들이 죽겠지.”
“그게 무슨 말이야? 폭발이라니까, 폭발! 도시가 완전히 날아가 버린다고!”
“그러니까! 폭발이 일어나면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되겠어?”
“살고 있는 사람들?”
이루키가 고개를 갸웃하는 모습이 더 황당했다.
“설마 너,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거야?”
“당연하지. 그런 것까지 생각해야 하나?”
시로네는 불쾌했다.
차라리 인간 따위 죽어도 상관없다고 냉소적으로 말했으면 조금은 납득했을 것이다.
‘대체 머릿속에 뭐가 든 거야?’
시로네가 따졌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마법사로서 자신의 마법이 세상에 미칠 여파를 생각하지 않는다는 게 말이 돼? 그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어떻게 할 건데?”
“어리석은 소리를 하는구나, 시로네. 다른 마법사들이 할 수 있는데도 안 하는 게 아니야. 할 수 없으니까 못하는 거지. 우리에게 주어진 천재성은 무언가를 해내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거라고.”
“천재든 뭐든 상관없어! 누군가를 해칠 수밖에 없는 천재라면 차라리 바보가 나으니까!”
이루키 또한 물러서지 않았다.
“소수의 천재가 다수의 바보들을 이끄는 거야. 역사가 증명하고 있어. 또한 우리가 속한 실제 현실이기도 하고. 시로네, 난 이상론을 들먹이는 걸 아주 싫어해.”
“아니, 너의 논리야말로 현실이 아닌 패배주의에 찌들어 있어. 이상은 충분히 실현될 수 있어.”
“이상이기 때문에 이상인 거야.”
한 치의 양보가 없는 언쟁에 마음이 타들어 가는 건 네이드였다.
“자, 자. 그만하자. 토론은 좋지만 감정싸움은 안 돼. 차분히 앉아서 얘기를 해 보자고.”
“아니, 할 말 없어. 네이드, 난 간다!”
시로네가 문을 열고 나갔다.
유순한 그가 이토록 차갑게 떠나 버리는 것을 보니 화가 단단히 난 모양이었다.
“어, 어? 시로네, 기다려! 같이 가야지! 너 혼자서 어떻게 길을 찾으려고?”
“내버려 둬. 구조가 바뀐 것도 아니잖아. 왔던 길 정도는 기억하고 있겠지. 그 정도도 못하면 정말로 바보인 거고.”
네이드가 문을 열고 나갔을 때 이미 시로네는 건물을 벗어난 상태였다.
다시 되돌아온 그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대체 왜 그런 거야? 너라면 충분히 납득시킬 수 있는 방식으로 말할 수도 있잖아.”
“글쎄, 나도 잘 몰라. 조금 적극적이 되었다는 것은 인정하지. 어쨌든 내 라이벌이니까.”
“뭐어?”
이루키의 입에서 라이벌이라는 말이 나오는 건 극히 드문 일이었다.
오만해서가 아니라, 네이드가 아는 한 그는 경쟁에 관심이 없는 친구였다.
‘경쟁만 그런 게 아니지.’
이성 관계도, 재물도, 명예도, 그 어떤 것으로도 그를 움직이지 못했다.
이루키가 미쳐 있는 것은 오직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여기는 수식뿐이었다.
“시로네가 라이벌이라고? 너, 그 말 진심이야?”
이루키가 피식 웃으며 소파에 앉자 먼지가 구름처럼 피어올랐다.
“시로네의 조기 진급 시험. 너도 봤지?”
“봤지. 그래서 우리랑 동급생이 된 거잖아.”
“순간 이동을 처음 배운 사람이 레벨 10, 그것도 용의 미로를 빠져나가려면 사고의 속도가 얼마나 빨라야 하는지 알아?”
네이드가 침묵을 지키자 이루키는 자신의 머리를 똑똑 두드리며 말했다.
“엄청난 시간의 분절이 없이는 불가능해. 내 계산에 의하면 시로네가 그 순간 시간을 쪼갠 단위는 최소 1만분의 1초일 거야.”
“1만분의 1초…….”
네이드가 아득한 시간을 상상하고 있을 때 이루키가 킥킥 쇳소리를 내며 웃었다.
“그야말로 통찰이 가진 신비지. 노력보다 빠르고 지식보다 정확하다. 어떤 의식적인 계산 능력도 직관보다는 느릴 거야. 하지만 말이야, 네이드.”
이루키의 눈에 광채가 번뜩였다.
“나라면 어떨까?”
시로네의 통찰과 이루키의 연산, 과연 둘 중에 무엇이 더 빠를까 하는 문제였다.
“…….”
알 수 없는 일이다.
마치 각기 다른 신화 속 동물들의 이종 대결처럼, 네이드는 상상만으로 전율이 일었다.
리미트리스(1)
시이나의 호출을 받은 시로네는 그녀를 따라 교사 휴게실로 들어갔다.
그녀가 찻잔을 놓으며 말했다.
“자, 저번에 대접을 받았으니 이번에는 내가 대접해야지.”
“하하, 감사합니다.”
‘클래스 세븐에서보다 한결 표정이 좋네.’
그간 시로네도 넉살이 꽤나 늘어서 이제는 동급생들과 장난도 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저를 찾으셨어요?”
“성적표를 봤어.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더구나. 특히나 내가 가르치는 화학 점수가 가장 높다는 게 고무적이야.”
“헤헤. 그래 봤자 1점인데요, 뭐.”
물론 1점이지만 시이나의 입장에서는 자존심을 세울 수 있는 1점이었다.
‘솔직히 여기까지 버틸 줄은 몰랐는데.’
아무리 천재라도 일정 수준에 올라서면 적성에 편차를 보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시로네는 평균 45점대를 달리는 중에도 과목당 편차가 2점 이상 나지 않았다.
‘시로네의 한계치가 내 예상보다 높다는 뜻이겠지.’
결론을 내린 시이나가 말했다.
“이대로 가면 다음 달부터는 중상위권에 안착할 수 있을 거야. 학교 측에서도 너의 공부 방식을 주목할 거고.”
“아니, 딱히 주목을 받으려고 한 건 아닌데요.”
“물론 알고 있어. 그래서 말인데, 오늘 선생님이 부른 이유는 한 가지 제안을 하려고.”
“제안이라면…….”
“두 달에 한 번씩 실습 평가가 있는 건 알고 있지? 검토해 보니 이번 달 말에 타기팅 시험이 있더구나. 뭔지 알고 있니?”
“네. 에이미가 클래스 포에 있을 때 봤어요. 떠오르는 타깃을 시간 내에 적중시키는 테스트잖아요. 특히 에이미는 타깃형이라 엄청 빨랐죠. 정말 멋있었어요.”
시로네의 눈이 초롱초롱했다.
우열에 연연하지 않는 성격이야말로 그의 강점이라고 시이나는 생각했다.
“그래. 에이미는 졸업반에 잘 적응했나 보더구나. 여자 친구랑 떨어져서 서운하겠어.”
졸업반과 고급반은 거리가 멀고 커리큘럼도 달라 만날 기회가 거의 없었다.
주말에 데이트를 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사귀는 것도 아닌 데다 그녀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만 알면 괜찮아요. 남자 친구로서 응원해야죠.”
시이나는 피식 웃었다.
처음에는 우려했지만 이렇게만 지내 준다면 오히려 연애를 권장하고 싶을 정도였다.
“너희들처럼 건전한 커플도 드물 거야. 서론은 이쯤에서 끝내고, 오늘 너를 부른 이유는 실습 평가 때문이야. 순간 이동 외에 딱히 배운 마법이 있니?”
“아뇨. 성적을 보면 아시겠지만 아직까지는 기준에 미치지 못해서…… 아차! 그렇구나!”
시로네는 뒤늦게 깨달았다.
‘실습 평가를 치르려면 액티브 마법을 구사해야 하는데.’
굳이 공격 마법을 고집할 필요는 없지만, 시로네가 유일하게 배운 순간 이동은 마법사 본인에게 효과가 부여되는 패시브 마법이었다.
반면 액티브 마법은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마법으로, 파이어, 윈드 커터, 힐링, 아이스 소드, 라이트닝 볼트, 아토믹 봄 등 종류가 다양했다.
“어떡하죠? 타깃을 공격할 마법이 하나라도 있어야 하는데, 공부에 신경 쓰느라 생각도 못 했어요.”
“걱정할 것 없어. 레인보우 드롭까지 터득한 너라면 간단한 액티브 마법은 금방 할 거야.”
“하지만 제 이론 성적은 평균 45점이에요. 마법 발동의 최소치가 60점이라고 하셨잖아요.”
“보통 그렇지. 하지만 너에게는 한 가지가 더 있잖니. 그것도 100점에 근접한 지식이.”
“네?”
눈을 깜박이던 시로네가 소리쳤다.
“아, 광자화 이론!”
“그래. 광자 계열도 여러 종류가 있어. 이론은 충분히 공부했으니 응용이 가능할 거야.”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전담 교사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야. 앞으로도 어려운 일이 있으면 언제든 상담해.”
“네, 그럼 바로 상담할게요. 광자화 이론에서 발전시킬 액티브 마법이 어떤 게 있을까요?”
핵심적인 질문에 시이나는 미소를 지었다.
“혹시 광자 출력이라고 들어 봤니?”
“책에서 봤어요. 광자를 바깥으로 쏘는 거죠?”
‘광자 사출’이라 부르는 현상이었다.
물론 광자의 특성상 밖으로 쏜다고 해서 딱히 어떤 일이 벌어지는 건 아니었다.
산에서 길을 잃었을 때 주변을 밝힐 수는 있겠지만, 차라리 조명 마법이 더 간편했다.
위대한 발견이라 부르는 광자화 이론이라도 사용법에 따라 효율이 극으로 갈리는 것이다.
시로네가 물었다.
“시험이야 치를 수 있겠지만, 그것을 위해 공부하는 게 과연 효율적일까요? 시간 낭비가 아닐지.”
시이나의 생각은 달랐다.
“현재까지의 인식으로 보자면 그렇지. 하지만 마법사회의 선진, 예를 들면 상아탑 같은 곳에서는 광자 출력이야말로 인류의 미래라고 보는 견해가 있어.”
시로네는 주의 깊게 들었다.
“흔히들 간과하지만, 정말로 중요한 건 빛보다 빠른 물질은 없다는 거야. 게다가 직진성은 통제하기 편하지. 이런 성질 때문에 앞으로 정보 통신 분야에서 혁신을 이끌어 낼 수도 있다는 관점이야.”
“아, 그렇겠네요.”
“앞으로 광자 출력의 미래는 밝다고 할 수 있어. 네가 졸업할 때쯤이면 소기의 성과를 이루었을지도 모르고. 미리 숙달시키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시로네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시간 낭비만 아니라면 괜찮아요. 선생님 말씀대로 오늘부터 연습할게요.”
어차피 시험을 위해 당장 터득할 수 있는 마법은 광자 사출뿐이었다.
면담을 마친 시로네는 훈련장으로 향했다.
실습 평가까지 많은 시간이 남은 게 아니기에 지금부터 연습을 해도 촉박했다.
“좋아, 해 보자!”
시로네는 광자화 상태에서 손을 내밀었다.
‘매지컬 액션.’
마법사가 전능을 강화하기 위해 특별한 자세나 행동을 취하는 것을 말한다.
‘간다!’
하지만 빛은 쏘아지지 않았다.
‘젠장.’
전지는 완벽한 반면, 광자 사출에 필요한 전능에는 도달하지 못한 것이다.
‘순간 이동은 쉬웠는데.’
시로네의 성향이 방어형에 특화되어 있기 때문이었고, 광자 출력은 공격형에게 유리했다.
‘공격형으로 변환할 때는 스피릿 존의 면적을 상당히 포기해야 하지. 그렇다고 해도…….’
광자 출력조차 시전할 수 없단 말인가?
‘그럴 리가 없어. 나보다 스피릿 존이 작은 학생들도 간단한 액티브 마법은 하는데.’
문득 스피릿 존은 기술적으로 강화시킬 수 있다는 에텔라의 말이 떠올랐다.
‘뭔가 특별한 방법이 있을 거야. 그게 뭘까?’
궁리하던 시로네는 모순을 느꼈다.
‘스피릿 존은 가장 예민한 정신 상태. 여기서 어떻게 더 강화를 시킬 수 있지?’
의문만 쌓여 가는 첫날이었다.
리미트리스(2)
***
다음 날 아침.
시로네는 아침 일찍 훈련장으로 향했다. 평소와 달리 많은 학생들이 이미 도착해 있었다.
‘다들 같은 생각이구나.’
오늘부터 실습 평가에 대비한 교육을 하기에 여느 때보다 의욕이 넘쳤다.
시험 과목은 클래스별로 다른데, 시로네가 속한 클래스는 타기팅, 일명 스피드건이라 불리는 평가였다.
“으! 오늘부터 스피드건만 죽어라 하겠네. 제일 자신 없는 과목인데. 타깃형은 좋겠다. 훨씬 유리하잖아.”
“꼭 그렇지도 않아. 타깃형은 소수 정예에 특화되어 있지만 실습 평가 때는 타깃이 엄청 쏟아지잖아. 차라리 공격형으로 전환해서 닥치는 대로 터트리면 어떨까?”
“그러다가는 먼저 지칠걸. 그래도 공격형 아니면 타깃형이겠네. 이탈형을 사용하는 사람은 절대 없을 거고. 그 많은 걸 어떻게 다 따라잡겠어?”
“예외는 있지. 이루키 말이야. 이번에도 이탈형을 사용하지 않을까?”
“하하! 설마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그러겠냐? 그보다 난 시로네가 궁금한데. 실전에 강한 스타일이잖아. 이번에도 방어형으로 돌파구를 찾으려나?”
상위권 성적이 아닌데도 시로네와 이루키의 이름이 간간이 들리는 것은 일종의 스타성이었다.
결정적일 때 무언가 보여 주리라는 기대감.
두 달을 기다린 실습 평가인 만큼 이번에도 사고를 치리라는 생각이 무리는 아니었다.
반면에 시로네는 울고 싶었다.
실전에 강하기는커녕 아직 광자 출력조차 성공하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으, 어떡하지? 진짜 고민되네.’
그때 훈련장 저편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컹컹하고 개 짖는 소리에 여학생들이 먼저 관심을 기울이고 남학생들이 달려갔다.
“뭐야, 어떻게 들어왔지?”
“산에서 사는 개인가 봐. 근데 왜 저렇게 짖어?”
사람들이 몰리자 경계심이 오른 개가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클래스 세븐의 학생들이 돌팔매질을 했다.
“야! 저리 꺼져! 재수 없게!”
상급반도 말리지 않았다.
사람에게 적개심을 가진 개였으니 야생 짐승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었다.
반면 개의 하울링을 신중하게 듣고 있던 시로네가 놀란 표정으로 달려갔다.
“잠깐 기다려! 돌 던지지 마!”
마크가 빠르게 나섰다.
“야, 야! 적당히 해. 선배님이 그만하라시잖아.”
클래스 세븐이 동작을 멈춘 사이 시로네는 개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마크가 뒤쫓았다.
“선배님, 위험해요. 이거 야생 개라고요.”
“아무리 야생에서 자랐어도 개는 쉽게 사람을 물지 않아. 오히려 도망가고 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