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41
“하지만 저렇게 짖는걸요!”
“그건 아마도…….”
개가 중저음으로 으르렁거렸지만 차마 덤비지 못하고 뒷걸음질을 쳤다.
그 상태로 시로네는 개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숲까지 밀고 들어갔다.
예상했던 대로 아직 덜 자란 강아지 한 마리가 풀밭에서 괴로워하고 있었다.
“다리를 다쳤구나. 불쌍하다.”
“어? 정말이네. 얘들아, 여기 강아지 있다, 강아지.”
시로네가 마크를 말렸다.
“아직 부르지 마. 아무리 개라도 새끼가 위험할 때는 어떻게 변할지 모르거든.”
“아, 그렇군요. 야! 오지 마, 오지 마!”
“대신 회복 마법이 가능한 사람을 찾아 줄래? 클래스 파이브에서 찾아 줘.”
세리엘이 와 주면 좋겠지만 아무리 친해도 선배를 부를 순 없었다.
“그럴 것도 없이 마리아가 할 줄 알아요. 잠시만요. 제가 데려올게요.”
근신이 끝나고 사드에게 지도를 받는 마리아는 성격이 많이 밝아져 있었다.
“어머, 세상에! 어쩌다가 이렇게 다쳤지?”
“영역 싸움에 휘말려서 물린 모양이야. 고칠 수 있겠어?”
“네, 선배님. 이 정도야 간단하죠.”
어릴 때부터 학교를 다녔던 마리아는 구사할 수 있는 마법의 종류가 다양했다.
치료가 끝나자 원기를 되찾은 강아지가 왕왕 짖어 대며 발랄하게 뛰어다녔다.
어미가 새끼를 데리고 돌아가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던 후배들이 물었다.
“대단해요, 선배님. 어떻게 알았어요?”
“예전에 산에서 오래 살았거든.”
“네? 선배님이요?”
시로네의 출신을 아는 사람은 소수였다.
“응. 새끼가 있을 때는 짐승의 울음소리가 좀 달라. 구슬프다고 할까? 어릴 때 아버지랑 사냥을 나간 적이 있는데, 위험하기로 악명 높은 적색 곰이 대형 덫에 걸려 허우적거리고 있었어. 하지만 힘이 워낙에 세서 금방 빠져나올 상황이었지. 아버지가 급하게 활시위를 당겼는데…….”
후배들은 집중했다.
“갑자기 아버지가 활을 거두는 거야. 나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물어봤지.”
시로네는 당시를 회상했다.
“아빠, 왜 안 잡아요?”
빈센트가 쪼그려 앉아 풀숲을 가리켰다.
“저기를 보거라.”
유심히 살펴보니 붙잡힌 어미의 옆에서 낑낑 우는 새끼 곰이 보였다.
“아무리 동물이라도 새끼가 있을 때는 잡지 않는 법이다. 인간이나 짐승이나, 가족에 대한 사랑은 똑같으니까.”
“하지만 그럼 허탕을 치는 거잖아요. 저기 굉장한 사냥감이 있는데 말이에요.”
빈센트는 시로네를 쓰다듬었다.
“저 곰에게 새끼가 있듯 나에게도 네가 있단다. 같은 부모로서 어떻게 외면할 수 있겠니. 살기 위해 싸우는 건 사람이나 짐승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자식이 보는 앞에서 그러면 안 되는 거야. 그것은 생명을 가진 모두에게 통용되는 불문율 같은 거란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지만 시로네는 무언가 뜨거운 것이 가슴에 새겨진 것을 깨달았다.
평생이 가도 지워지지 않을 무언가가.
시로네의 일화에 학생들은 감동했다.
“아…….”
귀족들도 사냥을 즐기기에, 산꾼의 자식이 겪은 일화이리가고는 상상조차 못 했다.
“정말 멋진 아버지네.”
“그러게. 시로네가 자상한 것도 이유가 있었어.”
동급생들도 한마디씩 거드는 그때 이루키가 나타나 찬물을 끼얹었다.
“어리석은 이론이군. 그런 이유로 사냥꾼이 짐승을 살려 두지는 않아.”
감동을 깨는 말에 후배들마저 살짝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반면에 이루키는 태연했다.
“새끼가 있는 짐승을 죽이지 않는 건 나중에 그 새끼가 자라서 인간에게 공격성을 가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야. 동물학에서는 이걸 각인 효과라고 하지. 일단 인간에게 적개심을 가지게 되면 그 자식들도 본성을 물려받아. 그러면 점점 사냥을 하기가 힘들어지거든. 그렇다고 새끼까지 죽이면 짐승의 씨가 말라 버릴 테고 말이야.”
시로네는 울컥했다.
이루키의 말이 정론이든 아니든, 전하고 싶었던 것은 동물학 같은 게 아니었다.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지? 물론 그런 사냥꾼도 있을 거야. 하지만 대부분의 사냥꾼들은 정말로 측은한 마음에서 풀어 주는 거라고.”
“마음, 감정. 이런 건 포장하기 나름이야. 나는 현실을 얘기하고 있는 거라고. 너처럼 어리석은 이상론으로 사람을 현혹시키지는 않아.”
“뭐? 현혹? 너 말 다 했어?”
시로네가 성큼 다가갔다.
초자연 심령과학 연구회에서 벌어졌던 언쟁의 연장선인 셈이었다.
학생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뭐야? 저 녀석들 무슨 일이 있었나? 꼭 예전부터 싸운 사람 같잖아?”
“견제하는 거겠지. 차기 진급자 후보에 저 두 사람은 꼭 들어가 있으니까.”
시로네는 더욱 눈에 힘을 주었으나 이루키는 사선 아래를 내려다보며 딴짓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야, 야! 너희들 또 왜 그러냐? 이제 선생님 오시니까 일단 돌아가자.”
네이드가 말린 덕분에 큰 싸움으로 번지지는 않았으나 시로네는 기분이 불쾌했다.
‘뭐 저런 애가 다 있어?’
폭발을 연구하든 짐승을 사냥하든, 정말로 중요한 걸 모르는 듯했다.
‘에이, 앞으로는 상대하지 말아야지.’
수업 시간에 맞춰 에텔라가 훈련장에 도착했다.
평가 기간이기 때문일까, 평소와 다른 그녀의 차림새에 학생들이 입을 벌렸다.
소매가 짧고 다리가 드러나는 수련복을 입고 있었는데, 무엇보다 안경이 없었다.
‘사람이 저렇게 달라지나?’
평소에도 호감형이지만, 지금은 정도가 지나쳐 말을 걸기 어려울 정도였다.
“자, 여러분. 오늘부터 특별 교육이 있는 건 알고 있죠? 실습장 사정상 클래스 파이브의 스피드건 테스트가 제일 먼저 치러질 거예요. 내일부터는 클래스별로 시간대가 나뉘니 참고하세요. 그리고 특별히 오늘은 수업에 들어가기에 앞서 조교의 시범을 먼저 보도록 하겠습니다. 사누엘, 이쪽으로.”
금발의 미남자가 에텔라 옆에 섰다.
나이는 20대 초반으로 보였고, 남자치고는 이례적으로 머리를 허리까지 길렀다.
“여기 있는 조교는 졸업반에서 졸업 준비를 하고 있는 사누엘 군이에요. 전공은 언령 마법이며, 오늘 특별히 시범을 위해 와 주었습니다. 스피릿 존의 강화 교육과 연관이 있으니 집중해서 봐 주세요.”
학생들이 박수갈채를 보냈다. 특히나 여학생들이 더욱 반긴 건 당연했다.
“반갑습니다. 고급반에서 수업을 들은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네요. 볼품없는 실력이지만 교육에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졸업반.’
시로네의 눈이 반짝 빛났다.
에이미와 경쟁하고 있는 학생들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사누엘이 이미지 존에서 스피릿 존을 펼친 것만으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우와.”
시로네와 비슷한 크기의 직경 42미터짜리 구체가 그를 감싸고 있었다.
사누엘이 말했다.
“언령 마법이란 언어의 힘으로 마법을 강화시키는 것입니다. 우선 비교를 위해 언령을 사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토네이도를 시전해 보겠습니다. 토네이도.”
떠받들듯 가볍게 양손을 들자 강력한 회오리바람이 짧은 순간 휘몰아쳤다.
“빠, 빠르다.”
고급반에도 토네이도를 익힌 학생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숙련도에서 차이가 났다.
사누엘이 착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조금 전 위력을 잘 기억해 두세요. 이번에는 언령 마법으로 토네이도를 강화시켜 보겠습니다. 말 그대로 언어의 힘을 이용하는 것이죠. 언어에 담긴 의지를 피드백하는 것으로 마법사의 정신력은 강화됩니다.”
사누엘은 8개의 구로 이루어진 시를 읊었다.
“열광의 대지여, 그대의 힘을 빌리노니 손을 어루만지라. 하늘은 내려다보고 만세의 역사는 순간에 담긴다. 공허의 위력이 손안에 깃들면…….”
갑자기 문학 시간이 되자 학생들의 얼굴에 하나둘씩 지루함이 담겼다.
개중에 하품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사누엘은 불쾌해하지 않고 시를 마무리 지었다.
그리고 다시 양손을 떠받들며 말했다.
“토네이도.”
엄청난 폭음성을 내며 회오리바람이 치솟자 학생들의 호흡이 일순 멎었다.
사누엘의 모습이 아지랑이처럼 일렁거릴 만큼 밀도가 높은 바람이었다.
“…….”
“이게 바로 언령의 힘입니다. 언어에는 의지가 깃들고, 그 의지를 음미해 정신을 강화시키는 것이죠. 말하고, 되새긴다. 이것이 언령 마법의 기본 체계입니다.”
“하아.”
강풍에 얼어붙은 학생들이 숨을 내쉬자 사누엘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해 보겠습니다.”
리미트리스(3)
학생들은 어리둥절했다.
“본, 본격적?”
지금 선보인 능력만으로도 언령 마법의 위력은 충분히 느꼈기 때문이다.
“열광의 대지여.”
사누엘은 같은 시를 다시 읊었다. 다른 점이라면 말의 속도가 한층 빨라졌다.
“그대의 힘을 빌리노니 손을 어루만지라. 하늘은 내려다보고 만세의 역사는 순간에 담긴다.”
음절이 가속되면서 급기야는 듣는 이가 기겁할 정도의 속도로 변했다.
“천공의성지는마음에존재하고술자의의지는세계에담긴다찬양과찬미의노래를……!”
그리고 마침내, 언어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로 소리가 깨지며 퍼져 나갔다.
돌고래의 울음소리를 내는 사누엘의 얼굴은 무섭게 일그러져 있었다.
언령의 속도가 극한으로 치솟았다.
“……!”
2분 이상이 걸렸던 음절을 4초 만에 읊은 그가 가슴을 움켜쥐며 마법을 시전했다.
퍼어어어엉!
흙먼지로 옷을 입은 거대한 회오리바람이 하늘을 뚫을 듯 솟구쳤다.
“으아아아!”
저급반 아이들의 고함 소리가 들리고, 강풍이 그들의 자리를 크게 휩쓸었다.
먼지가 사라질 무렵, 어느새 사누엘은 편안한 얼굴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학생들의 귓가에 이명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린 그가 차분하게 설명했다.
“이것이 언령 마법의 기본인 초음술이라는 것입니다. 실전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기술이죠. 물론 말만 빨리한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여러분에게는 소음이었겠지만, 저는 이 시구의 의미를 빠짐없이 되새겼습니다. 그에 대한 증명은 토네이도의 위력을 보신 여러분이라면 알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아직 황망한 상태라 대답은 없었지만 모두 사누엘의 말에 동의하고 있었다.
시로네 또한 마찬가지였다.
‘언령의 힘.’
특히나 마지막 토네이도는 첫 번째보다 족히 10배가 넘는 위력이었다.
‘이 정도가 졸업반 레벨인가?’
물론 에텔라가 조교로 세운 만큼, 졸업반에서도 상위권을 차지하는 실력일 것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학생.
에이미가 저런 자들과 경쟁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초조한 한편, 열의가 불타올랐다.
‘반드시 올라갈 거야.’
다른 학생들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는지 눈빛이 조금 전과 달라져 있었다.
에텔라가 조교를 부른 이유였다.
“수고했어요, 사누엘. 학생들이 많은 걸 보고 느꼈을 거예요. 어려운 부탁을 들어줘서 고마워요.”
“아닙니다, 에텔라 선생님. 불러만 주시면 언제라도 오겠습니다.”
고급반이 에텔라를 편하게 생각하는 것과 달리 사누엘은 깍듯이 고개를 숙였다.
‘그런 세계구나.’
시로네는 자신이 어떤 곳에서 마법을 배우고 있는지 새삼 실감했다.
대단한 실력을 선보인 사누엘조차 졸업을 해도 비공인 10급 마법사일 뿐이다.
그런데 자신을 가르치고 있는 사람은 자그마치 6급, 그것도 국가 공인의 마법사였다.
‘도대체 얼마나 강한 거지, 에텔라 선생님은?’
그래서인지, 사누엘이 떠난 뒤에도 학생들은 경건한 자세로 기다리고 있었다.
“자, 여러분. 언령 마법 시범은 잘 보았나요?”
“네!”
여느 때보다 우렁찬 대답에 에텔라가 만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언령 마법은 음향 마법의 한 갈래예요. 미리 보여 준 이유는 스피릿 존의 강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여러분은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을 거예요. 생각을 현실로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학생들이 이구동성으로 답했다.
“언어요!”
“그래요, 언어입니다. 한마디로 인간은 언어로 생각을 한다는 것이죠. 이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아는 사람 있나요?”
대답은 클래스 포에서 나왔다.
“생각을 사물화시킬 수 있다는 겁니다.”
“바로 그거예요. 여러분이 무슨 생각을 하든, 여러분은 그것을 눈으로 볼 수 있을 겁니다. 자, 각자 눈을 감고 해 보세요. 여러분의 생각을 볼 수 있는지.”
실제로 해 본 학생들은 생각이 눈에 보인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깨달았다.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건 실재한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언령의 핵심이에요. 언령 마법사는 자신이 내뱉은 말을 사물화시켜 다시 받아들입니다.”
에텔라가 검지를 들고 설명했다.
“언령 마법의 기본 체계는 단순합니다. 말하고, 되새긴다. 말하고, 되새긴다. 이런 식으로 계속 의미를 증폭시켜 마법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클래스 세븐의 학생이 질문했다.
“선생님, 그럼 저희도 언령을 배우나요?”
에텔라가 눈웃음을 지었다.
“배우고 싶나요?”
“네. 아까 그 형, 엄청 멋있었어요.”
“그래요. 전공을 정하는 건 중요합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언령 마법은 전공 계열이라 고급반에서는 다루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 스피릿 존을 어떻게 강화하죠? 언령으로 하는 거 아니었어요?”
“아주 잘 짚어 주었어요. 지금부터 선생님이 말할 내용이 바로 그것입니다. 언령은 특정 마법의 위력을 높이는 데 사용하죠. 세상에는 수많은 마법이 있고, 그 마법을 표현하는 언어가 따로 있습니다. 하지만 스피릿 존은 순수한 정신 작용이기에 언령이나 초음술을 익힐 필요는 없어요. 그렇다면 스피릿 존을 강화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에텔라는 잠시 말을 멈추고 이미지 존으로 들어갔다.
“바로 수열식이라는 독특한 집중법입니다. 여러분들 중에 생각이나 입으로 1부터 100까지 세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손을 들어 보세요.”
학생 대부분이 손을 들었다.
“좋아요. 그럼 1부터 1천까지 세어 본 사람은?”
손을 내린 자들이 주위를 살폈다.
클래스 포 전원이 손을 들었으나 하위 클래스 중에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수열식이란 말 그대로 숫자를 전개하는 기술입니다. 언어와 달리 숫자는 공리의 위상을 갖춘 기호죠. 따라서 스피릿 존과 궁합이 잘 맞습니다.”
“숫자를 세면 집중력이 높아진다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물론 단순히 세기만 해서는 안 되겠죠. 기본적으로는 언령과 똑같아요. 내뱉고, 되새긴다. 다만 수열식 같은 경우는 생각하고, 되새긴다가 되겠죠. 숫자 하나하나에 집중하지 않으면 수열식은 성공할 수 없습니다.”
언어를 숫자로 대체했다는 점을 제외하면 언령 마법과 유사한 메커니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