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416
‘천사들의 활동을 금지시킨 이유는 네피림 때문이 아니야. 라께서는…….’
사탄의 강림을 우려하고 천사들을 대피시킨 것이다.
결과적으로 옳은 선택이었다.
사탄은 율법 외의 존재이기에 아카식 레코드로도 말소시킬 수 없는 유일한 개념.
따라서 현재 천국에서 가장 위협적인 변수는 반군도 네피림도 아닌 사탄이었다
‘지금 제거해야 한다. 천사들이 당하게 되면 그때는 누구도 막을 수가 없어.’
아카식 레코드는 완벽하기에 율법의 수는 언제나 1.
하지만 특수한 사유를 이용하면 이 고정불변의 위상을 일반 개념으로 격하시킬 가능성이 존재한다.
즉, 전체라는 개념 밖에서 전체를 지칭하는 ‘어떤 것’이 있다고 가정해 버리는 것이다.
‘어떤 것’이 무엇인지는 누구도 알 수 없지만, 존재한다고 가정하는 순간 개념은 생긴다.
그 시점부터 아카식 레코드는 율법의 수 2로 격하되어 ‘어떤 것’과 서로를 지칭하게 되고, 결국 마도사가 율법의 시소라고 부르는 제로섬게임에 들어가게 된다.
실체가 없는, 가정법에서 탄생한 존재가 바로 사탄.
완벽한 불완전성이야말로 아카식 레코드를 율법으로 소멸시킬 수 있는 유일한 개념인 셈이었다.
“천사들은 자존감이 높다던데, 그냥 포기하는 게 어때? 더 흉측한 꼴 당하기 전에 말이야.”
메타트론은 온몸을 부들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특유의 웅장한 기합 소리는 더 이상 들을 수 없었으나 기세만큼은 일렁거리는 공기를 통해 전해져 왔다.
‘이것으로 끝낸다!’
사법 광륜이 발동하면서 프랭크와인의 주위가 마치 투명한 물이 깔때기로 빨려 들어가듯 한 점을 향해 휘어졌다.
중력을 압축시켜 시공간에 구멍을 뚫어 버리는 능력에 프랭크와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크으윽!”
이어서 육체가 점을 중심으로 회전하듯 휘어지더니 구멍을 향해 빠르게 조여들었다.
“크크크, 이건 뭐…… 애들 장난도 아니고.”
갑자기 사악하게 입가를 찢은 프랭크와인의 육체가 증발하듯 공간에서 사라졌다.
“……!”
메타트론의 눈동자가 충격에 잠겼다.
프랭크와인의 주먹이 두꺼운 가슴을 깔끔하게 관통하자 머리 위의 성광체가 마치 심지가 탄 촛불처럼 약해졌다.
‘역시 안 되는 것인가…….’
천사가 강력한 이유는 어떤 생물체도 범접하지 못한 이 세계의 깊은 이치의 개념을 다루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모든 개념을 무시해 버리는 사탄은 대천사를 포함한 모든 천사의 천적이나 마찬가지였다.
마지막 몸부림처럼 잠시 발광하던 성광체가 유리 조각처럼 폭발하고, 둔중한 메타트론의 몸이 그대로 넘어갔다.
“얼빠진 녀석.”
프랭크와인은 빛으로 산화하며 소멸하는 대천사를 대수롭지 않게 내려다보며 주먹을 풀었다.
“자아, 이제 어떻게 될 것인가?”
사탄이 거래를 제시했을 때 프랭크와인의 구미를 가장 당긴 정보는 바로 이것이었다.
율법의 시소.
천사들을 소멸시킬 때마다 프랭크와인의 율법은 강해진다.
그리고 지금 원천 8개의 개념 중의 하나가 사라졌다.
즉, 세상을 지배하는 이치의 8분의 1이 제거되어 버린 셈이다.
파스스스스.
빛의 먼지로 변해 허공으로 흩어지는 메타트론의 시신이 완벽하게 소멸을 끝내자 프랭크와인의 눈이 번쩍 뜨였다.
동공 속의 파리가 미친 듯이 돌아다니자 그의 몸이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오오! 오오오오!”
거대한 힘이 밀려들고 있었다.
전신의 근육이 풍선처럼 팽창하면서 신장이 2미터까지 상승하고 피부색이 피처럼 붉어졌다.
눈은 사악하게 위로 찢어졌고 이빨이 삐죽삐죽 솟아올랐으며, 두꺼운 목은 태산처럼 흘러내려 어깨로 이어졌다.
“으하하하! 으하하하하하!”
하늘을 향해 광소를 터뜨리는 프랭크와인의 목소리는 마치 근육이 쥐어짜 내는 듯 탁했다.
중력강에 절단되어 단면도가 보이는 제불의 건물을 향해 고개를 치켜든 그는 힘차게 땅을 박차며 날아올랐다.
43층으로 이루어진 단면도에서 23층으로 들어가자 야맹의 수하들이 일렬로 도열하여 대기하고 있었다.
“오셨습니까, 대장님!”
프랭크와인은 이미 본래의 모습을 잃어버린 흉측한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그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천사의 상징인 창백한 벽면이 불길한 적색 그림자로 일렁거렸다.
“자아,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놀아 볼까?”
사탄의 천사 사냥이 시작되었다.
제불 13층.
아르민과 시이나, 쿠안은 3명이서 팀을 이루어 아카식 레코드가 있는 잉그리스로 가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천사들의 활동이 없기에 제불에 잠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나 문제는 도착했다고 하여 별다른 수가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었다.
“에텔라 양이 무사히 디스크를 가져와야 할 텐데. 거래를 할 때도 느꼈지만 야맹이라는 놈들, 수상한 구석이 많아.”
시이나도 아르민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특히나 야맹의 수장 프랭크와인과 미트건은 조직원들과 다른 독특한 기질이 풍겨 나오는 자들이었다.
“에텔라 선생님은 괜찮을 거야. 실력은 누구보다 내가 잘 알아.”
알페아스 마법학교에서 동갑내기 교사로 함께 생활하면서도 딱히 거리감을 좁힐 수 없었던 이유에는 그녀에 대한 경외감이 한몫했다.
카르시스 수도회의 비숍이라는 명찰을 떠나서, 그녀에게는 진심으로 세상을 위하는 마음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래. 줄루 씨도 강한 사람이지.”
현재 줄루는 메타게이트를 찾는 단독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제불의 지하에 있는 군수공장에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전시 상황이기에 결과가 어떨지는 미지수였다.
모든 상황이 위태롭지만 아르민은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천사의 능력으로 스톱이 풀리면서 아르민에게도 시간선이 다시 채워졌다.
다만 걱정스러운 건 미로였다.
그녀는 무사한가?
아니면 시간을 맞추지 못해 카리엘의 마법진이 폭발하면서 사망했는가?
‘하긴, 내가 걱정할 수준의 마법사가 아니지. 시이나를 지킨다. 그것만 생각하면 돼.’
아르민은 걸음을 멈추고 시이나를 돌아보았다.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긴다면 무조건 내 뒤로 와. 한 번 정도는 막아 낼 수 있으니까.”
“알았어.”
아르민의 스톱은 분명 도움이 될 테지만 시이나에게 있어 도움을 받는 건 어디까지나 전술의 일환으로서였다.
“하지만 이건 확실히 해 줘. 단지 나를 구하기 위해서 스톱을 시전한다면, 난 다시는 오빠를 존경하지 않을 거야.”
“그래. 약속하마.”
아르민은 생각조차 하지 않고 대답했다.
그녀에게 미움을 살 것이 두려웠다면 처음부터 상아탑을 탈퇴하고 천국으로 날아오지도 않았을 터였다.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시이나는 흠 하고 콧김을 내쉬며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후미에서 지켜보는 쿠안의 심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무엇을 기대했던 것일까?
함께 생사고락을 나누면, 아무것도 아닌 사이에서 무언가 새로운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예상이라도 했던 것일까?
시이나가 직접 찾아와서 제안을 해 주었기에, 그녀에게도 어떤 기대라는 게 있으리라는 기대라도 했던 것일까?
‘덜떨어진 놈.’
시이나에게는 아르민이 있다.
전쟁은 막바지로 치달아 가고 있고, 어느 쪽이 이기든 이곳은 자신의 무덤이 될 터였다.
“죽음만이 나를 구원하리라.”
“응?”
쿠안이 나직이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은 시이나가 그제야 뒤를 돌아보았다.
평소에도 감정을 드러내는 법이 없는 사람이지만 제불에 들어온 뒤부터는 전술적인 의견조차 내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를 베고 싶어 견딜 수 없다는 듯 눈에 힘을 주고 살기를 퍼트리고 있을 뿐이었다.
‘이런 면에서는 어린아이 같은 사람이야…….’
공인 5급이 되었을 때 가장 먼저 축하장을 보내고, 천국행을 제안하기 위해 급전을 보냈을 때 달려와 주었다.
쿠안의 진심을 모른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여전히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있지만 그의 서늘한 한기 속에 서운함이 묻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시이나가 미소를 지으며 짓궂은 농담을 건넸다.
“쿠안 씨도 마찬가지예요.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저보다는 임무가 우선인 거, 알죠?”
쿠안의 감정을 짐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은근히 드러내는 말이었고, 그녀에게는 큰 용기가 필요한 발언이었다.
하지만 쿠안은 여전히 표정의 변화 없이 무심하게 시이나의 곁을 지나치며 단호하게 내뱉을 뿐이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누군가를 지킬 능력 따위, 저에게는 없으니까요.”
무려 시간 마법을 정복한 상아탑의 마법사가 그녀를 지키고 있다.
시이나가 신경을 써 주는 것은 고맙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동정을 받는 건 질색이었다.
‘내가 무슨 실수 했나?’
평소라면 절대로 건네지 않았을 농담. 어쩌면 이곳이 마지막일 것이기에 용기를 낸 것이었다.
입술을 삐죽 내민 시이나는 멀어지는 쿠안을 바라보았다.
피로가 쌓인 탓에 한쪽 다리를 평소보다 더 심하게 절고 있었고, 그래서인지 그의 뒷모습이 더욱 쓸쓸해 보였다.
새로운 변수 (4)
“흐음.”
미트건이 단도를 움켜쥔 손에 힘을 밀어 넣었으나 에텔라의 근력은 가히 기계처럼 느껴질 정도로 강강했다.
목 앞에서 칼날이 부르르 떨리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미트건은 의문이 먼저 들었다.
‘어떻게 된 거지? 분명 숨이 끊어졌는데.’
눈을 부릅뜨고 있는 에텔라의 눈동자에 점차 생기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음양파동권 강신술.
순간적으로 호흡을 중지하고 복강의 압력을 높여 폭발적으로 힘을 증가시키는 기술이다.
다만 프랭크와인의 공격력이 너무나 강했기에 순간적인 심정지를 경험하게 된 것이다.
‘조금만 늦었어도 위험할 뻔했어.’
완전히 의식을 되찾은 에텔라는 미트건의 손목을 천천히 밀어냈다.
여의치 않음을 느낀 미트건이 찌르기를 포기하고 몸을 날리는 것과 동시에 에텔라의 발 차기가 솟구쳤다.
프랭크와인이 당했던 급소를 똑같이 당할 뻔했던 미트건은 오싹한 기분에 사타구니를 쓰다듬었다.
악마에게 영혼을 판 보스라면 모를까 그곳을 당하는 것은 절대로 사양이었다.
황급히 몸을 일으킨 에텔라는 싸울 자세를 취했다.
여전히 얻어맞은 자리가 욱신거리지만 고통을 참아 내며 허리를 편 그녀가 쏘아붙이듯 말했다.
“당신들 미쳤나요? 악마에게 영혼을 팔다니.”
에텔라는 사탄의 존재를 눈으로 확인하지 못했지만 수도사의 기질만으로 직감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어떤 인간도 그 정도의 악을 몸에 담아 둘 수 없었다.
“내가 보스를 따라 장사를 해 보니까 말이야.”
미트건이 한쪽 고개를 꺾으며 말했다.
“팔 수 있는 거라면, 소중한 건 없더라고.”
에텔라가 땅을 박차며 튀어 나가는 것과 동시에 미트건도 두 주먹을 끌어 올리고 싸울 태세를 취했다.
음양파동권의 진수가 폭풍처럼 휘몰아치자 미트건은 쉬지 않고 허리를 숙이며 공격을 피하는 데에 급급했다.
미러 사이클-사건 반사.
에텔라의 주먹이 옆구리를 강타하는 순간 똑같은 충격이 그녀의 옆구리에서 폭발했다.
“큭!”
그 기회를 틈타 미트건이 에텔라의 얼굴을 가격하자 그녀의 몸이 팽이처럼 돌며 몇 미터를 물러났다.
“내 몸을 건드릴 수는 없지.”
미트건은 두려울 게 없다는 태도로 주먹을 어루만지며 에텔라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의 능력 미러 사이클은 육체를 거울로 인지하여 사건 자체를 반사시킨다.
이는 그가 살던 세계에서 구사하는 시간과 공간, 정신이라는 세 가지 필드의 왜곡을 통해 발현 가능한 능력이다.
정신으로 사건을 반사하는 거울을 인지하고, 그 거울을 구현시킬 수 있도록 공간을 왜곡한다.
마지막으로 특정 공간에 거울이 구현될 때까지 시간을 왜곡시켜 정신을 현실에 투영시키는 것이다.
“이미 깨진 적이 있어서 쑥스러운 기술이지만.”
사건 반사를 막기 위해서는 미트건의 인지 속에 자리 잡은 거울을 깨면 된다.
사령부에서 가올드가 그것을 해냈지만 에텔라의 주먹으로는 아직까지 턱도 없는 가정이었다.
“여자 1명 처리하는 데에는 차고도 넘치지.”
이번에는 미트건이 먼저 공격을 시도했다.
사건이 반사된다는 능력을 깨달은 이상 효과를 떠나서 심리적 압박감이 엄청났다.
하지만 오랜 수행을 통해 에텔라는 두려움을 깨고 미트건의 공격에 맞서 반격을 가했다.
권의 기술에서는 분명 에텔라가 우위지만 미트건은 회피할 이유가 없었다.
“흐으으으읍!”
미트건에게 들어가는 사건이 모조리 반사되면서 에텔라의 몸에 파동이 퍼지기 시작했다.
마치 거울 앞에 서 있는 듯, 에텔라는 미트건이 아닌 자기 자신을 때리고 있다는 착각에 빠졌다.
그 사실은 여기서 마지막 파동을 가한다면 부서지는 건 미트건이 아닌 자신이라는 것을 전달하고 있었다.
“안 된다니까.”
미트건의 목소리가 아련해지고 전신의 세포가 출렁거리면서 의식마저 멀어져 가고 있었다.
‘포기하지 않아! 반드시……!’
프랭크와인을 막아야 한다.
아케인에게 패한 이후 선을 향한 그녀의 의지는 더욱 강해졌다.
그리고 마침내 필생의 적을 상정한 지금, 그 의지는 전신에 차올라 선에 대한 일말의 의심을 지워 버렸다.
머리가 쪼개지면서 열리는 느낌이 들었으나 그것은 고통이 아닌 초월적인 해방감이었다.
‘뭐지?’
쿵! 쿵! 쿵! 쿵! 쿵!
에텔라의 주먹 한 방 한 방이 미러 사이클을 뚫고 미트건의 몸에 먹먹한 충격을 전달하고 있었다.
음양파동권 오의-신적초월 화격.
‘빌어먹을!’
화신의 힘으로 상대의 화신에 직접 충격을 전하는 기술.
그 충격파가 미트건의 신체를 넘어 정신을 뒤흔들자 미러 사이클에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대로는 위험하다는 생각에 미트건이 물러섰으나 이미 다리에 힘이 풀려 휘청거렸다.
동시에 에텔라가 급속히 접근하면서 양손을 내밀어 그의 복부를 강타했다.
여전히 미러 사이클의 효과는 발동되고 있지만 거울을 격파하는 그녀의 몸짓에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