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428
전부를 증폭시킨다는 의미는 한계를 초월한다는 것.
이카엘이 알기로 그것은 증폭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형태의 방식이었다.
폭발.
정신을 폭발시켜 강력한 힘을 낸다.
온 마음을 던져야만 가능한 현상이고, 그 결과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강력하다.
하지만 폭발이란 말 그대로 순간의 작용이기에, 모든 것이 터지고 난 뒤에 남는 것은 산산조각 파괴된 잔해 외에 아무것도 없을 터였다.
‘크으으으으!’
시로네는 거대하게 확장되는 정신 속에서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을 기다렸다.
생애 처음으로, 아니 어쩌면 평생을 정진하더라도 도달할 수 없을 것 같은 거대한 감각이 뻗어 나가고 있었다.
“시, 시로네…….”
조너인 플루조차 시로네의 스피릿 존을 가늠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거의 100퍼센트의 확률로 시로네의 상태를 좋지 않게 만들 것이 분명했다.
“시로네!”
플루는 순간 이동을 시전해 시로네에게 날아갔다.
하지만 그보다 더 빠르게 소멸의 대천사 파이엘이 시로네의 앞에 도달했다.
흐오오오오오오오!
후드 안에 담긴 빛으로 만든 이목구비가 마치 카푸치노의 거품처럼 소용돌이치며 중심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대천사조차도 위기감을 느낄 정도로 시로네의 스피릿 존은 정상의 범주를 훨씬 초월한 상태였다.
사법 광륜-아파테이아.
마법진이 회전하면서 어둠으로 물들더니 시로네의 스피릿 존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더욱 초조해진 플루가 땅을 박차고 날아올라 오직 죽음밖에 연상할 수 없는 대천사를 향해 피닉스를 쳐들었다.
‘내가 해내야 해!’
크루드가 마음을 던졌듯, 시로네가 아타락시아에 마음을 던졌듯, 그녀도 마법사로서 모든 걸 던진 행동이었다.
‘1초만. 아니, 0.1초라도 벌 수 있다면.’
각오가 뇌리에 장착되는 순간 파이엘이 고개를 홱 돌렸다.
봉황정을 발동할 자세를 취하고 있던 그녀는 파이엘의 얼굴을 본 순간 그대로 굳어 버렸다.
심연의 끝이 그곳에 있었다.
“꺄아아아아아악!”
자신도 모르게 비명이 터져 나오고, 파이엘의 손이 휘둘리는 과정이 천천히 눈에 들어왔다.
또한 그녀가 느끼는 자신의 반응 속도는 그보다 대략 100배 이상 느렸다.
죽음을 확신하는 그때, 갑자기 파이엘이 시로네를 향해 돌아섰다.
‘이건…….
아파테이아로 빨려 들던 시로네의 스피릿 존이 갑자기 사라졌다.
동시에 섬광이 하늘에서 내리꽂히며 파이엘이 서 있던 자리를 강타했다.
콰아아아아아앙!
충격파만으로도 플루의 몸이 수십 미터를 날아갔다.
반면 간발의 차이로 회피한 파이엘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며 시로네를 살폈다.
“흐으으으으!”
시로네의 정신은 여전히 확장되고 있었고, 그 폭발의 끝이 언제일지는 자신조차 모른다.
하지만 이미 그런 것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용서하지 않겠어.’
아타락시아에 내던진 전심은 오직 그것뿐.
“흐오오오오오!”
고작 인간을 상대로 물러섰다는 사실에 분노한 파이엘이 소멸의 귀곡성을 터뜨렸다.
그리고 사라지듯 빠른 속도로 날아와 시로네를 향해 검은 손을 휘둘렀다.
직지로 깨달은 시로네의 눈이 부릅떠졌다.
‘광폭.’
번쩍!
눈이 멀어 버릴 정도의 빛이 퍼지면서 반경 100미터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이 마치 자석에 철 가루가 반응하듯 모조리 밀려났다.
심박동 초당 1천 회.
1초에 1천 번 박동하는 빛의 장막 앞에서는 파이엘이라고 해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런 것이 무려 200개였다.
엘리시온-다중 광폭.
“크아아아아!”
중첩되는 빛의 장막에 갇힌 그의 몸이 1초 동안 수 킬로미터 반경을 돌아다니며 이리저리 튕겼다.
‘인간 따위가……!’
파이엘은 사지를 활짝 펴며 소멸의 능력을 극대화시켰다.
“우오오오오!”
어둠으로 변한 그의 육체가 광폭을 녹이면서 마침내 제자리에 고정되었다.
그러자 빛의 사슬이 그의 몸을 휘감았다.
샤이닝 체인.
“크으으으윽!”
샤이닝 체인에 묶인 파이엘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온 힘을 다해서 끊어 내 보려고 하지만 그럴수록 빛의 조임은 더욱 강해지고 있었다.
콰콰콰콰콰콰콰콰쾅!
사슬에 묶인 파이엘은 생각으로도 셀 수 없는 속도로 땅에 처박혔다.
그러다가 사슬이 풀리면서 그의 몸을 허공 저편으로 날렸다.
시로네는 벌써 점이 되어 있는 파이엘을 올려다보며 하체를 구부렸다.
광익.
빛의 날개가 활짝 펴지는 것과 동시에 날개가 순간적으로 사라졌다.
퍼어어어어엉!
엄청난 속도로 날개를 후려친 시로네의 몸이 순식간에 파이엘을 따라잡으며 쇄도했다.
단지 공기의 마찰로 생긴 충격만으로 아르망의 로브 전체가 링거의 광물질로 변해 시로네의 몸을 감싸고 있었다.
거대한 금속 탄환처럼 공기를 찢어발기고 날아간 시로네는 파이엘의 상공에 떠서 포톤 캐논을 시전했다.
펑!
지상에서 지켜보는 플루로서는 끔찍할 정도로 경악스러운 빛의 구체.
직경 20미터에 달하는 포톤 캐논이었다.
크으으윽!
포톤 캐논의 섬광에 휩쓸려 수직으로 추락한 파이엘은 땅을 뚫고 지하 깊은 곳까지 들어갔다.
펑! 펑! 펑! 펑!
여전히 상공에 있는 시로네는 조금 전과 같은 크기의 거대한 포톤 캐논을 수십 개나 탄생시켰다.
이미 멀리 떨어진 상황에서도 플루의 눈에는 마치 수십 개의 태양이 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쿠르르르르르릉!
포톤 캐논이 다발로 추락하고, 무지막지한 질량이 지상에 처박히면서 대지가 흔들렸다.
“말도 안 돼…….”
플루는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한 발 한 발이 평소 아타락시아를 관통한 포톤 캐논의 위력을 내고 있었다.
하나의 마법이 아닌 정신 자체를 증폭시켜 버렸으니 당연한 결과였으나, 그럴수록 이카엘의 두려움은 심해졌다.
“멈추세요, 시로네!”
언제까지고 이 상태를 유지할 수는 없다.
설령 대천사라도 일단 정신이 폭발해 버리면 회복할 방법은 없는 것이다.
이카엘이 전력을 다해 시로네에게 날아가자 잠시 전투에 정신을 빼앗겼던 사티엘이 다시 눈을 부라리며 뒤를 쫓았다.
“어딜 도망가려고!”
한편 파이엘이 처박힌 곳에는 반경 1킬로미터 규모의 먼지구름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느리지만 거대한 규모로 퍼져 나가던 연기가 어느 순간 갑자기 중심을 향해 빨려 들기 시작했다.
흐오오오오오오!
지하 깊은 곳에 처박힌 파이엘은 아파테이아로 주위의 모든 것을 소멸시키고 수백 미터 깊이의 구덩이를 날아올랐다.
이미 시로네가 도착하여 기다리고 있었다.
“네피림 따위가……!”
파이엘은 가증스러운 얼굴을 보자마자 몸을 날렸다.
하지만 결국 1미터도 전진하지 못하고 온몸의 힘이 빠진 채로 쿵 하고 무릎을 꿇으며 추락했다.
“크윽!”
절대로 벌어져서는 안 되는 일.
대체 어떤 인간이 전심력을 발휘한 대천사를 무릎 꿇게 만든단 말인가.
‘아니…….’
파이엘은 어떤 기억을 떠올리고 고개를 쳐들었다.
있었다.
천국 역사상 가장 강력했던, 수많은 대천사들과 자웅을 겨루었던 인간이.
그 가이아인의 이름은…….
“맥클라인 거핀.”
전심全心 (2)
“인간은…….”
우오린이 말했다.
“모든 것에 마음을 던질 수 있지.”
수많은 삶을 경험하며 그녀가 내린 결론이었다.
“하지만 받을 수는 없다. 우리는 오직 무언가를 향해 던지기만 하는 존재인 것이야.”
그렇기에 욕심과 열망은 결코 채워지지 않고 이 세상은 혼란으로 가득하다.
“자기중심적이라서, 차라리 죽어 버릴 수도 있고.”
적극적으로 죽음을 도모할 때 인간은 인간 이상의 무언가가 된다.
“심지어는 생명이 없는 것에도 모든 것을 던지지.”
“어떤 의미로는 이기적이군요.”
간도의 말에 우오린은 웃었다.
“그래. 인간은 이기적인 동물이다. 하지만 간도야, 그것이 인간의 무서움이란다. 너무나도 이기적이라서 이타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것. 우리는 그런 모순적인 존재다.”
우오린은 천국에서 벌어지는 일을 모르지만, 보지 않고도 알 수 있는 건 인간의 본질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올드 일행은 미래를 붕괴시킬 것이다.
지극히 이기적인 마음으로, 지독히 이타적인 행동으로 무언가에게 마음을 던지고 있을 터였다.
“이곳이…….”
쿠안이 움직였다.
“나의 무덤이다.”
오른발로 땅을 박차고 튀어 나가는 순간 무명은 세상의 풍경이 뒤집어지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실상 뒤집어진 것은 쿠안의 몸이었고, 거꾸로 떠오른 상태에서 그의 몸이 불안정한 궤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검로를 예측할 수가 없다.’
생물의 한계를 초월한 그의 통찰력으로도 쿠안의 공격이 어떤 식으로 가해질지 판단조차 할 수 없었다.
“흐읍!”
간발의 차이로 쿠안의 검이 목덜미를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그제야 무명은 자신의 판단이 마비된 이유를 어렴풋이나마 깨달았다.
검로를 예측할 수가 없는 이유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온갖 불확실한 변수들 속에서 결정적인 하나의 동선을 구축하고 있다.
그것은 목적을 세우고 행동하는 인간의 사고방식과 완전히 반대되는 것이었고, 그렇기에 알더라도 막을 수 없다.
‘나도 팔을 잘라야 하나?’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으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신체의 일부분을 도려낸 이유는 여태까지 유지해 온 밸런스가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
팔을 잘랐기에 깨달은 것이 아니라, 이미 깨달았기에 팔이 필요 없어진 것이다.
‘무시무시하구나, 검이란.’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학습한 기술.
어쩌면 흔해 빠진 무언가였어도 상관없었을 테지만 이제는 알았다.
자신이 쥐고 있는 것에 무한의 묘리가 담겨 있다는 사실을.
‘정복하고 싶다!’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강렬한 열망이 무명의 뇌리를 강타했다.
아주 지루하고 단순한 행위를 수년에 걸쳐 한 끝에 얻어 낼 수 있는, 검술을 이루는 작은 깨달음들이 초당 그의 몸에 체화되면서 광속처럼 그의 기술을 극한의 경지로 끌어올렸다.
“흐에에에에에!”
무명의 동공이 와짝 조여들고 벌어진 입에서는 혀가 튀어나왔다.
쌍검을 앞으로 내밀고 허우적대는 모습은 마치 광인.
어린아이가 울며 떼를 쓰는 듯한 모습을 바라보던 시이나와 아르민은 소름이 돋았다.
인간에게서 결코 태어날 수 없는 특이 성향의 천재가 결론 내린 검술의 극의는 인간이 생각했던 것만큼 아름답지도 찬란하지도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 기술에 담긴, 사람을 죽이는 효율에 대한 부분에 있어서는 어떤 검사도 이견을 제시하지 못할 만큼 완벽했다.
배후에서 수십 개의 칼이 넘어오는 것처럼 무명은 수많은 검로의 가능성을 짊어지고 돌진했다.
“안 돼!”
시이나가 벌떡 일어나 장벽 밖으로 튀어 나가려고 하자 아르민이 허리를 붙잡고 끌어당겼다.
무명에게 기술을 빼앗길 수도 있다는 수준이 아니었다.
검에 미친 천재는 마법 따위에는 관심조차 주지 않을 게 분명했다.
그렇기에 도달할 수 있었던 살인의 극의 앞에서는, 설령 아르민이라고 해도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목이 잘려 나갈 뿐이었다.
“시이나! 우리가 나설 자리가 아니야!”
완벽하게 검사의 길을 택한 무명의 반응 속도는 제아무리 뛰어난 마법사라도 따라잡기 불가능한 수준까지 도달해 있었다.
시이나는 눈물을 글썽거렸다.
무지막지한 무명의 검술은 거의 절대적으로 쿠안의 죽음을 말하고 있었다.
‘나 때문에…… 나 때문에…….’
문득, 처음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죽을 수 있는 임무이기에 쿠안의 죽음 또한 모두의 죽음에 수렴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