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43
최종 점수 548점.
시로네의 점수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였다.
“엄청나잖아.”
처음으로 진지하게 수업에 임한 이루키를 본 학생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이탈형으로 548점. 저게 사람이야?”
“서번트 능력으로 타깃의 운동방정식을 모조리 계산한 거야. 솔직히 반칙 아니야?”
에텔라도 의아했다.
‘이탈형으로 타깃을 잡아낸 것은 수학적 계산과 서번트 신드롬이 조화된 결과물.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타깃보다 훨씬 빠르게 움직이는 스피릿 존이 설명되지 않았다.
‘어떤 방식으로 강화시켰을까?’
곰곰이 생각하던 그녀의 눈이 반짝였다.
‘설마? 저 아이…….’
이미지 존에서 내려온 이루키가 시로네에게 다가가 짝눈을 뜨며 말했다.
“감상이 어때? 그럭저럭 봐줄 만했지?”
시로네는 솔직히 인정했다.
“응, 대단했어. 이탈형을 그런 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거든.”
“흠, 고작 그것뿐인가? 이거 실망스러운데?”
“뭐야?”
시로네가 미간을 찡그렸으나 이루키는 신경 쓰지 않고 말을 이었다.
“숫자를 모듈화시켜서 속도를 높인다. 너의 장점을 활용한 방식이기는 하지.”
시로네가 움찔했다. 반면에 그는 이루키의 방법을 짐작조차 못 하고 있었다.
“가르쳐 줄까, 내가 어떻게 강화했는지?”
“그렇게 함부로 말해 줘도 될까? 나를 굉장히 견제하는 것 같은데.”
“상관없어. 안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역시나 사람 속을 벅벅 긁는 이루키였다.
“사실 별거 아니야. 네가 모듈화로 단위를 높였다면, 나는 대수를 써서 단위를 줄였을 뿐이니까.”
“어? 대수?”
시로네는 멍하니 입을 벌렸다.
‘그런 방법이……. 아니, 이건 그런 수준이 아니야.’
방법을 안다고 해서 따라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이루키의 말이 거짓이 아니었다.
“로그를 씌우면 천문학적인 숫자라도 간단히 표현이 가능하지. 이번에는 연습 삼아서 한번 해 본 거야. 어차피 진짜 승부는 실습 평가니까.”
시로네는 입술을 깨물었다.
로그를 씌우면 아무리 높은 단위의 숫자라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다.
‘100억도 문제가 아니겠지. 하지만 본래 로그란 어려운 수식을 편하게 계산하기 위해 만든 기호.’
따라서 수열식처럼 단순한 숫자 놀이에 적용하면 오히려 연산은 훨씬 복잡해진다.
‘하지만 그걸 해냈다. 서번트 신드롬의 능력으로 자신만의 수열식을 개발한 거야.’
이루키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카르미스 에이미, 오젠트 가문, 살면서 많은 천재를 만났지만 이루키처럼 극단적으로 재능의 추가 기울어진 인간은 처음이었다.
“어때? 이래도 나를 이길 수 있겠어?”
“누구를 이기기 위해서 노력하는 게 아니야. 최선을 다했다면 누가 이기든 상관없어.”
“정석적인 대답이군. 좋아, 원래부터 그 정도밖에 안 되는 놈이었다고 생각하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다음부터는 말을 조심하라고. 실력도 없는 이상주의자가 생명이 어쩌니 하는 얘기를 들으면 불쾌하거든.”
시로네는 이를 뿌득뿌득 갈았다.
‘대체 뭐가 불만이야?’
생명이 소중하다는 걸 말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것조차 이상주의라고 비판한다면, 시로네도 증명해 보이는 수밖에 없었다.
“좋아! 네 생각이 그렇다면 겨뤄 보자. 이번 시험에서 반드시 너를 이기겠어.”
“하하! 그렇게 나와야지. 물론 이기는 건 나지만.”
“이……!”
시로네가 더 쏘아붙이려는 그때 이루키의 주위로 동급생들이 몰려들었다.
“너 정말 대단하다! 대체 어떻게 한 거야? 나도 좀 가르쳐 주면 안 돼?”
“그런 실력이 있으면서 왜 숨겼어? 우리 연구회에 들어오지 않을래? 네가 오면 한 달 안에 프로젝트를 끝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칭찬 일색이었으나 이루키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시로네에게 말했다.
“시로네, 건널 수 없는 다리에서 보여 준 너의 통찰은 확실히 대단했어. 하지만…….”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그가 몸을 돌렸다.
“내 계산은 통찰보다 빠르다.”
“…….”
시로네는 침을 꿀꺽 삼켰다.
마법학교에 입학한 이후 많은 경쟁을 치렀지만 이토록 막강한 상대는 처음이었다.
네이드가 시로네의 등을 두드렸다.
“힘내라. 무책임한 소리 같지만 구경하는 입장에서는 흥미진진한 것도 사실이니까. 물론 나야 둘 다 친구라서 누가 이기든 상관없지만.”
“경쟁은 나도 바라는 바야. 하지만 이런 건 싫어. 이루키는 그냥 날 미워하는 거잖아.”
“어쩌겠어? 원래 저런 놈인걸. 하지만 이루키가 전력을 다하게 만들었으니 너도 참 대단한 놈이야. 타기팅 최고 기록을 갱신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너희 두 사람뿐일 거야.”
“응? 최고 기록도 있어? 몇 점인데?”
“어디 보자. 내가 알기로는 987점이었나?”
“뭐? 987점?”
시로네는 경악했다.
자신의 점수는 차치하고, 로그를 이용한 이루키조차 500점대에 불과했다.
대체 얼마나 빨라야 987점이 나올까?
“대단하다. 어떤 사람이야? 이미 졸업은 했겠지?”
“응? 무슨 소리야? 사귄다면서 그런 것도 모르냐? 에이미 선배님이잖아.”
리미트리스(5)
“에, 에이미……?”
물론 타깃형이 주특기인 만큼 시험에 유리할 테지만 987점은 상식 밖이었다.
네이드가 그녀를 떠올리며 말했다.
“너는 잘 모르겠지만, 에이미 선배님은 시험 때마다 사람이 달라질 정도로 집중해. 오죽하면 졸업반에 들어갈 때까지 1등을 놓친 적이 없겠냐? 하긴, 그런 걸로 따지면 너도 만만치 않지만 말이야.”
시로네는 새삼 깨달았다. 세상에는 대체 얼마나 많은 재인들이 살고 있는 것일까?
하지만 한편으로는 용기가 생겼다.
‘그래, 세상에 절대적인 건 없어. 에이미가 에이미만의 방식으로 이겼듯이, 나도 내 방식으로 이기는 거야.’
네이드가 조언했다.
“굳이 최고 기록을 갱신할 필요는 없으니까 편하게 생각해. 987점이 나오기 전까지는 최고 기록이 700점대 후반이었다고 하더라고. 에이미 선배도 클래스 파이브가 아닌 클래스 포에서 세운 기록이니까.”
“흐음.”
시로네는 생각했다.
‘그렇다면 1차 목표를 700점으로 잡자.’
앞으로 시험까지 남은 기간은 3주. 그 안에 점수를 끌어올릴 방법을 찾아야 했다.
‘지지 않겠어. 절대로.’
시로네의 두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
시로네의 머릿속에는 수열식밖에 없었다.
이루키의 연산보다 더 빠르게 숫자를 세어야 하지만, 딱히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젠장. 대체 어떻게 하면 되지?’
모듈화로 묶인 숫자를 아무리 늘려도 로그의 단위 압축력에 비하면 초라할 뿐이었다.
“일단 훈련부터.”
저녁에는 광자 출력을 연습했다.
수열식 도달 속도가 월등히 빨라졌으나 그래 봤자 1분에 세는 숫자는 1만에 불과했다.
‘이루키는 첫날에 100만을 채웠어. 내구력은 내가 높지만 기술적 강화의 폭은 이루키가 월등하다. 이 차이를 메우지 못하면 승부는 해 보나 마나야.’
시험 방식도 생각할 필요가 있었다.
타깃이 끝없이 나온다면 1천 점을 내는 일도 크게 어렵지 않을 테지만 고유의 패턴이 있었다.
‘레벨 1에서 타깃 10개가 등장한다. 그것을 전부 처리해야 레벨 2로 넘어가는 방식. 또한 레벨이 올라갈수록 타깃의 개수도 1개씩 늘어나.’
10레벨에서는 19개가 동시에 등장한다.
따라서 초반부터 빠르게 레벨을 넘기지 않으면 뒤늦게 분발해도 큰 점수는 얻을 수 없다.
‘타기팅이 한 번만 실패해도 레벨을 넘기는 시간이 지연되지. 얼마나 빨리 다음 단계로 가느냐에 따라 나중에는 수백 점 차이가 벌어질 수도 있어.’
자정 무렵에야 훈련이 끝났다.
숙소에 들어가서 기절하듯 잠을 자고 다시 수업을 듣는 일과의 연속이었다.
학생들은 이미지 존의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노하우를 공유하거나 수열식을 연습했다.
시로네는 자신의 차례가 되자 그동안 훈련한 성과를 가감 없이 쏟아부었다.
공격형의 가시에 타깃이 닿을 때마다 광자 출력의 섬광이 사방으로 쏘아졌다.
학생들은 곧바로 간파했다.
“점점 빨라진다.”
액티브 마법에 적응이 되자 이제는 몸을 돌리지 않고도 타깃을 맞힐 수 있었다.
다연발로 쏘아지는 빛의 향연을 구경하다 보면 학생들의 1분이 그냥 지나갔다.
최종 점수는 567점.
일전의 이루키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기에 시로네는 자신감을 되찾았다.
‘됐다. 전보다 더 빨라졌어.’
반면 동급생들에게는 자괴감을 주는 성적이었다.
“일주일 사이에 200점 이상 올렸어. 뭐가 이래? 이건 완전 반칙이잖아.”
“탄속이 너무 빨라. 일단 포착되면 빗나가지 않으니까 레벨을 넘기기 쉬운 거야. 게다가 연계도 좋아졌어. 초당 4회 이상은 시전하는 것 같던데.”
수업이 끝나 갈 무렵, 이미지 존의 대기 열이 사라지자 이루키가 다가갔다.
여태까지 수열식도 하지 않고 그늘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던 그였다.
“이번에는 내 차례겠지?”
시로네를 돌아보며 입꼬리를 올린 그는 타기팅 프로그램을 가동시켰다.
전보다 더 작아진 이탈형 스피릿 존이 비행하자 사방에서 폭발이 일었다.
“우와…….”
시로네의 섬광도 화려하지만 이루키의 속도감도 보는 이를 흥분시켰다.
“끝.”
1분이 지나자 이루키는 점수조차 확인하지 않고 뒷짐을 진 채 멀어졌다.
최종 점수 568점.
시로네보다 딱 1점이 앞선 점수였다.
‘우연이 아니야.’
정확히 1분에 1점을 더하려면 레벨 1부터 고도의 계산이 들어가야 한다.
이후에도 시로네의 실력은 올라갔으나 그럴 때마다 이루키는 늘 1점을 앞섰다.
의도는 명확했다.
“오늘도 이루키가 이겼네. 역시 시로네는 안되나?”
아무리 노력해도 안된다는 절망감을 주어 시로네를 궁지에 모는 전략이었다.
‘절대로 포기하지 않아!’
그럴수록 시로네는 수열식에 매진했다.
모듈화로 묶인 숫자의 개수가 100을 넘자 스피릿 존의 성능이 비약적으로 높아졌다.
시험을 앞둔 마지막 실습에서, 시로네는 처음으로 마의 구간인 700점을 넘었다.
학생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700점대를 내가 눈으로 보게 될 줄이야. 이게 정말 가능한 점수구나.”
“대략 10초 내에 10레벨을 통과하지 않으면 700점대는 나올 수가 없어. 대체 1초에 몇 개를 맞히는 거야?”
시로네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됐어. 저번 실습 때보다 70점이나 더 올렸다. 처음 세운 목표는 도달했어.’
시험을 앞두고 집중력이 높아진 덕분이었다.
흥분을 감추고 계단을 내려오는 그때 이루키가 곁을 스치며 말했다.
“축하해. 700점은 확실히 대단하군. 성장 속도가 무서울 정도로 빠른데.”
“너한테는 지고 싶지 않으니까.”
“크크, 그렇군. 하지만 방심하면 안 돼. 시험은 아직 시작도 안 했으니까.”
계단을 내려온 시로네가 몸을 돌렸을 때 이루키는 이미 스피드건을 하고 있었다.
학생들의 눈이 크게 뜨였다.
“우와! 스피릿 존이 저렇게 작아지는 것도 능력이다.”
이탈형은 거의 구슬 크기였고, 워낙에 속도가 빨라 잔상조차 볼 수 없었다.
퍼퍼퍼퍼퍼펑!
마치 타깃들이 스스로 터지는 듯 이루키를 중심으로 폭발이 일어났다.
그렇게 1분이 지나고.
“…….”
학생들은 침묵했다.
이루키의 최종 점수는 701점.
최선을 다해 70점을 도약한 시로네의 점수를 또다시 1점 차이로 누른 것이다.
학생들이 소리쳤다.
“대단하다! 이루키는 아직도 여력이 남았어!”
이제 그들은 시험 성적보다 시로네와 이루키의 승부에 더 열광하고 있었다.
천재와 천재의 대결.
지금까지는 이루키의 압승이었다.
‘또 1점 차라고?’
이번만큼은 시로네도 식은땀이 났다.
차라리 이루키가 온 힘을 다해 압승했다면 이토록 긴장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모르겠어. 이루키는 몇 점까지 낼 수 있는 거지?’
다음 주부터 평가 기간.
클래스 파이브 일정이 가장 빠르기에 주말을 포함해도 3일밖에 남지 않았다.
‘방법을 찾아야 해.’
시로네는 초조한 마음으로 훈련장을 내려갔다.
***
휴일마다 학생들로 가득 차는 중앙 공원도 시험의 한파는 피할 수 없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