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472
적진의 중앙에 뛰어든 리안이 회전하자.
콰아아아앙!
디나이를 먹은 칼날이 고집불통의 맹수처럼 반경 내의 적을 모조리 쓸어버렸다.(16-24 kill)
“고작 이거냐!”
회전이 끝나는 지점에서 직선의 움직임으로 탈바꿈한 리안은 탄환처럼 쇄도했다.
베고,(34 kill) 베고,(38 kill) 끝없이 베고.(41 kill)
베이고,(45 kill) 베이고,(48 kill) 끝없이 베어 나갔다.(51 kill)
‘달린다!(54 kill) 절대로 멈추지 않아!’(55 kill)
검을 휘두를 때마다(58 kill) 리안의 몸에 탄환들이 속속들이 처박혔다.
어깨와 옆구리를 관통하고 발목을 부수고 지나가자 귓가에서 또다시 스밀레의 환청이 들리기 시작했다.
“빌어먹을!”(61 kill)
언제까지 환영이 지속될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시점이 바로 자신의 죽음일 터였다.
여전히 피라미드까지의 거리는 멀었고,(64 kill) 적들의 숫자는 죽은 자보다 산 자가 더 많았다.(65 kill)
“이 자식들아!(67 kill) 대체 뭐 하는 거야!”(68 kill)
태장이 직접 지프차를 몰고 나섰다.
재래식 무기인 대검 한 자루로 달려드는 멍청한 인간 하나를 잡지 못해 수십 명이 죽어 나가는 상황이었다.
“우오오오오!”(70 kill)
리안은 후려치듯 적들을 베어 나가며(73 kill) 태장에게 돌진했다.
대검을 휘두르는 두 팔은 관성을 무시하고,(75 kill) 지하인의 뼈는 썩은 나뭇가지처럼 끊어질 뿐이었다.(79 kill)
허공으로 뛰어오른 태장이 다리 사이로 리안을 겨누고 소총을 갈겨 댔다.
“흐읍!”
온몸을 강타하는 끔찍한 고통과 그보다 더 끔찍한 두려움을 품고 리안은 태장을 향해 검을 쳐들었다.
‘딱 걸렸어.’
리안의 시야 밖에서 저격총을 들고 있던 지하인이 방아쇠를 당겼다.
소리보다 빠르게 날아온 총탄이 퍽 하고 리안의 심장을 정확히 관통했다.
“컥!”
온몸에 전기가 통하는 느낌과 함께 모든 장기들이 쇼크 상태에 빠졌다.
“크하하하! 어리석은 놈!”
총에 맞아 경련하듯 벌벌 떨던 리안이 갑자기 움찔하더니 날아오는 거구를 그대로 베었다.(80 kill)
“어, 어떻게……?”
이미 죽었어야 마땅한 리안이 여전히 팔팔하게 살아 움직이자 지하인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나는…….”
시로네의 검이다.
‘그렇기에 주군을 구하기 전까지는…….’
리안이 검을 강하게 움켜쥐며 달려 나갔다.
“절대로 죽지 않아!”
액싱-디나이(사망 부정).
“으아아악!(81 kill) 괴물…… 컥!”(82 kill)
지하인들이 본능에서 끓어오르는 비명을 내질렀다.
스밀레의 환청을 들으며 넝마의 몸으로 돌진하는 리안의 모습은 마치 죽음 그 자체를 밀어붙이는 듯했다.
“야차인가…….”(84 kill)
피라미드의 꼭대기에서 박녀는 북쪽의 리안을 돌아보았다.
죽음을 이겨 내고 적들과 싸우고 있는 광경을 접하자(86 kill) 오래전에 들었던 하나의 이름이 떠올랐다.
“데스나이트?”(88 kill)
대직도 (3)
데스나이트.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은 아니지만, 1만 년의 시간을 경험한 박녀에게는 리안의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몇 가지 일화가 있다.
전쟁의 역사 속에서 어떤 기사는 죽음을 초월해 싸우기도 했다.
생의 열망이 너무나 강하게 남아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하는 그들의 모습은 특유의 율법이라고밖에는 설명할 수 없는 의지의 힘이었다.
‘저런 경우는 처음이다.’
목이 잘린 자가 무려 3분 이상 검을 휘두르다가 쓰러진 것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리안이 선보이는 무위는 그것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활동적이었다.
“리안…….”
사투를 벌이는 리안을 바라보며 시로네는 어떤 기억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감정의 향수를 느꼈다.
‘맞아, 그랬었지…….’
리안은 그런 친구였다.
그가 목숨을 걸고 달려온다는 것은 결코 자신을 해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아무것도 모르겠어. 나는 무엇을 봐야 하는 거지?’
리안의 말대로 이 세계가 거짓이라면, 기억 속에 있는 그와의 우정은 어떻게 설명해야 한단 말인가?
“어차피 오래 버틸 수는 없어.”
박녀는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이곳에 오지 못하고 죽을 거야.”
사람이 저렇게 많은 탄환을 맞고 살아 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기에 시로네 또한 입술을 짓깨물고 생각을 접었다.
한 사람의 희생으로 세상을 되돌릴 수 있다.
이 세계는 반드시 진실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여태까지 이곳에 살았던 자들의 사랑이나 열망, 행복과 환희 등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박애는 시로네가 갇힌 상태에서 내릴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천지를 울리는 충격파가 뒤편에서 전해져 오자 박녀는 슈라와 미로가 싸우는 전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엄청나게 얻어터지는군.”
관음의 화신이 사방팔방에서 미친 듯이 슈라를 후려치는 광경은 보기만 해도 오금이 저릴 지경이었다.
“아우, 짜증 나!”
하지만 인상을 쓰고 있는 쪽은 공세를 이어 나가는 미로였다.
2명의 반야가 싸우는 장소를 제외하면 뮤커스는 남쪽을 장악한 상태였고, 동쪽과 서쪽으로 흘러들어 피라미드를 올라가고 있었다.
‘시간은 내 편이 아니라는 건가?’
미로는 슈라를 노려보며 이를 깨물었다.
3차원으로 표현된 관음의 화신은 마치 하늘 꼭대기에서 세상을 관조하는 시야를 가진 듯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 미로가 받아들이는 정신의 영역에서는 4차원, 즉 일말의 사각도 없는 전방위의 열린 시야였다.
극한의 스케일이 시공간을 개방한다.
따라서 관음의 공격은 공간의 어디에서든 가해질 수 있으며, 연타의 속도 또한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는다.
‘관음 격뢰장.’
미로가 손을 휘두르자 수천 개로 겹쳐진 관음의 손바닥이 하늘에서부터 내리꽂혔다.
수인을 맺은 슈라가 뱀의 눈을 치켜뜨며 능력을 발동했다.
결합의 게슈탈트-신의 교살.
그녀의 주위를 감싸듯 사람의 크기만 한 역십자가들이 탄생하더니 고무처럼 휘어지며 일말의 틈새도 없는 구체로 조립되었다.
이어서 관음 격뢰장의 연타가 땅을 뚫어 버릴 만큼 격렬하게 내리꽂혔다.
“후우, 진짜 짜증 나네.”
붉은 보석들이 박힌 역십자가가 해체되면서 긴 혀를 날름거리며 웃고 있는 슈라의 모습이 드러났다.
“차원의 벽에 너무 오래 갇혀 있었나? 미로도 한물갔네.”
‘요물 주제에 나오는 대로 지껄이고 있어.’
마음과 달리 슈라의 텃밭이라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제아무리 미로라도 아포칼립스에서 거짓을 다루는 율법사와 겨루는 건 사자가 바다에 뛰어들어 상어랑 싸우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피라미드를 부숴야 하는데.’
관건은 피라미드에 둘러싸인 율법을 해제하는 것이지만, 그 일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은 미로가 아니었다.
“무슨 생각 하는지 알아.”
슈라가 뱀의 화신을 일렁거리며 말했다.
“내 발목을 붙잡아 두고 다른 사람에게 율법을 파괴하게 만들려는 생각이지?”
미로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적은 우리만이 아니거든. 이걸 뚫고 시간에 맞출 수 있을까?”
슈라가 가리키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온 사막이 전부 뮤커스로 잠식당해 있었다.
“제길!”
마르샤는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수호자들의 공격을 피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상황에서 바닥에서는 뮤커스가 솟구쳐 나와 그녀를 덮치는 상황이었다.
몇몇 수호자들에게 패륜의 단도를 꽂기는 했지만 탈진 상태까지 기다리기에는 뮤커스의 확장 속도가 너무나 빨랐다.
“우리의 사명을 방해하지 마라.”
박쥐의 능력을 가진 에크서가 마르샤의 머리 위로 날아와 쌍칼을 휘둘렀다.
몸을 날려 뮤커스 위를 뒹굴자 그녀의 동선을 따라 점액질이 송곳처럼 솟아올랐다.
“날더러 어떡하라는 거야!”
마르샤가 이를 악물고 몸을 일으키는 순간 기폭 능력을 가진 타르강이 주먹의 분화구를 열었다.
“끝이다!”
펑! 하고 가스가 폭발하면서 황급히 자리를 피한 마르샤의 몸을 그대로 날렸다.
“흐윽!”
추락 직전에 뮤커스가 벽을 세우며 일어나 마르샤를 받았다.
점액질이 빠르게 흘러들어 사지를 묶더니 역류하듯 솟아올라 그녀의 몸을 수십 미터 허공에 띄웠다.
“이익! 이거 놔!”
한참이나 발버둥을 치던 마르샤는 피라미드의 건너편을 돌아보았다.
같은 상태로 붙잡힌 페르미가 그녀와 눈을 마주치더니 어깨를 으쓱했다.
“진짜 미치겠네!”
모두가 발이 묶인 상황에서 남은 건 리안뿐이었다.
“저건……!”
북쪽을 향해 고개를 돌린 마르샤의 눈이 충격에 흔들렸다.
‘나는 멈추지 않는다!’
피라미드의 하부가 뮤커스로 뒤덮인 것을 보자 리안은 속도를 더욱 끌어 올렸다.
하지만 뮤커스 또한 이제 급류처럼 출렁거리며 리안의 발꿈치 쪽으로 따라붙고 있었다.
“쏴! 안 죽어도 쏴! 총알로 으깨 버리란 말이야!”
전투부대의 총공격이 감행되었다.
“으아아아아!”
리안의 검이 섬광처럼 움직일 때마다 완전체였던 지하인들의 몸이 수 토막으로 쪼개졌다.(164 kill)
쾅! 쾅! 쾅! 쾅!
사방에서 수류탄이 폭발하자 얼굴을 가린 리안의 왼쪽 손바닥에 수십 개의 파편이 박혔다.
탄환이 지그재그로 지상을 긁으면서 발목이 퍽 하고 끊어져 나갔다.
“크으으으으!”
리안은 인상을 일그러뜨리며 오른발로 땅을 박찼다.
마치 끌어당기듯 몸이 적진 앞으로 떨어지면서 학살이 시작되었다.
“으아악! 귀, 귀신이다!”
피로 범벅이 된 리안의 얼굴은 완벽한 야차였다.
“신이시여…….”
신관 베베토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입을 벌렸다.
불사의 몸.
오직 태양의 인정을 받은 자만이 가질 수 있다는 영생의 육체가 눈앞에 재현되고 있었다.
“준비해라, 시로네.”
동쪽과 서쪽에서 흘러든 뮤커스가 꼭대기에 도달하자 박녀가 말했다.
하지만 딱히 시로네가 준비할 일은 없었다.
그저 발목부터 휘감겨 오는 점액질의 감촉을 느끼며 생의 마지막을 음미하면 그만이었다.
여태까지 그를 혼란 속에 빠트렸던 번뇌도, 막상 뮤커스가 몸에 달라붙자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것이다.
‘모두들 안녕…….’
시로네를 바라보는 리안의 눈에서 피눈물이 흘러내렸다.
‘미안하다, 시로네!’
비처럼 쏟아지는 적들의 피가 피눈물에 뒤섞여 얼굴 아래로 흘러내렸다.
‘현실에서도 지금처럼, 모든 걸 희생하며 싸웠겠지!’
혈류속도를 감당하지 못한 심장의 혈관들이 끊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런 곳에 떨어진 거겠지!’
스밀레의 환청 소리가 선명해졌다.
‘나는 너를 지켜 주지 못했어!’
“막아! 막으란 말이야!”
피라미드에 가까워지면서 화력의 집중이 사상 최대치로 치솟았다.
뒤편에서 수류탄이 폭발하자 등에 파편이 박힌 채로 리안이 붕 하고 떠올랐다.
가까스로 착지했으나 왼쪽 발목이 끊어진 탓에 털썩 중심을 잃고 한쪽 무릎을 꿇고 말았다.
“지금이다! 유탄! 유탄!”
“내 심장에…….”
몸을 일으킨 리안이 흰자밖에 남지 않은 눈으로 적들을 노려보며 튀어 나갔다.
신념의 왕국을 세우소서!(211 kill)
“으아아아!(213 kill) 쏴!(215 kill) 쏴!”(218 kill)
꺾이지 않는 의지와(219 kill) 그보다 더 강한 긍지를 검에 깃들게 하시고!(221 kill)
“오지 마!(223 kill) 오지 마!”(225 kill)
옳은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용기와(226 kill) 그 용기 앞에(228 kill) 흔들리지 않을 철의 각오를 새기소서!(229 kill)
“사람(231 kill) 살려!(233 kill) 컥!”(234 kill)
언제나 약자의 편에 서게 하시고!(236 kill)
“이러다(239 kill) 다 죽겠어!”(240 kill)
강자의 논리에 굴복당하지 않게 하시며!(244 kill)
“후퇴!(246 kill) 후퇴해!”(248 ki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