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480
‘할 수 있다. 할 수 있으니까.’
성공할 수 없다면 성공할 때까지 두드리면 된다.
완벽한 수식을 가로막고 있는 철의 장벽에 엄청난 속도로 데이터가 처박히기 시작했다.
‘결국은 열릴 거야.’
설령 열지 못한다고 해도 상관없다.
철문 너머에 있는 이미 성공한 자신이 문을 열고 마중을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D-21일.
‘어째서? 왜 여기서 나아가지 못하지?’
스나이퍼 모드의 스피릿 존을 회전시키고 있는 에이미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며칠 동안 저격의 정확도가 9할에서 더 이상 올라가지 않고 있었다.
홍안에 백업되어 있는 자신의 상태를 확인한 에이미는 심리적 데이터에서 정체 구간을 찾아냈다.
‘멍청하긴. 만족하고 있는 거야.’
완벽이란 부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무의식에서 느끼고 있기 때문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사고가 경직되어 있어! 나 자신을 파괴해야 돼!’
스피릿 존을 회전시키자 길이 2킬로미터의 스나이퍼 존이 엄청난 속도로 회전했다.
타깃을 향해 파이어 스트라이크를 쏘아 댈 때마다 낑 하고 공기가 울었다.
에어 터널을 따라 가속되는 화염이 타깃에 도달하는 시간은 불과 1.3초.
‘100퍼센트가 아니면 의미가 없어!’
수십 개의 타깃이 동시다발적으로 폭발했다.
D-19일.
“좋아, 스크리머! 박살 내 버려!”
“으아! 으아! 으아아!”
스크리머는 고통의 괴성을 내질렀으나 육체는 멈출 기미가 없었다.
러너스 하이에 도달한 것이다.
미친 듯이 연타를 퍼붓는 아들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파이로커가 잠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래, 스크리머. 바로 그거야…….”
“네? 뭐라고요!”
듣지 못한 스크리머가 짜증을 냈으나 파이로커는 그저 아들이 대견스러웠다.
‘드디어 넘어섰구나.’
누군가를 이기고 싶어서, 패자를 짓밟고 우월감을 느끼고 싶어서 강해지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아니, 강해질 수 없지.’
그런 저급한 쾌락은 앞으로 감내해야 하는 거대한 고통 앞에서 너무나 쉽게 좌절되기 때문이다.
‘스크리머, 수많은 자들이 목숨을 걸고 경쟁을 하는 이유가 뭔지 아니?’
지고 싶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무언가를 해내지 못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어떤 고통이든 감내하는 것이다.
‘마법사가 되어라, 스크리머! 챔피언이 되어라! 그것이 너의 인생에 가장 큰 행복일 테니까!’
“아빠! 뭐 해요!”
파이로커는 퍼뜩 정신을 차리고 눈물을 훔쳤다.
죽을 만큼 괴로운 상태일 것이기에 파이팅이라도 없으면 버티지 못할 것이다.
“좋아, 스크리머! 드디어 그로기에 빠졌다! 챔피언은 완전히 맛이 갔어! 갈겨! 끝장을 내 버려!”
“으아아아아!”
D-14일.
1경의 절반에 도달했다는 심리적 브레이크는 쉽게 없어지지 않았다.
수열식은 여전히 5천조의 한계에 머물러 있었고, 그 상태로 며칠의 시간이 흘렀다.
‘괜찮아.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까.’
시로네는 초조해하지 않았다.
할 수 없다면 할 수 없는 것이고, 그것이 바로 냉철하게 현실을 직시하는 사고일 터였다.
“하하!”
개울가의 바위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던 시로네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고 보니 건너편 나무의 서른두 번째 가지에서 대부분의 잎사귀가 아래로 내려온 것에 반해 하나의 잎사귀가 위로 올라와 있었던 것이다.
‘진짜 웃기네.’
아무도 관심조차 주지 않을 잎사귀의 방향을 보고 웃을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사고가 유연해졌다는 증거였다.
‘거미가 집을 크게 지었어. 좋겠구나.’
수련 기간 동안 비와 바람에 다섯 번은 망가졌을 거미줄이 가지 사이에 걸려 있었다.
‘정말 집요하네. 맞다, 어젯밤에도 바람이 많이 불었지.’
거미가 가느다란 다리를 뻗으며 집을 돌아다니는 모습에서 행복함이 느껴졌다.
‘버텨 냈구나.’
그 순간 몸이 찌르르 울리면서 울상이 지어졌다.
“어라? 어?”
주체할 수 없는 거대한 감동에 눈물이 펑펑 쏟아져 내렸다.
‘아아, 그렇구나.’
하찮은 것은 없다.
‘잘됐어. 잘됐다, 거미야.’
한낱 미물일지라도, 남들은 시선조차 주지 않는 혐오스러운 거미일지라도, 그 안을 들여다보면 자신의 이야기만큼이나 거대한 이야기가 깃들어 있는 것이다.
‘모든 곳에 도가 있다.’
시로네의 스피릿 존이 열리면서 천사의 화신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엘리시온이 발동하면서 세상과 나의 경계가 사라지고, 미로의 지시마저 망각한 상태에서 엄청난 속도로 수열식이 질주하기 시작했다.
3천조, 4천조, 5천조.
여태까지 한계라 생각했던 경지가 허물어지면서 마침내 더 높은 경지로 수가 쌓여 갔다.
‘6천조! 7천조!’
천사의 화신이 더욱 붕괴되어 가자 먼발치에서 지켜보고 있던 미로가 미소를 지었다.
‘세상 모든 것은 삶에 수렴된다.’
어떤 경지도, 어떤 초월도 살아간다는 것을 넘을 수는 없다.
‘마법사가 되고 싶은 것이지. 그것 또한 남과 비교할 수 없는 거대한 삶.’
어쩌면 시간 내에 도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미로는 화신의 변화를 관찰했다.
‘뭐지?’
웃고 있던 미로의 표정이 갑자기 굳어졌다.
7천조를 질주하던 수열식이 8천조에 돌입하자 화신의 형태가 완전히 붕괴되면서 빛의 입자들이 수많은 소용돌이를 이루며 맴돌기 시작했다.
눈을 어지럽힐 정도의 화려함은 압권이었지만 결코 아름답다고는 말할 수 없는 광경.
솔직한 심정으로 흉악하다고 느껴질 정도의 기괴한 아지랑이였다.
‘아니, 그런 수준이 아니야. 태양 앞에 서 있다고 해도 마찬가지겠지.’
흉악하다고 느끼는 것은 인간의 기준.
화신이 어떤 개성을 가지고 있는지 몰라도 인간의 모든 경험을 초월하는 현상이기에 두려운 기분이 드는 것이었다.
‘대체 어떤 특이점이기에?’
마치 시공간이 일그러지는 듯 풍경이 굴절되더니 수많은 잔상들이 중첩되고 있었다.
‘변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모든 곳에 도가 있다는 사실을 몸으로 깨달은 이상 물아일체의 경지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다고 봐도 무방했다.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은데.’
시로네의 화신에 대해 궁금한 만큼이나 수열식을 응원하고 있는데 갑자기 빛의 아지랑이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허억! 허억!”
무아지경에서 빠져나온 시로네는 거친 숨을 내쉬고 있다가 미로의 인기척을 느끼고 빠르게 돌아섰다.
“방금 보셨어요? 돌파했어요! 9천조까지 갔다고요!”
“9천조라……. 완벽함의 심마로군.”
칭찬을 기대했던 것과 달리 미로가 입술을 깨물고 있자 시로네는 그제야 지시를 어겼음을 깨달았다.
“아,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수열식을…….”
“아니야, 잘했어. 5천조를 뚫는다고 해도 한 번은 더 막힐 것 같았거든. 남은 기간 동안 최선을 다해서 성공시키자.”
“네!”
자신감을 얻은 시로네는 씩씩하게 수련관으로 걸어갔다.
반면에 미로는 여전히 자리에서 떠나지 못하고 시로네가 앉아 있던 바위를 돌아보았다.
거의 도달했기에 더욱 아쉬운 상황이었으나 이것 이상을 바라는 건 욕심이었다.
‘조만간 확인할 수 있겠지. 그런데 대체 어떤 화신이야?’
특이점에 근접했을 당시에 드러났던 율법의 변화는 최강의 반야인 미로조차도 분석할 수 없는 기묘한 현상이었다.
하루의 힘 (4)
***
시로네의 수열식이 마침내 경에 근접했다.
그럴수록 빛의 소용돌이는 흉악하게 번져 갔고 주위의 풍경 또한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소용돌이의 질감은 점으로 찍어 낸 듯 수많은 입자들의 움직임에 불과했지만 지켜보는 자들은 뇌의 상상력을 통해 흐름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대체 저게 뭐냔 말이야.’
특이점에 가까워지자 미로의 말수도 줄어들었다.
수련관을 가득 채운 빛의 기류가 불에 타는 듯 이글거리는 상황이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루씩 누적된 경험치가 폭발의 기미를 보이기 시작하자 시로네는 정신을 채찍질했다.
‘하루의 힘을 믿는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정진했기에 얻을 수 있었던 가속.
실패라는 이름의 경험치를 불태워 달린 끝에 얻게 될 것은 여태까지의 고통을 전부 날릴 만큼 거대한 희열일 터였다.
‘온다! 온다!’
저 멀리 경의 영역이 시로네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오오오!”
스크리머의 연타가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빠르게 샌드백을 타격했다.
일단 거리만 잡히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만큼 정확하고, 빠르고, 강한 연격은 셀 수 없는 반복 끝에 도달한 체득이었다.
‘이걸로 끝이다!’
온 힘을 다해 일격을 내지르자 샌드백을 매단 철사가 쾅 소리를 내며 끊어졌다.
무려 3미터를 날아간 샌드백이 묵직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쿵 추락하자 파이로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너……!”
기분을 드러내는 것은 유치한 짓이라는 걸 알지만, 그럼에도 억눌려 있던 감정의 폭발을 막아 낼 수는 없었다.
“으아아아아!”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팔을 벌린 스크리머의 상체 근육이 징그러울 정도로 갈라졌다.
그 어떤 승리에서도 느낄 수 없는 강렬한 쾌감이었다.
‘완성됐다!’
전기로 번쩍거리는 이루키의 눈이 번쩍 뜨이는 순간 그토록 바라고 바라던 지진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됐다!”
오랫동안 메르코다인 지하에 머물고 있던 벙커가 폭발하자 홀은 아수라장이었다.
지반이 흔들리면서 모든 식기들이 바닥으로 쏟아지고, 시녀들은 머리를 붙잡고 비명을 지르며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
벽에 기대어 서서 담담하게 그 모습을 바라보던 가주 알비노는 2층 계단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루키가 내려오고 있었다.
“축하한다. 마침내 가문의 유산을 작살냈구나.”
이루키는 대수롭지 않게 어깨를 으쓱했지만 눈에 맺힌 희열만큼은 감추지 못했다.
“나중에 저세상에 가면 조상님들에게 사과드릴게요.”
이루키는 학교로 돌아갈 채비를 하기 위해 짧게 말을 내뱉고 저택을 나섰다.
“사과라…….”
아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알비노가 중얼거렸다.
“오히려 그 반대겠지.”
“할 수 있어! 완벽하게!”
에이미를 중심으로 파이어 스트라이크가 퍼져 나갔다.
마치 꽃이 피듯 뿜어진 불꽃이 무려 58개의 타깃을 남김없이 격추시켰다.
정확도 100퍼센트.
중첩되어 밀려드는 폭음성에서 58개의 음파를 정확히 추출한 에이미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하지만 감동의 순간은 잠시였고, 이내 매서운 눈빛으로 허공을 응시했다.
‘반드시 졸업하고 말겠어.’
작년에 받았던 치욕을 떠올리며 그녀의 홍안이 불타올랐다.
왕성 별채에 마련된 풀장의 물이 2개의 급류에 휘말리며 기괴한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물속에 잠긴 포니가 수력을 한계치까지 끌어 올리자 펑 하고 물기둥이 치솟으며 풀장의 물이 모조리 바깥으로 퍼내어졌다.
“꺄악!”
갈아입을 옷을 들고 대기하고 있던 시녀들이 새된 비명을 지르며 물러섰다.
사방의 벽에 부딪친 물이 다시 바닥을 타고 흘러와 풀장의 수위를 조금씩 높이고 있었다.
‘성공이다.’
차분하게 눈을 감은 포니지만, 왕족의 권위를 훼손시키지 않기 위해 사력을 다해 참고 있는 것이었다.
“아가씨, 축하드려요! 정말 멋져요!”
마법에 대해 잘 모르는 시녀들의 입에 발린 칭찬일 테지만 남이 이름 지어 준 권위가 아니기에, 얼음처럼 차가운 그녀의 얼굴에도 살며시 미소가 지어졌다.
‘미래는 오직 나의 것이다.’
이불을 뒤집어쓴 도로시가 벌떡 상체를 세우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한동안 경련 속에 정신을 맡긴 그녀는 곧바로 힘이 풀린 듯 베개에 얼굴을 파묻으며 풀썩 쓰러졌다.
“하아아아…….”
고개를 돌린 그녀의 안경은 완전히 비뚤어져 있었고 바닥을 돌아보는 얼굴에는 만족감이 짙게 배어 있었다.
지이잉! 지이잉!
그녀의 분신 히커리가 목과 사지 관절을 제각각 돌리며 춤을 추고 있었다.
D-4일.
촛불이 타오르는 수련관에서 시로네는 잠을 자는 시간마저 넘어서며 수열식에 매진하고 있었다.
미로 또한 산파가 난산의 아이를 받아 내듯 끈질기게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