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499
동시에 수열식이 경의 영역으로 들어갔다.
1초 전.
마검기-라이트닝 임팩트.
전격이 퍼지는 순간 시로네가 하늘로 뛰어오르자 케이든은 이를 뿌드득 갈았다.
‘대체 이해할 수가 없군.’
또 이 느낌이다.
제아무리 뛰어난 마법사라도 체술과 신경의 영역에서는 스키마가 압도해야 정상.
또한 응당 그러한 전개로 진행되고 있던 상황이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알 수가 없는 이유는, 잘못된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케이든은 늑대처럼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필살의 공격을 준비했다.
“마력 강화!”
크로스소드가 진동하며 강력한 고주파를 퍼트렸다.
음향 마법의 일종인 카이저 계열이었다.
‘모든 마법을 구사할 수 있다고?’
페르미하고는 다른 종류의 천재였다.
황당한 표정의 시로네를 향해 케이든이 검을 휘둘렀다.
“소리도 피할 수 있을까?”
콰아아아앙!
쇼크 웨이브가 주위를 초토화시켰으나 시로네는 멀쩡한 상태로 충격파를 뚫고 들어왔다.
‘어떻게?’
공간이 아니다.
시간을 피한 것이었다.
‘할 수밖에 없어.’
광천사의 화신이 시로네에게 스며들자 비로소 케이든은 육감의 정체를 깨달았다.
‘저거구나. 요행이 아니야. 분명 어떤 기술이다.’
포톤 캐논이 손에 압축되면서 시로네의 몸에서 체선과 똑같은 금빛 잔상이 부채처럼 펼쳐졌다.
여태까지 맹공을 퍼붓던 케이든이 처음으로 시로네의 앞에서 뒷걸음질을 쳤다.
순간 이동으로 거리를 좁힌 시로네가 포톤 캐논을 띄운 손을 휘두르자 케이든이 크로스소드를 180도 돌려 측면을 방어했다.
“응?”
놀랍게도 시로네는 반대편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제길!”
스키마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 올린 케이든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다시 방어했으나 시로네는 또다시 휘어지듯 방향을 바꾼 뒤였다.
마법의 능력으로 궤적을 뒤튼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정해진 듯 자연스러운 움직임에서, 놀라운 통찰이 케이든의 뇌리를 강타했다.
‘혹시…… 시간인가?’
생각과 동시에 케이든의 팔이 무서운 속도로 움직였다.
“크으으으!”
막고, 막고, 또 막고.
찰나의 순간 방어 자세를 일곱 번이나 바꾼 케이든의 신체 능력은 마법사로서는 흉내도 낼 수 없을 만큼 빠른 것이지만, 시로네의 포톤 캐논은 유유히 방어 불능 지점을 향해 거리를 좁혀 오고 있었다..
‘이건 마치…….’
생각의 끝에서 케이든은 멍해졌다.
‘무한.’
무한대의 시로네가 밀려들고 있는 기분이었다.
쾅!
포톤 캐논이 옆구리에 처박히면서 갈비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컥!”
충격에 눈이 흔들린 케이든이 10여 미터를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크으으윽!”
뼈가 부러진 이상 스키마의 재생력이라 하더라도 당장은 전투가 불가능하다.
‘마스터 카드를 빼앗아야 해!’
시로네는 곧바로 케이든에게 달려갔다.
황급히 몸을 일으켜 세운 케이든이, 다리에 힘이 풀려 다시 한쪽 무릎을 꿇고 말았다.
‘기절시키자.’
포톤 캐논이 손에 쥐이는 순간 케이든이 일그러진 얼굴로 외쳤다.
“시로네, 캉!”
루루의 음성이 전기신호로 들어왔다.
“케이든이 캉을 걸었습니다.”
1초 안에 선택하지 못하면 개패.
“캉!”
케이든의 패가 개패되고 시로네의 패인 ●○●○●(혁명)이 공개되었다.
또한 캉을 캉으로 받아야 했던 짧은 순간은, 결정적으로 헤르시 팀에 반전의 기회를 마련했다.
“지금이다!”
헤르시가 소리치며 튀어나오자 동시에 안찰과 에덴, 피쇼가 사방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에덴이잖아?’
에덴의 카드 수집을 막는 것이 최우선인 시로네는 황급히 방향을 틀어 스크럼블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스크럼블을 잡는 것과 동시에 헤르시가 소리쳤다.
“오픈하기 전에 막아!”
안찰이 캉을 걸었다.
그녀의 패는 ○○●○○(황제).
혁명보다 높은 패였고, 오픈하지 않은 Ⓡ카드 한 장을 남겨 두고 개패되었다.
-오픈하지 않은 랜덤 카드는 경기에 영향을 줄 수도, 받을 수도 없다.
이 또한 이미 실험으로 검증된 사실이기에 마스터 카드를 확인할 필요도 없이 헤르시, 에덴, 피쇼가 동시에 소리쳤다.
“시로네! 캉!”
전원이 캉을 걸면 시로네는 어느 누구에게도 위해를 가할 수 없다.
‘끝났다! 너는 퇴장이야!’
일명 시로네 죽이기 작전이었다.
“캉의 대결에서 패했습니다. 다음 스크럼블 소환 시까지 시로네에게 어떠한 위해도 가할 수 없습니다.”
“뭐라고?”
헤르시는 자신의 청각에 문제가 생긴 게 분명하다고 생각하며 마스터 카드를 확인했다.
‘소멸(●○●●○●).’
“잠깐만. 아니, 이게 왜?”
케이든이 옆구리를 붙잡고 말했다.
“시간을 조절한다. 그런 능력이야.”
마치 현실이 말소되고 새로운 현실이 태어나는 것 같은 느낌.
사고의 영역에서는 리셋을 느낄 수 없지만 카드라는 물질적 증거가 사실임을 증명하고 있다.
‘시간? 시간이라고?’
생애 이토록 얼빠진 표정의 헤르시는 처음이었으나 이내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며 소리쳤다.
“튀어! 후퇴한다!”
모두가 도주하는 순간 시로네가 목표로 삼은 사람은 케이든이었다.
부상을 당하기도 했지만 여태까지 기회만 노리고 있던 울분을 풀 수 있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때 에덴이 달려와 아직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케이든의 앞을 가로막았다.
‘세인트 배리어!’
스피릿 존이 찬란한 빛을 발하며 방어막을 형성하자 이루키에게 능력을 들은 시로네의 미간이 구겨졌다.
‘더 강력한 위력이 필요해.’
눈을 부릅뜨고 이모탈 펑션을 개방하는 것과 동시에 포톤 캐논이 광기의 춤을 추듯 흔들렸다.
순간 오싹해진 에덴이었으나 다시 입술을 깨물고 받아 낼 준비를 했다.
‘포톤 캐논!’
직경 1미터에 가까운 섬광이 순식간에 세인트 배리어에 꽂혔다.
기폭 마법에도 꿈쩍하지 않던 구체의 형상이 마치 솜처럼 움푹 들어가더니 반대편이 부풀면서 펑 하고 폭발했다.
“꺄아아아악!”
전능이 파괴된 에덴이 머리를 붙잡고 바닥에 웅크리자 도주하던 모두가 경악의 눈으로 고개를 돌렸다.
“에덴의…….”
방어 마법이 뚫렸다.
졸업반의 어느 누구도 본 적이 없는 광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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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능의 괴물 (1)
“이건…… 말도 안 돼.”
졸업 평가의 어느 누구도, 심지어 졸업 시험에서도 파괴된 적이 없던 에덴의 방어 마법이었다.
‘괴물이 되어서 돌아왔잖아?’
헤르시가 판단을 내릴 여유도 없이 시로네가 케이든에게 달려들었다.
“막아!”
외치는 순간 깨달은 것은 불가능.
시로네에게 캉에서 패한 상태이기에 연합 팀의 누구도 위해를 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진천요술-첨밀밀.
안찰의 환영 마법이 펼쳐지자 시로네가 바라보는 풍경이 음탕하게 변했다.
“뭐야!”
명확한 형태는 아니지만 게슈탈트에 의해 연상되는 것은 상상할 수 있는 음란함.
나무와 바위, 심지어는 풀밭에도 스며들어 있는 농밀한 은유가 이성을 무시하고 본능을 찔렀다.
“지금이다! 도망쳐!”
찰나의 순간을 틈타 피쇼가 거대한 거미를 움직여 케이든과 에덴을 붙잡고 자리를 벗어났다.
첨밀밀의 환영이 사라지고 난 자리에서 시로네의 얼굴은 잔뜩 상기되어 있었다.
거칠게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가 고막 안쪽을 두드렸다.
‘안찰…….’
단순히 저급한 환영을 보여 주어 눈을 어지럽힌 게 아니다.
환영 마법사의 전공인 게슈탈트를 이용해 인간의 원천 심리를 자극하는 실력자였다.
‘아쉽지만 에덴의 패를 개패시킨 것은 큰 수확이야. 적어도 하루 이상을 벌 수 있으니까.’
게다가 케이든도 부상당했으니 당장 경기에 참전하기는 무리일 터였다.
‘판을 다시 짤 필요가 있겠어.’
시로네의 머리 위로 소집 신호의 섬광이 솟구쳤다.
***
자정.
시로네 죽이기 작전에 실패한 연합 팀은 침통한 표정으로 아지트에 모였다.
허리에 붕대를 감은 케이든이 힘없이 앉아 있었고, 에덴은 숲의 구석에 무릎을 꿇고 연신 눈물을 흘리며 기도를 하고 있었다.
“심란하군.”
거대한 거미에 탑승한 피쇼가 잎이 울창한 나무 꼭대기에서 둥치로 내려왔다.
“스크럼블을 거의 수집하지 못했어. 이러면 4일 차에도 밀릴 공산이 크다.”
헤르시가 쯧 하고 혀를 찼다.
시로네에게 캉을 걸었다가 전부 개패당한 터라 전면전은 당분간 불가능했다.
‘상대 쪽에서 무조건 캉을 걸어 버릴 테니까.’
호기로 덤볐다가 마스터 카드를 빼앗기는 것만은 반드시 막아야 했기에 고작 몇 개의 스크럼블을 수집한 것이 오늘 하루의 유일한 성과였다.
“전력 이탈은 어떻게 할 거야?”
안찰이 입을 열었다.
“케이든이 부상당했어. 연구회원들을 통해서 회복 마법을 받더라도 족히 하루는 걸릴 거야.”
안찰의 환영 마법이 아니었다면 케이든은 물론 에덴까지 마스터 카드를 빼앗겼을 것이기에 그나마 이 정도로 끝난 게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헤르시가 안찰에게 말했다.
“덕분에 살았군. 이번 전략은 내 실책이다. 환영으로 시로네의 동작을 멈춘 게 주효했지.”
당시 안찰 또한 캉에서 패해 시로네에게 위해를 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솔직히 도박이었어. 위해에 대한 정의가 애매했으니까. 하지만 2차적 트랩을 허용한다고 했으니 실격을 각오하고 시도한 거야.”
‘흥, 이미 실험 끝낸 사실이겠지.’
그럼에도 안찰이 앓는 소리를 하는 이유는 스크럼블 로열이 끝난 뒤의 논공행상 때문이다.
‘경기에 승리했을 경우 음지의 연구회는 다시 대립할 것이다. 얼마만큼 승리에 관여했느냐에 따라 이스타스의 조사 권한의 우선순위가 정해지겠지.’
각 연구회의 수장들이 모인 강력한 파티지만 결국 연합 팀의 한계는 존재했다.
“싸울 수 있어.”
케이든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회복 마법 따위는 필요 없어. 내일부터 다시 시로네를 잡겠다.”
집착도 이 정도면 처절할 지경이었다.
“아니, 회복 마법을 받아. 아직 4일 남았으니까 만회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해.”
“싸울 수 있다고 했잖아. 이깟 부상 따위…….”
“케이든, 이건 명령이다.”
헤르시는 페르미의 권한 대리인이었다.
“그럼 명령에 불복종하겠다. 설령 페르미라도 나를 마음대로 움직일 수는 없어.”
헤르시의 시선이 차가워졌다.
“솔직히 인정해. 시로네가 에덴의 방어막을 파괴한 마법으로 너를 쳤다면 이미 죽었어. 갈비뼈가 아니라 몸통이 날아갔을 거야.”
‘빌어먹을!’
이미 패한 마당이었으니 어떤 말을 해도 소용이 없었다. 케이든은 턱이 부서질 듯 어금니를 깨물었다.
“신이시여, 가련한 저의 방종을 용서하소서. 무한한 사랑의 가르침을 내려 주시고…….”
무아지경 속에서 기도를 올리는 에덴의 목소리가 적막을 파고들었다.
그녀를 바라보고 있던 헤르시가 다시 케이든에게 고개를 돌렸다.
“네가 시로네의 독주를 저지하지 못한 이상 같은 전략을 고수할 수는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