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503
분석이 완료되는 즉시 캔슬레이션 마법이 시전되었다.
“그럼으로 믿음을 초월하여…….”
에덴이 두 팔을 벌렸다.
“당신이 존재함을 아는 것입니다.”
신의 존재 증명-앱솔루트 배리어.
어떤 눈에 보이는 효과도 없는 그저 벌거벗은 소녀의 모습에서, 이루키는 충격을 받았다.
“……말도 안 돼.”
“뭐 해? 할 수 있는 게 있으면 해 봐. 그래서 널 찾아온 거니까.”
캔슬레이션이 걸리지 않고 있었다.
‘벡터가 안 움직여.’
부동과 미동은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아주 조금만 움직여도 마법을 취소시키는 건 시간의 문제지만 지금은 변화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전지의 문제가 아니야.’
절대적인 전능.
믿음을 초월하여 신을 느끼는 극한의 인지가 에덴의 전능을 강화시킨 것이었다.
그녀의 스피릿 존은 마치 진공포장을 한 듯 몸에 달라붙어 있었으나 자신을 지키는 데는 그거면 충분했다.
“그럼, 가져갈게.”
‘막아야 한다.’
스크럼블로 걸어가는 에덴을 노려보며 이루키는 서번트 특유의 더블 스피릿 존을 발동시켰다.
‘할 수밖에 없어.’
핵융합 기폭 방식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할 테지만 여기에서 에덴을 막지 못하면 경기는 완전히 기울게 된다.
‘스크럼블로 걸어가는 시간은 대략 11.73초.’
10초짜리 기폭 방정식을 설계한 이루키가 자리를 이탈하고 마침내 스크럼블에 다가간 에덴이 손을 내밀었다.
‘뉴클리어 퓨전!’
에덴의 손이 뻗히는 곳에서 강렬한 빛이 모이더니 순식간에 팽창하여 풍경을 날려 버렸다.
퍼어어어엉!
산 쪽에서 들린 폭음성에 학생들이 모두 돌아보고, 시이나가 관자놀이를 주물렀다.
“뭐야? 사고인가?”
멀리서 보기에도 산의 형태가 변형된 것이 보일 만큼 거대한 폭발이었다.
‘내가 만든 마법이지만 진짜 끝내주네.’
나뭇가지에 착지한 이루키는 이천번이 흔적조차 없이 날아간 것을 확인했다.
금전적 손실이 엄청나겠지만 뒷감당은 차후에 생각할 문제였다.
“어쨌거나…… 응?”
스크럼블이 있는 곳을 확인한 이루키의 눈이 커졌다.
에덴이 머리카락 하나 손상되지 않은 상태로 카드를 손에 쥐고 있었다.
백색 카드였다.
“이제 한 장.”
그녀가 멀리 있는 이루키를 돌아보며 말했다.
“오늘 안에 무한은 완성된다.”
“너…… 이천번이 얼마짜리 장치인 줄은 아냐?”
날려 버린 건 이루키지만 이런 말이 나올 정도로 억울한 심정이었다.
“몰라.”
에덴은 화를 내지도, 논리를 따지지도 않았다.
신이 지켜 주는 한 설령 우주가 파괴된다고 해도 자신에게 위해를 가하지는 못할 테니까.
“당신이 존재함을 믿습니다. 내 안에 당신의, 신의 사랑이 깃들어 있음을…….”
이루키는 기도문을 외우며 멀어지는 에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힘없이 중얼거렸다.
“이거, 우리가 지겠는데?”
***
도로시는 나무 뒤에 숨어 몸을 떨었다.
이미 스크럼블을 양보했음에도 프링스는 집요하게 그녀를 따라오고 있었다.
“도로시, 어디 있니? 여기 숨었나아?”
프링스가 수풀을 헤치자 동떨어진 곳에 있는 도로시의 어깨가 흠칫했다.
“없네? 그럼 여기에 있나아?”
토할 정도로 느끼한 말투.
‘우습게 보고 있어!’
생각은 그랬으나 몸은 여전히 미동조차 할 수 없었다.
‘변태.’
도로시는 프링스의 손에 잡혔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상하고 있었다.
모든 걸 말하게 될 것이다.
자신의 은밀한 비밀, 가족에게도, 심지어는 떠올리기조차 싫은 끔찍한 비밀들이 파헤쳐질 것이다.
“아하, 거기 있었구나아?”
도로시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농담이야. 긴장하지 마아.”
힘이 풀린 두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무서워 죽을 것 같지? 숨바꼭질은 그래서 재밌는 거야. 즐기라고, 도로시. 나도 지금 짜릿하니까.”
‘알고 있어. 내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어.’
두 사람 모두 스피릿 존에 들어가지 않은 상태에서도 드는 확신이었다.
“냄새가 나는군. 도로시 특유의 욕구불만의 냄새가.”
불과 1미터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도로시의 정신이 아득하게 멀어졌다.
“그럼 어디, 우리 공주님을 만나 볼…….”
펑! 펑! 펑!
그때 헤르시의 소집 신호가 터졌다.
하늘을 돌아보던 프링스가 갈매기 눈을 하며 도로시가 숨은 나무에 대고 말했다.
“헤르시가 부르는군. 살았구나, 도로시. 기분이 어때? 안심이 돼서 미칠 것 같나? 응? 어? 응?”
“…….”
“돌아가 달라고 빌면 돌아가 주지. 애원해 봐. 질질 짜면서 말이야.”
‘흐으으으…….’
도로시는 떨리는 턱을 필사적으로 다물었다.
“……다음에 또 보자고, 아가씨.”
공간 이동의 굉음이 터지자마자 도로시는 앞으로 고꾸라졌다.
“허억! 허억!”
안도의 감정은 잠시였고, 견딜 수 없는 비참함이 전신에 밀려들었다.
“나……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지?”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히커리가 쳐다보고 있었다.
***
‘종교(○○○).’
에덴이 벌써 세 장을 모았다.
‘1차에 하나씩 확실하군. 하긴, 막아 낼 도리가 없지.’
이루키는 생각에 잠겼다.
그렇다면 어떻게 막을 것인가?
일단 전능에서 압도적인 차이가 나는 이상 캔슬레이션은 생각할 필요가 없다.
‘0.1퍼센트만 비집고 들어가도 될 텐데.’
가지지 못한 것을 고민할 필요는 없기에 그는 두 번째 대안을 모색했다.
‘결국 외력인가?’
뉴클리어 퓨전의 기폭 방정식을 1분 정도로 늘린다면 통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때까지 기다려 줄까? 아니, 전략적으로 유도한다고 해도 그게 터지면 후폭풍이 장난이 아닐 텐데.’
이천번이 날아가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인명 피해가 있을 수도 있는 문제였다.
“일단 의견을 모아야겠어. 소집 신호를…….”
그때 수풀을 가르고 도로시가 나타났다.
“도로시? 무슨 일이야?”
아군의 스크럼블을 수집하는 역할인 그녀가 이루키를 찾아올 일은 없었다.
“미안. 나, 그만하고 싶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대가는 내가 치를게.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내가 다 갚을게. 그러니까 그만하게 해 줘.”
도로시가 눈물을 흘리자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이루키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일단 말을 해 봐. 무슨 일인지 알아야 결정을 내리지.”
“프링스가 무서워.”
나무 아래에 주저앉은 도로시는 2일 동안 프링스에게 시달렸던 일을 털어놓았다.
“……그런 일이 있었군. 하지만 앞으로 마주치지 않도록 전략을 짜는 방법도 있어.”
“그런 문제가 아니야.”
도로시는 처음으로 자신에 대해 털어놓았다.
“나는 한심한 애야. 친구들이 외교 수업, 정치 수업에 바쁠 때 나는 이불 속에서 이상한 상상이나 하고 있었어. 신은 있을까? 사후 세계는? 우리는 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 자료도 수집하고, 혼자 게임도 만들어 보고…….”
도로시의 입가에 슬픈 미소가 지어졌다.
“어릴 때는 모두들 재밌다고 해 주지. 하지만 지금 그런 이야기를 하면 가장 많이 듣는 소리가 뭔지 알아?”
이루키는 대답을 기다렸다.
“앞으로 어떻게 살 거니?”
마치 그들에게 빙의된 듯 도로시가 말을 쏟아 냈다.
“마법사가 될 거야? 공인은 어렵지 않아? 1년에 얼마나 벌 수 있는지는 생각해 본 거야? 정말로 해 볼 거라면 지금처럼 있어서는 안 되는 거 아냐?”
도로시의 눈에 분노가 차올랐다.
“알 게 뭐야! 그딴 거!”
공상만이 그녀가 행복할 수 있는 현실이었다.
“이런 생각도 우리에게 중요하잖아. 누군가 1명은 그런 생각을 하며 살 수도 있는 거잖아. 그런데 왜 모두들 한심하게 쳐다보는 거야!”
이루키는 어째서 그녀를 선택했는지 깨달았다.
“당연하지. 그들은 너를 두려워하니까.”
“나를?”
“나도 마찬가지였어. 아이로 남는 게 두렵기 때문에, 모두들 어른이 되는 거야. 그러고 나서 알게 되지.”
이루키가 검지를 들었다.
“어른 따위, 하나도 쓰잘머리 없다는 걸.”
“…….”
“세상에 어른은 없어. 아이와, 어른의 흉내를 내는 아이만 있을 뿐이지. 똑같이 두렵기 때문에 그렇게라도 하면서 버티는 거야.”
이루키는 히커리의 어깨를 두드렸다.
“하지만 너는 이걸 만들었잖아. 온갖 엉뚱한 상상이 담긴 깡통 인형으로 졸업반 아이들과 호각을 다투며 싸우고 있어. 이제 마지막 난관만 남았지. 마법사가 되면…….”
이루키는 도로시를 일으켜 세웠다.
“마법사가 되면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아도 돼.”
“마법사…….”
“그래. 스크럼블 로열을 이기자.”
보상과 대가를 떠나서, 반드시 이기고 싶은 경기였다.
“하지만 프링스는 너무 지독해.”
“더러운 건 피하면 그만이야. 누구에게나 감추고 싶은 비밀은 있는 법이라고. 나도 그렇고.”
“그게 뭔데?”
“응?”
도로시를 바라보던 이루키가 고개를 저었다.
“말하고 싶지 않으니까 감추고 싶은 비밀이지.”
“하지만 나는 말했잖아. 너도 말해야 공평하지.”
“그게…….”
이루키가 입술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
“저번에 꿈에 네가 나왔어.”
눈을 깜박거리던 도로시가 입을 가리고 웃었다.
“아하하! 그게 뭐야?”
***
5일 차의 절반이 지나면서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고급반 여자 기숙사에 얼굴을 가리고 침투한 네이드는 두 눈 질끈 감고 세탁실에 들어갔다.
“꺄아악!”
예상했던 비명이 터졌으나 침투를 멈출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하필 저기에……!’
속옷을 담아 놓는 바구니 속에서 스크럼블의 빛이 나고 있었다.
“비켜! 비켜!”
네이드는 후배들을 밀치고 굶주린 아귀처럼 바구니 속을 뒤졌다.
“변태다아아아!”
“누가 변태야!”
스크럼블을 수집하고 세탁실을 나섰을 때는 이미 복도에 여학생들이 깔려 있었다.
“잡아! 속옷 도둑이야!”
얼굴이 화끈거린 네이드가 소리쳤다.
“나는 페르미다! 졸업반의 페르미야!”
“닥쳐, 네이드!”
지금은 엄연히 졸업반에 들어간 네이드지만 속옷 도둑 따위에게 붙여 줄 호칭 따위는 없었다.
“제길! 너희들 다 두고 보자!”
그렇게 의미 없는 일갈을 내지르고 기숙사 밖으로 나온 그는 랜덤 카드를 품에 넣고 거친 숨을 내뱉었다.
“후우, 그래도 어떻게든 하나는 얻었네.”
피쇼가 곤충 마법으로 스크럼블을 긁어모으고 에덴이 절대 방어 능력으로 스크럼블을 파괴하고 있으니 카드 한 장이 귀한 시점이었다.
“빨리 가서 칭찬받아야지.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