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505
어차피 갖다 박을 생각이 없었다면 프링스가 요리하기 나름이었다.
설빙화.
얼음의 칼날이 꽃잎처럼 휘날리자 시로네가 반경을 크게 우회하며 포톤 캐논을 시전했다.
“흐흐흐, 화가 났는가?”
스피릿 존을 감지한 프링스가 춤을 추듯 상체를 흔들며 섬광을 회피했다.
“절대로 안 맞지. 수비형의 사방식 따위…… 응?”
프링스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가늘게 떴다.
‘스피릿 존이 없어?’
아니, 그런 것이 아니다.
‘모든 곳에 스피릿 존이 있다. 이게 대체……?’
바로 옆에서 튀어나오는 포톤 캐논에, 프링스의 상체가 거의 수직에 가깝게 젖혀졌다.
‘이탈형? 그것과도 다르다. 어째서 마법이 발동되지?’
엘리시온을 통해 집중점이 사라지자 포톤 캐논이 사방에서 태어나 그물처럼 덮쳐 왔다.
“세상에…….”
지켜보던 사비나의 입이 떡 벌어졌다.
마법사의 위치가 중요한 이유는 그곳이 정신의 집중점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집중점이 사라진 상태에서 마법이 발동되는 원리를 이해할 수 없었다.
“이제 알았다.”
프링스는 전투 마법사답게 승패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결론만을 도출해 냈다.
‘반경은 있다. 경계선이 사라졌을 뿐. 그렇다면…….’
프링스의 눈이 갈매기처럼 구부러지고 팔자 주름이 깊게 파일 만큼 입술이 찢어졌다.
“더 멀리 도망쳐 주지.”
시불상폭매!
시로네가 눈을 부릅뜨며 시간의 거푸집을 파괴하자 몸을 날린 프링스의 등 너머로 수십 발의 포톤 캐논이 쇄도했다.
“이런……!”
콰콰콰콰쾅!
우박처럼 쏟아지는 섬광에 그대로 노출당한 프링스의 모습이 흙먼지에 뒤덮여 사라졌다.
“끄으으으!”
신음 소리가 먼저 들리고 이어 바람이 흙먼지를 밀어냈다.
팔다리의 끝에 얼음덩어리를 달고 있는 프링스가 두 팔로 얼굴을 가린 채 다리를 떨고 있었다.
R의 확률 (2)
‘제길! 충격이 관통했어. 뼈가 으스러지는 것 같다.’
가능한 최대한 두껍게 빙벽을 둘렀으나 모조리 터져 나간 상황이었다.
“크……!”
프링스의 어깨가 들썩거렸다.
“크하하하하! 그렇군! 화가 났다 이거지! 그래서 막 숨겨 둔 힘을 해방하고 그랬다는 거지?”
“아직 이모탈 펑션은 열지도 않았어.”
웃음소리가 뚝 사라지고 프링스의 눈에 차가운 살기가 어렸다.
“그런데도 내가 너를 제압할 수 있었던 이유가 뭔지 알아? 하루가 지났기 때문이야.”
“하루?”
하루의 힘은 위대하다.
“네 능력은 이미 경험했어. 그렇기에 대비책을 세울 수 있었던 거지.”
시로네가 눈빛을 번뜩이며 말했다.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와 다르다.”
“아아, 그렇군.”
프링스는 팔에 달린 얼음을 털었다.
“요컨대 명언이라 이거지. 그럼 나도 명언으로 맞받아치는 수밖에.”
그리고 곧바로 사지를 펼치며 소리쳤다.
“내일의 나는! 오늘의 나와 다르다!”
‘어쩌라고, 정신병자 같은 놈.’
시로네가 튀어 나가는 순간 프링스가 기괴하게 입을 찢으며 마법을 시전했다.
빙파!
한 발의 포톤 캐논이 파도처럼 밀려드는 얼음을 모조리 부수며 들이닥쳤다.
‘이모탈 펑션. 확실히 위력부터 다르군.’
하늘로 날아오르는 순간 시불상폭매를 발동한 시로네가 샤이닝 체인으로 그의 전신을 묶었다.
빙정.
얼음이 달라붙어 빛을 가두자 프링스가 힘을 주어 사슬을 끊어 냈다.
“느려.”
등 뒤에서 들린 시로네의 목소리에 프링스의 눈이 부릅떠졌다.
“이야아아!”
빙마귀.
쩌저적 소리를 내며 수십 개의 고드름이 등 뒤로 튀어 나갔으나 시로네는 어느새 그의 앞에 있었다.
“느리다니까?”
‘씨……!’
프링스의 뇌리에 욕지거리가 스쳐 지나갔다.
‘네가 빠른 거…….’
샤이닝 체인이 감기면서 프링스의 몸이 순식간에 수십 바퀴를 회전했다.
“으아아아!”
피가 쏠려 머리가 터질 것 같은 충격에 프링스의 스피릿 존이 사라졌다.
대마법사전의 정석은 머리, 이 또한 케이든에게 배운 것이었다.
시로네가 온 힘을 다해 샤이닝 체인을 휘두르자 프링스의 몸이 수직으로 떨어졌다.
추락 지점에 시분할로 구현된 2개의 광폭이 중첩된 상태로 박동하고 있었다.
‘아이스 아머……!’
말미의 순간에 전신에 얼음의 갑옷을 두른 건 프링스의 강인한 정신력.
하지만 그것도 광폭 사이에 처박히자마자 질량의 폭풍 속에서 산산조각 부서질 뿐이었다.
“으아아악!”
박동하는 구체 사이를 마구잡이로 날아다니던 그가 퉁 하고 튕겨 나가 바닥을 뒹굴었다.
통뼈가 부러질 정도는 아니었으나 약한 관절인 손가락 10개가 전부 기괴하게 꺾여 있었다.
“끄으으으!”
시로네는 팔꿈치로 바닥을 기는 프링스에게 걸어갔다.
“마스터 카드 내놔.”
“…….”
마스터 카드를 주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나 시로네의 뜻대로 순순히 풀려 가는 상황이라는 것은 죽기보다 싫었다.
“내 팬티 속에 있다. 가져갈 수 있으면 가져가 보시지.”
“그럴 거야.”
시로네가 걸어오자 프링스가 뜬금없는 말을 꺼냈다.
“네 살 때부터 마법을 구사했지.”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오버플로우를 지나 천재적인 빙결 마법사로서의 행보를 고수한 이유. 그 이유를 말해 줄까?”
시로네의 손에 포톤 캐논이 장착되었다.
“바로 이 순간을 위해서다!”
턱이 빠져라 소리친 프링스가 화염 마법 파이어 플레임을 정비 공장 쪽으로 쏘았다.
“미친……!”
황급히 거리를 벌린 시로네가 아직 회복되지 않은 사비나를 들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퍼어어어엉!
정비 공장이 굉음을 내며 폭발했다.
“우하하하하! 날 죽여 봐라, 시로네!”
손가락이 전부 부러진 프링스가 절뚝거리며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다.
‘제정신이 아니야.’
아무리 음지의 연구회라고 하나 공장을 스스럼없이 파괴한다는 것은 이미 학생이고 뭐고 없다는 뜻이었다.
“어떡하지? 이러다가 우리 전부 퇴학당하는 거 아냐?”
사비나가 연쇄적으로 폭발하는 공장을 바라보며 물었다.
“괜찮을 거야, 아마도.”
수습이 가능한 문제여서가 아니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는 이상 교사진은 어떻게든 오늘의 일을 사고로 처리하게 될 터였다.
“돌아가자. 소집 시간이야.”
5일 차 스크럼블 로열이 종료되었다.
***
아지트에 모인 시로네 팀은 자정을 1시간이나 넘길 때까지 네이드를 기다렸다.
“안 오는군.”
이루키가 말했다.
“그리고 안 올 거야. 언질조차 없이 소집에 불참할 성격이 아니니까.”
시로네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찾아봐야 하는 거 아냐? 부상을 당한 것일 수도 있잖아?”
사비나는 이루키의 눈치를 살폈다.
‘역시…… 이루키는 알고 있구나.’
현재 졸업반에서 네이드에게 부상을 입힐 수 있는 실력자가 몇이나 될까?
설령 그렇더라도, 구조 신호조차 보내지 못할 만큼 덜떨어진 사람이 아니었다.
‘네이드가 마지막으로 활동한 장소는…….’
이루키는 좌표의 기억을 더듬었다.
‘역시 안찰과 가장 가깝다.’
그 사실이 네이드의 부재를 자의적 판단에 의한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였다.
‘안찰의 심상 구현. 확실히 네이드의 천적이지.’
그렇게 결론을 내린 이루키가 말했다.
“내일 아침까지는 기다려 보자. 일단 네이드는 빼고 우리끼리 검토하는 게 좋겠어.”
이루키의 말이 끝나자마자 에이미가 핵심을 꺼냈다.
“오늘 에덴이 무한(○○○○○○)을 완성했어.”
잠시 침묵이 흘렀다.
“나도 3차에서 에덴과 충돌했어. 하지만…….”
시로네가 질린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어떤 심정인지는 뉴클리어 퓨전으로 산 정상을 날려 버린 이루키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더 강한 위력이 필요해. 기폭 반응을 늘리든지 아니면…….”
이루키는 시로네를 돌아보았다.
“아타락시아라면 어때? 상대해 봤으니 대충 감이 올 거 아냐?”
연합 팀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면 시로네 또한 받아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시도해 봐야지. 내일 승부를 내겠어.”
“집적 시간은 얼마나 걸려?”
“최선을 다하면 10초대 후반.”
친구들의 입이 떡 벌어졌다.
‘엄청나게 빨라졌잖아.’
1년 전만 해도 1분이 넘었던 아타락시아다.
“남은 기간은 2일. 그 안에 에덴의 무한을 깨부술 방법을 찾아야 돼.”
“한 가지 유리한 점은 있어.”
에이미가 말했다.
“에덴은 더 이상 캉을 걸 수 없어. 왜냐면…… 다 벗었으니까.”
-마스터 카드를 소지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캉을 걸 수 없다.
도로시가 말했다.
“어디에 숨겼을까? 내가 탐색계였으면 찾을 수 있었을 텐데.”
“어차피 그쪽도 계산하고 결정한 전략이야. 대신에 히커리는 피쇼처럼 스크럼블을 저장할 수 있잖아.”
시로네가 말했다.
“에덴이 캉을 걸지 못한다면 파오를 걱정할 필요 없이 마음껏 폭격할 수 있어.”
“한편으로는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거겠지.”
무적에 대한 자신감.
평생을 통틀어 공격력은 제로.
아군을 지킬 수도 전세를 역전시킬 수도 없지만, 이런 경기에서는 절대적 능력이었다.
“설령 에덴이 캉을 걸 수 없다고 해도 2일 뒤에는 스크럼블 로열이 종료돼. 시로네가 방어막을 깨지 못했을 때를 대비해서 우리도 무한을 맞춰 두는 게 좋아.”
도로시의 말에 일리가 있었다.
“내일부터는 스크럼블을 아끼자. 6개를 모아서 한번에 무한을 완성시키는 거야.”
“적들도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
“도로시에게 달렸지.”
이루키가 돌아보자 도로시가 미소를 지었다.
‘트라우마는 극복한 모양이군.’
시로네가 말했다.
“내가 에덴을 상대하려면 무한은 잡고 있어야 돼. 만의 하나 에덴이 방어를 포기하고 캉을 걸 수도 있으니까. 스크럼블을 모으면 일단 내 패를 개패시키자.”
현재 시로네는 여섯 장을 수집한 상태이기에 무한을 얻으려면 개패를 시켜야 했다.
“그것도 문제네. 아군에 시로네의 소멸(●○●●○●)보다 높은 패는 없어. 결국 무한을 하나 더 만들어서…….”
이루키가 말을 멈추자 모두가 돌아보았다.
“왜 그래? 문제 있어?”
“잠깐만.”
이루키의 눈동자가 생각의 속도만큼 빠르게 흔들렸다.
“시로네, 시불상폭매 말이야. 여태까지 랜덤을 오픈해서 나온 결과를 전부 말해 줘. 시간을 되먹여서 나온 결과는 내가 알 수 없으니까.”
“알았어. 그러니까…… 1일 차에 일단 삼부회를 만들려고 랜덤 카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