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510
‘목적성이 없다.’
그렇기에 자연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태풍이, 지진이, 낙뢰가 생물을 죽이는 데 아무런 의미가 없듯, 살생도의 최상위 피라미드에 위치한 포식자였다.
“내가 왜 너를 살려 줘야 하지?”
네이드를 살핀 프링스는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도망치듯 하늘로 시선을 돌렸다.
1초도 보는 것을 견딜 수 없었다.
반대로 네이드는 먹잇감의 시체를 앞에 둔 것처럼 프링스의 모든 것을 관찰하고 있었다.
공포에 질린 몸의 떨림, 생물의 처절한 호흡.
그러다가 붕대를 감고 있는 손가락을 발견하고 발을 들어 손을 작신 밟았다.
“으아아아!”
“소리 내지 마.”
소리가 칼로 벤 듯 사라졌다.
“흐읍! 흐읍! 흐읍!”
네이드가 얼굴 쪽으로 다가오자 공포에 질린 프링스의 콧구멍이 숨을 쉴 때마다 달라붙었다.
“숨 쉬지 마.”
호흡이 사라졌다.
“그래. 그렇게 죽어.”
‘숨을 쉬면 안 돼!’
숨을 쉬지 않아도 어차피 죽는다는 생각을 할 수 없는 이유는, 네이드가 죽음보다 무섭기 때문이리라.
‘죽는 건가…….’
“말해 봐. 왜 내가 너를 죽이면 안 되지?”
의식이 멀어지는 그때, 프링스의 눈이 번쩍 뜨였다.
‘아직 희망이 있다!’
두 번째 물음에서 느낀 것은 일말의 인간미.
‘완전히 선을 넘은 것은 아니야. 아니, 필사적으로 억누르고 있는 것인가?’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지는 알 수 없지만, 살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것은 분명했다.
“날 죽이면…… 퇴학이다. 감옥에 가겠지. 왕국의 실력자들이 너를 죽일 거야.”
“상관없어.”
네이드의 목소리에서 다시 인간미가 사라졌다.
“흑! 흐윽!”
프링스의 이빨 사이로 울음이 새어 나왔다.
“생각을 해. 머리를 굴려 보라고. 왜냐면 나는 모르겠거든. 그러니까 네가 날 설득시켜.”
네이드가 선언했다.
“3초 준다.”
“흐으으! 흐윽!”
프링스는 두 눈을 질끈 감고 흐느꼈다.
‘생각해라! 생각해 내야 해!’
죽음을 앞둔 생물의 뇌가 사상 초유의 속도로 빠르게 해답을 갈구했다.
뇌, 뇌와 이어진 신경, 전신의 세포가 협응하면서 모든 에너지가 방출되기 시작했다.
‘분명 있을 거야, 죽이지 못하는 이유가.’
단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던 독특한 뇌의 신경 패턴이 번쩍이자 알고 있는 모든 지식이 통째로 올라왔다.
거기서도 답을 찾지 못하자 급기야 과거의 전 경험을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했다.
변태가 되기로 마음을 먹은 날, 오버플로우, 어미의 젖을 빨던 유아기…….
자궁 속의 태아, 배아, 정자와 난자로 분리된 2개의 미약한 경험까지 모조리 뒤진 끝에 도달한 것은…….
“죽어.”
‘찾았다!’
프링스의 눈이 번쩍 뜨였다.
“날 죽이면!”
망막 앞에 일렁이는 전기의 잔상.
“다시는 돌아올 수 없어.”
“…….”
프링스는 폐 속의 공기를 전부 써 내면서 말을 이었다.
“필사적으로 참고 있잖아. 여기서 선을 넘어 버리면 너는…… 다시는 돌아올 수 없어. 그러니까…….”
쥐어짜 낸 소리가 목구멍을 타고 기어 나왔다.
“살려 줘어어…….”
네이드의 손에서 파짓 하고 전기가 꺼졌다.
“마스터 카드 꺼내.”
부러진 손가락이 어떻게 뒤틀리는지도 모르고 프링스는 주머니를 뒤졌다.
“찢어.”
찍 소리가 나며 카드가 분리되자 네이드는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
발걸음 소리가 들릴 때마다 프링스의 몸이 경련했다.
‘네이드…….’
사비나는 멀어지는 네이드에게로 손을 뻗었다.
그가 선을 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하지만…….’
오늘로 깨달은 것은, 다가갈 수 없다는 것.
세상의 어느 누구도 그의 곁을 감당해 내지 못할 것이다.
그가 옆을 내어 주지 않는 한은.
“하아.”
타 버린 암석에 앉은 네이드는 저주받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리고 숨을 내쉬었다.
안찰의 심상 구현으로 본래의 얼굴이 드러나고 말았다.
시원하게 쏟아 낸 덕분에 어느 정도 이성을 되찾았지만, 밀려드는 건 지독한 후회와 자신에 대한 혐오스러움.
‘얼굴. 이 얼굴!’
거울이 없어도 뇌리에 박힌 어머니의 모습이 현재의 그를 말해 주고 있었다.
“빌어먹을!”
얼굴을 감싸고 있던 두 손이 송곳처럼 일어섰다.
손톱으로 피부를 긁어 내려갈 때마다 얼굴에 시뻘건 핏빛 선이 그어졌다.
“으아아아아!”
네이드의 고함 소리를 들은 것만으로도 프링스는 숨이 넘어갈 듯했다.
“흐읍! 흐읍! 흐읍!”
공기를 빨아들이는 그의 충혈된 눈에 눈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네이드, 프링스.
리타이어.
***
6일 차 스크럼블 로열이 종료되고 시로네 팀이 아지트로 속속들이 모여들었다.
“이루키, 어떻게 된 거야? 왜 네이드가……?”
도착과 동시에 시로네가 물었다.
루루의 신호에 의하면 네이드는 영역을 이탈해 장외 판정을 받았다.
이루키는 말없이 다른 팀원들을 기다렸다.
힘없이 모습을 드러낸 사비나가 이루키가 보낸 무언의 눈빛에 고개를 저었다.
‘흐음, 결국 그렇게 된 것인가?’
당분간 네이드를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예전에도 그랬으니까.’
비가 내리던 밤중의 혈투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래도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다. 끝까지 지켜 냈구나. 장하다, 네이드.’
“이루키, 말해 줘. 네이드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거야?”
이루키는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시로네에게만큼은 알려지지 않기를 원할 터였다.
“시로네, 네이드는 나보다 너를 더 좋아해.”
“갑자기 무슨 소리야?”
“그러니 믿어 줘. 누구에게나 감추고 싶은 비밀은 있는 법이야. 너도 그랬잖아.”
“하지만 나는…….”
“그래, 말해 줬지. 그러니 직접 들어. 네이드는 반드시 우리에게 돌아올 테니까. 일단 대결에 집중하자.”
시로네는 굳게 입을 다물었다.
잠시 후 도로시가 도착하고 마지막으로 에이미가 수풀을 헤치며 터덜터덜 걸어왔다.
“에이미? 너 그게 무슨 꼴이야?”
마치 1일 차 스크럼블 로열이 끝났을 때의 시로네처럼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진짜 장난 아니다, 케이든.”
자리에 주저앉은 그녀가 혀를 빼물고 말했다.
“광견병 걸린 것처럼 쫓아오는데……. 시로네, 너는 이거 어떻게 버틴 거야?”
“설마 타깃이 너로 바뀐 거야? 비겁하게…….”
에이미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건 우리 둘의 문제야. 개인적으로 풀어야 할 감정이 있어서. 아무튼 내일도 케이든은 내가 전담할게. 그래도 되지?”
어차피 시로네가 에덴을 막아야 하는 상황에서 에이미만 한 적임자는 없었다.
“그래. 인원수에서 우리가 우위니까 1명 정도는 족쇄를 걸어 두는 게 좋겠지.”
“맞다, 그러고 보니 안찰도 리타이어네. 케이든이랑 붙느라 중간 소집에 참석 못 했는데, 어떻게 된 거야?”
“나랑 협상을 했어.”
“너랑?”
시로네의 성격으로 봤을 때 그런 협의에 응할 리가 없었다.
“따로 이유가 있는 거겠지?”
“응. 이스타스에 관한 건데, 설명하자면 복잡해. 일단 스크럼블 로열에서 승리하면 확실하게 들을 수 있을 거야.”
이루키가 정리했다.
“현재 우리가 수집한 스크럼블의 개수는 28개. 상대는 30개야.”
“미안. 최소한 동수까지는 맞추고 싶었는데.”
도로시의 말에 이루키가 고개를 저었다.
“곤충 마법을 상대로 이 정도면 선방이야. 이제 내일 하루 남았어. 나와 헤르시의 진검 승부가 되겠지.”
사비나가 물었다.
“작전은?”
“나와 도로시가 조를 짜서 움직일 거야. 헤르시는 피쇼와 한 조가 되겠지. 오늘 수집한 스크럼블을 활용해서 붙게 될 것이고, 동시에 내일 소환될 스크럼블을 수집해서 최강 패를 맞추는 식으로 전개될 거야.”
“한마디로 진짜 카드 게임이 되는 거네.”
“그런 경기니까. 하지만 외적으로도 변수가 많아. 일단 에이미는 케이든을 전담하고, 시로네가 에덴의 무한을 파괴해야 돼.”
“그럼 지금 내 패를 개패시킬까?”
에덴을 상대하려면 시로네 또한 무한을 만들어 두는 게 좋았다.
“그 전에 확인할 게 있어.”
이루키가 물었다.
“낮에 아타락시아를 시전했지? 어땠어?”
모두가 시로네를 주목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진짜 강한 방어막이야. 출력을 더 올려도 아마 파괴하지 못했을 거야.”
아타락시아를 통과한 포톤 캐논의 위력은 친구들도 여러 번 경험한 터라 충격이 컸다.
“그 정도란 말이지…….”
이루키가 새로운 생각을 꺼냈다.
“시로네에게 무한을 주려면 현재 보유한 스크럼블 중에서 12개를 지금 써야 돼.”
시로네의 ●○●●○●(소멸)을 개패시킬 ○○○○○○(무한)과 시로네가 가지고 있어야 할 무한이 따로 필요했다.
“그럼 무한이 2개네? 괜찮지 않아?”
“그러면 적들도 무한을 2개 만들겠지. 그때부터는 전쟁. 하지만 이건 의미가 없는 일이야. 스크럼블을 보유하고 있는 이상 무한은 언제든 만들 수 있고, 그러면 피쇼가 있는 연합 팀이 유리해.”
“그럼 어떡할 생각인데?”
“지금부터는 시로네에게 달렸어. 에덴의 방어막, 정말로 파괴할 수 있겠어?”
시로네가 머뭇거리자 에이미가 물었다.
“그게 어떤 의미가 있는 거야?”
“만약 시로네가 방어막을 파괴할 수 있다면, 나는 시로네의 패를 개패시키지 않을 거야.”
“그러면 에덴이 캉을 부를 수도 있잖아? 마스터 카드를 가지고 와서 말이야.”
“그렇기 때문에 한 번의 기회인 것이지. 스크럼블의 6차, 즉 마지막에 치는 거야. 에덴이 마스터 카드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면 어차피 캉을 걸 수 없고, 방어막을 파괴한 시점에서 경기가 끝나게 되니까.”
도로시가 말했다.
“대신에 그렇게 되면 12개의 스크럼블을 아낄 수 있어. 또한 에덴이 마스터 카드를 보유했다면 그때 우리가 2개의 무한을 만들면 되고.”
“바로 그거야. 내일은 분명 조합의 대결. 지금 12개의 스크럼블을 시로네에게 써 버리기는 아까워. 그래서 묻는 거야. 시로네, 네가 에덴의 방어막을 깰 수 있다면 나는 12개의 스크럼블을 헤르시와의 카드 게임에 사용할 거야. 할 수 있겠어?”
“으음.”
시로네는 신중하게 생각에 잠긴 끝에 고개를 들었다.
“할 수 있어.”
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신의 이름으로 (3)
***
기숙사로 돌아온 시로네는 침대에 앉았다.
내일이면 승자와 패자가 갈리게 되는 시점에서 보상과 대가의 부담감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래, 할 수밖에 없어.’
에덴의 앱솔루트 배리어를 파괴해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친구들 앞에서는 자신 있게 얘기했지만 여전히 해답은 오리무중이었다.
‘찾아내야지. 플루 선배님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방법을 찾아냈을 거야.’
모든 변수에 대응할 수 있도록 훈련받은 마법사.
미로는 그것만이 프로고, 마법사가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칭호라고 말했다.
‘우선은 레이저.’
에너지를 계속 누적시키는 방법이라면 에덴의 방어막도 결국 깨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건 에덴도 생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