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545
“맞아. 직원들은 별관을 나간 적도 없고, 다른 누군가와 교체되지도 않았어.”
네이드가 물었다.
“사각은 없었지?”
“물론. 처음부터 끝까지 다 지켜보고 있었으니까.”
이루키라면 그러고도 남았다.
“하지만 어떻게 마법으로 숨겼지? 마력 제어장치가 발동되고 있잖아.”
시로네가 말했다.
“바로 그게 힌트인 거야. 루피스트는 우리를 시험하고 있는 거라고.”
“이 자식이! 저리 안 꺼져! 이 자리는 내 거야!”
“내가 먼저 왔다고!”
사방에서 언성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무심하게 받아들일 수 있겠지.”
이루키가 그들에게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다른 경쟁자들이 움직이는 것을 보게 되면 슬슬 초조해져. 혹시 저 녀석이 자격증을 찾아내면 어떡하지? 실상은 150분의 1의 확률인데도, 마치 자기 것을 빼앗기는 기분이 드는 거야.”
네이드가 말했다.
“인간의 쾌락 중추는 자신의 성공보다 남의 실패를 더 자극적으로 받아들이니까.”
“정치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군중 통제 방식이지. 일단 숫자가 늘어나면 그때부터는 멈출 수가 없어. 개인의 의지는 전체에 휩쓸려 버리고, 남에게 성공을 넘겨주고 싶지 않다는 욕망만이 작용하는 거야.”
부분의 가치는 전체에 흡수된다.
“마음에 들지 않아.”
시로네는 구석에 설치된 영상 기록기를 노려보았다.
너 또한 시스템의 노예일 뿐이라고 말하고 있는 듯했다.
“지방 출신 주제에 짜증 나게!”
결국 주먹다짐이 벌어졌다.
“이 자식! 네가 먼저 쳤겠다!”
학교 간의 충돌로 이어지면서 파티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크크. 크크크.”
벽에 기대어 지켜보고 있던 페르미가 입꼬리를 찢었다.
“너무 아름다운 밤이야.”
시스템을 이해하고 이용하는 자.
“자격증은 내 거야!”
“닥쳐! 어차피 협회는 내가 들어가게 되어 있어!”
시스템에 먹혀 버린 자.
“그만둬.”
시로네는 두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만두란 말이야!”
시스템에 대항하는 자.
-빨간색과 파란색을 제시한 자가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말이야.
그리고 그 시스템 위에 군림하고 있는 메타 시스템.
‘어떻게든 멈춰야 해.’
싸우는 자들의 머릿속에 루피스트의 의도는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았다.
스피릿 존으로 들어가기 위해 정신을 집중시킨 시로네가 고개를 저었다.
‘역시 안 된다.’
마력 제어장치는 인간이 집중했을 때의 특정 뇌파 중에 일부를 우회시켜 집중력을 흐트러뜨린다.
그렇기에 얼마든지 생각이 가능한 상황에서도 스피릿 존만 들어가지 못하는 기괴한 상황이었다.
마법사를 일반인처럼 만들어 버리는 기술력 앞에서, 시로네는 눈을 부릅뜨고 세상을 통째로 관조했다.
‘직지!’
울티마 시스템이 발동하자 마력 제어장치의 정보가 최소 단위로 분해되어 스며들었다.
‘우와…….’
끝없는 정보의 선율이 줄넘기처럼 진동하고 있는 세계의 한복판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실시간으로 변하는 틈새를 따라 의식을 흘려보낸 끝에 시로네는 마침내 집중점에 도달했다.
“모두 눈 감아!”
시로네의 머리 위로 빛의 구체가 무서운 속도로 압축되고, 이미 경험한 친구들은 눈을 질끈 감았다.
‘샤이닝 임팩트!’
번쩍하고 거대한 백광이 폭발하자 별관의 풍경이 무로 돌아간 듯 하얗게 지워졌다.
“호오?”
별관을 비추고 있는 모든 모니터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자 턱을 괴고 있던 루피스트가 입꼬리를 올렸다.
“가이아인이라…….”
동시다발적으로 모니터의 빛이 꺼지고 학생들의 놀란 표정들이 잡혔다.
“뭐, 뭐야?”
싸움을 멈춘 학생들이 하나둘씩 시로네를 돌아보았다.
“그만둬. 우리끼리 싸워서 어쩌겠다는 거야? 자격증 따위, 충분히 우리 힘으로 얻어 낼 수 있잖아.”
이성적인 말은 감정적인 자들에게 수치심을 주었고 이내 합리화를 거쳐 분노로 돌변했다.
“네가 뭔데 우리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거야? 너는 뭐 고고한 놈이라도 되나 보지?”
“그래! 우리가 고작 자격증 따위로 싸우는 줄 알아? 협회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라고!”
시로네는 손바닥을 펼쳤다.
‘포톤 캐논!’
질량을 담은 광자가 태어나 무섭게 진동하자 학생들의 낯빛이 창백하게 변했다.
“어, 어떻게 마법을?”
여전히 마력 제어장치가 작동하고 있는 것을 확인한 자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설마…… 우회했다고?”
왕립 마법학교 서열 1위 커티스가 넋이 나간 얼굴로 중얼거렸다.
싸움이 일어나고 시도를 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나, 일개 학생이 협회의 보안을 뚫는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말도 안 돼! 속임수를 쓴 거야.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차이가 날 수는 없는 것이다.
시로네는 포톤 캐논을 띄운 채 커티스에게 다가갔다.
“비켜.”
“윽!”
순간 울컥했으나 지금은 일반인과 다를 바 없는 그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커티스가 천천히 물러서자 시로네의 시선이 내려와 바닥 아래를 꿰뚫었다.
‘여기에 있다.’
직지를 통해 누군가가 마법적으로 옮겨 놓은 상자 하나가 느낌으로 전해져 왔다.
‘협회가 제시한 보안장치를 뚫어라.’
그것이 공인 마법사 자격증을 얻을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
‘그런 게 짜증 난다는 거야!’
시로네가 이를 악물고 포톤 캐논을 처박자 굉음을 내며 바닥이 깨졌다.
“정말 빛으로 파괴했어.”
잡지로만 접했던 신의 입자의 실체를 눈으로 확인한 순간이었다.
바닥 아래쪽의 공간은 비어 있었고, 손을 집어넣은 시로네는 상자를 열고 자격증을 꺼냈다.
“아…….”
학생들이 부러움과 간절한 열망을 담아 그것을 바라보았다.
‘갖고 싶다, 공인 마법사 자격증.’
그것도 마법협회에 부임이 보장된 자격증이었다.
‘루피스트, 이것이 내 대답이다.’
영상 기록 장치를 향해 자격증을 내민 시로네는 엘리시온을 이용해 다중 광폭을 시전했다.
퍼퍼퍼퍼퍼펑!
3개의 소형 광폭이 중간에 끼인 물체를 두들기자 자격증이 뒤틀리더니 결국 산산조각 파괴되었다.
“뭐……!”
황당한 상황에 학생들이 넋을 잃는 가운데, 시로네는 루피스트를 노려보며 조각난 자격증을 허공에 흩뿌렸다.
영상 기록 장치가 무표정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가장 뜨거운 곳 (5)
부지불식간에 일어난 일이고, 그만큼 시로네의 결정은 단호했다고 할 수 있었다.
빛에 질량을 부여하는 마법, 마력 제어장치를 우회한 능력, 그가 무엇을 파괴했는지까지 도달한 뒤에야 학생들은 현실을 깨달았다.
“미쳤군! 그게 어떤 건데 파괴를 해!”
“오만한 자식! 어차피 파괴할 거였으면 다른 사람에게 넘길 수도 있잖아!”
시로네는 학생들을 돌아보았다.
“그렇게 해서 얻을 수 있는 게 뭔데?”
“공인 마법사지! 마법협회 직원증이고!”
루피스트의 말대로 정상적으로 그것을 얻을 수 있는 사람은 150명 중에서 5명뿐이었다.
그 다섯 장의 카드 중에서 한 장을 이벤트로 걸었다는 것은 가히 파격적이라 할 수 있으나, 시로네에게 후회는 없었다.
“그럼 우리가 1년 동안 해 온 노력은 뭐야? 고작 여기에서 자격증 하나 줍겠다고 피나는 수련을 한 거냐?”
“어디서 궤변이야! 노력을 하는 이유는 결과를 내기 위해서지. 그리고 그 결과를 너는 눈앞에서 찢어 버렸다고!”
“내 거니까 내 마음대로 하면 그만이야.”
별관이 정적에 휩싸였다.
“진짜 결과는 자격증에 걸맞은 실력을 쌓는 것이지. 애초부터 이건 너희들 것이 아니었어.”
“그렇다고 네 것이라고 할 수도 없지.”
커티스가 나섰다.
“어떤 방법으로 마력 제어장치를 우회했는지 모르겠지만,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것은 아닌가?”
시로네의 눈썹이 꿈틀했다.
“무슨 소리야?”
“협회장님과 단독 대면을 했잖아. 그리고 너는 왕국에서 가장 유명한 학생 중의 1명이지. 거기서 무슨 대화가 오갔는지 밝힐 수 있어?”
“개인적인 일이야. 너에게 말할 이유는 없어.”
“아니, 이제는 있어. 공인 마법사 자격증이라는 이례적인 특혜. 그리고 오직 너만이 마력 제어장치를 우회했지. 확실히 의심스러운 일이 아닌가? 지금의 이벤트가 오직 너를 위해서 짜인 판 같다는 말이지.”
학생들이 들고일어났다.
“그래! 어쩐지 이상하다고 했어! 협회장님에게 무슨 얘기를 들었는지 말해!”
이루키가 나섰다.
“시로네는 공인 마법사 자격증을 파괴했어. 거래 따위는 없었다는 증거야.”
“그것도 믿을 수 없어. 어쨌거나 왕국 5대 명문 졸업반 앞에서 독보적인 결과를 만들어 냈잖아. 이건 어떤 식으로든 특혜의 빌미가 될 수 있겠지.”
시로네는 고개를 저었다.
“망상이야. 이번 이벤트는 마력 제어장치를 우회할 수 있는 자만이 자격증을 얻을 수 있는 룰이야. 지레 겁먹지 말고 제대로 집중해. 현재 별관의 보안 등급은 그렇게 높지 않다고.”
“누군 안 해 본 줄 알아? 지금 너 말고 마력 제어장치를 우회한 사람이 누가 있지? 이건 분명 사기야!”
“자존심 상하는군.”
느끼한 목소리가 들린 곳에서 챙 하고 청명한 음파가 퍼지면서 빙결 마법이 시전되었다.
학생들이 놀라서 고개를 돌린 곳에, 얼음 결정을 손 위에 띄우고 있는 프링스가 있었다.
“마, 마법을…….”
스피릿 존의 형태마저 느끼고 회피하는 프링스의 감각이라면 현재 수준의 보안장치는 충분히 우회할 수 있었다.
“그것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니지. 땅 파서 줍는 건 품위가 떨어지지 않나?”
드루즈 프링스(졸업반 최종 순위 22위).
전공 : 빙결 마법의 결빙 계열.
특이 사항 : 초예민성 감각. 변태. 숨바꼭질 연구회의 수장.
그러자 학생들도 시로네의 말을 비로소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여기는 마법협회야.”
페르미가 걸음을 옮기며 검지를 치켜들자 손가락 끝에서 화르륵 불이 타올랐다.
“말인즉슨 협회에서 우리를 주시하고 있다는 거지. 그렇게 멍청하게 서 있어도 되겠어? 커트라인을 통과하지 못하면 마법협회는 죽었다 깨나도 들어올 수 없을 텐데?”
공인 마법사 자격증에만 정신이 팔려 있던 자들은 비로소 이번 이벤트의 진의를 깨달았다.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집중하며 스피릿 존에 들어가기를 시도했다.
하지만 30초가 지나도록 성공하는 사람은 나오지 않았다.
‘안 돼! 스피릿 존에 들어갈 수가 없어!’
심지어 왕립 마법학교 서열 1위인 커티스조차도 불가능한 난이도였다.
‘이럴 리가 없어. 알페아스 쪽은 벌써 세 사람이나 성공했는데…….’
자신이 할 수 없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뭔가 속임수가 있는 거야!”
커티스가 버럭 소리쳤다.
“작당하고 우리를 속이는 거라고! 나는 왕립 마법학교의 서열 1위란 말이야!”
“진리에 대한 해석은 한계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지.”
커티스가 돌아보자 오랑우탄을 닮은 거구의 사내가 실뜨기를 하고 있었다.
알페아스 마법학교의 졸업반 콩거였다.
“넌 뭐야? 고작 실뜨기나 하고 있는……!”
콩거의 손에 감겨 있는 실이 강철이라는 것을 깨달은 커티스가 말을 멈췄다.
동작은 섬세했지만 강철을 휘어서 새로운 패턴을 만들 때마다 두 팔의 근육이 불끈불끈했다.
“후후, 고작 실뜨기? 네가 알고 있는 상식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마. 누군가의 입장에서는 망상처럼 들리니까.”
콩거의 손바닥 사이에서 철사가 기괴하게 뒤틀리더니 아름다운 장미의 패턴을 만들어 냈다.
빅 콩거(졸업반 최종 순위 6위).
전공 : 강철 마법의 사출 계열.
특이 사항 : 형상을 기억하는 특수 합금 연성.
알페아스 마법학교 쪽에서 하나둘씩 집중에 성공하자 학생들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대체 여긴 뭐야?’
가능과 불가능의 보이지 않는 경계선을 사이에 두고 승자와 패자가 나뉘는 기분이었다.
“너도 우회했어?”
카니스의 물음에 아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리 복잡한 구조는 아니지만 아무나 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지도 않아. 그래도 우리 학교에서는 성공한 사람들이 꽤 있어. 나처럼 드러내지는 않고 있지만.”
그녀의 초경이 우회에 성공한 친구들의 면면을 훑고 지나가다가 빛의 네트워크로 이루어진 자에게서 멈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