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549
“그럼 졸업 시험 끝나면 다시 떠나려고?”
“떠나야지. 내 인생은 이제부터 시작인데.”
“아주 바쁘시네. 이번엔 어디로 갈 건데?”
“당연히…….”
리안이 학교 쪽을 돌아보며 미소 지었다.
“시로네가 가는 곳이지.”
***
기숙사 복도에 시끄러운 종소리가 울렸다.
“졸업 시험이 시작될 예정입니다. 참가자분들은 콜로세움으로 가 주세요.”
“후우우우우!”
가부좌를 틀고 있던 시로네의 눈이 번쩍 뜨였다.
밤을 새웠지만 정신은 1년 중에 가장 또렷했다.
의식적으로, 또한 무의식적으로 오늘을 대비하며 가다듬었던 정신력이 최고조에 도달한 것이다.
‘시작이다!’
시로네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사람처럼 벌떡 일어나 복도로 나갔다.
그만큼 완벽한 각오였다.
동시에 사방에서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이루키와 네이드가 복도를 걸어오며 시로네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친구지만 당분간은 대화가 없어야 했다.
“저기 졸업반 선배님들이 온다!”
콜로세움에 도착하자 자랑스러운 아들딸들의 위용을 눈에 담고 싶은 학부형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어머니, 저기 시로네가 와요.”
“으흐흑!”
올리나가 아들을 보자마자 울어 버리자 오히려 당황스러운 사람은 레이나였다.
“어머니, 왜 그래요? 아직 시험은 시작도 안 했는데.”
“아니…… 모르겠어요. 그냥 눈물이…….”
너무 복합적이라 설명할 수 없는 마음이었다.
“그래도 조금만 참아 보세요. 시로네가 마음이 약해지면 안 되잖아요.”
올리나는 황급히 눈물을 닦고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어머니. 아버지.’
시로네는 남쪽 문에서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을 바라보았다.
‘레이나 누나. 그리고…….’
그들을 듬직하게 지키고 있는 리안이 서 있었다.
‘돌아왔구나.’
어떤 잡념도 흘러들지 않은 완벽한 정신 상태에서 시로네의 머리는 오직 사실판단만을 수행하고 있었다.
차가운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고 콜로세움으로 들어가자 리안이 입꼬리를 올렸다.
“제대로 준비했군.”
레이나도 같은 생각이었다.
카즈라 왕국에서 수모를 당했을 때만 해도 어린 티가 났으나, 조금 전의 눈빛은 그녀가 사회에서 마주치는 정식 마법사들의 그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참관하실 학부형께서는 동쪽 문으로 입장해 주십시오! 고급반 학생들은 서쪽 문이다!”
안내자의 지휘에 따라 콜로세움 앞에 모여 있던 인파가 순식간에 건물로 빨려들었다.
대기실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나름의 노하우대로 긴장을 풀고 있었고, 말은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후우우우.”
시로네 또한 직원에게 받은 이천번 팔찌를 장착하고 심호흡을 하며 시간이 되기를 기다렸다.
‘이천번은 오랜만이네.’
레드 라인 규격에 따라 세워진 대형 콜로세움에는 최첨단 이천번 장치가 설치되어 있고 싱크로율 또한 100퍼센트였다.
마법의 위력 계수가 정확히 정신에 충격을 가하는 것은 실전과 다를 바가 없다.
그럼에도 굳이 이천번 시스템을 사용하는 이유는 일단 참가자들의 상태를 수치로 확인할 수 있고, 치명적인 마법이 오가는 와중에도 육체적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관람하는 자들의 안전을 위해서였다.
“10분 뒤에 콜로세움에 입장합니다.”
안내자의 말을 듣자 여태까지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종류의 설렘이 뱃속을 헤집어 놓았다.
생애 최고의 속도로 10분이 흐르고, 콜로세움으로 향하는 문이 열렸다.
‘가자.’
참가 번호 27번인 시로네는 일렬의 후미였으나 선두가 받는 함성 소리만으로도 다른 세상임을 알 수 있었다.
“모두 박수로 응원해 주십시오! 자랑스러운 알페아스 마법학교의 학생들입니다!”
“와아아아아!”
마치 소리의 소나기가 내리는 듯했다.
태양 아래 대기가 황금빛으로 일렁이고, 관객석의 수많은 사람들은 한데 엉켜 구분이 되지 않았다.
“일동 기립!”
학생들이 일렬로 늘어서자 교장 알페아스가 단상에 올랐다.
“이곳까지 도달한 모두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그렇게 개회사가 진행되는 동안 시로네는 관객석을 둘러보았다.
고급반 학생들과 학부형들, 반대편에는 교사들이 착석해 있고, 독립적으로 분리된 VIP석에는 세계 각국의 스카우트들이 앉아 있었다.
‘이게 졸업 시험이구나.’
졸업 시험에서 평가하는 6개의 종목은 대인 전투, 필살기, 고지 점령, 마력 운용, 전술 전략, 극기 생존으로, 필살기와 마력 운용은 비전투 계열, 나머지 네 종목은 전투 계열이었다.
4 대 2의 비율을 통해 레드라인이 마법사를 평가할 때 전투력에 조금 더 가중치를 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올리비아의 설명이 끝나고 비로소 마지막 행사인 선서 낭독이 시작되었다.
“하나! 우리는 지성의 아이들이다! 하나! 우리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다!”
고양감의 극치 속에서 시로네는 자신의 목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드디어! 드디어!’
열두 살 무렵 알페아스 마법학교의 담을 넘었을 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여정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지금부터 졸업 시험을 시작하겠습니다!”
30명의 학생들이 15미터 간격을 두고 콜로세움의 내벽을 따라 둥그렇게 자리를 잡았다.
하늘을 완전히 뒤덮은 거대한 홀로그램에 여섯 가지 종목이 룰렛으로 새겨지고, 중앙의 지침계가 빠르게 회전을 시작했다.
종목이 결정되는 순간부터 이천번이 발동되고, 시로네는 사상 최대의 속도로 수열식을 전개하며 스피릿 존에 들어갈 준비를 했다.
‘대인 전투. 필살기. 고지 점령…….’
종목들을 눈으로 추적해 나간 끝에 마침내 지침계가 멈췄다.
“우와아아아아!”
함성이 콜로세움을 뒤흔들고, 마치 스위치가 켜진 듯 시로네를 포함한 모두의 눈동자가 맹수의 눈빛을 뿜어냈다.
‘시작이다!’
알페아스 마법학교 졸업 시험 1차 평가 항목.
극기 생존(적 섬멸).
스카우트 리포팅 (1)
-극기 생존 평가 1단계 돌입. 10티어 몬스터가 무작위로 소환됩니다.
이천번 시스템이 가동되는 것과 동시에 학생들이 스피릿 존에 들어갔다.
‘극기 생존이라…….’
학생들 사이에서는 호불호를 따지기 어려운 종목으로 알려져 있고, 레드 라인 생물 도감에 등재되어 있는 10티어부터 1티어까지의 크리처를 10단계에 걸쳐 섬멸하는 방식이었다.
“중앙으로 모여!”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30명 전원이 콜로세움의 중심으로 집결하고 이천번 시스템이 킹 타란툴라, 황산 늑대, 지하 도마뱀 등 오지의 자연환경에서 서식하는 생물들을 랜덤 좌표에 소환시켰다.
“뭐……!”
졸업반의 베테랑들은 여섯 가지 종목을 모두 경험해 봤지만 절반 이상이 극기 생존은 처음이었다.
-10티어 크리처 1,429개체 소환 완료.
핵심 임무는 적 섬멸이지만 어디까지나 극기 생존.
곤충, 맹수, 파충류, 온갖 흉악한 것들이 넓은 콜로세움을 순식간에 포화 상태로 만들자 부르르 몸이 떨렸다.
“온다!”
마치 대지가 요동치는 듯 모든 생물체들이 학생들을 향해 밀려들었다.
“후후, 서비스 차원에서…….”
페르미의 블리자드가 반경 전체에 눈보라를 일으키자 남은 학생들이 각자의 전공 마법을 시전했다.
총천연색의 빛이 눈을 어지럽히는 것도 잠시, 1,429개체의 생물체들이 등장한 지 3초 만에 사라져 버렸다.
-1단계 종료. 30초 후 2단계에 돌입합니다.
각 단계별로 주어지는 섬멸 시간은 10분.
10분이 초과되면 남은 크리처에 관계없이 곧바로 다음 크리처가 소환되지만, 시간 내에 섬멸할 경우 30초의 휴식 시간이 주어진다.
세계 각지에서 온 스카우트들의 눈과 손이 바빠졌고 토르미아 마법협회 스카우트 팀인 바이칼, 엘리자베스, 라라도 업무를 개시했다.
이천번 메인 시스템과 연결되어 있는 팔찌를 착용하고 있는 엘리자베스의 망막에 불이 들어왔다.
“섬멸 시간 3.24초. 마력 총합 23,409매지클. 최고 수치는 페르미의 1만 1천 매지클, 최소 수치는 에덴의 0매지클입니다.”
허공에 떠 있는 라라의 노트가 펼쳐지더니 집필 마법을 통해 펜이 빠르게 움직였다.
“흐음, 1만 1천 매지클이라.”
극기 생존 1단계에서 학생들의 변별력을 얻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마력을 정확히 통제했다는 점은 분명 주목할 일이었다.
“참가 번호 1번, 아르디노 페르미. 만 단위의 마력을 오차 없이 통제했습니다.”
“일부러 그런 거겠죠?”
라라의 물음에 바이칼이 고개를 끄덕였다.
“1단계에서는 최고 수치만 확인하는 것을 아는 거지. 3초의 시간에 스카우트 전원에게 주목받았군.”
“베테랑답다고 해야 하겠죠. 매년 좋은 성적을 냈어요. 의도적으로 탈락했다는 소문도 있고요.”
평가관은 분석관과 기록관의 의견을 종합하여 전체적인 등급을 매긴다.
실시간으로 갱신되기는 하지만, 스카우트도 사람이기에 첫인상을 좋게 심어 두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판정 보류.”
하지만 바이칼은 여유로웠다.
“고작 이 정도를 보려고 우리가 온 것은 아니잖아?”
2단계에 진입하자 9티어 크리처가 모습을 드러냈다.
개체 수는 대략 1천이 넘었고 서식지 먹이사슬의 상위권 생물체답게 10티어보다 덩치가 평균 2배는 컸다.
“준비해!”
어금니가 뾰족한 표범부터 날카로운 손톱을 가진 원숭이까지, 일반인이라면 사냥할 엄두도 내지 못할 맹수들이 돌진하자 마법의 위력이 더욱 치솟았다.
화염과 냉기, 번개와 빛이 현란하게 어우러진 광경이 무려 수십 초 동안 지속되었다.
“섬멸 시간 46.22초.”
“확실히 빠르군.”
바이칼이 알고 있는 2단계 평균 섬멸 시간은 1분 32초였다.
“마력 총합 76,530매지클. 최고 수치를 기록한 사람은 2만 2천의 페르미입니다.”
“재밌는 놈이군.”
바이칼의 감상은 그것이 전부였다.
“3단계에 들어갑니다. 이제부터 좀 달라지겠군요.”
8티어부터는 동물계에서 분화된 몬스터계의 크리처가 포함되어 있다.
2단계까지가 단순히 강한 동물과 싸우는 것이라면, 3단계부터는 일부러 찾아 나서지 않고서는 거의 만날 일이 없는 괴물들의 집합이었다.
크아아앙!
‘울크다!’
시로네가 처음 신의 입자를 광자 출력에 접목시켰던 괴물이지만, 사방에서 밀려드는 숫자는 이백 마리가 넘어갔다.
하늘에는 괴조 타이콘이 괴음을 내며 날아다니고 땅 밑에서는 거대 전갈 스콜피언이 2미터 길이의 꼬리를 휘두르며 바퀴벌레처럼 다리를 움직이며 돌진했다.
여지없이 블리자드가 깔렸으나 전과 달리 활동성만 조금 약해졌을 뿐이었다.
‘3단계에서 떨어질 바보는 없겠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봤을 때 난이도가 대폭 상승하는 이 시점부터 정신력을 관리하는 것은 중요했고, 참가자들의 머리가 복잡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세인트 배리어!’
학생들이 눈치를 보는 가운데 포위망이 일정 거리 이상으로 좁혀지자 에덴의 방어막이 구체의 장막으로 펼쳐졌다.
“참가 번호 25번. 캔들러 에덴. 마력 수치 30,842매지클. 표준 경도 307.5입니다.”
“괜찮군. 내구력은?”
“표준 강도로 측정했을 때 27프레스 퍼 밀리미터입니다.“
“호오?”
엘리자베스의 눈썹이 꿈틀했다.
“마력 수치를 올립니다. 3만 8천 매지클. 4만 5천 매지클. 6만 9천 매지클…….”
세인트 배리어가 직경 20미터까지 확장되자 마치 좁쌀을 밀어내듯 포위망이 넓어졌다.
“표준 경도 1,209. 표준 강도는 87프레스 퍼 밀리미터. 마력 효율이 187퍼센트에 달합니다.”
단일 마력으로 2배 가까운 위력을 낸다는 것은 가히 어마어마한 전능이었다.
“믿음의 전능인가?”
바이칼이 총평했다.
“등급 D. 과잉보호다. 효율이 아무리 높아도 사고방식이 소모적이면 쓸모가 없지.”
라라가 에덴의 페이지에 실시간 등급을 기록했다.
“빨리해! 지켜보고만 있을 거야?”
에덴이 소리치자 참가자들이 즉각 행동에 옮겼다.
‘쳇! 너무 뒤로 빼면 평가에 안 좋으니.’
기왕 나선 김에 실력 행사를 하는 자들도 있었고, 가장 화려한 액션을 선보이는 자는 마권사 스크리머였다.
“전부 박살을 내 주마!”
순간 이동으로 괴물 사이를 질주하며 공격을 퍼부을 때마다 울크들이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참가 번호 10번, 로건 스크리머!”
엘리자베스의 분석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순간 이동 사이클 124알피엠! 강박 오차 0.9퍼센트! 평균 거리 10미터 3.4센티미터입니다!”
“등급 C. 자아도취에 빠졌어.”
“참가 번호 4번! 카르미스 에이미! 화력 계수 2.4! 열량 섭씨 875도! 조준 정확도 97퍼센트!”
“참가 번호 14번 빅터 사비나! 연사 속도 초당 7.9회! 절사 강도……!”
전 세계의 스카우트들이 각국의 언어로 참가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분석하는 소리가 관객석을 압도했다.
“……살벌하군.”
VIP석을 지켜보며 리안이 중얼거렸다.
마법학교 졸업 시험은 처음 참관하는 레이나도 그들의 박력에 질린 상태였다.
‘저런 사람들에게 평가를 받는 거구나.’
단지 마법의 실력이 아닌, 참가자의 모든 것에 가치를 매긴다는 것은 이 세계의 가혹한 현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