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550
아들의 전투를 지켜보던 올리나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자 흐느끼는 소리를 들은 빈센트가 손으로 어깨를 짚어 주었다.
‘여보, 나도 심장이 터질 것 같소.’
그는 치열하게 마법을 전개하는 아들을 눈에 담았다.
과연 저 유능한 사람들은 시로네에게 어떤 등급을 매기고 있을까?
처음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현장에 넋이 나가기도 했으나 결국 부모의 모든 감각은 오직 자식에게 집중되는 법이다.
‘시로네, 이것이 네가 꿈꾸던 세계였던 것이냐?’
산꾼의 자식으로 키우려고 했을 때도 한 번도 내색한 적이 없었던 아들이다.
얼마나 간절했을까.
이 치열한 경쟁의 꼭대기에 오기까지, 홀로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을지 생각하면 눈시울이 붉어졌다.
‘신이시여, 제발 시로네를 합격시켜 주십시오.’
하늘로 올라가는 수많은 기도문 중에서, 신은 과연 누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될까?
“섬멸 시간 4분 55초. 마력 총합은 32만 3천 매지클입니다.”
백 단위 마력 수치는 의미가 없어지는 시점이었다.
“3단계치고는 총합이 높군. 누구야, 오버 페이스 하는 놈이?”
엘리자베스의 시선이 한 소년을 포착했다.
“최고 수치 11만 매지클. 참가 번호 27번. 아리안 시로네입니다.”
바이칼의 미간이 좁혀졌다.
“멍청한 놈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플루에게 소개를 받은 것도 있으니 기대를 하고 있었건만 의외의 행동이었다.
‘지금부터 치고 나가야 해.’
3단계를 통과한 시점에서 시로네는 전술적 리미트를 완전히 해제했다.
30초가 순식간에 흐르고, 7티어급 크리처가 모습을 드러냈다.
870개체로, 처음으로 백 단위로 줄어들었으나 능력치는 8티어와 차원이 달랐다.
음향 마법을 시전하는 하피, 화염을 뿜어내는 플레어 랩터 등 마법적 성질을 가진 몬스터가 포함되어 있었고, 무엇보다 상황을 지적으로 해결할 능력이 있었다.
키에에에에!
플레어 랩터가 선봉을 이끌고 달려들자 극기 생존은 순식간에 혼전 양상으로 치달았다.
“진형이 붕괴되고 있습니다.”
극기 생존의 요지는 참가자들이 동맹자이자 경쟁자가 된다는 데에 있다.
규정상 참가자의 절반, 즉 15명이 남는 시점에서 1차 시험이 종료되기에 눈치 싸움도 필수 요건이었다.
‘광폭!’
빛의 장막이 막대한 질량을 밀어내는 즉시 포스가 전지를 밀어내고 산탄 무브먼트가 시전되었다.
사방으로 포톤 캐논을 퍼트리며 종횡무진 하는 모습에 스카우트들의 시선이 일제히 집중되었다.
“포스가 빠르군.”
엘리자베스가 주목하는 부분은 달랐다.
“마력 수치가 22만 매지클을 넘어섰습니다.”
“네? 22만요?”
라라가 집필을 정지하고 되물었다.
“계속 올라가고 있습니다. 26만 매지클! 32만 매지클! 44만 매지클!”
엘리자베스의 분석을 증명하듯, 하늘에서 연사하는 포톤 캐논이 지상을 초토화시키고 있었다.
“44만 매지클이라.”
이미 프로의 기준을 넘어선 수치였다.
‘아직 부족해!’
시로네가 홀로 해치우는 몬스터의 숫자는 전체를 기준으로 32퍼센트에 달했고, 숫자는 계속 올라가고 있었다.
“저 학생은 뭐야? 혼자서 다 해먹고 있잖아?”
학부모들마저도 자식의 위치를 찾는 것을 포기한 채 시로네의 무용에 눈길을 빼앗겼다.
“흥! 저런 애들이 꼭 하나씩 있죠. 다 뛰지도 못할 거면서 초반에 달리는 애들이.”
대부분의 부모들이 고깝게 여기는 것과 달리 이루키의 아버지 알비노는 웃고 있었다.
“멋지군요. 이루키 말을 듣고 예상은 했지만, 솔직히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그러네요. 아직 초반에 불과하지만 현재까지는 참가자 중에서 단연 돋보입니다.”
스카우트석의 의견은 조금 달랐다.
“조금 이상하군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신중한 성격이라고 적혀 있는데…….”
눈에 보이는 수치에 주목하는 자들이 있는 반면 난이도를 무시한 채 과잉 대응을 하는 것에 의아해하는 자들도 있었다.
바이칼도 그중의 한 사람이었다.
“어째서 저런 선택을 한 거지? 낭비는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다고 말했는데.”
“개인적인 문제로 보이는데요.”
시로네가 어떤 처지에 놓여 있는지는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애석하게 됐군.”
위력을 과시하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스카우트를 사로잡을 생각이었다면, 다른 방법을 선택했어야 했어.”
“평가관님…… 더 올라갑니다.”
엘리자베스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마력 수치 52만 매지클. 61만 매지클. 69만…… 이모탈 펑션 신호가 잡혔습니다! 87만! 94만!”
‘누구도…….’
시로네는 이를 악물었다.
‘내 미래를 결정지을 수는 없어!’
연사 속도 초당 300회에 달하는 무지막지한 포톤 캐논이 쏟아지자 지상의 몬스터들이 해머로 얻어맞은 벌레들처럼 푹푹 고꾸라졌다.
마지막 남은 플레어 랩터가 컥 소리를 내며 쓰러지고, 에이미가 멍하니 시로네를 돌아보았다.
‘대체 무슨 생각이야?’
바이칼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마력 수치.”
엘리자베스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아, 네. 163만 매지클입니다.”
“…….”
손으로 얼굴을 가린 바이칼이 미간을 찡그렸다.
“바로 그거야, 시로네.”
동시에 관객석의 높은 곳, 후드를 뒤집어쓴 여자의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갔다.
스카우트 리포팅 (2)
-일단 학교에 돌아가면…….
시불상폭매의 수련이 끝난 날, 미로는 작전을 설명했다.
“너는 평가를 거부해야 할 거야.”
“평가 거부요?”
“이미 졸업반의 점수 차를 따라잡기란 늦었어. 스카우트에게 안 좋은 선입견만 심어 주게 될 거야. 그럴 바에는 차라리 평가를 포기하고 졸업 시험에 승부를 거는 거야.”
시로네가 생각하기에도 올바른 진단이었다.
“하지만 고작 졸업이 지상 과제가 되어서는 안 돼.”
미로가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설령 졸업하더라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선뜻 끌어안을 협회는 그리 많지 않아. 마법사가 되고 싶다면, 그들이 충분히 위험을 감수할 수 있을 정도의 가치가 너에게 있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해.”
미로가 요구하는 전략은 하나였다.
“졸업 시험을 장거리 경주라고 생각했을 때, 너는 시작부터 최고 속도로 치고 나가야 해. 그런 다음…….”
미로가 목적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 속도 그대로 끝까지 완주하는 거야.”
-극기 생존 5단계에 돌입합니다.
참가자들의 얼굴에 약간의 피로감이 묻어 나올 무렵 6티어 크리처가 소환되었다.
“이제부터 탈락자가 속출하겠군.”
소환 마법의 프로들도 실전에서 구사하는 티어답게, 몬스터들의 라인업을 확인한 자들의 안색이 핼쑥해졌다.
크르르릉!
울크보다 훨씬 영리한 늑대인간은 물론 소처럼 거대한 덩치에 3개의 머리를 가지고 있는 켈베로스, 체중이 무려 300킬로그램에 달하는 털북숭이 괴인 버그베어, 돌처럼 단단한 피부를 가진 가고일 등 일격에 인간의 숨통을 끊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몬스터였다.
‘여기서는 확실히 변별력이 생기겠어.’
협력하여 다음 단계로 올라갈 것인가 탈락자가 나올 때까지 몸을 사릴 것인가.
참가자들 대부분이 같은 고민을 하는 가운데, 여지없이 시로네가 선두로 튀어 나갔다.
산탄 무브먼트로 진열을 찢고 포톤 캐논으로 각개 격파하는 전략은 단순하지만 위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불룩 솟은 버그베어의 배 속으로 섬광이 푹푹 파고들면 여지없이 두 발이 떠서 날아갔고, 하늘에서 덮치는 가고일들이 광폭의 장막을 뚫지 못하고 밀려났다.
“이동, 공격, 방어의 삼박자가 균형을 이루고 있어요. 언로커인데도 제대로 단련했군요.”
“그래서 더욱 의문스러운 것이지.”
바이칼은 턱을 쓰다듬었다.
“극기 생존 종목을 공부하지 않은 것은 아닐 텐데? 어차피 완주할 수는 없어.”
15명을 선별하는 극기 생존 종목에서 단 1명이라도 완주가 가능해지면 평가의 기준 자체가 흔들려 버리기 때문에 협회에서는 불가능한 난이도를 제시한다.
“네. 5티어부터는 프로들 또한 주력으로 소환하는 크리처로 라인업이 구성되어 있으니까요.”
그런 크리처 수백 마리와 싸워야 되는 것이다.
라라가 반론을 제기했다.
“단순 비교는 위험해요. 이천번은 어디까지나 시뮬레이션. 종의 지적 수준을 고려해서 반응을 설계했다고 해도 한계가 있으니까요. 특히나 마법사가 다루는 크리처는 마법사의 지적 수준에 따라 움직이죠.”
“물론 실제 크리처하고는 다르다.”
바이칼도 그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능력치만큼은 현실을 반영했어. 지금 6티어조차도 학생 수준에서는 생명이 위험한 난이도일 터. 가급적 빠르게 참가자를 탈락시키는 게 2차 평가를 위해서도 합리적인 판단이 아닌가? 무슨 속셈이지?”
엘리자베스가 시로네의 전투를 분석했다.
“마력 수치 203만. 포톤 캐논 단일 위력 평균 2,847크래시. 연사 속도 분당 267발입니다.”
“미쳤군.”
바이칼의 입에서 저절로 말이 튀어나왔다.
“이미 협회가 제시한 마스터 난이도를 훨씬 초월했습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충격량과 연사 속도 항목이 따로 분류되어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 시로네는 두 항목을 동시에 해내고 있습니다.”
최고의 집중력으로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일격을 초당 4회 이상 퍼붓고 있다는 뜻이었다.
‘협회의 예상을 뛰어넘었다는 것인가.’
바이칼이 장고하는 감이 있자 라라가 물었다.
“평가관님, 총평을…….”
“F다.”
엘리자베스가 몸을 트는 것으로 설명을 요구했다.
“29명의 참가자는 이미 머릿속에 없어. 현실 파악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는 거야.”
“하지만 시로네의 능력치는 분명…….”
“알고 있어. 나는 27번이 세운 전략이 실망스러운 거다. 현재의 수치라면 6단계, 아니 7단계까지도 비벼 볼 만하겠지. 하지만 결국 그게 끝이야.”
바이칼이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스카우트들은 시험에 관해서라면 크리처의 수치 하나까지도 기억하고 있다. 3티어급만 되어도 저걸로는 이빨도 안 먹혀. 어차피 끝까지 가기도 전에 15명이 선별된다면, 지금의 전력은 그저 과시일 뿐이야. F다.”
“……알겠습니다.”
라라의 펜이 시로네의 페이지에 F라는 글자를 새겨 넣었다.
‘알고 있어.’
만약 시로네가 바이칼의 설명을 들었다면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다.
‘알고 있단 말이야.’
명확한 성공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세운 전략이 아니다.
시작부터 치고 달려 끝까지 주파하는 것만이 자신에게 남은 유일한 가능성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절대로 멈추지 않아!”
시로네의 포톤 캐논이 빗살처럼 떨어져 내려 켈베로스의 척추를 부러뜨렸다.
“이런 식으로 나오면 곤란하지.”
주연의 자리를 빼앗긴 프링스가 빙파를 시전하자 날카로운 얼음가시들이 콜로세움을 양분했다.
그 틈을 노리고 에이마가 사방의 적들을 저격했다.
‘87마리. 88마리.’
엘리자베스가 지켜보고 있었다.
“연사 속도 분당 67발. 스나이퍼 모드를 감안할 때 경이로운 속도입니다.”
“정확도가 좀 떨어지는 것 같은데. 몇 발 빗나갔어?”
이천번 코어 시스템에 접속한 엘리자베스가 정확한 수치를 열람했다.
“현재까지 정확도는…… 89.4퍼센트입니다.”
졸업반을 기준으로는 뛰어난 편이지만 바이칼의 기준에는 성에 차지 않았다.
‘홍안!’
자기상 기억을 백업시킨 에이미가 더욱 정밀하게 사격을 시작하자 버그베어들이 속속들이 불에 타들어 갔다.
“올라갑니다. 90.2퍼센트. 91.6퍼센트.”
“카르미스라면 그 정도는 되어야지. 일단 B.”
냉철한 평가를 끝낸 바이칼의 시선이 다음 참가자에게로 옮겨졌다.
‘아토믹 봄!’
이루키의 이탈형 스피릿 존이 빠르게 비행하면서 몬스터들의 얼굴에 폭발을 일으켰다.
“즉발처럼 보이는군.”
퍼퍼퍼펑!
마치 보이지 않는 철공이 몬스터의 머리를 터뜨리고 다니는 듯했다.
“실제로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기폭 방정식입니다. 그리고 정확하죠. 서번트인 5번에게 사물의 형태는 프랙탈 구조로 인지됩니다. 수학적이기에 오류가 없죠.”
바이칼은 이루키의 동선을 유심히 살폈다.
“신경 반응 속도 0.024초로, 현재 참가자 중에 최상위권입니다.”
“흐음.”
라라의 노트에 ‘흐’자가 적히더니 펜이 우뚝 멈췄다.
“조금…… 직관이 부족한 거 아닌가? 정확하다고 효율적인 건 아니지. 대응 방식이 너무 기계적이야.”
“효율을 높이는 것보다 변수를 차단하는 것에 치중하는 성향 같아요. 그럼에도 섬멸 속도는 평균을 넘고 있습니다.”
“일단 B.”
라라가 기록했으나 엘리자베스는 입술을 내밀었다.
“너무 기준이 높은 거 아닌가요? 아무리 참가자들의 수준이 높다고 해도 저 정도면 현재로서는 단점이 없다고 볼 수 있어요.”
“단점이 없다고 장점이 생기는 건 아니지. 예를 들어 플루라면 다른 판단을 했을 거야.”
왕립 마법학교 수석 졸업생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기준이 높다는 뜻이었다.
“엉망진창이군.”
“우오오오!”
산탄 무브먼트를 시전한 스크리머가 버그베어에게 철권을 꽂아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