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551
“자기 힘에 심취해 사고가 마비된 놈.”
“마야! 내 뒤에서 떨어지지 마!”
케이든이 마야를 중심으로 회전하며 켈베로스를 검으로 베어 나갔다.
“임무를 망각하고 신념에 집착하는 놈.”
시로네의 포톤 캐논이 늑대인간의 등을 휘게 만든 채 뻗어 나갔다.
“전술 따위 개나 줘 버리고 화력 일변도.”
이제는 엘리자베스도 입을 다물었다.
“이런 경우도 있군. 능력치는 타 학교에 비해 월등히 높지만 정신 상태가 정상이 아니야. 시험을 뭐로 알고 있는 거지? 자기들 마음대로 하고 있잖아?”
어떤 변태적인 성격이라도 임무 앞에서는 마법사다워야 하는 게 왕국이 바라는 인재였다.
“레드 라인 규정에 의해 졸업생은 자국 협회에서 1차 협상권을 갖는다.”
대우나 보수, 그 외의 문제로 1차 협상이 결렬되면 그때부터 타국에서 스카우트를 제의할 수 있다.
“기준은 저들에게 중요하지 우리에게 중요한 게 아니야. 우리가 할 일은 가장 유능한 자를 찾아서 협회에 보고하는 것이다.”
“……알겠습니다.”
바이칼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몇몇은 꽤 쓸 만하군.”
페르미의 다양한 마법이 적재적소에 화력을 더하고 있고, 단테 또한 인스턴트 마법진을 응용하여 여유롭게 적을 요리하고 있었다.
또한 프링스의 빙결 마법은 확실히 명품이라고 불릴 만큼 예리했다.
“1번. 2번. 22번. 등급 A.”
모든 참가자들의 행동 하나에 등급이 매겨지는 가운데 5단계 섬멸 시간이 거의 끝나 가고 있었다.
‘1분 남았다.’
여전히 몬스터의 개체 수는 이백 마리가 넘어가는 상황에서 시로네의 마음은 초조해졌다.
‘58초. 57초.’
이대로 진행되면 30초 동안 정신을 회복할 시간조차 없이 6단계 크리처가 콜로세움에 소환된다.
‘반드시 끝내야 돼!’
초반부터 화력을 끌어 올린 시로네에게는 그 30초가 너무나 간절했다.
퍼퍼퍼퍼펑!
산발하는 포톤 캐논이 사방의 몬스터를 강타했다.
어깨가 부러진 버그베어, 머리통 하나가 날아간 켈베로스, 피부가 쩍 하고 갈라진 가고일 등 모든 적들이 시로네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크으으으!”
시로네는 뻐근해지는 정신을 다잡으며 포톤 캐논을 더욱 연사했으나 달려드는 적들의 숫자는 불어나고 있었다.
“……실수한 거 아닌가요?”
엘리자베스가 물었다.
“10분 가까이 저 위력으로 마법을 연사했어. 정신이 흐트러질 수밖에 없겠지.”
스카우트가 아니라도 시로네의 정확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느끼고 있었다.
“저거 위험한 거 아냐?”
레이나의 말에 올리나가 또다시 눈물을 흘렸다.
“거 눈치 없기는. 모르면 그냥 보기나 해.”
리안의 핀잔을 들은 레이나가 올리나의 어깨를 다독이며 억울한 듯 말했다.
“하지만 모르는 내가 봐도 눈에 띄게 지쳤단 말이야.”
리안은 입술을 깨물며 콜로세움으로 눈길을 돌렸다.
‘시로네…….’
100이라는 숫자가 얼마나 많은 개체 수를 뜻하는 것인지는 몸으로 느껴 본 자만이 알 수 있다.
“괜찮아. 문제없을 거야.”
“정말?”
이제는 레이나도 동생의 판단에 의지했다.
“죽었으면 죽었지…….”
리안의 목소리는 확고했다.
“지쳤다고 흐트러지는 성격이 아니야.”
‘지금이다!’
수많은 몬스터를 끌어들인 시로네는 이를 악물고 정신을 집중시켰다.
‘엘리시온!’
10분의 질주의 말미에서 또다시 집중력을 올리는 것은 평소보다 훨씬 많은 정신력을 소모하지만 섬멸만 성공할 수 있다면 나쁜 거래는 아니었다.
‘30초. 30초만 있으면 회복할 수 있어!’
그런 생각과 함께 그의 광역 파괴 마법 다중 광폭이 시전되었다.
콰콰콰콰콰콰쾅!
“세상에…….”
직경 10미터의 광폭 7개가 중첩되어 폭발하는 광경은 관객들의 혼을 빼 놓았고, 질량의 파도에 갇힌 몬스터들이 사지가 부러지며 빛의 구체 사이를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9초! 8초!’
7초를 남겨 두고 다중 광폭에 지배당한 크리처들이 다시 최소 픽셀로 분해되어 사라졌다.
“바로 그거야! 내가 말했잖아!”
리안이 두 팔을 들고 소리치자 올리나가 어깨를 들썩였다.
“마력 수치 293만 매지클! 심박동 수치 초당 237회!”
“뭐? 237회?”
“사점四點 충격량 평균 6,800크래시! 오점五點 충격량 1만 3천 크래시입니다!”
VIP석이 난리가 난 것처럼 떠들썩해지자 모두가 그쪽을 돌아보았고, 머쓱해진 리안은 슬그머니 손을 내렸다.
스카우트 리포팅 (3)
“뭐야, 저건?”
바이칼의 물음에 엘리자베스가 답했다.
“울티마 시스템입니다. 보고에 의하면…….”
“뭔지는 나도 알아. 문제는 어떻게 집중의 중심점이 여러 개일 수가 있냐는 거야.”
울티마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이해할 수 없는 경지에 대해 그저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지만, 모든 것을 분석해야 하는 스카우트의 입장에서는 난감한 상황이었다.
“시스템을 변화시켜 충격량을 극대화시켰어요. 저건 27번 밖에 할 수 없는 일이겠죠.”
‘해냈다. 해냈어.’
시간 내에 적을 섬멸한 시로네는 털썩 무릎을 꿇었다.
‘정신을 회복시켜야 돼.’
그렇게 생각하는 그때 충격적인 안내 음성이 들렸다.
-극기 생존 6단계에 돌입합니다.
“뭐?”
시로네는 물론이고 방심하고 있던 참가자들 모두가 눈을 크게 뜨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후후, 그렇게 쉽게는 안 되지.”
목소리가 들린 곳에 페르미가 늑대인간의 목을 부여잡고 서 있었다.
크르르르…….
한 마리라도 살아남게 되면 섬멸 실패로 간주, 곧바로 다음 단계로 진입하게 된다.
크앙!
페르미의 에어 커트에 늑대인간의 목이 뎅겅 잘려 나갔다.
“페르미…….”
시로네는 이를 악물고 일어섰다.
사막의 오아시스가 사실은 신기루였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의 기분이 이럴까?
“좋은 판단이다.”
바이칼은 페르미의 전략이 마음에 들었다.
“극기 생존의 시스템을 잘 이해하고 있군. 시로네의 전력을 약화시키면서도 전투력은 써먹겠다는 전략이야.”
“차가운 성향이군요.”
바이칼의 시선이 엘리자베스를 찍고 되돌아왔다.
“그것이 마법사지. 시로네가 적국의 마법사라면, 토르미아 왕국 어느 누가 페르미에게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있겠나?”
말이 끝나는 순간 콜로세움에서 여태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는 강력한 마법의 향연이 펼쳐졌다.
“드디어 마의 5티어군요.”
최종 15명이 선별되는 경우가 통계적으로 90퍼센트에 달하는 구간이 6단계였다.
그어어어!
신장 3미터에 달하는 골렘 이백 마리가 땅 밑에서 일어서자 시야가 완전히 차단되었다.
중동의 마물 라미아가 뱀의 하체를 꾸물거리고, 용아병들이 병장기를 장착하고 섬뜩한 해골을 돌렸다.
키에에에!
독수리의 얼굴에 사자의 몸을 가진 그리폰이 날개를 접으며 지상으로 쇄도하자 마리아가 마크를 떠밀었다.
“피해, 마크!”
그리폰의 외발에 달린 발톱이 마크의 등짝을 스치듯이 할퀴고 지나갔다.
마리아의 회복 마법이 이어졌으나 마크의 정신은 이미 바닥까지 떨어진 상태였다.
‘이건…… 말도 안 돼.’
괴물이 바글거리는 전장에서 참가자들이 싸우고 있는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현실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어떻게 아직까지 버틸 수 있지?’
시로네가 다중 광폭으로 적들을 청소하지 않았다면 6단계까지 올라올 수도 없었을 터였다.
“마크, 이제 그만하자. 이러다가 정말 죽겠어.”
이천번의 싱크로율은 100퍼센트.
크리처에게 받는 물리적 충격마저 정신적 충격으로 환산되기는 하지만 실전이라면 이미 죽었을 것이다.
“아직 끝나지 않았어. 아무도 탈락하지 않았잖아!”
합격을 목표로 도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자신의 기량에 자신감을 갖는 정도로만 끝나도 절반의 성공이라고 보았다.
‘이렇게 차이가 날 수는 없어! 나도 죽을 각오로 노력해서 여기까지 왔단 말이야!’
이대로 포기하면 앞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았기에 마크는 사력을 다해 정신을 집중했다.
“어스 필러!”
두꺼운 기둥이 골렘을 강타했으나 체중 1톤이 넘어가는 거구는 오히려 기둥을 부수고 다가왔다.
“그어어어!”
골렘들이 두 팔을 크게 들고 내리찍을 자세를 취하자 마크가 마리아를 감싸며 허리를 틀었다.
“크윽!”
동시에 순간 이동의 섬광이 그들의 앞에 내려앉더니 시로네가 광폭을 시전했다.
골렘의 육신이 덜덜 떨리더니 분쇄기에 갈아 버린 것처럼 흙으로 분해되어 터져 나갔다.
“선배님?”
마리아가 황급히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뭐가?”
시로네는 그들을 돌아보지 않았다.
“네? 그야, 도와주셔서…….”
“도와준 게 아니야. 살려 준 거지.”
마지막 순간 마크가 끝까지 고집을 부렸다면 이미 두 사람은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나가라. 그만 포기해.”
마크가 눈에 불을 켜며 소리쳤다.
“그럴 수는 없어요! 적어도 경쟁자 1명이라도……!”
“나가!”
마크의 어깨가 움찔했다.
“두 번의 기회는 없어. 죽고 싶다면 알아서 해. 하지만 다른 사람의 발목을 잡지는 마라.”
“선배님…….”
마크는 전장 속으로 사라지는 시로네를 바라보다가 침통하게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아끼는 후배가 죽는 것을 차마 볼 수 없었던 선배의 마음이었다.
캉캉캉캉캉!
용아병들이 철의 강도를 가진 턱을 맞부딪치며 골동품 같은 검을 치켜들고 달려왔다.
“마크.”
마리아의 말에 마크는 고개를 끄덕였고, 두 사람이 동시에 전장 이탈의 키워드를 말했다.
“아트라.”
검을 내리찍는 용아병들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29번, 30번이 전장을 이탈했습니다.”
“당연한 일이지. 경험 부족에, 실력도 졸업반이라고 치기에는 너무 미숙해.”
애초부터 평가 자체를 하지 않고 있던 바이칼이었다.
“그래도 보고서에는 최종 평가가 적혀야 합니다. 등급은 F로 할까요?”
“수준 미달.”
바이칼은 고집을 꺾지 않았다.
“그렇게 적어.”
“네네.”
라라가 한숨을 내쉬며 펜을 휘적거렸다.
2명의 탈락자가 나온 가운데 극기 생존 6단계의 10분이 거의 끝나 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크리처들은 절반 이상 살아남았고, 참가자들의 얼굴에도 질린 기색이 완연했다.
-극기 생존 7단계에 진입합니다.
이천번 시스템의 음성이 들렸을 때는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초점이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생존자 28명. 이 숫자로 7단계에 들어가는 건 본 적이 없네요.”
동맹과 적대에서 참가자들 대다수가 적대를 선택하게 되면 15명의 선별은 당연히 빨라진다.
하지만 간혹 의기투합하여 전원이 임무 완수에 치중하는 경우 7단계까지 진입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어쨌거나 여기에서 끝나겠지.”
4티어의 라인업은 어떤 종의 왕이라 불리는 크리처, 그것도 대륙 단위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위치한 존재였다.
크아아아아아!
사막의 왕 바실리스크가 포효를 터뜨리자 관객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몸길이 12미터에 40톤의 중량, 굵은 꼬리는 인간 병력 1개 분대는 일격에 전멸시킬 만큼 강력했다.
우오오오오!
숲의 왕 오우거가 4미터에 달하는 덩치를 부풀리며 포효하고, 하늘에는 거대 괴조 와이번이 가죽 날개로 하늘을 가린 채 콜로세움에 화염을 방사하고 있었다.
“이건…… 지옥이야.”
4티어 여든일곱 마리에, 6단계에서 생존한 수백 마리의 몬스터가 어우러진 모습은 현세에서 절대로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