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555
현실감이 들지 않는 상황에, 참가자들은 가장 먼저 시로네가 있는 곳으로 눈길을 돌렸다.
이미 다음 평가를 준비하며 눈을 감고 있는 모습에서 소름이 돋을 정도의 집중력을 읽을 수 있었다.
“브……!”
VIP석에서 타국의 스카우트가 벌떡 일어났다.
“브라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수많은 스카우트들이 자국의 언어로 찬사를 토해 내고, 관객들이 기립 박수를 쳤다.
소나기 같은 박수갈채가 콜로세움을 뒤흔드는 와중에도 바이칼은 여전히 미동이 없었다.
‘이것이 너의 대답이냐, 시로네?’
엘리자베스가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고개를 돌렸다.
“평가관님, 평을 해 주셔야죠.”
박수 소리가 잦아들 때까지 생각에 잠겨 있던 바이칼이 마침내 무거운 입을 열었다.
“S다.”
라라가 미소를 지으며 등급을 기록했다.
“대단하네요. 10단계 클리어라니. 스카우트로 일하면서 이렇게 가슴이 벅찬 적은 처음이에요.”
바이칼이 엘리자베스에게 물었다.
“토르미아 왕국 전체를 대상으로 기록 확인해 봐. 10단계 클리어에 성공한 경우가 있는지.”
“있습니다.”
엘리자베스의 눈동자가 파랗게 빛났다.
“19년 전, 이곳 알페아스 마법학교에서 왕국 최초로 10단계를 통과한 기록이 있습니다. 오늘처럼 1차 평가였고, 최종 생존자는 15명이었습니다.”
“19년 전이라. 당시 수석 합격자가 누구였지?”
눈을 깜박거리는 것으로 정보를 열람한 그녀가 말했다.
“미케아 가올드입니다.”
전 마법협회장의 이름을 바이칼이 모를 리가 없었다.
“……광인의 뒤를 좇으려는 건가?”
-지금부터 졸업 시험 2차 평가 선택을 시작합니다. 극기 생존을 제외한 다섯 가지 종목 중의 하나가 채택됩니다.
왕국 마법학교에 새로운 역사를 쓴 사건에도 시스템은 그저 무심할 따름이었다.
“에이, 바보 같으니라고. 오늘 같은 날은 참가자들이 더 쉴 수 있게 해 줘야지! 명승부를 망치고 있잖아.”
중년 남성이 성토하자 후드의 여자가 삐딱한 자세로 주먹에 머리를 기대며 중얼거렸다.
“승부하려고 시험을 치르는 건 아니지…….”
남자의 얼굴이 구겨졌다.
“이봐, 아가씨. 아까부터 참고 있었는데,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나에게 직접 해. 중얼거리는 척하면서 경어도 안 붙이고 말이야. 자네 도대체 누구야?”
후드의 여자가 고개를 홱 돌렸다.
“그러는 아저씨는 누구세요? 이 자리에 있는 거 보니 학부형도 아닌 것 같은데.”
“이런, 나를 모른단 말이야?”
3년 전에 발간된 스피릿 잡지를 가방에서 꺼낸 남자가 자랑스럽게 펼쳐 보였다.
특별 기획 칸에 기사 제목이 적혀 있었다.
마법을 사랑하는 남자 폴타르, 민간 스카우트 경력 27년을 회고하다
“아하?”
“이제 알았나? 올해로 30년 차야. 마법협회 크레아스 지부에서도 특별 참관증을 끊어 주는 사람이라고.”
“협회에서요? 대단하네요.”
“당연하지. 마법은 내 인생이나 다름없으니까. 규정 마법의 변천사는 물론 알페아스 마법학교 졸업생들의 기록도 전부 꼼꼼하게 기록해서 보관하고 있지.”
“굉장하네요. 그런 열정이면 차라리 정식으로 스카우트를 하는 게 어떠세요?”
폴타르의 눈빛이 아련하게 변했다.
“마법에 미쳤던 젊은 시절, 한때는 마법사를 꿈꾸기도 했지. 하지만 삶이라는 게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만은 않더군.”
“특별한 사연이라도?”
폴타르가 슬픈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스피릿 존이 안 돼.”
“…….”
“마법의 정석을 달달 외웠는데도 안 돼. 이게 참 30년을 해도 어려운 거더라고. 하, 가끔 되는 것 같기도 한데…….”
여자는 대답 없이 정면을 돌아보았다.
“그나저나 자네는 누군가? 관계자 외에는 협회의 승인을 받아야만 참관할 수 있는데 말이야.”
“저요? 여기 학생인데요?”
“아, 고급반이었군.”
어쩐지 내뱉는 말들이 범상치 않다고 생각했었다.
“그럼 친구들하고 같이 봐야지, 왜 여기에 있어?”
“그냥요. 딱히 아는 사람도 없고 해서…….”
폴타르가 안쓰럽게 바라보았다.
“저런. 따돌림이라도 당하는 건가?”
“네…… 뭐, 비슷한 거예요.”
폴타르의 손이 여자의 등을 두드렸다.
“힘내게! 꿈을 크게 가져! 열심히 하다 보면 또 아는가? 정말로 세계 최고의 마법사가 될 수 있을지! 아직 젊잖아!”
‘그렇게 젊지는 않은데…….’
어리게 봐 주는데 굳이 밝힐 필요는 없을 것이다.
“껄껄! 그나저나 오늘은 정말 최고야! 이렇게 흥미진진한 졸업 시험은 정말 오랜만이구먼!”
안내 음성이 들렸다.
-2차 평가 종목을 결정합니다.
콜로세움에 흩어져 있는 참가자들의 머리 위로 원형의 홀로그램이 떴다.
극기 생존 항목에 불이 꺼진 가운데 남은 다섯 개의 종목을 따라 화살표가 회전했다.
‘어느 정도 회복된 거지?’
2차 평가를 기다리는 참가자들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현재 시로네의 정신 상태였다.
마법이 아니고서야 완벽한 회복은 불가능하고, 실제로 안색 또한 초반에 비해 눈에 띄게 창백해져 있었다.
‘대체 어쩌려고 저러는 거야?’
시로네의 친구들이 걱정스럽게 살폈다.
‘평가가 시작되면 대부분 시로네를 집중 공격하겠지. 종목에 따라서 파벌을 형성해야 할 필요성이 있어.’
경쟁자들이 연합한다면 친구들도 연합할 것이고, 구심점은 당연히 시로네였다.
‘시로네부터 친다. 지쳤어도 졸업 1순위니까. 빨리 처리하는 게 나에게는 유리해.’
각기 다른 생각이 피어오르는 가운데 화살표가 마침내 하나의 슬롯을 가리켰다.
“하아.”
종목에 따라 장단점이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 이 종목을 환영하는 참가자는 없으리라는 점이었다.
-대인 전투(전투력 측정).
“우와아아아아!”
졸업 시험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종목인 만큼 관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진짜 환장하겠네.’
그런 만큼 참가자들은 고생길이 훤히 보였으나, 불평불만에 시간을 소비하는 어리석은 사람은 없었다.
‘시로네를 친다.’
거의 동시에 28명 전원이 스피릿 존에 들어가고, 대다수의 참가자들이 시로네를 향해 몸을 날렸다.
반대로 시로네의 친구들은 그들에 맞서는 포지션을 잡고 반대 방향에서 밀려들었다.
‘대인 전투. 초반에는 무조건 파벌전이야.’
이미 1년 전 졸업 시험에서 금화륜에게 당한 경험이 있는 에이미는 연합 전선을 구축할 생각이었다.
같은 판단을 내린 이루키와 네이드가 그녀의 좌우에 합류하여 시로네 쪽으로 향하는 그때.
‘엘리시온!’
시로네를 제외한 모든 참가자들의 머리 위에서 포톤 캐논의 섬광이 사선으로 떨어졌다.
“뭐야!”
쾅! 콰콰콰쾅!
예상 밖의 상황으로 전투의 포문이 열리자, 바닥을 구른 참가자들이 멍한 표정으로 시로네를 바라보았다.
“하아. 하아.”
스물일곱 발을 동시에 시전한 탓에 벌써부터 지친 듯 고개를 숙이고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다가가는 친구들의 발길이 우뚝 멈추고, 천천히 뒤로 물러선 시로네가 들어오라는 듯 손을 까닥거렸다.
“이런 미친놈이……!”
전부 상대해 주겠다는 제스처를 깨달은 참가자들이 주체할 수 없는 분노를 느끼며 살기를 드러냈다.
“최악의 판단이다.”
바이칼이 입을 열었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이제는 그럴 수도 없겠군. 1차 평가에서 제대로 뒤통수를 맞았으니 말이야.”
“그래도 전원을 상대하는 건 불가능해요. 게다가 이미 지쳐 있는 상태잖아요.”
“동의하지만 불가능이란 표현은 좀 그렇군. 27명이 연합한다고 해도 케이지급은 아니지.”
그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불쾌한 느낌은 어쩔 수가 없다.”
가불가를 떠나서 1명의 마법사로서 지금 시로네의 결정에 기분이 좋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27번. 너는 자신이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냐?”
자존심이 상한 참가자들의 대다수가 눈에 힘을 바짝 주고 시로네에게 달려들었다.
“대답해야 할 것이다, 시로네.”
2차 평가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바이칼은 또 다른 질문을 시로네에게 던졌다.
“너는…… 그렇게 대단한 존재인가?”
광폭의 섬광이 번뜩이고, 참가자들이 주춤하는 틈을 타서 시로네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모두가 시선을 하늘로 쳐드는 가운데 후드의 여자가 시로네의 섬광을 뒤쫓으며 말했다.
“천재가 대다수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는 기존의 시스템을 부정하기 때문이지.”
시간과 공간이 하나의 계로 얽혀 있다는 것을 어느 누가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질투심이나 시기 같은 게 아니야. 오히려 이해의 영역이지. 시스템이 다르기에 받아들이지를 못하는 거야.”
사뭇 거창한 담론에 폴타르가 돌아보는 순간, 여자가 팔걸이를 붙잡고 벌떡 일어섰다.
“하지만 나는 이해한다, 시로네. 관철시켜라. 온 세상이 너를 부정한다고 해도…….”
후드를 젖혀 얼굴을 드러낸 여자가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오만하게 턱을 치켜들었다.
‘바로 나, 최강의 미로가 너를 이해하고 있느니라.’
“아, 좀 앉아요! 안 보이잖아!”
“……죄송합니다.”
뒷사람이 삿대질을 하며 소리치자 머쓱해진 미로가 머리를 넘기며 자리에 앉았다.
“내려와! 결국 한다는 게 도망이냐!”
순간 이동으로 하늘을 날아다니는 시로네를 향해 참가자들이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친구들도 이제는 시로네의 뜻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너, 진짜 마법사가 되고 싶구나.’
결정을 내린 이루키의 입가가 기괴하게 찢어졌다.
‘그렇다면 바라는 바다, 시로네!’
아토믹 봄이 연달아 폭발하면서 하늘로 날아오르자 광익을 펼친 시로네가 콜로세움의 끝으로 날아갔다.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되고…….’
결국 마법사가 될 수 없을 것이라는 수많은 부정의 말들이 생각 바깥으로 빠져나갔다.
“상관없어. 모두가 아니라고 해도.”
광익이 펄럭이면서, 그의 몸이 콜로세움의 끝에 집적시켜 놓은 아타락시아의 뒤편에 착지했다.
“나는 마법사다!”
시로네의 눈앞에 백색의 구체가 탄생하여 무섭게 진동하자 리안이 미소를 지었다.
“물론이지, 시로네.”
“저런 미친……!”
아타락시아를 발견한 참가자들이 황급히 돌진을 멈추고 질린 표정으로 이를 악물었다.
‘포톤 캐논!’
빛의 구체가 아타락시아를 통과하는 것과 동시에 27명 전원이 허리가 뒤틀리듯 돌아섰다.
“피해! 흩어져!”
거대한 섬광이 콜로세움 전체를 장악했다.
반야의 마법 (3)
백색의 광채가 콜로세움의 풍경을 집어삼키는 바람에 관객들은 아무것도 확인할 수 없었다.
오직 메인 시스템에 연결된 분석관들만이 코드를 통해 전장을 살피고 있을 뿐이었다.
“저것이 아타락시아군요.”
스피릿 잡지에서도 소개된 적이 있을 정도로 시로네의 상징과도 같은 광범위 사출 마법이었다.
“충격량은?”
“대략 1,800만 크래시입니다.”
아타락시아 육탄계의 포톤 캐논보다 무려 7배나 높은 수치이지만 더 이상 숫자에 놀랄 상황은 아니었다.
섬광이 사라지고 관객들의 눈동자가 거대한 콜로세움의 전장을 살피느라 분주히 움직였다.
“애매하군.”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콜로세움의 끝에 모여 있었고, 오직 에덴만이 중앙에서 앱솔루트 배리어를 펼치고 있었다.
“흐으으으!”
스크럼블 로열에서 아타락시아의 포톤 캐논을 막아 낸 적이 있는 그녀지만 이천번에는 밀림 판정이 없었다.
“정통으로 들어갔어.”
자신의 육체를 칼날 삼아 고출력의 질량파를 쪼개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충격만큼은 버틸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파라미터 확인해 봐.”
“정신력 수치가 2퍼센트까지 떨어졌습니다. 아슬아슬했어요. 시로네의 입장에서는 안타깝게 됐네요.”
“아니. 알고 있었던 것 같은데.”
바이칼의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시로네가 전진하며 포톤 캐논을 시전했다.
‘어느 누구도 약하지 않아.’
전체와 싸운다는 것에 집착하지 않고, 오직 눈앞의 적을 쓰러뜨리는 데에 전력을 다한다.
‘에덴부터 이탈시킨다!’
그렇게 차근차근 밟아 올라가는 것만이 피라미드의 정상으로 가는 유일한 길이었다.
“흐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