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559
포스 디멘션 안에서 시로네는 시공간을 지배하고, 어느 누구도 그 차원의 절대성을 깰 수 없을 듯했다.
시로네와 페르미는 전장을 통제하는 거대한 2개의 축이었고, 참가자들의 목표도 두 사람을 떠나서 생각할 수 없었다.
“팽팽하군요. 시로네와 페르미, 모두 흔들림이 없어요.”
시이나의 말에 에텔라가 답했다.
“더 많은 수를 상대하는 건 페르미예요. 반대로 생각하면 참가자들이 시로네를 더 꺼린다고 볼 수도 있죠.”
삐딱하게 앉아 있는 알페아스가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물이 올랐군. 내가 최강이라니.”
처음 시로네의 입에서 그 말이 나왔을 때 귀를 의심하지 않은 교사는 없었을 것이다.
“이미 긴장의 한계를 돌파했어. 아마도 합격 외에는 아무 생각도 없을 거야.”
“아니.”
알페아스의 생각은 올리비아와 달랐다.
“이미 그것조차 머릿속에 없어.”
200개의 광폭이 중첩되면서 질량파라는 표현조차 무색한 물질의 벽으로 박동하고, 콩거와 프링스가 비틀거렸다.
‘무슨 쇳덩어리에 맞은 것 같군.’
현실이라면 육체가 먼저 박살 났을 것이다.
“시로네!”
리미트 오브 어비스를 시전한 카니스가 일시적인 이모탈 펑션 상태로 돌진해 들어왔다.
‘이긴다! 스승님의 이름을 걸고!’
어둠의 권속으로 구현한 거대한 다크 웜이 아치를 그리며 덮치자 시로네의 움직임이 주춤했다.
“저, 저런!”
폴타르가 몸을 움찔했으나 미로는 여유로웠다.
“이 정도로 깨질 리듬이 아니야.”
다크 웜의 그림자에서 균열이 일어나더니 광폭이 폭발하며 어둠이 완전히 걷혔다.
“완력의 승리.”
마인드 컨트롤을 시전한 아린의 정신이 금강태의 정신에 역공을 당하면서 파괴되었다.
“정신력의 승리.”
샤이닝 체인이 콩거의 강선을 모조리 파괴하고 날아들어 명치를 강타했다.
“섬세함의 승리.”
호밍 포톤 캐논이 빙파를 우회하며 날아와 프링스를 사정없이 폭격했다.
“민감도의 승리.”
바이칼의 평가에 엘리자베스는 전율을 느꼈다.
“모든 영역에서 압도하고 있습니다.”
경쟁자들의 장기를 똑같은 장기로 제압하는 상황이 스카우트들에게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왜 울분이 없었겠는가.”
한때는 천재라고 불렸던 알페아스이기에 시로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왜 포기하고 싶지 않았겠는가. 그도 사람인 것을.”
단독으로 적들을 밀어붙이는 시로네가 어금니를 깨물며 포톤 캐논을 연사했다.
‘마법사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던 20년의 세월이 있었다.
“커억!”
-참가 번호 6번. 이천번 시스템에서 이탈했습니다.
콩거가 의식을 잃는 것을 시작으로 시로네의 섬광이 더욱 빠르게 밀려들었다.
-참가 번호 12번. 이천번 시스템에서 이탈했습니다.
카니스가 쓰러지고.
– 참가 번호 8번. 이천번 시스템에서 이탈했습니다.
아린이 무릎을 꿇었다.
“정신력이 계속 회복됩니다. 46퍼센트. 48퍼센트.”
마음과 정신, 육체의 삼박자가 화신을 중심으로 끝없이 순환하며 무한의 동력을 이루고 있었다.
“정말로 최선을 다했냐고 묻고 있는 것 같군요.”
알비노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살아온 세월을 아느냐고 묻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엘리자베스의 목소리가 커졌다.
“참가 번호 18번! 20번! 탈락했습니다!”
포스 디멘션에 집어삼켜진 바인더와 수아비가 시로네의 일격에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아주 다 죽어 나가는구나, 그냥.’
루만이 도망치듯 포스 디멘션을 빠져나오고, 시로네의 리듬 안에서 유일하게 생존한 프링스도 두 번을 접근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상황이 재밌게 되어 가네.”
미로의 시선이 페르미에게 향했다.
‘어떡할래? 이러다가 너…… 진짜로 잡아먹힌다?’
시로네가 자신의 시스템을 관철시키면 아마도 모든 참가자들이 페르미에게 총공격을 퍼부을 터였다.
‘흐음, 이게 졸업 시험인가?’
그럼에도 페르미는 여유로웠고, 그를 몰아세우는 헤르시가 질린 듯 인상을 찡그렸다.
“괴물 같은 놈.”
금화륜의 전 멤버인 라이컨과 리차드까지 합류했는데도 여전히 상황은 페르미가 통제하고 있었다.
그 순간 페르미의 차가운 시선이 헤르시를 겨누었다.
“애들 장난이지. 이천번 따위.”
재앙 마법-블랙데스(흑사).
페르미의 몸에서 시커먼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뭐……!”
교사들이 벌떡 일어나고 스카우트의 눈이 부릅떠졌다.
“저건, 흑마법이잖아?”
“이미 소실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한때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무려 300만 명을 학살한 블랙 라인의 마법사, 마녀 카르네스의 마법이었다.
페르미가 사악하게 입가를 찢었다.
“이게 바로 돈의 힘이지.”
중심부에서 폭발이 일어난 듯 연기가 퍼지더니 뭉게구름의 외곽에서 시커먼 악령들이 튀어나왔다.
“피해! 걸리면 끝장이다!”
모든 참가자들이 연기 바깥으로 빠져나왔으나 악령을 피한 자는 소수였다.
“15번(클로저) 탈락! 23번(헤르시) 탈락! 13번(도로시) 탈락! 19번(판도라) 탈락!”
동시에 4명이 탈락한 상황에 스카우트들이 규정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흑마법, 사용해도 되나?”
현실이었다면 악령에 당한 참가자들은 살이 썩어 가는 고통 속에서 죽었을 것이다.
“이천번이 구현할 수 있는 한 규정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레드 라인에서 금지 명령이 내려온 마법이라 나중에 말이 좀 나올 것 같습니다.”
라라가 말했다.
“블랙데스는 타깃을 임의로 지정할 수 없기에 사악하죠. 그래서 강한 것이고요. 탈락자들은 분통이 터지겠군요.”
“딱히 운이 나빴다고는 볼 수 없지.”
바이칼이 시로네와 페르미를 번갈아 바라보며 말했다.
“어쨌거나 1번을 선택한 건 그들이니까.”
블랙데스의 효과가 사라지자 전투가 소강상태에 들어갔다.
시로네와 페르미의 공격으로 9명이 탈락한 가운데 참가자들의 머릿속이 복잡해진 탓이었다.
‘이제 남은 생존자는 16명.’
앞으로 6명만 더 떨어지면 졸업이 보장되는 상황이었다.
‘내가 여기까지 오다니.’
그렇기에 매년 졸업 시험에서 최초 탈락자라는 오명을 얻어야 했던 마야는 심장이 두근거렸다.
페르미와 시로네의 시스템이 맞물리면서 수혜를 입은 감이 있지만 그녀에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다.
“족장님, 언니가 합격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관객석의 구석에 앉아 있는 신비 부족민들이 간절한 눈빛으로 손을 모았다.
“마야…….”
마법에는 문외한이지만 마야의 실력이 떨어진다는 것 정도는 족장의 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불쌍한 아이지.’
마야는 천재지만 그녀가 있어야 할 곳은 냉철함이 지배하는 전장이 아니었다.
‘반드시 합격할 거야.’
부족민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운명에 순응할 수 있는 그녀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마야다.’
‘마야부터 탈락시켜야 돼.’
1명만 떨어져도 합격 확률이 비약적으로 높아지는 상황에서 가장 약한 마야를 제거하는 것은 정석.
피쇼와 루만, 사비나가 세 방향에서 쳐들어오자 마야는 눈앞이 캄캄해지는 기분이었다.
‘여기서 떨어질 수는 없어!’
필사의 각오로 이를 악무는 그때 케이든이 마야의 앞을 가로막으며 세 사람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어째서?”
이번 졸업 시험에서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케이든의 대응이었다.
페르미를 주축으로 한 파벌이 해체되었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실력이 떨어지는 그녀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결정적인 순간에 언제나 케이든이 나타나 미리 자리를 선점했기 때문이다.
‘우연일 거야.’
개인적인 감정이 허용되지 않는 졸업 시험에서 케이든이 딱히 친하지도 않은 자신을 위해 싸워 줄 이유는 없었다.
“대결 구도가 복잡해지는군요.”
졸업 시험의 가장 큰 분기점이었고, 진정으로 피아의 구분이 사라지는 시점이었다.
‘라피드 스트림!’
포니의 주위로 진한 청색의 물이 회오리치더니 난폭하게 사방을 휩쓸었다.
‘어머니, 보고 계십니까? 당신의 딸이 스스로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모습을.’
“총 중량 4.2톤. 급류 계수 3.3. 단위 면적당 운동에너지 983워터 퍼 세제곱미터입니다.”
엘리자베스가 분석했으나 바이칼은 대답이 없었다.
“평가를 해 주시죠. 현재 11번만 평가 등급이 기록되지 않고 있습니다.”
“……S다.”
“네?”
라라가 놀란 눈으로 고개를 돌렸다.
“상부에서 지시가 있었어.”
포니는 왕족이었다.
“하지만…….”
“왕족의 권한은 협회의 권한을 능가한다. S로 기재해.”
바이칼도 마음에 드는 상황은 아니었다.
“왕권 통치의 현실이지. 앞으로 11번은 분석하지 마라. 무슨 등급을 매기든 왕국 산하의 모든 마법 기관에서 고개를 숙이며 모셔 갈 테니까.”
“……알겠습니다.”
라라가 노트에 기재하자 바이칼이 한마디를 덧붙였다.
“물론 합격부터 해야겠지만 말이야.”
최종 10위가 가시권에 들어온 상황에서 시로네와 페르미에게 덤비는 건 어리석은 선택이었고, 치열한 눈치 싸움 속에 탈락자는 여전히 나오지 않고 있었다.
‘일단 졸업은 확정됐군.’
이미 상태 파악을 끝낸 페르미는 혼란스러운 전장을 유유자적 가로지르며 남들이 자멸하기를 기다렸다.
“응?”
그때 포톤 캐논의 섬광이 밀려들었다.
‘고스트 무브먼트!’
자동 반응 알고리즘으로 상체를 젖힌 그의 눈에 시로네가 날아드는 게 보였다.
‘페르미. 너만큼은 합격시키지 않아.’
시로네의 생각을 읽은 페르미의 눈에 사악함이 담겼다.
‘역시 탁월한 멍청이야!’
스카우트의 평가에서 S등급을 받은 두 사람이 정면으로 충돌하자 관객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수많은 고위 마법을 마술처럼 구사하며 퀀텀 슈퍼포지션을 상대하는 페르미의 실력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었다.
“확실히 1번이군.”
그럴수록 시로네의 분노는 커져 갔다.
‘용서할 수 없어!’
페르미가 구사하는 모든 마법은 6년 동안 최선을 다했던 학생들의 패배로 구입한 것들이었다.
‘그래, 알고 있어. 내가 밉겠지.’
시로네의 분노를 상상해 버린 페르미는 오싹한 전율 속에서 더욱 사악한 생각을 떠올렸다.
‘상대의 욕망을 차단하는 게 승리라면…….’
재앙 마법-블랙데스.
‘웃으면서 합격해 주마, 시로네!’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그 악의 기운 속에서 탄생한 악령들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여기서 6명을 탈락시켜 버리면 설령 시로네가 자신을 죽인다고 해도 합격을 막아 낼 수는 없었다.
‘암구!’
무려 200명의 시로네가 동시에 암구를 시전하자 블랙데스의 연기가 소용돌이처럼 회전하며 빨려들었다.
‘아주 발악을 하는구나, 시로네.’
페르미가 코웃음을 치며 시로네에게 돌진했다.
‘그래 봤자 나를 탈락시킬 수는 없어. 아타락시아 정도가 아니면 어떤 마법도 통하지 않아.’
그 순간 포스 디멘션을 소멸시킨 시로네의 몸에서 광천사의 화신이 거대하게 솟아올랐다.
“저, 저게 뭐야?”
시간기로만 퍼져 있던 화신이 처음으로 실체를 드러낸 광경에 지켜보는 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더! 더 빠르게!’
수열식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질주하면서, 날개를 활짝 펼친 광천사가 하늘 높은 곳으로 날아올랐다.
“드디어 통합된다.”
미로의 눈이 반짝였다.
진정한 화신술, 시로네의 전지인 신의 입자가 광천사의 화신에 접목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