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562
아토믹 봄의 연쇄 폭발이 시로네를 공격하고, 사비나가 폭발 속으로 윈드 커터를 난사했다.
“크으으으!”
시불상폭매를 유지하는 것조차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정신력 수치가 계속 떨어지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아!”
여태까지 경쟁자들을 압도했던 시로네가 탈락 위기에 처하자 관객들의 함성 소리가 여느 때보다 크게 들렸다.
“아주 가학적인…….”
바이칼이 말했다.
“포르노지.”
엘리자베스는 부정할 수 없었다.
“평생을 바쳐 하나의 길에 매진한 인재들이 한계에 부딪혀 좌절한다. 이것만큼 재밌는 볼거리가 또 있을까?”
스카우트로서 수많은 경쟁을 지켜보았다.
“재능, 노력, 혹은 재력. 무엇이든 조금만 양보한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인류 전체가 행복할 수 있다. 하지만 역사상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 그렇기에 하지 않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것이란 생각마저 든다.”
“반면에 그런 투쟁심이 인류를 발전시킨 것도 사실이죠.”
“물론 그렇겠지.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정말로 알고 싶은 것은.
“모두가 행복하다면, 어째서 발전이 필요하지?”
우리는 대체 무엇을 위해 싸우는가?
“물론 나 또한 경쟁을 통해 이 자리까지 올라왔다. 그렇기에 27번의 판단은 최악이야. 그저 가끔은, 정말로 중요한 게 뭔지 알 수 없어질 때가 있다는 것이지.”
‘이건 아니야!’
홍안을 불태운 에이미가 기생충의 정신 지배에서 벗어나 사방에 파이어 스트라이크를 난사했다.
‘닿을 수 없는 곳이 있었는가?’
에이미의 정신에서 지배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더욱 깊은 영역이 느껴졌다.
‘감히 나에게 수치를 줘?’
일도一道에 들어간 에이미가 불의 전지로 세포를 뜨겁게 달구자 엘리자베스가 소리쳤다.
“체온이 42도를 넘었어요! 이 상태로는 위험합니다!”
‘파일럿 인섹트를 추출하려는 거로군.’
이미 인간의 환경에 정착한 상태였기에 급격히 열을 올리면 버티지 못하고 빠져나올 터였다.
‘하지만 죽을 수도 있다. 정말로 그걸 원하나?’
‘나와라! 내 몸에서 나와!’
정신이 혼미한 와중에도 자기상 기억은 중추를 장악한 파일럿 인섹트를 찾아냈고, 그곳에 열을 집중시켰다.
세리엘이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에이미! 그러면 안 돼!”
인간의 열은 세균을 죽일 만큼 뜨겁지만 기생충을 쫓아낼 정도라면 높은 확률로 사망을 감수해야 했다.
‘시로네를 패도…….’
홍안이 폭발하듯 붉은 빛을 뿜어냈다.
“내 의지로 팰 거야!”
에이미의 목덜미 쪽이 불룩 솟아오르더니 퍽 하고 터지며 한 마리의 벌레가 튀어나왔다.
정말로 중요한 것 (2)
가느다란 다리를 가진 파일럿 인섹트가 바닥에 툭 떨어지고, 에이미의 발이 그것을 으깼다.
“용서하지 않겠어.”
시로네가 마야를 돕든 말든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면 그만이다.
감정을 들켰다는 부끄러움과 타인의 의지에 조종당했다는 수치심이 에이미의 분노를 일깨웠다.
‘화인!’
그녀의 몸이 마른 장작처럼 불타오르면서 화염의 정령 이프리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돌진한 곳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시로네였다.
‘시로네……! 착해 빠져 가지고!’
이프리트의 주먹이 열풍을 일으키며 휘둘리고, 시불상폭매의 잔상이 불길 속을 헤집고 돌아다녔다.
예상 밖의 상황에 모두가 지켜보는 그때, 에이미의 손이 시로네의 멱살을 부여잡았다.
“넌 시험 끝나고 보자.”
시로네가 살며시 입꼬리를 올리고, 에이미가 회전하며 그를 피쇼에게 집어 던졌다.
“쳇!”
피쇼가 아르고네스를 쳐들었으나 1초 뒤의 미래에서 이미 포톤 캐논은 복부에 작렬하고 있었다.
“커억!”
현실이었다면 육체가 뭉개질지언정 충격은 없을 테지만 이천번의 안티매직은 물리력이 아니었다.
‘좋아, 일단 1명 보내고!’
그로기 상태의 피쇼에게 아토믹 봄이 연쇄폭발을 일으켰다.
-참가 번호 24번. 이천번 시스템에서 이탈했습니다.
이제 생존자는 13명.
기습적인 협공으로 피쇼를 탈락시킨 시로네와 친구들이었으나 다음 탈락자로 가장 적합한 상대는 역시나 시로네였다.
“하아. 하아.”
졸업 시험의 긴장감이 아니었다면 이미 탈진했을 만큼 시로네의 정신력은 밑바닥까지 떨어지고 있었다.
“마법사가…….”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될 거야.’
참가자들의 마법이 시로네를 집중 공격하자 백분율 수치가 결국 1퍼센트 아래로 내려갔다.
‘미안해, 시로네.’
마야는 필사적으로 몸을 일으켜 세웠다.
“타하!”
여전히 곁에는 케이든이 지키고 있었으나, 그녀의 눈에는 오직 시로네밖에 보이지 않았다.
‘나 때문이야. 내가 약해서…….’
개미집에서 자신을 구하지 않았다면 탈락의 위기를 맞이할 일도 없었을 터였다.
‘하지만 그게 시로네니까.’
냉정함이 지배하는 마법사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자신에게 진심을 보여 주었던 사람.
‘언제까지나 변하지 않을 테니까.’
마야의 눈가가 촉촉이 젖어 들었다.
“너무나 사랑해.”
규정외식-오직 이 순간만이.
그녀의 노래가 시작되자 참가자들의 동작이 강제적으로 멈추고 VIP석이 웅성거렸다.
“마력 수치, 1억 2천만 매지클입니다.”
“뭐야?”
‘오직 이순간만이’는 마야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무대에 올랐을 때 불렀던 곡이었다.
‘규정외식이다.’
강제적으로 집중이 풀리는 것을 깨달은 참가자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이리저리 눈을 굴렸다.
‘정신력이 회복되고 있어.’
반면 시로네의 정신은 거대한 상승을 이루고 있었다.
‘내 노래를 받아 줘, 시로네.’
평생에 단 한 번만 부를 수 있다는 극단적인 리스크가 있지만 마력 수치 1억 2천만의 집중력을 보인다는 것은 오직 그녀의 천재성에 기인하는 것이었다.
‘엄청난 실력이다.’
궁중 음악가로 수많은 목소리를 접한 레이나지만 지금 듣는 목소리에는 기술로 분석할 수 없는 울림이 있었다.
“마야…….”
족장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그녀 나이 열두 살에 가수 카나리아의 오프닝 무대에 설 기회가 있었다.
당시에도 그녀의 노래 실력은 좌중의 넋을 잃게 만들었으나, 돌아오는 건 야유뿐이었다.
‘너무 뛰어난 게 탈이었던 게지.’
카나리아의 인기는 타국에도 팬이 있을 만큼 엄청나서, 고작 오프닝 무대에 오른 열두 살짜리의 노래를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공연을 최악으로 만든 마야에게 두 번의 기회는 오지 않았고, 변태 귀족들의 스폰서 제안만이 들어왔다는 것을 듣는 순간 그녀는 가수를 포기했다.
“오직- 이 순간만이.”
처음에는 발버둥을 쳤던 참가자들도 이제는 그녀의 노래를 들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머리털이 모조리 곤두서는 것 같다.’
콜리가 두 손으로 머리카락을 움켜쥐며 부르르 떨었다.
‘누가 이 소녀를 약하다고 하는가.’
무대에 오른 열두 살의 마야에게 매료되어 마법학교로 데려온 사람이 바로 그였다.
‘대단해 보이고 싶어서 부르는 게 아니야. 평가 따위나 받으려고 매일같이 연습하는 게 아니다.’
그렇기에 최선이 아닌 진심이었다.
가장 낮은 자세로 세상을 올려다보며, 오직 그 고통으로만 승화시킬 수 있는 진심.
‘이런 것도 있다고 생각하면 모든 게 아름다운 것을…….’
비판하고, 분석하고, 비교해서 순위를 매기고.
‘우리는 우리의 감정에 순위를 매기던가?’
그럴 수 없다면 마야의 노래에도 우열은 없다.
“오직- 이순간만이!”
노래가 절정으로 치닫자 격한 감동이 밀려들면서 참가자들의 정신이 파도처럼 흔들렸다.
“시로네의 백분율 수치가 상승하는 반면 그를 제외한 모두의 수치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빼앗아서 주는 게 아니군. 밸런스를 맞추는 능력이다.”
이론적으로 보자면 목소리의 공명을 통해 만들어 내는 감정적 이퀄라이징이었다.
“흐으윽!”
마야의 깨끗한 고음이 하늘을 뚫자 감동이 주는 긴장감을 이기지 못한 사비나가 실신했다.
‘앞으로 2명!’
2명만 탈락하면 최종 10인이 결정되는 상황에서 포니는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었다.
‘이럴 수는 없어! 왜 아무도 안 쓰러지는 거야!’
참가자들의 좌절로 빚어내는 처절한 쾌락이 왕족의 몰락을 통해 절정으로 치닫는 그때.
“허억!”
포니의 두 무릎이 그대로 구부러지며 땅에 처박혔다.
‘최선을 다했는데…….’
무엇이 부족했던 것일까?
그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지도 못한 채, 그녀는 다른 탈락자와 마찬가지로 땅바닥에 이마를 찧었다.
‘이제 1명.’
참가자들의 의지가 더욱 불타오르는 가운데, 오직 케이든만이 슬픈 미소를 짓고 있었다.
‘사랑합니다, 마야.’
오직 시로네를 바라보는 마야를 바라보며 케이든은 작별의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당신과 함께 갈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이 노래가 끝나면 마야는 결국 탈진하겠지만, 케이든의 탈진과는 전혀 다른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진심이에요.’
떨그렁 소리를 내며 크로스소드가 떨어지고, 눈을 감은 케이든은 온 마음으로 노래를 받아들였다.
기술이 아니다.
그렇기에 그저 받아들이는 순간 편견은 사라지고, 그녀의 노래도 마법이 아닌 감동이 되어 가슴을 적시는 것이다.
‘나의 뮤즈여…….’
케이든이 소리 없이 쓰러지는 것과 동시에 이물감이 조금도 섞이지 않은 순도 100퍼센트의 목소리가 창공을 울렸다.
“떠-나-가-요.”
콜로세움에 모인 모두의 등골을 타고 전율이 치솟았다.
‘천재다. 저건 검증할 필요조차 없어.’
레이나는 경악의 눈빛으로 마야를 바라보았다.
전 세계의 스카우트들이 모인 자리에서 모두를 감동시켰다는 것은 그녀의 내일이 오늘과는 180도 달라질 것임을 예견하고 있었다.
‘끝났구나.’
천천히 숨을 고른 마야가 고개를 들어 시로네를 향했다.
“그동안 고마웠어, 시로네.”
시로네는 어떤 말도 할 수 없었고, 그저 가장 경건한 마음으로 고개를 숙였다.
이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해질 일만 남은 그녀가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해 불러 준 노래였다.
“안녕…….”
스르륵 눈을 감은 마야가 쓰러지는 것과 동시에 규정외식이 풀리면서 참가자들이 자유를 되찾았다.
현실을 직시한 그들의 머릿속이 빠르게 돌아갔다.
‘잠깐만, 그럼 이거 어떻게 되는 거지?’
-참가 번호 26번. 이천번 시스템에서 이탈했습니다. 최종 10인이 결정되었습니다.
이천번 안내 시스템이 이어서 방송했다.
-신비 마야. 졸업 최종 순위 10위 확정. 남은 참가자 수는 9명입니다.
“우와아아아아!”
관객들이 동시에 일어서서 기립박수를 보냈다.
졸업에 성공한 최종 10인을 향한 박수이기도 했지만, 역경을 딛고 마침내 마법사의 자격을 받은 마야에 대한 찬사가 더 컸다.
“족장님! 언니가, 언니가……!”
마야의 동생들이 말을 잇지 못하는 가운데 족장 또한 남몰래 눈물을 훔쳤다.
‘장하다! 정말로 장하다, 마야!’
졸업의 마지막 관문을 멋지게 장식한 마야에게 찬사가 쏟아지는 가운데 엘리자베스가 물었다.
“신비 마야. 최종 평가를 내려 주시죠.”
10위부터는 실제로 스카우트 대상이 되는 정식 졸업생 신분이기에 번호가 아닌 이름으로 호명하는 게 예우였다.
“F다. 마법사로 활동하기에는 모든 면에서 너무 떨어져.”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라라가 입맛을 다시며 기재하는 그때, 바이칼이 이례적으로 보충 설명을 덧붙였다.
“하지만 언젠가 그녀의 공연에 갈 기회가 된다면 꼭 S석을 잡아 두고 싶군.”
콜로세움을 가득 채우는 박수갈채는 끊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남은 참가자들은 다리가 풀리는 것을 느꼈다.
‘합격, 합격이다.’
뭐가 어찌 됐든 졸업에 성공한 기분은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짜릿했다.
‘정말로…… 내가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