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564
네이드의 괴기스럽게 일그러진 얼굴을 바라보던 시로네가 슬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처음에는 무서운 얼굴이라고 생각했는데.”
너무나 마음이 여리고 착해서, 누군가를 증오하지 않고서는 화조차 낼 수 없는 것이다.
“사실은 고통스러운 얼굴이었구나, 네이드.”
그렇기에 자신을 먼저 파괴하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파괴할 수 없는 것이다.
“크아아아아아!”
“최종 마력 수치 18억 6천만 매지클! 마력동화예요! 이대로 내버려 두면 죽습니다!”
“과연 완벽한 혼돈. 이걸 두려워했던 거로군.”
일말의 이성도 남아 있지 않은 네이드의 상태는 일전에 시로네가 경험했던 것과 차원이 다를 정도로 난폭했다.
쿠르르르르릉!
창백하리만치 순수한 백색의 전격이 네이드를 중심으로 퍼지면서 콜로세움 전체를 잠식할 정도로 거대해졌다.
“크악!”
전기 철조망에 닿은 날벌레처럼, 백광에 닿는 순간 피오르드가 단말마를 토해 내며 쓰러졌다.
“으으으으으!”
참가자 전원이 벽에 바싹 달라붙어 위력이 가라앉기를 기다리고, 관객들은 돌변한 네이드의 위력에 넋을 잃었다.
“저게 뭐야? 인페르커스보다 더 심각하잖아?”
황당한 건 테리아도 마찬가지였다.
가끔씩 마력동화가 일어나 창고를 날리기는 했지만 이토록 끔찍한 힘이 담겨 있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나하고는…… 상관없는 일이야.”
테리아가 출구로 몸을 돌리는데 볼룸이 손목을 붙잡았다.
“어디 가? 아직 시험은 끝나지 않았어.”
“지금 시험이 문제예요? 기계라도 잘못되면 우리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는데.”
“당신 눈에는 그것밖에 보이지 않나? 네이드의 고통은 느껴지지도 않아?”
“차라리 그냥 죽여! 나도 이렇게 살기 싫어!”
볼룸은 이를 악물고 그녀를 좌석으로 데리고 갔다.
“앉아! 적어도 오늘만큼은 당신의 아들을 똑똑히 봐!”
구체로 부풀던 네이드의 전격이 확장을 멈추고 기둥의 형태로 치솟았다.
“지금이다! 공격해!”
전격이 사라지면서 약속이라도 한 듯 모두가 네이드에게 달려들어 마법을 퍼부었다.
‘젠장! 이천번이지!’
실전이라면 육체에 대미지가 들어가겠지만 안티매직으로 18억 6천만 매지클을 소진시킨다는 것은 꿈같은 일이었다.
‘멍청이들! 가서 죽이면 되잖아.’
라이컨이 스파크 마법을 시전해 네이드의 후미를 제압해 얼굴을 붙잡았다.
목을 완전히 돌리려는 그때, 스파크가 튀며 네이드의 모습이 사라지더니 사방에서 튀어나와 주먹을 내질렀다.
“으아아아아!”
최후의 일격이 가해지자 라이컨의 콧잔등이 주저앉고 네이드의 손목이 뒤틀렸다.
“걸리는 순간 탈락이다. 마치 신의 제비뽑기 같군.”
기술이라 부를 수도 없는 막무가내의 전격이 질주하는 가운데 시로네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네이드!”
광천사의 화신이 거대하게 떠오르고 오른팔이 들리면서 막대한 에너지가 창에 모여들었다.
‘천사의 징벌!’
엄청난 속도로 섬광이 내리꽂히는 순간 네이드의 육체가 증발하듯 사라졌다.
“피했어?”
초고속 발사체도 전기와 똑같은 신경을 가진 네이드에게는 느리게 보일 뿐이었다.
‘그렇다면……!’
퀀텀 슈퍼포지션을 발동한 시로네의 몸이 수백 명으로 늘어나자 스카우트들이 경악의 눈을 치켜떴다.
퀀텀 슈퍼포지션-300중첩-화신술-천사의 징벌.
“이건…… 졸업 시험 수준이 아니야.”
300명의 천사가 일제히 팔을 치켜들더니 네이드를 향해 빛의 창을 내리꽂았다.
정말로 중요한 것 (4)
하나의 좌표에 중첩되어 있는 광천사의 화신에서 300개의 섬광이 그물처럼 뻗어 나갔다.
그것은 명백히, 인간의 눈으로 봤을 때는 동시였으나, 실제로는 극한의 오차가 뒤섞여 있었다.
포스 디멘션을 펼친 시로네를 제외한 299명의 화신이 저마다 다른 시간대에서 창을 던지고, 스파크 마법을 시전한 네이드가 빗발치는 섬광 사이에서 탄생과 소멸을 반복했다.
땅에 꽂힌 87개의 창이 순차적으로 빛을 잃어 가는 와중에도 하늘에서는 93개의 창이 내려오고 있었으며, 광천사는 극한으로 분절된 시간 속에서 빛의 창을 휘두르는 중이었다.
85개, 73개, 49개…….
천사의 징벌이 포격을 시작한 직후에 눈을 깜박인 사람들의 눈꺼풀은 아직 10분의 1도 감기지 않은 시점이었다.
이제 막 지상에 도착한 창과, 여전히 광천사의 손에 쥐인 창의 까마득한 간격 속에서, 네이드는 순수한 신호의 영역에서 깨달았다.
천사의 징벌이 거듭될수록 광천사의 시간기가 회피의 가능성을 극단적으로 좁혀 오고 있다는 사실을.
3개, 2개, 1개.
마지막 이백아흔아홉 번째의 창을 피하는 것과 동시에 네이드의 가능성이 무브먼트 제로에 묶여 버리고.
포스 디멘션을 해제한 시로네의 광천사가 삼백 번째의 창을 지상으로 내리꽂았다.
물론 네이드는 여전히 광활한 공간의 중심에 서 있었다.
하지만 그곳은 이미 모든 지점을 경유한 끝에 도달한 사건의 종착지일 뿐이었다.
그리고 빛의 창이 관통했다.
“크아아아아아!”
사방으로 뿌려 버린 듯한 300개의 창 중에서 하나에 찍힌 네이드가 상체를 펴고 비명을 내질렀다.
관객들은 찰나의 망망대해에서 펼쳐진 시간과 전기의 대결을 짐작조차 하지 못한 채, 그저 거대한 빛의 향연에 감탄할 뿐이었다.
“적중했다!”
네이드의 몸을 뚫고 관통한 섬광이 사라지자 남은 참가자들 전원이 화력을 집중시켰다.
“쓰러뜨려!”
리차드의 마정석이 출력 최대치의 위력으로 화염을 토해 내고 이루키의 뉴클리어 퓨전이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프링스의 빙파가 휩쓸고 간 자리에 에이미의 인페르노가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졌다.
졸업 시험의 최종장다운 화력이었으나 분석관의 망막에 떠있는 네이드의 백분율 수치는 자세히 보지 않으면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느리게 떨어지고 있었다.
“소용이 없어요. 안티매직으로는 이빨도 들어가지 않습니다.”
“이천번 시스템이 너무 뛰어난 것도 문제가 되는군.”
바이칼 또한 이런 경우라면 차라리 시스템이 다운되는 게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아아아아!”
네이드의 주위에 플라즈마가 깔리더니 스크래치 같은 백광이 퍼져 나갔다.
“미친 자식!”
네이드를 중심으로 남은 6명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퍽! 공기가 타들어 가면서 네이드가 프링스의 앞에 나타났다.
‘피해야……!’
생각보다 빠르게 몸이 먼저 움직이고.
‘……한다!’
네이드의 손끝이 피부를 스치고 지나갔다.
-드루즈 프링스. 졸업 최종 순위 7위 확정. 남은 참가자 수는 6명입니다.
‘스치기만 해도 사망이란 건가?’
최종 10인부터는 등수 하나의 차이로 느낌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에 최대한 오래 버티는 게 관건이었다.
“확실한 기준이 되겠군.”
엘리자베스가 물었다.
“최종 순위에 대한 기준 말인가요?”
“아니. 순위나 매기려고 사용하기에는 너무 사치스러운 기준이지.”
“그렇다면?”
“왕국 1등을 가리는 게 아니야.”
바이칼은 스카우트로서의 희열을 느꼈다.
“왕국 역사를 통틀어서 1등을 가리는 것이다.”
완벽한 혼돈 속에서 스카우트의 이목은 대자연체에 가까운 네이드를 상대로 누가 얼마나 버틸 수 있느냐에 집중되었다.
‘피할 수 있어! 더 싸울 수 있다!’
왼쪽 다리에서 불꽃을 토해 낸 리차드가 하늘로 날아올라 네이드를 내려다보았다.
전뇌 회로가 동선을 예측하고 빙결의 마정탄이 날카로운 빙탄을 연사하는 것과 동시에 네이드가 사라졌다.
-경고! 프레임 이탈!
초당 백스무 장을 찍어 낼 수 있는 렌즈의 포착 순간보다 더 빠르게 사라지자 리차드가 이를 악물고 왼발의 추진력을 가동했다.
“젠장!”
하늘에서 나타난 네이드의 손끝이 리차드를 아깝게 놓쳤으나 어차피 보고서 피한 게 아니었다.
“흐읍!”
어느새 네이드는 에이미를 공격하고 있었고 다음 순간에는 이루키, 단테, 시로네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자연은 공평하다는 건가?”
어떠한 계산도 없이 그저 전기장에 포착된 적을 말살하려는 의지만이 남아 있었다.
‘이대로는 당한다!’
파스칼을 발동한 단테는 3차원 입방면체를 모조리 공간 이동 마법진으로 변환시켰다.
‘괴물 같은 놈!’
단테에게 달려든 네이드가 공간 이동 마법진으로 들어가자 굵은 전기 다발이 이동 좌표를 모조리 점유하면서 빛으로 타올랐다.
“크으으으!”
파스칼이 깨질 정도의 정보량에 단테가 이를 악무는 그때, 네이드가 마법진을 탈출하여 에이미에게 쇄도했다.
‘삼매진화!’
삼매경에서 다시 의식을 관통하자 솜털의 개수까지 셀 수 있을 것 같은 예민함이 전신을 감싸면서 피부가 벗겨진 것처럼 세상이 또렷해졌다.
“아욱!”
전격이 그녀의 코끝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가고, 곧바로 네이드가 사라졌다.
‘나에게 오지 마라!’
모두가 똑같은 생각을 하는 가운데 네이드가 시로네에게 치달렸다.
‘시로네가 탈락……!’
시불상폭매를 발동한 그가 상체를 치켜들자 네이드가 우회하여 리차드를 노렸다.
‘할 리가 없지! 제기랄!’
-경고! 프레임 이탈!
리차드가 제트의 힘으로 물러나는 와중에 네이드의 얼굴이 불쑥 눈앞으로 다가왔다.
‘어라? 나 지금 엄청난 속도로 날고 있는데?’
어째서 네이드가 계속 앞에 있는 것일까?
초당 백스무 장을 찍어 내는 프레임 중 마지막 한 컷에 주먹이 포착되었다.
다음 순간 세상이 통째로 회전하면서 리차드의 기계장치가 꺼졌다.
-아인카 리차드. 졸업 최종 순위 6위 확정. 남은 참가자 수는 5명입니다.
최종 5인에 들어간 것은 최종 10인에 들어갔을 때하고는 또 다른 기분이었다.
‘이제부터 상위권이다.’
네이드를 상대하는 네 사람은 초월적인 전격을 피하는 와중에도 순위 싸움을 전개했다.
‘이번엔 나냐?’
네이드가 시로네를 지나쳐서 돌진해 오자 이루키의 눈에 전기가 튀었다.
‘오버 드라이브!’
서번트의 두뇌가 네이드의 모든 가능성을 분석하고 있으나 그럼에도 시간에 맞추기가 빠듯했다.
“크윽!”
황급히 몸을 날린 이루키의 곁을 네이드가 손톱을 휘두른 자세로 지나갔다.
‘제길! 오래 못 버티겠는데?’
그때 네이드가 땅을 밟으며 정지하더니 다시 이루키에게 돌진했다.
‘왜 나만 두 번이야!’
시험이 끝나면 반드시 따져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억울한 상황이었다.
“아우, 진짜!”
벌러덩 드러누운 이루키의 얼굴 위로 눈이 멀 정도로 강렬한 네이드의 전격이 지나갔다.
‘너는 이따가 두고 보자.’
이루키가 황급히 상체를 일으켜 세우는 그때, 단테의 직렬 마법진 백도가 자신을 겨누고 있는 게 보였다.
“네이드만 적이 아니지.”
“빌어먹을……!”
단테의 파스칼에 스피릿 존을 찔러 넣은 이루키가 캔슬레이션을 시도했으나 여전히 철벽과도 같은 암호가 걸려 있었다.
‘시간에 맞출 수 없어!’
화염이 백도의 앞에 장착되는 순간 알비노가 말했다.
“생각하지 마.”
마법진의 터널을 관통하면서 증폭된 화염이 포구를 통과하려는 순간.
“뭐야?”
캔슬레이션이 파스칼을 해체시켰다.
“너는 기계가 아니다, 이루키.”
100퍼센트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수이지만 가장 효율적인 수는 아니다.
“인간이 무언가를 하기 위해 필요한 확률은 50퍼센트만으로 충분하다. 확률이 아닌 너 자신을, 너에게 주어진 삶을 믿는 거야.”
때려 맞힌 것도 아니고 완벽한 계산도 아니었다.
다만 어떤 확률의 확률 속에서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한 시점에 승부를 걸었고, 그 시점에서 이루키의 미래 또한 기존의 한계를 깨트리고 무한의 가능성으로 확장되기 시작했다.
‘직관이라고? 어울리지 않게…….’
예상치도 못한 상황에 단테가 당황하는 사이 에이미가 뛰어올라 이프리트의 주먹을 휘둘렀다.
“네이드와 이루키만 적이 아니지.”
“푸우.”
에이미를 바라보며 단테가 머리카락을 입으로 불었다.
이미 전지를 간파당한 이상 마법 자체가 불가능했고, 화염이 그를 강타하면서 이천번 팔찌에 불이 들어왔다.
-에어하인 단테. 졸업 최종 순위 5위 확정. 남은 참가자 수는 4명입니다.
‘됐다! 거의 다 왔어!’
에이미, 이루키, 시로네의 눈빛이 전보다 강렬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