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565
“크아아아아!”
숫자가 줄어든 만큼 네이드를 상대해야 하는 횟수는 늘어났으나 삼매진화, 오버 드라이브, 시불상폭매의 능력이 십분 발휘되면서 혼돈의 전장은 마침내 새로운 시스템을 이루기 시작했다.
‘우리 진짜 미쳤다! 이렇게 빠른데 아무도 탈락을 안 해!’
삼매진화가 지속되면서 에이미는 수천 개의 바늘이 몸을 찌르는 듯한 통증을 느꼈으나 그 통증이야말로 생존의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여의치 않은 네이드가 이번에는 이루키를 노렸으나 직관이 추가된 오버 드라이브는 전보다 월등히 높은 효율을 보이고 있었다.
‘불안하다.’
100퍼센트의 확률이 아니기에 다음 순간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기분은 최고야!’
처음으로 살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엄청난 속도로 기폭 방정식이 연산되면서 네이드의 몸을 두들겼다.
‘넌 좀 맞아야 돼.’
몇 번은 불발로 끝났지만 일단 폭발한 아토믹 봄의 위력은 전과 비교가 되지 않았다.
이어서 좌우에서 파이어 스트라이크와 포톤 캐논이 동시에 날아들었다.
“네이드의 마력 수치, 현재 12억 1천만 매지클입니다. 엄청나게 떨어뜨렸어요.”
“하지만 여전히 의미는 없어.”
말 그대로 네이드는 난공불락의 요새였고, 그렇게 20분이 지나자 세 사람의 피로도가 한계치에 달했다.
‘저거 진짜 얄밉네, 시불상폭매.’
그나마 시로네가 안정적인 상태로 회피하는 가운데 졸업 시험은 에이미와 이루키의 생존 구도로 넘어갔다.
‘조금만 더 버티면 돼.’
어차피 이루키도 100퍼센트가 아니기에 시간을 끌수록 유리한 쪽은 에이미였다.
‘하지만…….’
삼매진화의 감각이 적응되기 시작하면서 기민함이 떨어지고 있는 게 느껴졌다.
‘이대로 끝날 수는 없어.’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는 법이었고, 에이미는 최후의 방법을 시도했다.
‘네이드를 탈락시키면 되는 거잖아!’
엘리자베스가 포지션을 파괴하고 돌진하는 에이미를 주목했다.
“승부를 거는군요.”
“좋은 판단이다. 내 생각에도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어.”
스파크 마법을 연속으로 시전하며 귀신처럼 다가오는 네이드를 향해 에이미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아무리 대단한 마법이라도 그 마법을 시전하는 육체는 결국 인간이기에 스키마는 위력적인 것이다.
‘나를 공격하는 순간이 기회다!’
그럼에도 몸에 닿는 순간 회피해 버리는 네이드를 타격하려면 카운터의 카운터, 그 카운터의 카운터 정도의 순간 포착이 필요했다.
‘자기상 기억!’
에이미에게 바짝 다가온 네이드가 손톱을 휘두르고.
“크윽!”
사상 최대의 속도로 홍안을 번뜩인 에이미가 허리를 뒤틀며 주먹을 휘둘렀다.
‘임전무퇴. 죽음 너머에서 삶을 찾는다는 것인가?’
바이칼이 숨을 멈추고 지켜보는 가운데.
‘이걸로 끝이다, 이 자식아!’
에이미의 주먹이 정확히 네이드의 턱을 강타했다.
마지막 관문 (1)
네이드의 턱이 주먹에 걸리는 순간 에이미는 직감했다.
‘제대로 들어갔다!’
그 짧은 순간에도 온 힘을 다해 허리를 뒤틀자 네이드의 고개가 돌아가면서 몸이 핑그르르 돌았다.
“크으으으으!”
네이드가 평생의 분노를 개방한 만큼이나 에이미의 주먹에도 수많은 시간이 함축된 필살의 각오가 담겨 있었다.
“마력 수치가……!”
엘리자베스의 망막에 떠 있는 백분율 수치가 스포이트로 물을 빼는 만큼이나 빠르게 줄어들었다.
12억 매지클이라는 점을 상기하면 소름이 돋는 속도였다.
백분율 수치가 3퍼센트 이하로 떨어질 때는 정말로 끝이라고 생각했다.
“으아아아!”
하지만 네이드는 의식을 잃지 않았다.
그 이유를 짐작한 바이칼이 처음으로 감정을 드러내며 안타까운 표정으로 무릎을 내리쳤다.
“전기의 반응 속도.”
에이미의 타격은 분명 충격을 전달했으나, 충격파가 전해지는 속도보다도 더 빠른 반사 신경으로 몸을 뒤틀어 위력을 상쇄시켜 버린 것이다.
에이미가 주먹을 내지른 자세로 한 걸음 나아가자 회전하는 네이드의 몸에서 전기가 피어올랐다.
너무나 멋진 발상이었고 한순간이나마 희망의 빛을 봤기에, 바이칼은 입술을 깨물 수밖에 없었다.
‘완벽에 가까웠다.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에이미!’
이미 인간의 감각을 초월한 카운터였지만 그래도 조금만 더 깊게 들어갔더라면.
0.1밀리미터만 더 내밀 수 있었다면 마력동화의 괴물을 쓰러뜨린 초유의 결과가 나왔을 터였다.
“크아아아아!”
괴성을 내지르며 강력한 전기를 방출하는 네이드를 바라보며 에이미가 한숨을 내쉬었다.
‘정신 좀 차려, 멍청아.’
동시에 막대한 안티매직이 정신을 강타했다.
-카르미스 에이미. 졸업 최종 순위 4위 확정. 남은 참가자 수는 3명입니다.
에이미가 앞으로 고꾸라지고, 전기를 방출한 네이드가 하늘을 바라보며 그녀의 옆에 쓰러졌다.
하지만 정신력이 약해진 것은 네이드도 마찬가지였다.
“마력 수치는?”
“400만 매지클입니다.”
“엄청나게 떨어졌군. 의식이 끊어지기 직전이었어.”
“네. 하지만 혼미한 상태에서조차 400만 매지클이라는 것 자체가 비정상적인 거겠죠.”
저마다 다른 위치에서 숨을 헐떡이던 시로네와 이루키는 쓰러진 네이드를 보며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냥 자라. 제발 그냥 자.’
그때 네이드의 몸에 푸른 전기가 휘감겼다.
의식이 돌아오면서 마력동화가 만개하는 것이었고, 상승 수치 또한 가히 기괴할 정도였다.
“2천만, 5천만, 1억 매지클을 돌파하고 있습니다.”
“……뭔가 좀 이상한데?”
네이드를 휘감은 전격이 하늘로 치솟더니 거대한 인간의 형체를 이루었다.
까아아아아앙!
전기가 만들어 낸 음파는 콜로세움 전체를 뒤흔들었고, 모두가 귀를 틀어막았다.
“크윽! 뭐야!”
-전부 죽어 버려! 사라져 버려!
“의식이 마력으로 구현된 것인가?”
소리를 내지를 때마다 확장되는 전기의 거인은 뇌신이라 부를 만큼 압도적인 자태를 자랑했다.
-내가…….
뇌신이 두 팔을 교차하더니 가장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에에에에!
전기 다발이 사방으로 퍼지고, 관객석의 앞에 투명한 벽이 세워진 듯 이천번 영역의 끝을 문질러 대기 시작했다.
“이, 이런……!”
창백해진 관객들은 눈조차 깜박이지 못하고 바로 앞에서 퍼지고 있는 청백의 전류를 바라보았다.
그 하나하나가 네이드의 얼굴이었고, 일그러진 표정을 짓고 있었다.
-대답해! 왜 불행해야 하지? 왜 나만 모든 걸 짊어져야 하지?
전기적 형태로 아른거리는 네이드의 얼굴을 바라보던 볼룸이 아내를 돌아보았다.
보통 사람이라면 겁에 질려야 마땅하지만 테리아는 네이드와 똑같은 분노의 얼굴을 드러내고 있었다.
-대답하란 말이야!
전격이 집중되면서 거대한 입을 벌리고 음성을 토해 내자 테리아가 소리쳤다.
“한심하니까!”
관객들이 전부 그녀를 돌아보았다.
“여보.”
볼룸이 만류했으나 이미 분노한 그녀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죽음밖에 없었다.
“이게 무슨 어리광이야! 엄마도 최선을 다했어! 네가 해 달라는 건 다 해 줬잖아! 없는 살림에 마법학교도 보내 줬어! 그래서 너도 시험을 치를 수 있는 거야!”
-내 성공을 바란 게 아니야!
“헛소리하지 마! 세상에 자식이 실패하기를 바라는 부모가 어디 있어! 그게 그렇게 짜증 나니? 네가 엄마를 불쌍하게 여겼다면 어떻게 이럴 수 있어!”
난데없는 모자간의 말싸움에 관객들이 수군거렸다.
“웨스트 가문. 몰락했다는 말은 들었지만 정말 많이 망가졌네요.”
“남의 가정사야. 괜히 나서지 말고 가만히 있어.”
이성을 잃은 테리아가 소리쳤다.
“너만 사는 게 괴로운 줄 알아? 엄마도 살기 싫어! 너 뒷바라지하는 것도, 네 아빠도 지긋지긋해 죽겠다고!”
-왜…… 나 버렸어?
여태까지의 천둥에 비하면 작은 울림이었으나 테리아가 처음으로 입을 다물었다.
“그건, 그 상황에서는…….”
-미안하다는 말도 하지 않았잖아.
“내가 잘못한 일이니? 나도 그것 때문에…….”
-말해 줄까, 그날 무슨 일을 당했는지?
테리아의 몸이 부들거렸다.
네이드의 몸에 새겨진 수많은 화상의 흉터를 봤음에도 한 번도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묻지 않았던 그녀다.
“듣고 싶지 않아. 이미 끝난 일이야.”
투명한 벽에 번지는 네이드의 얼굴에서 눈물처럼 전기가 흘러내렸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이미 끝난 일이고 돌이킬 수도 없지. 그러니까…….
얼굴이 물러나면서 전기가 네이드에게 되돌아갔다.
-거기서 똑똑히 봐, 내가 어떤 괴물이 되었는지.
뇌신의 형상 아래에 꼭두각시처럼 힘없이 늘어져 있던 네이드가 눈을 떴다.
“시로네. 이루키.”
뇌신이 아닌 네이드의 입에서 목소리가 나왔다.
“미안하지만, 이겨야겠다.”
마력동화를 통제했음에도 네이드의 얼굴은 차갑기만 했다.
“처음부터 그러라고 했잖아.”
시로네와 이루키는 서운해하지 않았다.
배신이든 뭐든, 그가 스스로 판단하고 내린 결론이라면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는 게 졸업 시험이었다.
“마력 수치, 2억 4천만입니다.”
아타락시아 육탄계보다 더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그 전의 난폭함에 비하면 오히려 인간적인 수치였다.
“가장 강력한 본능과 조금 덜 강력한 이성. 상대하기에 어느 것이 더 최악일 것 같나?”
엘리자베스는 대답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시로네와 이루키, 네이드는 각자 콜로세움의 중심을 기준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삼각 구도.
어느 누구도 먼저 행동할 수 없는 완벽한 밸런스가 전장의 공기를 무겁게 가라앉혔다.
“어라? 그러고 보니 최종 3인 말이야.”
마크가 말했다.
“초자연 심령과학 연구회잖아?”
“어머, 그러네. 1위부터 3위까지.”
교사들도 복잡한 심정이었다.
“어휴, 저 사고뭉치들.”
고급반 시절부터 온갖 사고를 저질렀던 삼총사의 만행을 떠올린 시이나가 투덜거렸다.
“마지막까지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어.”
“참 독특한 아이들이었어요. 괴짜들이지만, 순수했다고 할까. 머리가 지끈거릴 때도 많았지만 막상 품 안에서 떠나보낸다고 생각하니 서운하네요.”
에텔라의 말에 시이나도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평생 잊히지 않을 제자들이기는 하죠.”
거대한 콜로세움을 한 바퀴 돌고 나서야 세 사람이 저마다의 전략을 확립했다.
‘아타락시아.’
시로네의 눈앞에 오색찬란한 마법진이 집적되자 스카우트석이 술렁거렸다.
“곧바로 승부를 거는군요.”
“아마도 그렇겠지. 차후를 염두하고 싸우면 오히려 탈락하는 구도야. 최강의 패를 낼 수밖에 없어.”
‘뉴클리어 퓨전.’
동시에 이루키가 사상 초유의 위력을 담은 기폭 방정식을 끌어 올리기 시작했다.
가장 좋은 건 두 사람을 동시에 탈락시키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콜로세움 전체를 장악할 정도의 폭발이 필요했다.
‘똑똑히 지켜봐, 당신이 망가뜨린 아들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네이드의 뇌신이 구체로 압축되면서 백색의 뇌전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졸업 시험도, 마법사도, 부귀영화도, 모든 걸 파괴시킬 생각이었다.
그리고 테리아에게 말하리라.
당신이 가질 수 있었던 모든 것들이 지금 이 순간 영원히 사라져 버렸다고.
뇌전의 구체가 신물神物처럼 허공에 떠 있는 가운데 관객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수치를 짐작할 수 없는 위력일 테지. 여기서 무조건 탈락자는 나온다.”
이루키는 시로네를 곁눈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