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566
‘애매하네. 차라리 내가 먼저 터뜨릴까?’
하지만 그렇게 되면 시로네와 네이드의 마법이 자신에게 집중될 터였다.
‘가장 좋은 건 네이드가 시로네를 공격하고 내가 두 사람을 전부 날리는 것. 그러면 끝나는 거지.’
생각이 끝나자마자 네이드의 뇌전이 2개로 갈라졌다.
“하여튼.”
이루키가 썩은 미소를 지었다.
‘너무 친한 것도 문제라니까.’
네이드의 대응을 예상하고 있는 건 시로네도 마찬가지였다.
‘됐다. 네이드가 이루키를 견제하면 나도 이루키를 공격하면 돼. 그러고 나서 네이드의 공격을 피한다.’
네이드가 쏘는 전격의 속도는 상상을 초월하겠지만 시불상폭매라면 충분히 피할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건 타이밍.’
과연 누가 먼저 움직일 것인가?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네이드의 기질이 뒤틀리고.
‘네이드다!’
남은 두 사람이 반응하는 순간 2개의 뇌전이 전부 시로네를 향해 날아들었다.
‘쳇, 역시 생각대로는 안 움직여.’
두 사람을 동시에 노리는 척하면서 사실은 시로네를 먼저 탈락시키는 전술.
덜 강한 이성이 무서운 이유였다.
‘그렇다면……!’
아타락시아를 통과한 거대한 섬광이 뇌전을 집어삼킨 채로 이루키 쪽을 향해 회전하고, 예상대로 스파크 마법을 시전한 네이드가 이루키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크크, 멍청아. 내가 널 모르겠냐? 그래도 덕분에…….’
이루키의 입꼬리가 한껏 치켜 올라갔다.
‘즐거운 학창 시절이었다!’
뉴클리어 퓨전!
콜로세움의 중심에서부터 무지막지한 폭발이 일어나며 콜로세움 전체를 휩쓸었다.
빛의 밝기로 위력을 짐작한 알비노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저거…… 바보 아냐?”
물고 물리는 심리전에서 이루키가 선택한 최후의 방법은, 자신조차 감당하지 못할 만큼의 폭발로 전부 날려 버리는 것.
‘가히 인간 병기로군.’
폭발의 중심에서 새로운 폭발이 계속 탄생하면서 이천번의 장벽 내부를 가득 채우는 광경만이 스카우트가 볼 수 있는 전부였다.
“현실이었다면 전부 죽었어.”
태양을 눈앞에서 보는 듯한 폭발이 사라지면서 관객들의 시선이 콜로세움 위를 정처 없이 떠돌았다.
세 사람 모두 땅바닥에 쓰러진 채로 미동조차 없자 술렁거림이 파도처럼 흘렀다.
“뭐,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메르코다인 이루키. 졸업 최종 순위 3위 확정. 남은 참가자 수는 2명입니다.
이천번 안내 음성이 들리는 것과 동시에 네이드가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무식한 자식.”
이루키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거야 관점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지. 너도 마음대로 터뜨려. 여기서는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으니까.”
2억이 넘는 마력 수치가 아니었다면 네이드 또한 이루키의 옆에 나란히 누워 있을 터였다.
“……그럴 거야.”
네이드가 멀어지고, 19년의 세월을 주마등처럼 읽어 내려간 이루키가 만족스럽게 웃었다.
“아, 후련~하다.”
관객들이 숨을 죽이며 기다렸으나 이천번 안내 음성은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증폭시킨 질량파로 폭발을 상쇄시켰어. 방어와 공격을 동시에 할 생각이었군.”
“아우, 머리야.”
관객의 시선이 한곳에 집중되었다.
“예전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천천히 땅을 짚고 일어선 시로네가 어깨를 주무르며 투덜거렸다.
“너희들은 정말 감당이 안 돼.”
마지막 관문 (2)
‘네가 제일 감당이 안 돼!’
탈락한 자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을 뒤로한 채, 네이드는 시로네에게 다가갔다.
“미안하다.”
“괜찮아. 최선을 다해서 싸우자.”
“아니. 그런 뜻이 아니야.”
네이드의 몸을 휘감고 있던 전기의 활동성이 떨어지더니 마치 수면을 취하는 듯 반짝거렸다.
마력동화를 완벽하게 통제했다는 것 자체가 기이한 일이었고, 거기에서 발휘되는 위력은 상상을 초월할 터였다.
“너는 축복받은 거다, 시로네.”
시로네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고 싶은 일은 뭐든지 할 수 있었겠지. 실패를 한다고 해서 비난할 사람도 없고, 주위에는 모두 너를 응원해 주는 사람들뿐이었을 거야.”
네이드가 몸을 돌려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알고 있냐? 네가 치열하게 싸우면서 승리의 경험을 차곡차곡 누적시킬 때, 누군가는 그 치열하게 싸울 기회조차 박탈당한 채 고통에 절규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네이드의 걸음이 멈췄다.
“노력? 경험? 고작 그 정도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면, 너는 어리석은 거다.”
네이드는 각오를 끝마쳤다.
“이런 얘기를 하는 이유는, 지금이 아니면 들을 수 없을지도 모르기 때문이야. 나와 싸우면, 너는 죽을 수도 있어.”
세상에 대한 원망이, 그 이름 모를 분노가 커져 가면서 네이드의 마음속에 있는 괴물을 깨웠다.
“포기해라. 마지막 경고야. 너는 나를 이길 수 없어.”
“그래. 내가 포기할게.”
콜로세움이 웅성거렸다.
“그것으로 네 고통이 사라진다면, 네가 행복할 수 있다면 나는 얼마든지 포기할 수 있어.”
네이드는 이를 악물고 고개를 숙였다.
“……그래서 어리석다는 거야.”
스파크 마법으로 순식간에 간격을 좁힌 네이드가 시로네의 눈앞에 손을 내밀었다.
“뿌리가 없다고 그랬지. 하지만 너는 네가 가진 게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모르고 있어. 친구를 위해서라면 졸업 시험 1등 같은 건 아무것도 아니라는 거냐?”
“아니. 나에게도 인생이 걸린 중요한 시험이야. 어쩌면 친구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시로네는 진심이었다.
“친구의 고통보다 더 중요하지는 않아.”
‘이래서 싫었던 거야.’
이래서 시로네와 싸우기가 죽도록 싫었던 것이다.
시로네와 함께 있으면 역겨운 질투심과 세상을 향한 분노가 너무나 선명해지는 것 같아서.
“헛소리 지껄이지 마!”
네이드에게 얼굴을 강타당한 시로네가 빙글 돌더니 바닥에 쓰러졌다.
“넌 언제나 그런 식이야! 그렇게 말하면 내가 감동이라도 받을 것 같아? 세상이 마음먹은 대로 다 되는 줄 아냐고!”
“마음만 먹는다면 뭐든지 할 수 있는 거야!”
두 팔로 땅을 짚은 시로네가 일어나며 소리쳤다.
“그러니 최선을 다해 싸워! 그깟 분노 때문에 네 인생을 망치지 말란 말이야!”
“그깟 분노?”
이성이 끊어지는 소리를 들은 네이드의 몸에서 폭발적으로 전력이 차오르더니 뇌신의 형상으로 솟구쳤다.
“그깟 분노라고!”
까아아아아아!
전기적인 굉음이 터지면서 관객들이 귀를 막았다.
-전부 죽여 버리겠다!
네이드의 증오가 마력동화를 통해 구현되자 시로네 또한 화신술을 발동해 맞받아쳤다.
콜로세움을 가득 채운 뇌신과 광천사가 충돌하는 순간 온갖 시뮬레이션 수치들이 분석관의 뇌리에서 널뛰었다.
“비슷하지만, 다르네요.”
빛과 전기.
각자의 성향을 그대로 투영하는 현란한 마법 전투에, 관객들은 물론 스카우트들까지 넋을 잃었다.
뇌신의 적의는 광천사조차도 한 수 접어줄 수밖에 없을 정도로 난폭했으나, 리즈에게는 포효에 담긴 네이드의 비명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네이드, 희망을 잃어서는 안 돼.’
마력동화를 완벽하게 통제했다는 것 자체가 역사상 유래가 없는 천재성을 보여 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시로네처럼 빛나지 않는다.
-전부 죽어 버려! 친구도, 가족도, 인간들도, 전부 다 내 눈앞에서 사라져 버려!
“내가 그렇게 내버려 두지 않아!”
콜로세움의 끝까지 물러선 시로네가 두 발을 땅에 고정시키고 퀀텀 슈퍼포지션을 발동했다.
“나는 마법사가 될 거다!”
300중첩의 포톤 캐논이 유성우처럼 콜로세움을 폭격하고.
-마법사 따위……!
네이드가 피눈물을 흘리며 전격을 방출했다.
“나는 괴물이다아아아아!”
빗발치는 섬광 사이를 빠져나온 네이드의 얼굴을 본 순간 시로네의 눈에서도 눈물이 글썽거렸다.
‘아니야, 네이드. 너는 괴물이 아니야.’
스스로를 괴물이라 칭하는 네이드의 절규에 관객들이 숨을 죽이는 가운데 바이칼이 입을 열었다.
“정상적으로 교육을 받았더라면.”
모두의 격려와 응원 속에서 최선을 다해 마법을 갈고닦을 기회가 주어졌더라면.
“결국 언젠가 도달했을 재능.”
누가 네이드를 괴물로 만들었는가?
‘미안하다, 네이드.’
볼룸은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것 같아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아니야.”
반면에 테리아는 여전히 무서운 눈을 치켜뜨고 아들의 고통을 끝까지 부정했다.
“내 잘못이 아니야.”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붕괴된 뇌신이 네이드의 증오를 투영하며 거대한 전기적 그물을 형성했다.
“항상 밝은 아이인 줄 알았는데.”
올리비아의 말에 알페아스가 씁쓸하게 웃었다.
“어릴 때는 꼭 그렇지도 않았지. 잘 이겨 냈어. 마력동화를 끌어안은 채로 정상적인 생활을 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야.”
“안타까운 일이야.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아니. 나는 끝나지 않았다고 믿고 싶어.”
알페아스는 포기하지 않았다.
“화를 내는 게 귀찮아질 때, 인간은 어른이 된다. 하지만 청춘은 타협을 모르지. 분노하고 있다는 것은 여전히 마음속에 갈망이 남아 있다는 뜻이야.”
삶에 일말의 오점도 없기를 바라는 청춘의 순혈주의.
그렇기에 인생의 대부분을 증오로 망쳐 버린 네이드는 지금 더 아픈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괴물이다아아아!
콜로세움에 가득 찬 전하의 움직임만으로도 시로네의 정신력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었다.
‘크윽! 진짜 엄청난 마력이다!’
-누가 내 분노를 이해할 수 있는가!
도적단에게 붙잡힌 어린 네이드는 손과 발이 묶인 상태에서 가시가 박힌 구덩이 위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어야 했다.
오직 밧줄 하나를 이빨로 깨문 채 고문을 당한 그의 정신은 조금씩 미쳐 가고 있었다.
조롱의 목소리마저 들리지 않을 무렵, 반쯤 의식을 잃은 네이드는 망망대해를 헤엄치는 꿈을 꾸었다.
저 멀리 육지가 보이지만 아무리 손발을 허우적거려도 조금도 전진할 수 없는 끔찍한 악몽.
-네이드. 네이드.
네이드의 무의식에 갇혀 있던 당시의 악몽이, 뇌신의 몸을 통해 다시금 드러나기 시작했다.
-나를 구해 줘, 네이드.
수면 위로 물귀신처럼 올라온 테리아가 네이드의 등을 타고 아래로 짓눌렀다.
‘헤엄쳐요! 같이 가요, 엄마!’
-나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그러니 네가 날 구해 줘.
‘힘들어서 못 하겠어요!’
-너는 힘들어도 괜찮아. 내가 행복해야 하니까. 내가 행복한 게 가장 기분 좋으니까.
“흐으으으!”
마치 지금도 밧줄을 깨물고 있는 것처럼, 네이드는 어금니가 부러지도록 턱을 다물었다.
‘살고 싶어! 나도 살고 싶단 말이야!’
-그래. 그러니까 계속 헤엄쳐! 나를 구해 줘.
‘더 이상은 싫어! 난 헤엄치지 않을 거야!’
-그럼 같이 죽는 거야. 네 인생도 끝나는 거야.
“으아아아아!”
돌아오지 않는 부모를 기다리며 네이드는 입에 문 밧줄을 놓아 버리고 싶었다.
정말로…… 놓아 버리고 싶었다.
“네가 뭘 알아!”
시로네는 모를 것이다.
썩은 뿌리를 잘라 내지 못한 채 평생을 살아야 하는 것이 어떠한 고통인지.
“어떻게 알겠냔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