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650
“웨폰은 화이트블랙의 달빛에 강하게 반사돼요.”
산속을 뒤지며 카이가 말했다.
“일반적인 빛에는 반사되지 않지만요. 어쨌든 달빛이 있는 곳으로 가면 한두 개는 주울 수 있을 거예요.”
아는 것이 많은 카이는 전투력이 없더라도 시로네에게 도움을 주고 있었다.
달빛을 따라 나아가자 초록색의 잔디 사이에서 별처럼 반짝이는 카드가 보였다.
“웨폰이다!”
카이는 빠르게 달려갔으나 카드를 집으려다 말고 시로네의 눈치를 보았다.
“아, 죄송해요. 하지만 웨폰은 양도가 되니까…….”
시로네에게 목숨을 의지하고 있는 입장에서 카드를 선뜻 확인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괜찮아. 네가 주워서 확인해 봐.”
이미 마법으로 몸을 지킬 수 있는 시로네였기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카드가 아니라면 양보할 생각이었다.
허락이 떨어지자 카이의 눈에 보물찾기를 하는 어린아이의 기대감이 담겼다.
“아, 아깝다. 이거보다 더 좋은 거 있는데.”
“왜 그래? 안 좋은 거야?”
“쓰레기는 아니에요. 직접 보세요.”
직업 카드와 크기가 똑같았고, 중단에 투박한 원형의 방패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낡은 구리 방패. D등급.’
낡은 구리 방패.
설명 : 제련 기술이 발전하기 전에는 구리를 주조해 방패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효과 : 대미지 10퍼센트 감소.
“가지고만 있으면 대미지가 감소되는 거야?”
“네. 화이트블랙의 율법이 그렇게 만들어 주거든요. 방패 카드 중에서 제일 자주 나오는 거예요. 고급 구리 방패였으면 좋았을 텐데. C등급인 데다가 20퍼센트 감소거든요.”
“그래도 이게 어디야. 네가 가지고 있으면 되겠다.”
다른 방패 카드를 여러 장 모으면 시로네가 안심할 수준의 방어력은 생길 터였다.
카이가 손가락을 좌우로 흔들었다.
“어차피 가지고 있어도 큰 도움은 되지 않아요. 10퍼센트 대미지 감소는 있으나 마나거든요. 아까 무력폭탄 보셨잖아요. 그거 고작 B등급 카드예요.”
“그럼 어떻게 하려고?”
“마술사의 특수 능력을 이용하는 거죠. 매직 카드. 이걸 S급으로 바꿔서 다른 참가자들의 카드와 교환하는 거예요.”
“그런 경우도 있어?”
“많죠. 같은 구역끼리는 빈번하고, 시험이 끝나 갈 무렵에는 적들하고 교환을 하기도 해요. 어쨌든 자신은 살아남아야 승리도 하는 거니까요.”
이미 많은 예행연습을 한 베테랑의 말이었다.
“매직 카드 발동!”
카이가 손을 번쩍 쳐들고 외치자 낡은 구리 방패 카드가 반짝 빛나더니 S등급으로 변했다.
심폐소생술(소모).
설명 : 최선을 다하면 하늘이 도울 것입니다.
효과 : 화이트블랙에 참가한 사람 중 이미 죽은 대상을 부활시킬 수 있습니다.
단, 자신에게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짜잔. 이게 바로 가장 인기가 좋은 심폐소생술 카드예요. 동료를 한 번 부활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이걸 가진 쪽은 전투력이 월등히 상승하죠. 팀 단위로 거래하면 동급 카드 몇 장과도 교환이 가능할걸요.”
“부활의 율법이라면 그렇겠지. 하지만 그건 마술로 만든 거잖아. 결국 효과는 낡은 구리 방패야.”
카이가 간절한 표정으로 부탁했다.
“저 혼자는 절대로 못해요. 거래고 뭐고, 죽여서 뺏으려고 들 게 분명하거든요. 하지만 형이 서포트해 준다면 이걸로 상급 카드를 대량으로 얻어 볼게요.”
‘영악하기는…….’
아무리 어려도 블랙은 블랙이었다.
우리가 사는 세계 (3)
카이가 신호탄을 쏘아 올리자 산의 저편에서 똑같은 빛을 내는 신호탄이 응답했다.
껍데기만 남은 신호탄을 땅속에 묻으며 카이가 말했다.
“헤헤, 그래도 같은 편이라고 신호탄은 줬네요. 어쩌면…… 상황이 달라져서 죽일 수밖에 없었는지도 몰라요.”
카이를 속이려면 다른 블랙의 참가자들과 같이 신호탄을 지급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은 거겠지.’
시로네는 굳이 생각을 밝히지 않았다.
마술사의 특수 능력으로 고급 카드와 교환하려는 판단을 내린 것만 봐도 이미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괜찮겠어? 같은 블랙 팀끼리 속임수를 쓰면 최종 승부에서 위험할 텐데.”
“아무도…… 제 목숨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아요.”
카이가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블랙의 촌장님은 알아서 살아가라고 그랬어요. 죽어도 상관없다고 그랬어요.”
블랙은 적자생존의 세계였다.
“블랙 구역에서는 필요가 없으면 죽어야 돼요. 하지만 형은 살려 줬잖아요. 같은 편이 되려면 저도 뭔가를 해야 돼요. 제가 고급 카드를 모아 올게요.”
화이트라면 투표로 결정했을 것이다.
‘합리적인 것은 언제나 옳지만…….’
살아남기 위해서 발버둥 치는 아이의 간절함 또한 틀렸다고 할 수는 없었다.
‘카이는 화이트로 갈 수 없어. 그렇다면 나도 블랙에서 승부를 내야 한다.’
20분 정도를 기다리자 블랙 참가자들 3명이 수풀을 헤치며 모습을 드러냈다.
피아 식별이 가능한 거리까지만 접근한 그들이 사위를 살피더니 카이를 보고 웃음기를 머금었다.
“이야, 카이. 제대로 한 건 해냈는데?”
살기가 여실히 느껴지는 말에 카이가 뒤로 주춤 물러서는데 블랙 팀의 리더가 동료들을 말렸다.
“잠깐 기다려. 1명 더 있다.”
가급적 전투는 피하고 싶었기에 시로네는 그들이 볼 수 있는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파로아를 탈락시킨 놈이야.”
화이트블랙의 율법이 끝나기 전까지는 어떤 경우에도 사망을 단정 지을 수 없었다.
“카이! 감히 우리를 속여!”
블랙 팀의 일원이 카드를 꺼내는 것과 동시에 카이가 두 손을 세차게 흔들었다.
“아니에요! 구도자예요! 지금은 우리 팀이라고요!”
“구도자?”
블랙 팀이 되묻자 시로네가 직업 카드를 꺼내 들고 카이의 옆으로 다가갔다.
“나는 율법을 선택할 수 있어. 그리고 지금은 블랙 팀이야. 카이가 무사한 이상 바꿀 생각도 없고.”
곧이곧대로 믿기에는 어려운 말이지만 화이트 구역의 오지랖은 질리도록 경험한 그들이었다.
“흥, 위선자들 같으니라고. 여전히 투표나 하면서 살고 있나? 어이, 가서 확인해 봐.”
경계하며 다가온 블랙 팀의 일원이 구도자 카드를 확인하고 똑같은 동작으로 물러섰다.
“확실해. 현재는 블랙 팀이다.”
“흐음, 구도자라. 마법사라고 생각했는데.”
어쨌거나 무력폭탄을 회피하고 파로아를 탈락시킨 실력자가 블랙에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었다.
“그래서…… 어떤 카드를 거래할 거지?”
카이가 능청스럽게 S등급 카드를 들어 보였다.
“우리가 얻은 심폐소생술이에요. S급 카드 두 장이나 A급 카드 네 장과 교환하고 싶어요.”
“심폐소생술?”
확실히 대단한 가치를 지닌 카드였기에 블랙 팀에서도 눈빛부터 달라졌다.
“어떻게 얻었지?”
시로네가 말했다.
“내가 얻었어. 짐작하고 있겠지만 나는 마법사다. 화이트블랙의 율법이 없이도 마법을 사용할 수 있어.”
사실이라면 이번 생존 시험의 승패는 이미 블랙 쪽으로 기운 셈이지만 구도자라는 사실이 걸렸다.
‘젠장! 화이트 쪽에 마법사가 있었다고?’
화이트블랙의 인구수는 적은 편이지만 스피릿 존을 깨달은 자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어째서 화이트에 있었지? 이미 초토화를 시키고 블랙으로 넘어와야 정상인데.”
“그건 내가 판단할 일이야. 어차피 이제는 블랙 팀이잖아? 거래, 할 거야, 말 거야?”
블랙 팀이 귓속말을 나누더니 리더가 카드를 꺼내 들고 조금 전보다 가까이 다가왔다.
“S급 한 장과 A급 두 장을 제시하지. 우리는 메디오스의 마도사, 유대 관계, 액트시市 좀비를 가지고 있다.”
카이가 놀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메디오스의 마도사…….”
S급이었고, 전투에서 효과적인 빙의 카드였다.
메디오스의 마도사(빙의)
설명 : 타락한 마법사들은 메디오스에 유배되어 평생을 보낸다고 합니다.
효과 : 60초 동안 강력한 마법을 시전할 수 있습니다. 재사용 대기 시간 360초.
현재 대기 시간 : 0초.
‘저 카드만 있으면…….’
카이에게는 생명 줄과 같은 카드였다.
“잠깐 기다려. 우리가 제시한 건 S급 두 장이나 A급 네 장이야. S급 한 장에 A급 두 장은 셈이 맞지 않잖아?”
“아니, 절대로 손해 보는 거래는 아닐 거야. A급이라도 유대 관계가 있으니까. 카이라면 알고 있을 텐데?”
유대 관계(기능).
설명 : 신뢰는 시간에 비례, 거리에 반비례합니다.
효과 : 보유한 카드의 발동 시간을 2배 늘린다.
효과를 확인한 시로네의 눈이 빛났다.
‘그렇구나. 유대 관계와 조합할 경우에는 메디오스의 마도사의 빙의 시간이 120초로 늘어난다.’
그만큼 심폐소생술의 가치가 높다는 뜻이기도 했다.
액트시市 좀비(소환).
설명 : 액트시에서 발생한 좀비 사태는 돌연변이가 아닌 진화로 판명이 났습니다.
효과 : 20개체. 빠르고 강력하다. 머리를 부수거나, 머리만 빼고 다 부수거나.
특수 능력 : 감염. 물리면 좀비가 된다.
마지막으로 확인한 액트시 좀비도 카이에게 든든한 아군이 되어 줄 터였다.
“어때요, 형? 거래할까요?”
카이의 능청스러운 물음에 시로네도 잠시 고민하는 척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일단 웨폰을 많이 얻는 게 중요하니까.”
“잠깐. 그 전에 확인할 게 있다.”
블랙 팀의 리더가 손을 내밀었다.
“카이의 직업 카드를 보여 줘.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내 직업도 공개하지.”
리더의 직업은 도둑이었고 특수 능력은 소매치기였다.
‘상대가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반경 2미터 안에 들어올 경우 카드 한 장을 강탈하는 능력.’
율법의 작용이라면 기척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지만 어차피 빼앗길 카드도 없었다.
‘문제는 카이.’
마술사의 특수 능력 매직 카드는 오직 한 장의 카드만을 임의의 카드로 바꿀 수 있다.
따라서 낡은 구리 방패를 심폐소생술로 바꾼 지금 직업 카드를 바꿀 여지는 없는 상황이었다.
“뭐 해? 빨리 네 직업 카드도 공개해.”
카이의 웃고 있는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좋아요. 하지만 조건이 있어요. 저하고 둘이서만 확인하는 거예요. 가까이 다가가면 소매치기가 발동할 테니까요.”
카드는 없지만 허세 또한 전술의 일환이기에 카이의 제안은 합당했다.
‘하지만 블랙 팀을 속일 재간은 없을 텐데. 나에게 말하지 않은 전략이 있는 건가?’
카이가 시로네를 돌아보며 말했다.
“걱정하지 말아요. 금방 끝내고 올게요.”
사뭇 어른스럽게 시로네를 안심시킨 카이는 블랙 팀의 리더와 공터 중앙에서 대면했다.
“카드 확인부터 먼저예요.”
“여기 세 장. 이제 네 직업 카드와 심폐소생술을 같이 보여 줘. 반드시 같이 보여 줘야 해.”
“물론이죠. 여기 있어요.”
직업은 마술사였다.
하지만 카드를 눈앞에 내미는 동작이 너무나 태연했기에 리더는 잠시 인지 부조화를 느꼈다.
‘뭐야, 마술사잖아? 어라, 마술사라고?’
심폐소생술은 가짜다.
“이 자식이……!”
뒤늦게 밀려든 분노가 이성을 날리려는 그때, 카이가 리더의 손에 쥔 카드를 빼앗으며 소리쳤다.
“형! 빨리 도망쳐요! 제가 막을게요!”
메디오스의 마도사를 찾은 카이가 카드를 번쩍 치켜들며 소리치려는 그때.
“커억!”
리더의 단도가 카이의 배를 찔렀다.
“빌어먹을 자식이…… 나를 속여?”
“카이!”
시로네가 땅을 박차고 다가오자 카이에게서 카드를 빼앗은 리더가 즉각 메디오스의 마도사를 발동했다.
“매지컬 파이어!”
마도사에 빙의된 리더의 몸에서 푸른 빛이 일렁이더니 거대한 화염구가 하늘에서 떨어졌다.
“발동! 액트시 좀비!”
“그어어어어어!”
20마리의 좀비가 소환되어 엄청난 속도로 시로네를 향해 손톱을 세우고 달려들었다.
“이 자식들이……!”
포톤 캐논이 좀비들의 머리통을 날리는 가운데 블랙 팀의 남은 2명도 전투에 합류했다.
“발동! 생매장의 아우성!”
생매장의 아우성.
설명 : 크바슈트라 마을의 사람들은 미치광이 군주에 의해 생매장당했습니다.
그들의 목소리가 산 자의 발길을 잡습니다.
효과 : 발동 후 2초 동안 상대를 구속.
“우오오오오오!”
땅에서 망자의 환영이 나타나 발목을 붙잡자 사방의 좀비들이 시로네에게 모여들었다.
‘광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