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659
“돌아가자. 이곳에도 라 에너미는 없구나. 마지막 남은 미궁으로 들어가 나네를 제압하겠다.”
그때 안드레 밖에서 찢어질 듯한 파공음이 들렸다.
“뭐지?”
삼보의 무사들이 동시에 몸을 돌렸다.
“밖에도 사람이 있는 것 같군요. 확인할까요?”
문경은 지시를 내리지 못했다.
‘이건 검이 내는 소리다.’
달인 중의 달인이기에 알 수 있는 사실은,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휘둘렸다는 것이다.
“응? 뭐야?”
소리가 들린 직후 묵직함을 느낀 직스가 주머니에서 이미르의 어금니를 빼냈다.
“어이, 이거…….”
묘하게도 전보다 무거워진 기분이 들었다.
“으아아아아!”
급기야는 사람의 힘으로 들 수 없을 정도가 되었고, 직스의 어깨가 빠지면서 쿵 하고 주저앉았다.
“사, 살려 줘! 이거, 이거!”
바닥에 손등을 찍은 채로 비명을 질렀으나 삼보의 어느 누구도 접근하지 못했다.
우득 소리를 내며 직스의 다섯 손가락이 모조리 꺾이더니 이미르의 어금니에 말려들었다.
우득. 우득.
손부터 시작된 뒤틀림이 전신으로 퍼지는 흉악한 광경에 직스가 신음 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그때.
수백 개의 뼈가 모조리 부러지는 소리를 내며 이미르의 어금니 쪽으로 엉겨 붙었다.
사람의 몸통만 했던 살점의 덩어리가 계속 압축되자 성음의 에테르를 통해 파도 소리가 들렸다.
“물러서라! 중력파다!”
우리는 아직 중력의 진짜 의미를 모른다.
‘사람이 구겨질 정도의 질량이라니?’
오감의 존재에게 중력은 질량으로 환산되지만, 일찍이 우주를 꿈꾸는 앙케 라는 이렇게 정의를 내렸다.
-얼마나 맹렬히 존재하는가?
“깨어나고 있습니다! 피해야 합니다!”
이미르의 전투 본능이 깨어나기 전에는 단지 하나의 어금니에 지나지 않았지만.
“닥쳐라! 나는 절대로 도망치지 않는다!”
100억의 인간을 통합시킨 정신이 각성하면서 발산하는 육체의 존재감은…….
“황녀님! 이미르입니다!”
우주의 어떠한 세파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력한 존재감으로 시공간에 못 박혀 있는 것이다.
“누가 나를 깨웠느냐?”
어금니에서 시작된 재생이 얼굴을 이루고, 어깨선을 따라서 빠르게 육체가 재생되었다.
“저, 저것이…….”
성음을 걱정하는 문경조차도 신화 속에 등장하는 자의 자태에 넋을 빼앗겼다.
3미터에 가까운 신장에 넓은 어깨.
듬직한 아래턱에, 그보다 두꺼운 목선을 따라 통나무처럼 굵은 팔뚝을 구부리고 있었다.
거인의 왕, 이미르(어금니).
육체가 재생되면서 중력파는 사라졌으나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주위의 공간이 일렁거리는 기분이었다.
“뭐야, 너희들은?”
상아탑 후보가 둘이나 있는데도 이미르는 관심 없다는 듯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여긴 어디야? 왜 내가 깨어난 거지?”
본체의 일부이기는 하지만 완벽하지는 않기에 육체에 새겨진 기억은 파편적이었다.
이미르가 걸음을 옮기자 쿵 하고 천장이 울렸다.
“흐음.”
삼보의 무사들이 거리를 벌리는 가운데 이미르는 시로네와 성음을 번갈아 살폈다.
“괜찮군. 하지만 재미없는 것들이야.”
아주 오래전에 본체에서 떨어져 나온 어금니이기에 이미르의 육뇌는 시로네에 대한 기억이 없었다.
“그대가 이미르인가?”
가장 먼저 진성음이 발걸음을 옮겼다.
“과연 왕이라는 칭호답게 단단한 모습이로구나. 듣자 하니 100억 명의 인간을 흡수했다고 하던데…….”
이미르의 얼굴이 무섭게 구겨졌다.
“다음 말에 따라서 네 수명이 달라질 것이다.”
듣고 싶지 않은 얘기를 꺼내지만 않는다면, 이미르는 순순히 다시 잠에 빠질 용의가 있었다.
“그 100억 명, 내 앞에 무릎을 꿇을 수 있겠느냐?”
“크크크크.”
이미르의 눈이 뒤집어지고 그의 투기가 차오르면서 미궁의 천장에서 후두두 먼지가 떨어졌다.
“틀렸다.”
삼보의 무사들이 튀어 나갔다.
“죽여! 황녀님을 지켜라!”
제국의 최고 정예답게 속도는 전광석화였으나 이미르와 눈이 마주친 순간 깨달았다.
‘부서진다.’
마음이 먼저 삼보의 머리를 깨부수고.
신적초월-심권.
뒤이어 이미르의 주먹이 사방팔방으로 휘둘리자 삼보 18명의 얼굴이 수박처럼 터져 나갔다.
“크하하하하!”
얼굴 없는 18명의 무사들이 쓰러지는 가운데 이미르의 마음에 강타당하지 않았던 유일한 1명이 있었다.
‘내가 죽인다!’
삼보의 부대장 대석이었다.
“간만에 괜찮은 반응인데?”
이미르가 호탕하게 입가를 찢으며 그를 향해 주먹을 치켜들자 대석이 온 힘을 다해 상체를 젖혔다.
‘맞지 않았어!’
여전히 마음이 멀쩡하다는 게 증거였다.
‘정확히 눈앞에서……!’
초인적인 시력으로 간격을 재고 검을 치켜세우는 그때, 이미르의 주먹이 펑 소리를 내며 정지했다.
“으아아아아!”
엄청난 강풍에 대석의 얼굴 껍질이 밀려나고.
“아아아아아!”
머리카락이 전부 뽑히더니 눈동자가 파열되고 귀가 뜯어져 나갔다.
아아아아.
마침내 비명이 멈추었을 때, 이미르의 앞에는 피부가 사라진 해골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
“대, 대석…….”
문경은 자신과 비슷한 실력을 가진 그의 비참한 말로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몸이 많이 굳었군.”
마치 여태까지는 몸 풀기였다는 듯 이미르가 어깨를 휘휘 돌리더니 성음을 돌아보았다.
“1명이다.”
성음의 어깨가 부르르 떨렸다.
‘육체라고?’
인간은, 생물은 정신이 있기에 위대한 것이 아니었던가?
“황녀님, 자리를 피하십시오. 제가 막겠습니다.”
대석의 죽음을 받아들인 문경이 성음의 삼 보 앞을 가로막으며 검을 치켜들었다.
“도망쳐.”
시로네가 말했다.
“더 이상 희생자를 만들 필요 없어. 도망칠 수 있잖아. 지금 이곳을 빠져나가.”
“결국 말뿐이었나?”
성음이 눈을 가늘게 뜨고 쏘아붙였다.
“싸우겠다는 말도 이길 수 있는 상대에게만 국한되는 것인가? 그래 놓고 나에게 한 걸음을 양보해 달라고?”
“내가 막을 거야.”
1만 9천 명의 시로네는 차치하고라도 리안과 키도가 남아 있는 한 떠날 수 없었다.
“여기는 내 미궁이야. 부하를 데리고 물러나.”
솔직히 말하자면 성음의 능력으로도 이미르에게서 벗어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저 거인을 데려온 것은 나다.”
성음이 문경을 지나쳐 이미르에게 다가갔다.
“내가 책임지겠다.”
“안 돼! 접근하면……!”
시로네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미르가 땅바닥을 내리찍으며 몸을 날렸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지반이 붕괴되고, 이미르의 육체가 무서운 속도로 성음에게 쇄도했다.
에테르 파동-극장.
에테르가 진동하면서 그녀를 중심으로 공간이 물결처럼 밀려나기 시작했다.
“황녀……!”
문경의 목소리가 세상 끝으로 날아가고.
“크하하하!”
이미르의 웃음소리가 짓쳐 들었다.
‘어떻게?’
공간의 파장을 급류로 표현한다면 이미르의 존재감은 급류를 둘로 가르는 바위처럼 맹렬했다.
‘밀어내야 한다!’
이미르의 몸에서 퍼지는 중력파의 파도 소리를 들으며 성음이 입술을 짓깨물었다.
“묘한 기술을 쓰는데.”
이미르의 목소리가 먼 듯 가까운 듯 고무줄처럼 근중원을 떠돌아다녔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부류지.”
진동의 폭은 가히 세상의 끝과 끝.
거리를 측정할 수 없이 흔들리는 이미르 중에서 가장 선두에 있는 자와 눈을 마주친 순간.
성음은 깨달았다.
‘맞았다.’
마음이 먼저 때리고.
‘피할 수 없어.’
찰나가 극한으로 늘어난 시간 속에서 이미르의 주먹이 미간을 향해 느리게 날아들었다.
생물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일격에 성음의 육체는 어떤 식으로도 기능하지 못했다.
‘죽는 건가?’
짧은 순간에 깃들 수 있는 생각은 그것이 전부였고, 마침내 이미르의 주먹이 성음의 일 보를 뚫는 그때.
‘시불상폭매!’
시간파로 공간파를 상충시킨 시로네가 에테르 파동을 역류하며 다가오고 있었다.
‘너까지?’
너도나도 철벽을 넘는 상황에 자존심이 무너진 성음이 이모탈 펑션을 극한으로 확장시켰다.
에테르 파동-초극장.
시로네가 다시 멀어졌으나 이미르만큼은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밀릴 듯 밀리지 않던 주먹이 다시금 대기를 통째로 밀어내며 성음에게 다가왔다.
‘끝이구나.’
무한으로 확장되는 의식 속에서 성음의 자아가 산산조각으로 부서지려는 그때.
시간의 시소가 수평을 되찾기 시작했다.
‘어떻게?’
빛의 속도로 퍼지는 에테르 속에서 엄청난 속도로 거슬러 오는 누군가가 있었다.
‘말도 안 돼……!’
이제는 성음의 고개가 이미르의 주먹보다 빨랐고, 그녀의 눈에 흑백의 마법진을 펼친 시로네가 보였다.
‘발할라 액션!’
1만 9천 명의 시간을 모조리 끌어당긴 시로네가 원인과 결과를 역전시켜 뛰어넘은 것은.
“……,”
진성음의 한 걸음이었다.
‘됐다! 잡았어!’
성음의 허리를 붙잡고 몸을 날리는 것과 동시에 이미르의 주먹이 허공을 가로질렀다.
콰콰콰콰콰콰콰쾅!
풍압이 땅을 모조리 밀어 버리며 전진하더니 동굴의 깊숙한 곳에서 펑 하고 파공음이 터졌다.
이미르의 얼굴이 무섭게 구겨졌다.
“크으으으으!”
심권이 깨진 것이다.
육체 (4)
***
황성 아가노스.
대마법사가 잠들어 있는 3.8층의 관리자가 간도를 따라 우오린의 방으로 들어왔다.
“여황님, 시로네의 채무가 모두 상환되었습니다.”
대답이 돌아오지 않자 관리인이 조심스럽게 눈치를 보며 말을 덧붙였다.
“일말의 채무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우오린의 지시였다.
‘하지만 테라제의 판단은 아닐지도 모른다.’
간도는 그렇게 생각했다.
본래라면 시로네의 채무에 1초의 여지를 남겨 두어 결정적인 순간을 도모해야 마땅했다.
그 대가로 제국에서 뛰어난 대마법사 하나를 영원히 잠재워 두는 것도 아깝지 않았다.
‘무엇이 여황님을 변하게 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