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660
우오린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일렀다.
“알았다. 조만간 보상이 있을 것이야.”
관리인이 화들짝 손사래를 쳤다.
“아닙니다. 소신은 그런 것을 기대하고…….”
“받아. 그동안 고생 많았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관리자의 충심이 아무리 깊어도 세상에서 가장 배포가 큰 우오린의 보상이라면 가슴이 뛰지 않을 수 없었다.
“여황님, 어째서 그런 지시를 내리신 겁니까?”
관리자가 방에서 나가자 간도가 물었다.
제국의 여황이라도 사랑에 빠질 수는 있겠지만, 판단이 흐려지는 것은 테라제에게 어울리지 않았다.
“아무것도 변한 건 없어. 그저 판을 다시 짜는 것뿐이다.”
간도는 아직 모른다.
시로네가 무등룡 카라토르사의 제안을 받아들인 이후 우오린이 어떤 고통 속에서 오늘을 기다렸는지.
‘이곳은 시로네가 사는 세계.’
드디어 만날 수 있다.
“간도, 세상이 바뀔 것이다. 여태까지 우리가 하찮게 여겼던 모든 것들이 우리를 덮칠 것이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마침내 몸을 돌린 우오린이 전에 볼 수 없었던 따스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진정한 대정화기의 시작이다.”
***
허공을 가른 이미르의 주먹이 부르르 울었다.
‘어떻게 된 거지?’
생각의 속도로 심권을 내질러도 그의 육체는 약간의 균열도 없을 만큼 단단하다.
‘심타에 걸리다니.’
하지만 육체의 행위가 결과에 어긋났을 때 생기는 마음의 타격은 상당한 수준이었다.
‘천사의 능력이라고?’
그의 기억에 의하면 조금 전 마법사가 시전했던 마법진은 이카사의 발할라 액션이었다.
성음을 붙잡고 땅을 뒹군 시로네가 인상을 찡그렸다.
“크윽!”
1만 9천 명의 시간을 모조리 끌어들여서 성음의 초극장을 뛰어넘었으나 본체가 받는 충격은 상상을 초월했다.
‘이게 이미르…….’
여태까지 수많은 강적들을 상대했지만 육체의 힘으로 시공간을 뒤틀어 버린 자는 처음이었다.
“황녀님! 괜찮으십니까!”
에테르 파동이 사라지면서 공간이 되돌아오자 문경이 성음의 안위를 살폈다.
“황녀……!”
마침내 눈에 들어온 것은 성음의 위에 엎드리고 있는 시로네의 모습이었다.
‘어, 어떻게……?’
문경이 경악에 잠긴 그때, 성음의 눈꺼풀이 천천히 열렸다.
“으음.”
“정신이 들어? 조금만 늦었으면 큰일 났을 거야.”
이모탈 펑션을 극한으로 개방했을 때의 위험이라면 누구보다 시로네가 잘 알고 있었다.
“응?”
조금 전의 기억을 상기할 겨를도 없이 성음은 비현실적인 광경에 눈을 깜박거렸다.
시로네의 얼굴이 시야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상하다. 왜 이렇게 가깝지?’
시로네의 무게가 피부를 누르고 민망한 자세로 쓰러져 있는 것이 전해지는 순간.
“어? 어어…….”
영롱한 지혜도 차가운 이성도 사라지고, 알 수 없는 충격만이 머릿속에 휘몰아쳤다.
“너너너, 너너너너……!”
이토록 심하게 말을 더듬는 성음을 문경은 처음 보았다.
“가가가, 감히! 내, 내 몸에……!”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시로네가 성음을 들어 안고 순간 이동을 시전해 이미르와 거리를 벌렸다.
“정신 차려. 아직 끝나지 않았어.”
순간 이동의 짧은 시간 동안 이미르의 존재를 되새긴 성음이 시로네를 떠밀며 일어섰다.
“흥, 상대를 과소평가했을 뿐이다.”
과연 상아탑 후보다운 판단력이었으나 홍시처럼 달아오른 얼굴은 숨기지 못했다.
‘이게 무슨 추태냐…….’
한 번도 타인의 손길을 허용하지 않았던 그녀였기에 아직도 시로네의 무게가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
‘경쟁자에게 도움을 받다니.’
그렇다고 목숨을 구해 준 사람의 호의를 배은망덕으로 갚을 수도 없으니 속이 타들어 갈 뿐이었다.
“황당한 놈들이군.”
성음의 정신을 되돌린 것은 생물의 한계를 초월한 듯한 이미르의 투기였다.
금방이라도 튀어 나갈 듯 허리를 구부정하게 구부린 이미르를 주시하며 시로네가 말했다.
“조심해. 여기서 해치우지 않으면…….”
“알고 있다.”
성음의 눈빛이 평소의 예기를 되찾았다.
“내가 책임지겠다. 저 괴물을 절대로 세상에 내보내지 않을 것이야.”
본체의 어금니에 지나지 않지만, 그럼에도 도시 하나는 순식간에 끝장낼 수 있는 무력이었다.
“너희들이 나를 깨운 것은 아닌 듯한데…….”
전투에 관해서라면 이미르의 동물적인 후각은 빗나가는 법이 없었다.
“심타라고?”
이미르의 눈이 부릅떠지는 순간, 시로네와 성음은 전신이 뒤틀리는 기분을 느꼈다.
‘엄청난 프레싱……!’
여태까지 경험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눈의 기술이었다.
“죽어라.”
고요하게 땅바닥이 붕괴되는가 싶더니 이내 굉음을 터뜨리며 이미르의 육체가 사라졌다.
‘온다!’
단순 시폭감으로는 피할 수 없는 속도였고, 시로네의 머리 위에 발할라 액션의 마법진이 떠올랐다.
‘어라?’
인과를 역전시키는 연산이 끝났으나 과부화가 걸리는 바람에 스피릿 존이 휘청, 흔들렸다.
‘안 돼! 이게 깨지면……!’
1만 9천 명의 시로네가 겪고 있는 사건도 허무하게 사라져 버릴 터였다.
“시로네!”
리안의 목소리가 채 도달하기도 전에 이미르가 무서운 속도로 방향을 틀었다.
‘이 녀석이다!’
실로 오랜만에 전투 본능이 각성되면서 세포 하나하나가 반짝이는 느낌이 들었다.
‘검사인가?’
리안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베였다.’
마음이 먼저 베였다는 것은 눈앞의 검사가 자신과 같은 기술을 구사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흐으으읍!”
이미르가 팔을 들어 올려 대직도를 막아 내자 리안의 양쪽 관자놀이에 핏대가 일어섰다.
‘제길! 막히다니!’
처음 경험하는 심타의 충격이었다.
“너는 뭐야?”
확실히 익숙한 냄새였고 그렇기에 불쾌했으나, 리안의 외모는 이미르의 기억에 없었다.
“이미르?”
뒤늦게 정체를 깨달은 리안이 눈을 치켜뜨는 순간 이미르가 앞발차기로 복부를 가격했다
“짜증 나게.”
우직 소리를 내며 팔꿈치 부위가 끊어지더니 리안의 몸통이 대포알처럼 쭉 날아갔다.
“리안!”
뒤늦게 도착한 키도가 받아 냈으나 충격을 감당하지 못하고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으아아악!”
가까스로 중심을 잡은 리안이 무릎을 꿇은 채로 이미르를 노려보았다.
거인의 팔에 박아 넣은 대직도의 손잡이에 자신의 두 팔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이미르.”
천국에서 만난 이후로 수없이 그를 떠올리며 검을 내리쳤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흐음, 심검이라. 그렇다고 해도…….”
대직도를 뽑아 들고 리안의 팔을 떨어뜨린 이미르는 를 수직으로 세웠다.
“내 근육을 베는 검은 그리 많지 않은데 말이야.”
검을 수평으로 세운 이미르가 손잡이와 날의 끄트머리를 붙잡고 휘어 버릴 듯 힘을 가했다.
“후우우우우!”
상상을 초월하는 힘이 가해지자 이미르를 중심으로 공간이 일렁거리기 시작했다.
“간다아아아아!”
급기야는 공기가 모조리 빨려 들더니 폭발을 일으키며 안드레를 뒤흔들었다.
쿠우우우우웅!
굉음에 고개를 틀었던 문경이 다시 이미르를 살피더니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저, 저럴 수가.’
풍압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힘에도 에는 미세한 변형조차 가해지지 않았다.
“크크크. 크크크크.”
고개를 끄덕인 이미르가 리안을 돌아보았다.
“이제야 알겠군, 왜 깨어났는지.”
대직도는 아마도 오브제.
하지만 절대로 파괴되지 않는 개념을 상상할 수 있는 존재는 이미르가 알기로 오직 1명뿐이었다.
“너, 오젠트랑 어떤 사이냐?”
리안이 끊어진 팔을 구부리며 일어섰다.
“내가 오젠트 리안이다.”
“응? 오젠트?”
이미르가 한쪽 눈썹을 치켜들었다.
리안의 선이 굵고 남자다운 외모에서는 오젠트에 대한 향수를 조금도 느낄 수 없었다.
“기억은 없지만…….”
다른 부분과 달리 이미르의 어금니는 아주 오래전부터 독립적으로 유적에 파묻혀 있었다.
“뭐, 일단 몸으로 부딪쳐 보면 알겠지.”
그것이 이미르의 방식이었고, 대직도를 창처럼 붙잡은 그가 엄청난 위력으로 집어 던졌다.
쿵! 쿵! 쿵! 쿵!
자신의 검이 벽을 뚫고 사라지는 광경을 지켜본 리안이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이미르가 손바닥을 털며 말했다.
“어설프게 따라 한다고 휘두를 수 있는 검이 아니다.”
거인의 왕에 준하는 무력이 아니고서는 의 진정한 무서움을 깨닫지 못할 터였다.
“일단 방해꾼부터 처리하고 시작해 볼까?”
이미르가 돌아서자 성음을 지키고 있던 문경이 칼을 빼 들고 소리쳤다.
“닥쳐라! 누가 그렇게 하도록……!”
그의 말이 중간에 끊어지고, 시로네와 성음도 충격을 받은 눈으로 이미르의 어깨 너머를 향했다.
우득! 우득!
생물이 망가지는 특유의 소리에 섬뜩함을 느낀 이미르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을 때.
“리, 리안…….”
엉덩방아를 찧은 키도가 리안을 닮은 도깨비 한 마리를 올려다보며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이날을 기다렸다, 이미르.”
검의 끝에 언제나 이미르가 있었다.
“그래? 나는 네가 누군지 모르는데?”
리안의 등이 폭발하듯 터지더니 파열된 근육의 섬유들이 아지랑이처럼 나풀거렸다.
“거기서 한 걸음도 나가지 말고 나에게 와라. 그러지 않으면 후회하게 될 거야.”
리안의 화신술은 평소에도 강력하지만…….
“재밌군. 무슨 일이 벌어질지 기대되는데?”
지금 상대하는 적은 사상 최강의 생물이라고 칭해지는 거인의 왕 이미르였다.
“크으으으으!”
리안의 눈이 뒤집어지더니 나풀거리던 근섬유들이 빠르게 꼬아지며 몸으로 빨려 들었다.
인간과 전혀 다른, 오직 전투를 위해 만들어진 것 같은 근육의 형태가, 도깨비를 보는 듯했다.
신적초월-환골탈태.
“같잖은 흉내를……!”
리안이 땅을 무너뜨리며 쇄도하자 이미르도 무서운 기세로 상체를 뒤틀었다.
수평을 이룬 시간의 시소에서, 두 사람의 육체가 영원히 도달하지 못할 것처럼 느리게 움직이는 그때.
“이야아아아아!”
생각의 속도로 권이 교환되었다.
‘심권! 심타! 심권! 심타! 심권! 심권! 심타! 심권!’
고깃덩어리가 갈리는 듯한 소리가 연타로 터지면서 안드레를 수놓자 문경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저게 대체…….’
소리만으로도 고통이 전해지는 기분이었다.
‘어떻게 돼먹은 인간이야?’
이미르는 처음으로 호기심이 들었다.
‘오젠트 리안이라. 오젠트…… 응?’
쏟아지는 주먹 속에서 리안의 얼굴을 확인한 이미르의 눈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청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