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661
오젠트가 아니다.
‘그렇군.’
그렇게 이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스밀레!’
엄청난 속도로 뻗히는 리안의 심권을 노려보며 이미르가 환희의 감정을 터뜨렸다.
“간만이다, 오젠트!”
펑 하는 소리를 내며 서로의 턱이 동시에 돌아가고, 지켜보던 자들의 눈이 질끈 감겼다.
“커억!”
이미르의 입속에서 어금니 하나가 빠져나와 엄청난 위력으로 미궁을 관통했다.
콰아아아앙!
시원하게 뚫려 버린 동굴의 벽을 보고 경악한 문경의 시선이 이미르에게 되돌아갔다.
“퉤!”
바닥에 침을 뱉은 그가 입술을 닦으며 말했다.
“……두 번째로군.”
두 개의 시선 (1)
상아탑 인공성.
태성의 부름을 받은 7명의 별들은 시간을 잊은 채 세계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수많은 안건들이 처리되었다.
“그런데…….”
태고의 역사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태성이 모르는 것은 없는 듯했고, 별들의 의문은 마침내 본질에 접근했다.
“라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쯔오이의 질문에 6명의 별들이 생각에 잠겼다.
“신이 되려고 하는 거지.”
흑강시의 말은 의문을 해소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오답에 가까웠다.
미니가 되물었다.
“신의 정의가 뭔데요? 창조주? 그렇다면 라는 신이 될 수 없어요.”
여전히 거미처럼 엎드려 있는 보르보르가 정수리에 앉아 있는 미니 쪽으로 시선을 들었다.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은 이미 창조한 자가 있다는 얘기니까. 신은 신이지, 우리가 신이 될 수는 없다는 뜻.”
신은 신이다.
귀신도깨비 아르테가 부채를 펄럭거렸다.
“무언가를 창조할 수 있다면 우리도 신과 다를 바가 없죠. 공겁적인 생각일 뿐입니다. 진정한 신이라면 공겁을 초월한 어떤 것이 아닐까요?”
몽인 루버가 태성을 돌아보았다.
“이쯤에서 들어 보고 싶군요. 태성께서는 라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옳음.”
태성이 검지를 세웠다.
“신이 우주를 창조했다면, 신은 이 우주에서 절대적으로 옳다는 뜻입니다. 그가 무엇을 하든 그것은 옳은 것이죠. 따라서 라가 절대적인 옳음을 깨닫는다면 그 또한 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신은 절대적으로 옳다.”
루버가 아련한 눈빛으로 고개를 들었다.
“꿈을 꿀 때는 모두가 옳지요. 어쩌면 신은, 영원히 깨지 않는 꿈을 꾸는 존재인지도 모르겠군요.”
“맞아요. 우리의 고결함은 거기에 있습니다.”
처음으로 자리에서 일어난 태성이 유리 바닥 아래에서 빛나고 있는 행성을 내려다보았다.
“우주에서 자연계로, 자연계에서 생물계로. 범우주적 계급에서 우리는 한없이 나약합니다. 하지만 꿈을 꾸는 존재.”
태성은 자신의 말을 기다리는 별들의 모습을 인자한 눈빛으로 돌아보았다.
“우리는 우리만의 우주를 꿈꿀 수 있습니다. 설령 이곳이 신의 꿈일지라도, 우리는 계속 꿈을 꿔야 해요.”
숙연해진 분위기 속에서 잠시 눈을 감고 있던 태성이 천천히 입술을 열었다.
“그 꿈이 깨지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
멸겁의 관문 바깥에 있는 무의 세계에서 나네는 수많은 생각을 정립하기에 이르렀다.
라 에너미의 본신은 여전히 죽은 듯 움직이지 않았고, 어느 시점에 그의 사건이 뇌리로 전해져 왔다.
“생각은 정리되었나?”
나네가 과거의 라 에너미에게 답했다.
“이미.”
“그렇다면 어째서 갈등하는가? 공을 깨달은 너에게 남아 있는 집착이 무엇인가?”
나네가 깨달은 세상은 결국 고통의 연속이고, 그 고통의 끝에 남아 있는 것은 영원한 무였다.
“소멸은 언제나 옳다. 다만 한 가지…….”
나네는 라 에너미의 본신에게 다가갔다.
“돌이킬 수 없다는 점을 제외하면.”
라 에너미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데에 일말의 망설임도 없지만, 돌이킬 수는 없다.
“돌이킬 수 없기에 절대적으로 옳은 것이다.”
그것 또한 사실.
“고통 속에서 신음하는 중생을 구제하는 것. 그것이 나에게 남은 마지막 사명이라면…….”
라 에너미가 말을 받았다.
“내 꿈을 삼켜라. 돌이킬 수 없는 옳음이 되어, 네가 원하는 중생을 구원하라.”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기에 공空.
‘어찌하여 고통받는가?’
쾌락도, 고통도, 불행도, 행복도, 지나고 나면 실체조차 남지 않는 꿈속의 허상일 뿐이라서.
“깨어나라.”
나네는 스스로 부처가 되어 속세에서 번민하는 중생의 마음을 깨우치기로 결심한 것이다.
“이제는 너의 꿈이다.”
라 에너미의 본신이 빛의 입자로 풀어지면서 나네에게 스며들자 카르 수치가 끝없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카르 수치 : 99.9999999999……퍼센트.
설법의 인을 취한 나네의 몸에서 무한에 가까운 칼날이 원을 그리며 펼쳐졌다.
“깨닫는 자만이 고통의 공겁에서 벗어날지어니.”
나네는 거의 옳다.
따라서 그의 말은 강력한 진리가 되어 이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눈을 떠라.”
그의 혀가 움직이는 순간 무의 세계가 빛의 균열을 일으키며 산산조각 터져 나갔다.
“저, 저게 뭐야?”
카니스가 눈을 휘둥그레 뜨는 순간 하비스트가 그와 아린을 붙잡고 엄청난 속도로 멀어졌다.
그럼에도 카니스는 눈을 떼지 못했다.
“대체 무슨 일이…….”
적빛과 흑빛이 뒤섞인 에너지 장이 구체의 형태로 끝없이 확장되고 있었다.
파이타로스 인근에 주둔하고 있던 탐험가들이 사방으로 퍼지는 가운데 아린이 충격적인 진실을 전했다.
“카니스, 경계가…… 사라지고 있어.”
“무슨 경계?”
“초경의 경계. 무언가가 벗겨지고 있는 게 보여. 아마도 지금 네가 보는 광경이 나와 똑같을 거야.”
아린의 초경은 물질에 깃든 본성을 파악한다는 점에서 이면 세계의 장막을 꿰뚫는다.
‘그렇다는 것은…….’
현실과 비현실이 합쳐지고 있었다.
“카니스, 저기에서 뭔가 나오는데?”
하비스트가 가리킨 에너지 장의 크기는 직경 100미터가 넘을 만큼 거대했다.
“제기랄! 마족이다! 모두 전투준비!”
그 거대한 공간 속에서 흉측하게 생긴 이면 세계의 주민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터뜨리며 나타났다.
“우리의 무서움을 각인시켜라! 이 세계를 정복하라!”
대정화기의 시작을 알리는 포화였다.
***
‘드디어 왔구나!’
상아탑 태성의 방을 지키는 오대성, 붓다 마하가루타가 눈꺼풀을 번쩍 쳐들었다.
찬란한 빛을 뿜어내던 광채가 잔잔하게 가라앉으면서 나타난 그의 동공은 인간의 것과 전혀 달랐다.
“때가 되었는가?”
가부좌를 풀고 바닥에 두 다리를 붙인 그가 하늘을 올려다보자 주위의 풍경이 폭포처럼 쏟아져 내렸다.
“오대성?”
어느새 인공성으로 들어온 마하가루타의 모습에, 자리에 모여 있던 7명의 별들이 고개를 돌렸다.
‘마하가루타? 아니, 인간이 아니잖아?’
눈에 총기가 사라진 마하가루타의 눈동자는 하나의 안구에 두 개의 동공을 가지고 있었다.
“오셨군요, 마하가루타여.”
태성이 슬픈 미소를 지으며 반기자 마하가루타가 합장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조금 전에, 나네가 부처가 되었습니다.”
“네? 뭐라고요?”
쯔오이가 벌떡 일어서고, 보르보르와 미니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입을 벌렸다.
태성이 태연하게 답했다.
“그렇군요. 이제…… 떠나실 건가요?”
“하나의 우주에 두 개의 옳음은 존재할 수 없는 법이지요. 그것이 정반합의 순리입니다.”
나네는 세상 전부를 섭렵했고 거기에는 분명 마하가루타의 옳음도 들어 있을 터였다.
아르테가 물었다.
“제단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나네는 라 에너미의 꿈을 삼켰습니다. 조만간 세계 각지의 제단이 열릴 것이고, 더 이상 현실과 비현실이 따로 떨어져 있지 않게 되겠지요.”
몽인 루버가 말했다.
“각자의 꿈에서 깨어나, 오직 나네의 꿈을 꾸겠군요. 악몽일 겁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을 테지요.”
“악몽이라도 꿈은 꿈일 뿐이랍니다.”
마하가루타는 나네를 이해했다.
“제가 하나의 옳음이라면 나네는 또 하나의 옳음. 그는 꿈을 꾸는 자들을 이 세계의 고통으로부터 해방시키는 것을 택했습니다.”
쯔오이가 말했다.
“저는 원하지 않아요. 그냥 고통받고 살고 싶다고요.”
“그것 또한 고통이 만들어 낸 허상일 뿐, 일단 고통이 사라지면 비로소 알게 되는 것이지요.”
돌이킬 수 없는 순간 그것은 진리가 된다.
“나네는 가장 멀리서 바라본 것입니다. 생명은 끝없이 윤회하고 끝없이 고통을 받습니다. 멀리서 보면 이 우주도 결국 하나의 생명체인 것이죠. 그 생명체가 영원한 고통 속을 헤매고 있는 겁니다. 어떠한 의미조차 없이.”
마하가루타는 우주를 돌아보았다.
“누군가가 끊어 주는 것도 틀린 것이 아닙니다. 소멸은 언제나 옳습니다. 돌이킬 수 없다는 점을 제외하면 말이지요.”
돌이킬 수 없기에, 마하가루타는 선택하지 못했다.
“이제 저의 옳음은 사라지고 나네의 옳음이 세계를 인도할 것입니다. 그의 ‘옳음’이 부디 옳기를 바랄 수밖에요.”
태성이 말했다.
“만약 틀렸다면…….”
나네가 틀릴 경우는 유일했다.
“모든 생명체가 통합적 정신 체계를 이룩하여, 하나의 의지로 그를 거부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여전히 희망을 버리지 않은 태성의 모습에 마하가루타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생명이 있다는 것은 이기적이라는 뜻이고, 그렇기에 우리는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다.
“……새로운 별을 찾으십시오. 분명 저의 자리를 대신할 자가 있을 것입니다.”
태성의 눈이 촉촉하게 변했다.
“그리울 것입니다.”
마하가루타의 입가에 선한 미소가 걸리더니 마지막으로 두 눈에 광채가 번뜩였다.
“…….”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듯, 붓다가 소멸해 버린 자리를 바라보며 별들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어디로 가 버린 것일까?’
아무것도 없는 무의 세계, 아니면 그것조차 초월한 또 다른 어딘가에.
아르테가 물었다.
“태성이시여, 가르침을 내려 주시죠. 상아탑은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합니까?”
“지상을 살펴보겠습니다.”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진정시킨 태성이 예리한 눈으로 유리 바닥 아래의 행성을 내려다보았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점차 흐릿해지던 태성의 육체가 급기야 공기처럼 투명하게 변해 자취를 감추었다.
2성급의 주민들이 멍하니 입을 벌렸다.
‘이것이 태성의 능력.’
그녀는 이 행성에서 벌어지는 모든 사건을 마치 피부로 접하듯이 느낄 수 있었다.
‘가이아.’
그녀가 바로 이 행성이기 때문이다.
***
이미르의 존재감은 압도적이었다.
“크하하하! 짜릿한데!”
시로네와 진성음, 리안과 키도의 협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내지르는 주먹에 동굴 벽이 퍽퍽 터져 나갔다.
‘난리가 아니네. 풍압만으로도 죽겠어.’
지박령의 디나이가 바닥을 늪처럼 짓뭉개고 있으나 이미르는 벗어나려는 시늉조차 하지 않았다.
“가여운 것들……!”
이미르가 허리까지 파묻힌 몸을 그대로 밀고 들어오는데 리안의 주먹이 얼굴을 가격했다.
‘그래, 이거야.’
머릿속에 터지는 스파크에 이미르는 전율했다.
‘이래야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지.’
만약 자신보다 무거운 물질이 하나도 없는 세상에서 살아야 한다면 어떨까?
가장 강력한 자극이라고 해 봤자 그저 산들바람이 피부를 간질이는 정도라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