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681
전쟁이다.
‘과연 그런가? 하지만 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벌일 생각이라면 처음부터……,’
하비츠의 표정에서 아무것도 읽어 내지 못한 우오린은 빠르게 생각을 고쳤다.
‘그런 수준이 아니야.’
하비츠를 미지의 존재라고 부르는 이유는.
누구도 그를 분석할 수 없는 이유는.
아무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이제야 알겠어.’
3차의 리셋을 통해 우오린은 하비츠 17세의 삶을 세 번이나 관찰할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의 삶이 그렇듯이, 하비츠 또한 781명의 형제를 죽이고 항상 왕이 되었다.
‘다만 문제는…….’
781명의 형제를 세 번이나 죽이는 동안 같은 방식으로 죽인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것이다.
‘카오스.’
머릿속에 정형화된 생각은 조금도 없고, 오직 감정만이 뒤죽박죽으로 뒤섞여 있는 인간.
이 혼돈의 시대에, 혼돈의 극치인 하비츠가 두각을 드러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왜? 열 받나? 그럼 덤벼! 카샨 놈들을 전부 죽여 주마! 아예 이 땅에서 씨가 마를 때까지 죽이고, 죽이고, 또 죽여 버릴 테다!”
“…….”
성전에 침묵이 흐르는 이유는, 여기서 받아치는 순간 정말로 세계 전쟁이 터지기 때문이다.
진강만이 강직했다.
“정말로 이길 수 있을 것 같소? 카샨, 진천, 그리고 여기 있는 칠왕성, 용족, 요정족을 상대로.”
하비츠는 아무 생각이 없다.
“응. 이길 수 있을 것 같은데?”
다만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을 뿐이었다.
‘하긴, 어떤 의미에서는 그것이 전부다.’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다고 정말로 믿어 버리면, 실제로 그렇게 기울어지는 게 율법이 아니던가.
“내가 이길 거야. 그러니까 하자고, 전쟁.”
칠왕성의 대표들조차 침을 삼킬 정도의 긴장감 속에서, 우오린의 머리는 여전히 차가웠다.
‘막을 수 없는 흐름인가? 그렇다면 다음 플래그에서 반전을? 아니, 그때는 너무 멀리 나가는데.’
대정화기부터는 밑사건이 존재하지 않기에 우오린조차도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혼돈이다.
‘대체 어디서 뭐 하고 있는 거야?’
시로네가 제대로 내용을 전달받았기를 바랄 뿐이었다.
성전 (3)
***
에이몬드 공화국은 200년 전에 북과 남으로 분단되어 지금도 치열한 전쟁을 치르고 있다.
특히 북北에이몬드는 독재자 이고르의 공포정치 아래에 지극히 폐쇄적인 사회를 이루고 있다.
상아탑의 뜻에 따르지 않은 유일한 국가이며, 심지어 제단이 개방된 이후에도 사후 처리에 대해 아는 나라가 없었다.
‘마을이 전부 군사기지야.’
3일 전에 북에이몬드에 도착한 시로네는 수도 인근의 산맥을 따라 남하하는 중이었다.
상아탑에서 출발한 이후 7개의 나라를 거치면서 제단을 봉인했으나 유독 에이몬드에서는 성과가 없었다.
이곳의 주민들은 타국의 간섭을 끔찍하게 싫어했고, 이방인을 발견하면 자살 공격도 불사하는 투쟁심을 보였다.
‘정말로 세뇌당한 것은 아닌가?’
마법으로 2천만 명 이상을 세뇌시키는 건 불가능하지만, 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런 생각마저 들었다.
접근이 어렵다는 것 외에 또 하나의 문제점이라면, 북에이몬드에 들어온 이후부터 테라포스의 채널을 이용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국민들은 이고르 외에 아무도 믿지 않았고, 믿는 것이 허용되지도 않았다.
‘오늘도 산에서 자야겠어.’
모든 인간 거주 구역이 군사시설로 이용되고 있기에 야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마테리얼.’
야훼의 빛을 받아들인 아르망의 최종 진화형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을 구현할 수 있었다.
“침낭하고 식기, 세면도구랑…….”
전지로 깨달은 분자구조들이 전능과 결합되자 시로네의 앞에 하나둘씩 물건들이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장작을 구현한 시로네가 야훼의 빛을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불이 붙어라.”
장작이 갑자기 달구어지더니 화르륵하고 횃불이 피어올라 따듯한 온기를 전했다.
산속 깊은 곳이기에 순찰이 오지는 않을 테지만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환영 마법을 쳐 두는 것도 잊지 않았다.
“후우, 피곤해.”
나무둥치에 등을 기대고 앉은 시로네는 이파리 너머로 반짝이는 별들을 바라보았다.
‘……여기는 어디일까?’
무한의 영역에서 되돌아온 시로네였지만 인간이 태곳적부터 품었던 의문은 해소되지 않았다.
‘당분간은 생각하지 말자.’
나네가 버티고 있는 이상 인간의 일에 매진해야 할 때였다.
시로네는 품에서 편지를 꺼냈다.
‘그나저나 사막에서 바늘 찾기지…….’
친애하는 시로네에게, 로 시작되는 우오린의 친필이 적힌 편지였다.
시로네는 눈으로 읽어 내려갔다.
우선 축하해. 상아탑의 별이 되었구나.
지금 당장이라도 너에게 달려가 안기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서 아쉬워.
몇 번을 읽어도 신경이 찌르르 울릴 정도로 낯이 간지러운 말이었다.
아마도 내 부탁이라면, 들어줄 것이라 생각해.
우오린다운 태세 전환이었다.
지금 당장 나에게 와 줄 수 있겠니? 급한 일이야.
우오린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기에 시로네도 처음 이 문장을 읽고 한참이나 고민했었다.
하지만 만약 그럴 수 없는 사정이 있다면, 즉 네가 개인적인 이유로 나를 만날 수 없다면 말이야…….
누구에게도 감정의 무게를 더해서는 안 되는 시로네의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듯했다.
제단을 봉인하기 위해 떠나는 여정에서 반드시 찾아 줬으면 하는 물건이 있어.
인류를 위한 일이야.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상관없지만, 반드시 찾아야 돼.
이런 종류의 부탁이라면 시로네도 얼마든지 들어줄 수 있을 터였다.
이제부터 내가 예측하는 미래에 대해 말해 줄게.
미토콘드리아 이브.
비록 과거의 사건과 대비할 수 있는 밑사건은 없지만 우오린에게는 미래시라는 또 하나의 능력이 있었다.
시로네가 추정하기로는 시간선을 보는 것으로, 수많은 테라제의 역사에서도 극히 드물게 발현된다.
선대인 테라제 미스트라가 수많은 딸들을 죽이고 우오린을 직계로 삼은 이유이기도 했다.
마치 공간의 동서남북처럼, 이 세계는 앞으로 4개의 거대한 방향성을 가진 채로 확장될 것이다.
시로네는 알기 쉽게 도표로 그려진 십자가를 살폈다.
북쪽과 남쪽에 공空과 애愛, 동쪽과 서쪽에 선善과 악惡이 적혀 있었다.
나는 이걸 ‘율법의 나침반’이라고 불러.
앞으로 모든 존재는 이 네 가지의 방향성이 조합되는 어느 지점에 서 있게 될 거야.
선과 악이 전부였던 세계에 위와 아래로 탈출하는 또 다른 방향성이 생긴 것이다.
율법의 나침반 중심에 자리하는 것은 고통, 방향성을 잃어버린 채 끝없이 번뇌하는 인간이다.
미케아 가올드.
나네가 극공이라면 너는 극애.
박애의 율법을 지키기 때문에 나에게 오지 못할 것이라 예측할 수 있어.
미래시가 아니더라도 율법의 나침반을 이용하면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를 짐작할 수 있다.
동방에서는 이를 음양도, 혹은 주역이라 부른다.
그리고 극선을 대표하는 인물로는 당연히 미로가 있다.
페르미의 어머니, 욜가의 의지를 이어받았기에.
지금 네가 편지를 받았을 때쯤이면, 이미 미로가 시온 프로젝트를 시행했을 거야.
한마디로 선의 횃불을 켠 것이다.
이제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겠지.
이때부터 우오린의 필체에 힘이 들어갔다.
율법의 나침반에 의하면 빠른 시일 안에…… 극악이 현세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추정된다.
선과 악이 서로를 지칭하기 때문이다.
너와 나네가 박빙이라고 하더라도 선악의 대결은 또 다른 문제야. 어느 한쪽으로 조금만 기울어져도 율법의 나침반 안에 속해 있는 수많은 자들이 휩쓸리게 될 테니까.
율법을 등분하는 4개의 파이, 누가 더 많이 잠식하느냐의 싸움이 될 터였다.
시온은 이미 역량을 최대한으로 발휘하고 있어.
이 시점에서 극악을 몰아붙이기는 어렵다고 판단, 따라서 나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냈다.
시로네는 길게 숨을 내쉬며 다음 문장을 읽었다.
악을 이용해 극악을 없앤다.
시로네 개인이라면 몰라도 야훼에게 선악의 구애는 없기에 딱히 통쾌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이제부터 중요한 내용이야.
일단 머릿속에 넣으면 이 부분은 절취해서 파기해 줘.
친절하게도 절취선까지 그렸으나 마테리얼을 구사하는 시로네는 언제라도 복원할 수 있었다.
지금 읽는 편지가 그랬다.
네가 찾아야 할 물건은 S급 오브제로 알려져 있는 이라는 이름의 단도야.
내가 너에게 준 아르망과 마찬가지로 무기류 중에서는 최강의 오브제로 알려져 있지.
‘내가 너에게 준’에 밑줄이 그어진 것을 보았을 때는 시로네도 웃음이 터졌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겠지? 그런 오브제라면 이미 재력가의 손에 들어갔어야 정상 아닌가?
정답.
다행스럽게도 그렇지는 않아.
어쩌면 이게 더 막막하겠지만 이 어디에 있는지는 아무도 몰라.
왜냐하면…… 누구도 찾지 않기 때문이지.
이때부터 시로네도 호기심이 들었었다.
그럼 힌트를 줄게. 어떤 무기인지 알게 되면 루트를 추적할 수 있을 거야.
은 우선 아주 위험한 무기야. 왜냐하면 그 단도는 반드시 무언가를 죽이거든.
그럴 수밖에 없는 오브제였다.
어떻게 죽이느냐? 율법으로 죽여.
예를 들어 내가 을 쥐고 정말로 죽이고 싶은 사람을 떠올리며 강한 열망을 담으면 내 의지가 단도에 깃들지.
섬뜩했다.
그게 끝이야.
일단 의지가 단도에 깃들면, 그 단도는 어떤 상황에서든, 심지어 율법을 뒤트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그 대상을 죽여.
처음에는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예를 들어 내가 을 가지고 있고 A라는 사람을 죽이고 싶은 의지를 담았다고 해 볼게.
방법은 무한대야.
아마 어느 날 내 시녀 중의 한 사람이 을 훔칠 거야. 그러다가 마차에 치이겠지.
길을 가던 사람이 다시 을 주워. 그러다가 소매치기를 당하고, 그렇게 끝없이 율법을 바꿔 가면서 마침내 A가 묵고 있는 여관 주인의 손에 들어가.
그 주인은 을 살피면서 방을 청소하는데, 공교롭게도 잘못 들어가서 A라는 사람이 낮잠을 자고 있는 방으로 들어간 거야.
잠시 그를 살피러 다가가다가 A가 간밤에 떨어뜨린 술병에 걸려 앞으로 넘어지고…….
시로네는 다음 페이지로 넘겼다.
결국 은 A라는 사람의 심장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히 박히게 되는 거지.
모든 상황이 처음부터 계산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율법의 작용이었다.
몇 번이나 읽은 내용이지만 이 대목을 지나갈 때면 등골이 으스스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정말 미쳤어.”
오브제가 어떤 식으로 만들어지는지 알고 있기에 절로 튀어나오는 말이었다.
대체 누가?
얼마나 강력한 살의를 담았기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오브제가 세상에 나타날 수 있단 말인가?
마치 곁에서 대화를 나누듯 우오린은 편지에 곧바로 대답을 적어 주었다.
내가 굳이 너에게 을 찾아 달라고 부탁하는 이유는, 그 오브제의 원래 주인이 상아탑의 오대성, 미라크 미네르바이기 때문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