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682
당시 시로네가 받은 충격은 상당했다.
상아탑의 별이 의 주인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루버에게 물어볼까도 싶었지만, 편지를 다 읽고 난 뒤에는 차마 그녀를 찾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미네르바가 대마녀로 이름을 알린 건 대략 700년 전쯤이야.
당시에 나도 마녀로 활동했기에 몇 번 만난 적이 있어.
물론 선대의 경험이었고, 이 시점이 지나고부터 카샨이라는 거대한 제국이 세워진다.
불행한 사람이야.
테라제가 불행하다고 할 정도라면…….
처음부터 마녀는 아니었지만, 아마도 그녀는 결국 마녀가 됐을 거야.
수명을 초월해 인간의 삶을 관찰하면 알게 되는 게 있어. 결국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는 거.
여자라서, 아름다워서, 눈 밑에 점이 있어서, 성격의 어떤 부분이, 시대의 흐름이 그러해서.
현실이 수많은 결합에 불과하다면 결국 미래는 율법의 수레바퀴를 따라 정해진 대로 흘러갈 뿐이었다.
십로회의 베론이 이 문제에 대한 궁극적 실험을 하고 떠났지만 아직 결과를 확인할 단계가 아니야.
자유의지라는 것이 정말 존재한다면 미래를 파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지금은 저주라 표현할게.
미네르바는 그렇게 태어난 사람이야. 이유 없이 울리고 싶고, 괴롭히고 싶고, 절망에 빠트리고 싶어지는.
열 살 때부터 각국의 관료들에게 접대되었지. 끔찍한 삶이었을 거야.
우오린은 말을 아꼈다.
싸울 능력조차 없는 어린아이, 그녀가 당했던 수모는 고스란히 인간에 대한 분노가 되었고…….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바로 이었다.
***
수성水星 미라크.
태성에게 직접 선물받은 행성에는 생물이 살지 않았고 오직 물로만 이루어져 있었다.
하늘을 가득 채운 거대한 보름달.
마녀를 유혹하는 그 거대한 달의 중심에, 미네르바가 빗자루에 앉은 채로 생각에 잠겨 있었다.
열 살의 어린 소녀였다.
“…….”
달빛을 눈에 담고 있던 그녀가 가느다란 눈웃음을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달빛으로 마음을 닦아 내야지.”
그렇게 달을 어루만지던 그녀가 가슴팍에 손을 대고 아래로 문질렀다.
“깨끗하게 닦아 내야지.”
투명한 눈물이 바다로 툭툭 떨어졌다.
“깨끗하게…….”
나네가 세상을 닫지 않는 한, 끔찍한 상처는 결코 아물지 않겠지만…….
“닦아 내야지.”
미네르바는 끝없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성전 (4)
***
시로네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율법.’
결국 죽을 수밖에 없는 의 메커니즘은, 결국 마녀가 될 수밖에 없었던 미네르바의 운명과 닮아 있었다.
‘벗어날 수 있을까?’
오늘 점심으로 빵을 선택했다면, 그것은 인간의 의지인가, 인간이 알 수 없는 무한대 변수의 결합인가.
‘빵을 먹겠다고 생각했다가 갑자기 메뉴를 바꿔도…….’
그것 또한 율법의 작용이라면.
‘너무나 거대해서 분석할 수 없기에, 우오린의 저주라는 표현은 옳다고 할 수 있겠지.’
베론의 실험이 끝나기 전까지는.
풀벌레의 음악 소리로 먹먹한 마음을 달랜 시로네는 편지의 말미를 읽었다.
이 미네르바의 손에 주어진 시기는 스무 살 전후로 추정된다.
그리고 그 흉악한 무기는 전 세계를 떠돌면서 수많은 자들을 죽였지.
가히 가공할 파괴력이었다.
언제부턴가 각국의 고위 관리들이 이상한 사건에 휘말려서 계속 죽어 나갔어.
그때서야 지도자들이 진상 파악에 나섰지만 이미 때는 늦었지. 복수는 완벽히 성공했어.
죽은 사람의 숫자만큼 살인자가 나왔지만 진정한 살인자는 미네르바였다.
복수라는 게 그렇잖아?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미네르바는 진정한 마녀가 되기를 택했어. 역사에도 기록된 ‘워킹데드’라는 대재앙을 일으킨 거야.
이루 말할 수 없는 숫자의 사람이 죽었고, 그 시점에서 인류는 종말을 고할 뻔했다.
여기서 상아탑이 나선다.
이 또한 율법의 수레바퀴였던 것일까?
워킹데드를 막아 낸 상아탑은 그녀에게 두 가지 선택지를 제시해.
인류의 심판을 받는 것. 또 하나는 상아탑의 주민이 되어 인류를 위해 일하는 것.
미네르바는 인류안전집행부의 오대성이었다.
처음에 미네르바는 첫 번째를 선택했다고 해.
끔찍하게 혐오하는 인간을 위해 싸우고 싶지 않았던 거지.
하지만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모양이야. 내 예상에 따르면…….
태성이 내린 지시였을 것이다.
아마도 의 율법에 의해 살인자가 된 사람들까지도 죄를 묻지 않겠다고 했을 거야.
우오린의 편지를 읽었을 때 시로네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태성과의 면담이었다.
상아탑의 오대성은 위성을 거느리는 대신 한 가지의 물건을 등록할 수 있다.
당시에 그녀가 했던 얘기는 단순한 예시가 아닌, 미네르바의 사건을 정확히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미네르바는 을 파괴하지 않았어.
상아탑에서 당연히 제시했겠지만, 끝까지 관철시킨 것 같아.
이것 때문에 세계적으로 엄청난 논란이 있었지.
그 시대를 살았던 당사자의 말이었다.
미네르바는 나무 감옥에 갇힌 채로 별들의 보호를 받으며 상아탑으로 후송되었어.
정말 엄청난 인파였지. 2만 명이 넘었고, 저마다 욕설을 퍼부으며 돌을 던졌어.
그들의 비통함도 짐작이 갔다.
내가 본 미네르바는, 그저 차분해 보였어.
기자들의 질문 세례에도 묵묵히 정면만을 보고 있었지.
그때 어떤 기자가 인파를 뚫고 미네르바에게 도착한 거야.
좌중은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기자가 던진 질문은…….
가장 큰 화두.
어째서 을 파괴하지 않은 것입니까?
그리고 미네르바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기자를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진실로 죽여야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죽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런 힘도 배경도 갖지 못한 열 살의 소녀가, 수많은 어른들에게 능욕당하며 가슴에 새겼을 염원이었다.
그렇게 은 지금도 세상을 떠돌며 생명을 앗아 가고 있어.
이제 알겠지, 악으로 극악을 친다는 의미를.
을 찾아 간절한 염원을 담으면, 율법이 극악을 제거하기 위해 움직일 것이다.
사실…… 미네르바를 동정하라는 뜻에서 이런 얘기를 한 것은 아니야. 물론 너라면 이미 용서했겠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의 핵심은 진실로 죽여야 하는 사람, 즉 간절함에 있다고 생각해.
간절하지 않으면 은 발동되지 않는다.
이제 카테고리가 좁혀지지.
권력자나 재력가들은 의 위치만을 파악할 뿐, 결코 손에 넣으려고 하지 않아.
자신의 손에 들어왔다면, 누군가가 자신을 죽이기 위해 발동했다고 의심해 봐야 할 것이다.
힘의 천적과도 같은 무기.
로 사망자가 생긴 사건은 거의 대부분 약자가 강자를 죽였을 경우야.
이 사건의 루트를 추적해서 동선을 파악하다 보면, 지금 어디에서 누구의 손에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거야.
그렇게 세계를 빠르게 추적해서 도달한 곳이 바로 이곳, 북에이몬드 공화국이었다.
현실 세계에 극선이 존재한다면 극악은 당연히 이면 세계에 있겠지. 아마도 사탄일 거야.
그리고 그는 너처럼 율법에서 벗어나 있어. 그래서 앙케 라도 손을 쓰지 못한 거지.
나네와 미로가 율법을 따른다면, 시로네와 사탄은 율법을 부정하는 쪽으로 완벽한 균형을 이룬다.
하지만 천국의 보고서에 의하면 사탄 또한 실체화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생물의 몸을 거쳐야 해.
당시에는 프랭크와인이라는 자였다.
시간 싸움이라는 거야.
아마도 사탄은 수많은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을 거야. 히스토리 서치 능력으로 추려 내기에는 너무 많아.
그래서 이 필요한 거야.
우오린은 사탄이 점찍은 자들을 을 이용해 모조리 제거해 버릴 생각이었다.
어려운 일이라는 건 알지만 꼭 도와줬으면 해.
이번 일을 도와주면 더 이상 나에게 빚은 없는 거겠지.
최선을 다해 임하라는 우오린다운 계산서였다.
보고 싶어.
테라제의 인장을 마지막으로 편지가 끝났고, 시로네는 모닥불에 종이를 던졌다.
재로 번져 가는 종이를 바라보는 시로네의 눈에 단호한 결의가 담겼다.
‘여태까지 사망 사건의 기록을 확인하며 추적해 왔다. 내 예상이 정확하다면…….’
북에이몬드 공화국의 수도에서 2킬로미터 떨어진 이곳, 제48군사시설에 있을 것이다.
‘내일이면 만날 수 있다.’
을 가진 불행한 누군가를.
***
성전의 두 번째 아침이 밝았다.
전날의 회담은 구스타프 쪽의 행패로 막을 내렸고, 다수결에 따라 추가 회담이 진행되었다.
구스타프는 세계 전쟁을 할 생각이었고, 그들의 독주를 막기 위해 각국의 대표들은 한숨도 자지 못한 상태였다.
“그럼, 전례가 없는 일이지만 두 번째 회담을 시작하죠.”
우오린이 선언하자 대표들이 원탁에 앉았고 근위대들이 전보다 살기를 드러내며 뒤편으로 향했다.
“어제는 죄송했습니다. 이런 멋진 자리에 오다 보니 소싯적의 뜨거움이 살아난 모양입니다.”
구스타프 4기예, 내정왕 스모도가 자리로 가는 와중에 원탁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예상 밖의 상황이었지만, 이 또한 스모도의 머릿속에서 나온 간교한 계략일 터였다.
“서로가 흥분한 상태였습니다. 어제의 일은 어제로 끝내고, 오늘은 조금 더 건설적인 대화를 해 보죠.”
“역시 제국의 여황님은 자애로우시군요.”
스모도가 비굴한 웃음을 지으며 향하는 자리에는 다른 4기예들이 이미 앉아 있었다.
무릎을 꿇은 채 눈을 부릅뜬 나타샤, 옆에는 가부좌를 틀고 턱을 괴고 있는 중년의 남자가 있었다.
이제는 우오린도 대놓고 그들을 탐색했다.
‘구스타프 4기예, 전쟁의 신 발칸.’
산적처럼 수염을 기른 그는 50대의 나이에도 우락부락한 근육질의 몸을 자랑했다.
하지만 정말로 무서운 것은 그의 두뇌였다.
‘문무를 겸비한 대륙의 천재 군사. 저자가 있기에 하비츠가 전쟁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오린과 눈을 마주친 발칸이 턱을 괸 자세를 풀지 않고 이빨을 드러내며 씩 웃었다.
‘포기할 생각이 없군.’
오늘도 순탄치 않은 회담이 될 것이고, 이제 남은 건 구스타프에 맞서는 타국의 선택이었다.
‘세계전은 가급적 막아야 돼. 하지만 저쪽에서 선을 넘는다면 너무 저자세로 나갈 필요도 없다.’
이미 진천은 물론 칠왕성의 수장들과도 은밀한 채널을 통해 가이드라인이 잡힌 상태였다.
“그럼 제가 먼저 안건을 공표하죠. 물론 어제 발키리 예산에 대한 논의를 하던 중이었지만, 그보다 더 빠르게 처리해야 할 문제가 있어서요.”
모두 침묵으로 승인하는 가운데 우오린이 하비츠를 똑바로 노려보며 말했다.
“그래서…… 정말로 한판 붙어 볼 겁니까?”
기선을 제압하기 위한 선제공격이었으나, 하비츠는 역시 하비츠였다.
“그럴 거라고 했잖아. 간밤에 말들 나누지 않았나? 아니면 뭐야, 도와 달라고 사정이라도 한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