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689
파이어볼이 폭발했다.
시로네가 고개를 돌린 곳에 북에이몬드의 군복을 입은 여성이 마법을 시전하는 게 보였다.
‘어째서 같은 편을?’
북파 간첩 제이시였다.
“흥! 제법……!”
파이어볼을 회피한 시로네를 눈에 담은 그녀가 플라이 마법을 시전해 쳐들어갔다.
간첩에게 진심 어린 동료가 있을 턱이 없고, 이곳에 있는 모두가 그녀의 적이었다.
‘다 죽여 버릴 거야! 가증스러운 놈들!’
청춘을 바쳐 6년이란 침투 생활을 한 끝에 돌아온 것은 유일한 가족이었던 남편의 죽음.
“너희들도 똑같이 느껴 봐!”
미네르바를 등에 업어 거칠 것이 없는 그녀가 시로네의 지척에서 투명 마법을 시전했다.
눈에 의지하는 존재라면 이미 죽었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이지만…….
‘이쪽이다!’
시로네의 감각은 인간보다 무려 3단계가 더 높았고, 포톤 캐논이 정확히 목표물을 포착했다.
‘어떻게 나를……?’
제이시는 정신이 아찔했다.
‘프레스!’
3급 대마법사의 경험이 공기를 압축시켜 고강도의 장막을 형성하는 순간.
쾅!
포톤 캐논의 충격이 철근보다 단단한 프레스를 진동시키며 제이나의 복부를 강타했다.
“커억!”
투명 마법이 풀린 그녀는 충격파가 자신을 어디로 밀어내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깨달았다.
‘그냥 마법사가 아니야.’
생전 처음 경험하는 충격이었다.
가능성 (2)
“흐윽!”
이미 20미터를 날아간 뒤에야 고통이 느껴졌고 제이시는 멀어지는 의식을 필사적으로 붙잡았다.
‘멈춰! 멈추라고!’
블로 계열의 마법으로 역추진을 걸었으나 몸이 공처럼 바닥을 튕기며 고통을 배가시킬 뿐이었다.
“꺄아아아아!”
사람이 이렇게 오래, 그리고 많이 구를 수 있다는 것을 그녀는 처음 깨달았다.
끝없이 굴렀고, 멈출 기미는 시간의 아주 먼 지점에서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죽는다!’
구르다가 죽을 것이다.
우득 소리를 내며 어딘가가 부러지는 것을 느끼는 순간, 갑자기 막강한 힘이 그녀를 멈춰 세웠다.
“허억! 허억!”
그녀의 품에 안긴 채로 핑핑 도는 하늘을 올려다보던 제이시는 자신의 몸에 집중했다.
‘갈비뼈 3개, 팔목 골절, 발목 인대 파열.’
거기까지 판단한 순간 떠오르는 것은 대체 무슨 마법에 당했냐는 것이었다.
‘그냥 빛이었는데.’
신의 입자에 대한 정보는 이제 꽤나 알려졌지만 북에이몬드는 예외였다.
‘이곳에 그런 마법사는 없어.’
3급의 대마법사가 마법 한 방에 당할 정도라면 족히 1급의 마법사는 되어야 마땅할 터.
“아주 제대로 밟아 놨군. 너에게도 좋은 경험이 됐을 테지.”
미네르바가 혀를 끌끌 차더니 마녀의 숨결을 제이시의 입술에 불어 넣었다.
“아아…….”
잠시 황홀경에 빠졌다가 정신을 차리자 몸의 고통이 흔적조차 없이 사라져 있었다.
“대충 붙여 놓은 수준이다. 전투는 하지 마라.”
제이시의 눈이 부릅떠졌다.
“그럴 수는 없어요! 아직 죽일 사람들이 수천, 수만 명도 넘는데……! 크윽!”
옆구리가 욱신거리자 제이시가 몸을 웅크렸다.
‘분노는 아름답지.’
그 모습을 사랑스럽게 지켜보던 미네르바가 표정을 고치고 몸을 일으켰다.
시로네가 눈앞에 서 있었다.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예요?”
“알잖아. 아직도 모른다면 수준 미달이고. 북에이몬드는 인류에 위협이 되는 실험을 했다.”
“그래서 어떻게 하려고요?”
“보다시피…….”
미네르바는 수많은 마족들이 재로 변해 사라진 광경을 소개하며 말했다.
“하나씩 끝장내야지. 조만간 북에이몬드는 세계지도에서 사라지게 될 거다.”
타협의 여지를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은 그녀 또한 이고르의 실체를 파악했다는 뜻이다.
“가라스도 그렇지만, 제단의 통제권은 이미 넘어갔어. 저 마족들 보이지? 지금도 엄청난 숫자가 빠져나오고 있다고. 대량 학살이 아니면 마무리 짓기 힘들어.”
“그건 잔인한 짓이에요. 아무 상관 없는 사람들까지 휘말리게 된다고요.”
“물론 그렇겠지. 하지만 피해를 최소화시키는 게 내 임무잖아. 그리고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미네르바의 눈빛이 변했다.
“세상에 뒈져서 억울할 인간은 하나도 없어.”
“…….”
“자신이 강하면 선택을 할 수 있지. 선이든 악이든. 하지만 약자들은 강해질 수 있는 무기가 악惡밖에 없거든. 뭔가 악한 일을 저지르면 사람들은 무서워하지. 자신이 그런 피해를 입을까 말이야.”
미네르바의 곰방대가 바세토를 가리켰다.
“저놈이라고 다를 줄 알아? 너처럼 강했으면 이고르보다 더한 놈이 되었을지도 모르지. 그건 아무도 모르는 거야.”
미네르바가 어떤 사람인지는 상아탑의 승강기에서 알았고, 왜 그렇게 됐는지는 의 사연으로 알았다.
타협은 어려울 것이기에 시로네도 자신의 말을 했다.
“학살을 멈추세요. 이제부터 북에이몬드에 관한 일은 제가 맡겠습니다.”
가장 그러고 싶지 않은 사람은 단연 제이시였고, 옆구리를 부여잡으며 미네르바 곁으로 다가왔다.
“아는 사이였습니까?”
확실히 그 정도는 되어야 부끄럽지 않을 것이다.
“아는 사이라고 해야 되나? 직장 동료야.”
“네? 직장 동료요?”
그녀의 직장이 어디인지를 확인한 제이시가 눈을 가늘게 뜨고 시로네를 돌아보았다.
“저 사람도 별이란 말인가요?”
“그래. 난처하게 됐어. 다른 별이라면 쫓아낼 텐데, 쟤는 나랑 직급이 같거든.”
미네르바와 같은 직급.
“그, 그럼 오대성?”
“그래. 나는 인류안전집행부, 저놈은 통합우주관리부. 그런데 문제는…….”
통합우주관리부가 태성에게 약발은 조금 더 세다.
상아탑 내부의 기 싸움을 모르는 제이시는 그저 시로네가 흥미로울 뿐이었다.
“이제 갓 스물이나 됐을 것 같은데…….”
하긴, 미네르바도 실제 나이는 칠백 살이 넘지 않던가?
“맞아. 쟤 스무 살이야.”
제이시가 황당한 표정으로 미네르바를 돌아보았으나 장난을 치는 게 아니었다.
“그리고 인류 최강의 마법사지. 아니, 서열 2위던가?”
나네의 존재를 넌지시 언급한 미네르바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 공동 1등으로 하지 뭐.”
“유치하게 싸움 부추기지 말아요. 나네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지금 문제는 미네르바 씨예요. 이런 식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아요.”
“그럼 뭐 어떡할 건데?”
“지금 당장 재앙 마법을 해제하세요.”
그녀가 흩뿌린 맹독 가스에 마족도, 마족 2세도, 일반인도 모조리 죽어 가고 있었다.
“ 가지고 있지?”
시로네가 미간을 찌푸렸다.
“거래하자. 을 내놓으면, 나도 이번 안건을 통합우주관리부에 넘기지.”
“그럴 수는 없어요.”
“카샨에 넘기겠다고? 정치에 신경 쓸 만큼 한가한 위치가 아닐 텐데.”
“아뇨. 미네르바 씨가 이걸 가지고 있으면 지금보다 더 괴로울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맹독 가스가 사라졌다.
“네가 모두를 위해 희생했다고 해서 모두를 지킬 수 있다는 뜻은 아니야. 너나 나네도 신은 아니야. 그리고 거핀도 아니지. 무한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인간의 무한일 뿐이야.”
미네르바가 전장을 가리켰다.
“보여? 지금도 수많은 자들이 마족에게 죽어 가고 있다. 저들을 이길 수는 있지만 모두 구할 수는 없어! 너도 알량한 신 노릇은 그만두고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고!”
그래서 짜증 나는 것이다.
“나네에, 카샨에, 제단에, 인간에, 극악에……! 네가 다 할 수는 없어! 지금 당장 이곳의 주민들도 지키지 못한다고!”
보급로 저편에서 베르디와 가족들이 소리쳤다.
“아빠! 아빠!”
“베르디!”
바세토가 몸을 날리고, 마족들이 무서운 흉기를 들고 가족들을 뒤쫓았다.
동시다발적으로 상황이 분석되었다.
마족 2세들이 주둔군을 학살하고, 저 멀리서는 제48군사시설의 사령관 고단이 인부들을 군도로 썰어 대고 있었다.
미네르바가 말했다.
“이게 현실이야! 다 죽이는 것만이 피해를 최소화시킨다! 그러니 나에게 맡기고 빠져!”
“현실이 뭔데?”
포기하는 순간이 현실이다.
“해 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아?”
시로네가 정신을 집중하자 스피릿 존이 상상할 수 없는 규모로 커지더니 군사시설을 뒤덮었다.
“이, 이럴 수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야훼의 정신 앞에서 제이시는 감히 방해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퀀텀 슈퍼포지션!’
10만 중첩.
안드레의 미궁을 탐험했을 때보다 월등히 높은 개체 수의 시로네가 사방으로 순간 이동을 시전했다.
폭발처럼 퍼지는 섬광에 눈이 멀어 버릴 지경이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기적을 경험했다.
“크으으으으!”
오감에 시간, 공간, 마음이 더해진 공감각이 스피릿 존을 통해 전해져 왔다.
그 초월적인 정보는 일말의 오차 없이 모든 상황을 분석했고 마족들에게 당하기 직전인 사람들을 구해 냈다.
“빌어먹을 야훼! 가증스러운 야훼!”
오직 마족들만이 소멸하는 상황에, 마족 2세들이 겁에 질린 듯 행동을 멈추었다.
“아, 아아아…….”
베르디는 포물선을 그리며 창공을 오가는 수천 개의 섬광을 올려다보며 눈물을 흘렸다.
어른의 머리로 분석할 수는 없었으나 가슴에 차오르는 감정은 다를 게 없었다.
“흐윽! 흐으으윽!”
모두를 구한다.
“오빠가 나에게 말했어요.”
제48군사시설에는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으며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너는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사람이야.”
인류 역사상 누구도 시도하지 못했던 일이 현실이 되자 사람들이 하나둘씩 무릎을 꿇었다.
하늘을 수놓은 빛.
“저 빛이 뭐지?”
모두가 같은 의문을 품은 가운데, 재로 변해 가는 마족들이 일갈을 내질렀다.
“끔찍하게 싫은 야훼! 네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갈기갈기 찢어 주지! 피눈물을 흘리는 꼴을 지옥에서 지켜볼 것이다!”
“죽어라, 야훼! 저주받아라, 야훼!”
사람들이 중얼거렸다.
“야훼라고.”
인간이 할 수 없는 사랑.
“야훼시여…….”
10만 개의 섬광이 1천만 개의 잔상을 그리고 하늘을 뒤덮고, 마침내 온 세상이 빛으로 가득 찼다.
시로네가 무릎을 꿇으며 가쁜 숨을 내쉬었다.
“허억! 허억!”
마족들이 하나도 남김없이 사라진 광경을 돌아보며 미네르바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아직 끝나지 않았어!”
남아 있는 것은 몇몇 마족 2세들.
대부분 거동할 수 없는 부상을 당했으나 사령관 고단만큼은 버텨 낸 채로 시로네를 향해 돌진했다.
“마魔.”
인간의 감정 중에서 사랑 빼고 모든 것이 담긴 그들이 시로네를 미워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죽여 버리겠다, 가증스러운……!”
미네르바가 손을 내밀자 제트가 엄청난 가속도로 날아가 고단의 몸을 꿰뚫었다.
“커억!”
그 상태로 시설을 순회하며 건물이란 건물을 모조리 관통하자 마침내 고단이 축 늘어졌다.
“……괜찮냐?”
마무리를 지은 미네르바가 무상심의 호흡법을 하고 있는 시로네에게 다가왔다.
시로네는 말없이 고개를 들었다.
“마치 대답을 할 사람은 너라는 눈빛이구나.”
“제가 해낼 수 있어요. 당신에게는 당신의 카르가 있겠지만, 이번 일은 저에게 맡겨 주세요.”
“제48군사시설을 구했지.”
미네르바는 평온을 찾은 풍경을 돌아보았다.
“그다음에는 수도를 구할 건가? 더 나아가서는 북에이몬드를, 더 나아가서는 대륙을, 동방을, 남방을…….”
대체 언제까지?
“오늘 해냈다고 너의 카르가 관철된 것은 아니다.”
“알아요.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