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699
천상의 기사가 엑스 자로 검을 교차해 광천사의 목을 베는 순간 시로네가 숨을 크게 내쉬었다.
“푸우!”
여기까지가 1초.
광천사의 주변이 급격히 일그러지더니 어느새 천상의 기사보다 높은 곳에 떠 있었다.
‘천사의 징벌!’
한 줄기의 섬광이 천상의 기사의 넓은 등짝을 향해 쇄도하는 그때, 위고가 눈을 부릅떴다.
‘이미 알고 있어!’
백색의 갑옷을 걸친 화신의 앞면과 뒷면이 뒤바뀌면서 곧장 광천사를 향해 날아올랐다.
‘덤프(Dump)!’
천상의 기사의 옆구리가 불가능한 궤적으로 휘어지면서 천사의 징벌을 회피했다.
강력한 충격이 지상을 휩쓰는 동안 두 자루의 세검이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늘어나 광천사를 찔렀다.
“크윽!”
시로네의 미간이 좁혀졌다.
“이게 끝이 아니야!”
천상의 기사를 이루는 백색 갑옷이 액체처럼 뭉클거리더니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자세를 취하며 돌진했다.
‘이건……!’
시로네는 비로소 깨달았다.
“내 덤프를 피할 수 있을까?”
사각을 찾을 수 없는 모든 각도에서 세검이 날아들어 광천사의 화신을 찔렀다.
하나하나가 일격 필살이었고, 화신술을 구사하는 시로네의 정신에 막대한 충격이 밀려들었다.
“후우우우우!”
시로네의 눈빛은 여전히 또렷했다.
‘이래도 버틴다고? 하긴, 너는 깨지지 않겠지.’
위고의 입가가 비릿하게 길어졌다.
“영원히 고통받아라.”
천상의 기사가 육체를 완전히 붕괴시키더니 상상을 초월하는 형태로 광천사를 공격했다.
“……상당한 화신술이군.”
뱀처럼 싸늘한 표정으로 지켜보던 미네르바가 담배 연기를 길게 뿜어냈다.
“형태의 붕괴는 논리의 붕괴. 즉, 생각 그 자체를 찍어 낼 수 있다는 건가?”
“덤프라는 율법입니다.”
가르시아가 말했다.
“위고는 자신이 생각하는 모든 것을 천상의 기사를 통해 출력할 수 있습니다.”
그런 율법이다.
“시폭감이 현재를 확장시킨다고 해도, 반응 자체는 원인 이후의 결과에 지나지 않죠. 하지만 덤프는…….”
“원인과 결과가 동시에 출력된다.”
“그런 겁니다.”
물리가 아닌 정신이라면 가능했고, 그 고유의 개성이 발현되는 것이 화신이었다.
“미로를 뛰어넘기 위해?”
위고의 심리는 안중에도 없는 미네르바지만, 천상의 기사를 본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 사실이었다.
‘세상의 모든 각도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관조의 입장, 그것이 미로의 천수관세음.’
반면에 천상의 기사는 위고가 세상을 향해 표출하는 발산의 입장이었다.
“스카이 가문의 기질이 그대로 묻어나는 화신이죠. 경지의 깊이에 있어서는 별에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흥.”
미네르바는 콧방귀를 뀌었으나 가르시아의 말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반응이었다.
‘이긴다! 내가 이긴다!’
천상의 기사는 논리의 붕괴, 생각이 통째로 출력되는 것이 어떤 형태인지를 여실히 보여 주고 있었다.
결코 아름답지 않았다.
하지만 인간의 미적감각과 완전히 멀어졌기에, 그것은 우주에서 가장 기능적인 형태였다.
‘진짜 무서운 게 뭔지 말해 줄까?’
단지 덤프라면 수준에 따라 우스울 수도 있을 테지만.
“스카이의 사유는 하늘을 가득 채운다.”
천상의 기사가 존재하는 모든 궤적, 심지어 시간의 변수까지도 차단하는 형태로 광천사를 가격했다.
더 이상 찌를 곳이 없을 정도로 광천사의 몸에 수많은 세검이 박혔다.
“크으으으……!”
시로네의 입에서 신음 소리가 새어 나오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방울방울 맺혔다.
“버티는 이유는 자존심인가요?”
천상의 기사가 세검을 뽑으며 물러섰다.
“실망이네요. 이길 수 없다는 걸 알았다면 순순히 인정하는 것도 아름다운 광경일 텐데요.”
“그래. 정말로 강하다.”
시로네가 천천히 시선을 들었다.
“내가 여기서 패배를 시인하면, 이제 만족하는 거야?”
“헛소리하지 마세요.”
천상의 기사가 위고의 분노를 그대로 드러내며 수많은 가시를 뻗어 냈다.
“어디서 감히 빠져나갈 구실을 만들어?”
언로커의 사유가 통째로 쏟아져 들어오는 형태를 바라보며 시로네는 이를 악물었다.
‘생각보다 훨씬 뒤틀려 있다.’
처음부터 적당히 할 생각은 없었지만.
‘죄송합니다, 카시아 씨…….’
이제부터는 화신의 대결이라도 위고의 생명을 보장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이 방법밖에는 없을 것 같네요.’
처음 이것을 깨달았을 때에는 나네 이외에는 사용할 일이 없을 것이라 여겼다.
‘천사의 징벌!’
광천사가 창을 내리꽂았다.
“소용없다니까!”
위고의 사유가 출력되면서 천상의 기사가 기상천외한 형태로 빛의 창을 회피했다.
‘여기까지가 1초.’
시간기로 이루어진 광천사가 박지, 입도, 공진의 단계를 거치면서 급격히 형태를 변화시켰다.
‘그리고 이 시간선을…….’
시로네가 이를 악물며 화신술을 발동했다.
‘튕긴다!’
광천사의 화신술-타임 바이브레이션.
“뭐……!”
시간의 최소 단위라 부를 만큼 찰나의 순간에도, 위고의 사유는 틈새를 비집고 형성되었다.
‘왜 또 오는 거지?’
그렇기에 더욱 이해할 수 없는 사실은, 이 짧은 순간에 천사의 징벌이 다시 날아들고 있다는 것이었다.
‘덤프를……!’
사력을 다해 3천 번째의 창을 피했을 때에야 위고는 이게 무엇인지 깨달았다.
‘같은 시간이 진동하고 있다.’
여전히 지나간 시간은 찰나의 시작.
‘대체 언제까지…….’
1초가 6,281번째 되풀이되는 시점에서 위고의 사유는 급기야 한계에 도달했고.
‘이제는 모르겠어.’
팽팽하게 끌어당기고 있던 인지의 끈을 놓아 버린 순간 시간이 오감의 기준으로 흘렀다.
“으아아아아아!”
정신이 파괴되는 것 같다.
그렇게 아득히 멀어지는 의식 속에서, 위고가 깨달은 마지막 사유는 특정 1초의 무한 반복.
저마다 다른 사건을 담은 시간이 1초를 기준으로 10만 번 진동하는 충격이었다.
파계 (5)
빛의 창이 천상의 기사를 관통하면서 지면이 물결처럼 출렁거렸다.
질량을 조절했기에 파계의 위력은 내지 않았지만 속도는 훨씬 빨랐다.
“으아아아아…….”
강력한 쇼크에 두 무릎을 동시에 내리찍은 위고가 땅으로 쓰러지려는 순간.
“허억!”
팔꿈치를 들어 얼굴이 처박히는 것을 막았다.
‘나는…….’
뇌가 경련하는 것이 신경을 통해서 전해져 왔고, 한참 뒤에야 자신이 당한 일이 분석되었다.
‘얼마나 오랫동안 갇혀 있었던 거지?’
고작 1초.
하지만 위고의 머리에는 1초를 10만 번 되풀이했던 기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위고의 사촌들이 중얼거렸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천사의 징벌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신술이지만 위고가 일격에 쓰러진 상황은 납득이 가지 않았다.
가르시아 또한 마찬가지였다.
‘모르겠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위고 또한 남에이몬드는 물론이고 세계에서 손에 꼽아 주는 실력자였다.
게다가 본체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화신술의 대결이라면, 무슨 짓을 해도 이런 충격은 나오기 힘들다.
“짐작이 가십니까?”
가르시아가 먼저 말을 걸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곳의 황당한 분위기를 잠작할 수 있었다.
미네르바가 말했다.
“진동.”
강 건너 불구경하던 얼굴은 사라지고 어느새 그녀는 냉정한 마녀의 눈빛을 하고 있었다.
“…….
가르시아는 그녀의 말을 음미했다.
단어 하나를 내뱉었을 뿐이지만 마법협회장의 머리는 수많은 가능성을 뚫고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1초가, 진동했다는 것입니까?”
“그래. 시간선을 튕기는 거지. 선은 A에서 B구간을 수없이 왕복하지만 결국 진동의 폭은 1초. 하지만 그 1초의 진동에 수많은 1초가 확률로 분포되어 있다.”
가르시아는 듣고만 있었다.
“그렇다면 문제는, 과연 당사자인 위고는 이 진동을 어떻게 받아들였는가?”
사촌들이 주목했다.
“결론은 인지 부조화. 아마도 그는 찰나와 영겁을 동시에 느꼈을 가능성이 높아.”
설명만 듣고서도 인지 부조화가 생길 듯했다.
사촌 중의 1명이 물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하죠?”
미네르바가 검지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이게 시간선의 진동이지. 이 진동 사이에 있는 특정 지점의 1초를 느끼려고 해도…….”
손가락은 계속 움직였다.
“그곳에 1초는 없어. 이미 손가락은 지나가 버리고 확률만이 남아 있을 뿐이지.”
그렇기에 찰나.
“반대로 특정 지점의 1초를 느껴 버리면.”
손가락이 멈췄다.
“확률이 붕괴되기 때문에 더 이상 진동이 아니야.”
가르시아가 말했다.
“확률 100퍼센트. 진짜 1초가 되어 버리는 거죠.”
그렇기에 영겁.
“관측자의 의도에 따라 결과는 달라지지. 하지만 위고는 시로네의 1초하고 같이 진동했다. 즉, 공진이지.”
미네르바가 엄지와 검지를 차례대로 접었다.
“따라서 위고는 두 가지 경험을 동시에 한 거야. 하나는 10만 초가 1초 만에 밀려드는 경험. 그리고 또 하나는…….”
이제는 가르시아도 이해가 되었다.
“1초가 되풀이되는 10만 초의 경험. 이것이 찰나와 영겁을 동시에 느끼는 이유군요.”
미네르바가 손을 내렸다.
“엄밀히 말하면 찰나도 진동도 아니겠지. 위고가 느낀 시간에 대한 명칭은 현재 없으니까.”
시로네는 타임 바이브레이션이라 불렀다.
“하지만 위고의 표정을 보면, 그게 어떤 경험이었는지는 충분히 상상이 가.”
여전히 넋이 나간 얼굴을 하고 있는 위고는 말이 나오지 않는 자신의 모습에 공포에 질렸다.
‘설마 바보가 되는 건가?’
필살의 전투, 특히나 가장 치열했던 순간을 10만 번 되풀이하는 것은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었다.
“괜찮아?”
시로네의 목소리를 들은 위고가 천천히 시선을 들어 시로네를 올려다보았다.
“…….”
진동 속의 끔찍한 기억이 밀려들면서 눈동자가 공포에 흔들리고, 결국 뒤로 넘어가고 말았다.
“흐으으으…….”
시로네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위고를 바라보았다.
‘이래서 다른 사람에게는 쓰고 싶지 않았는데.’
나네의 공空에 대항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시폭과 박지의 통합.’
시로네의 초인지는 이데아를 감각하고 세상의 모든 정보를 통합적으로 다룰 수 있다.
‘그것이 입도.’
그리고 이제 공진을 통해 그 정보를 통째로 진동시켜 세계를 흔드는 단계에 이른 것이다.
“세계를 흔들 수 있다면.”
우리가 사는 세계의 시간선이 A와 B지점을 끝없이 왕복하게 된다면.
“과거와 미래는 중첩되고.”
현재가 소멸하면서 이 세계는 어떤 고정값도 없는 확률의 세계로 풀어진다.
“따라서 반드시 찾아오는 미래도, 결코 되돌아갈 수 없는 과거도 존재하지 않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