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711
여전히 허름한 옷을 입고 있는 하비츠가 사타구니를 벅벅 긁으며 차관에게 다가갔다.
“여기서 뭐 하고 있어? 흐읍.”
시녀가 순간 미간을 찌푸렸다가 하비츠와 눈을 마주치고는 얼굴이 창백해졌다.
“아…… 죄송합니다.”
하비츠가 옆으로 손을 내밀자 제타로가 가방에서 손도끼를 꺼내 건네주었다.
시녀의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순간, 하비츠가 손도끼를 내리찍어 아르다크의 두개골에 처박았다.
“정의 구현.”
“크에에에엑!”
도끼날이 정수리에 처박히면서 비명을 지른 아르다크의 두 눈에서 눈알이 퐁퐁 빠져나왔다.
“흐윽! 흐윽!”
겁에 질린 시녀가 숨을 거칠게 내쉬고 있는데 나타샤가 대롱거리는 눈알 하나를 똑 하고 떼었다.
“…….”
잠시 손가락으로 눈알을 굴려 보던 그녀가 입에 넣더니 쪽쪽 피를 빨았다.
“눈.”
입술 사이로 눈알을 반쯤 내밀고 고개를 돌리자 하비츠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즐겁게 살아. 얘한테도 1억 골드 줘.”
시녀의 어깨를 두드리고 하비츠가 지나가자 나타샤가 뒤를 따르더니 뽁 하고 눈알을 뱉었다.
“이야, 더 강해졌다아.”
두 팔을 쳐들고 나타샤가 모퉁이를 돌자 시녀가 자리에 주저앉아 토악질을 했다.
“우엑! 우에에엑!”
***
“악은 무지에서 비롯된다.”
대대로 지성의 상징인 마법사가 그 시대의 극선이었다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어떤 경우 악은 매력적으로 보인다. 좋은 사람 같기도, 나쁜 사람 같기도. 인간은 착각의 동물이라 한번 좋으면 나쁜 점도 좋게 보지만…….”
우오린이 어깨를 으쓱했다.
“실상 그런 것 따위는 없어. 좋은 행동도, 나쁜 행동도, 그저 혼돈에서 튀어나온 파편에 불과하니까.”
시로네가 물었다.
“어떻게 그런 사람이 존재할 수 있지?”
“극단이니까. 그런 식으로 따지자면 극선 또한 기괴하기는 마찬가지야. 너의 박애도, 나네의 공도, 인간에게서 가장 멀어진 방향 그 자체인 거야.”
미네르바가 말했다.
“어릴 때의 트라우마 같은 건?”
지금의 하비츠를 만든 원인을 찾는다면 공략법도 찾을 수 있을 터였다.
“히스토리 서치로 분석했지만, 거의 없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네스가 물었다.
“거의 없다는 건, 아예 없지는 않다는 건가?”
“하비츠가 세 살 때, 한창 사람의 몸에 관심이 갈 때지. 시녀의 두 눈을 찔러서 실명시킨 적이 있어.”
“……,”
“대대로 폭군이었던 구스타프의 유전자는 폭력적이지만 환경의 영향이 없다고 할 수도 없지. 만약 시녀가 하비츠의 손을 치웠다면, 그녀는 죽었을 거야.”
황제의 아들에게 저항했다는 이유로.
“시녀는 두 눈을 가린 채 비명을 질렀어. 어린 하비츠는 피 묻은 손으로 주위를 둘러보았지. 그리고 어떻게 됐을까?”
모두가 주목하는 가운데 우오린이 손가락을 빙빙 돌리며 말했다.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박수를 치면서 하비츠를 칭송했어.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말이야. 그게 바로 절대 권력이라는 거야.”
시로네가 중얼거렸다.
“무엇이 옳은지 모른다.”
“그래. 환경적으로 배울 기회가 없는 거지. 하지만 모든 권력자의 자식이 극악이 되는 것은 아니야.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가 더 있겠지만…….”
우오린이 어깨를 으쓱했다.
“어쩌면 아무 이유 없을 수도 있어. 어떤 교육을 해도 하비츠는 극악이 되었을지도 모르지.”
구디오가 말했다.
“어린아이. 그것이 힌트로군.”
우오린이 손가락으로 딱 소리를 냈다.
“정답이야.”
***
황성의 그랜드 홀로 들어가자 발칸이 세계지도를 펼쳐 두고 기다리고 있었다.
이로써 구스타프 4기예가 모두 모인 가운데 하비츠는 권좌에 올라 늘어지게 기지개를 폈다.
“애스커.”
강력한 마약을 순식간에 조제한 제타로가 곰방대를 건네고, 자신도 하나를 물어 피웠다.
스모도가 그랜드 홀에 있는 시녀 중에 아무나 붙잡고 뒹구는 가운데 발칸이 말했다.
“파시파를 점령했습니다. 시장은 생포했고, 신병을 인수한 시민들의 숫자는 대략 7만 명 정도입니다.”
마약에 취한 하비츠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죽여.”
눈이 풀린 제타로가 비틀비틀 걸어오더니 하비츠의 머리끄덩이를 끌어당겨 바닥에 굴렸다.
“흐흐흐흐흐, 웃기다.”
대자로 뻗은 하비츠가 허파를 들썩이는 가운데 제타로가 황제처럼 권좌에 앉아 소리쳤다.
“죽여 버려!”
“생매장.”
하비츠의 동공이 순간 또렷해졌다.
“거대한 구덩이를 만들어서 전부 파묻어. 기어서 나오는 놈들만 살려 주고.”
시녀를 깔고 누운 스모도가 고개를 돌렸다.
“7만 명을 파묻으려면 돈이 얼마나 드는 줄 알아요?”
“재밌잖아.”
그것으로 이견은 없었고, 발칸이 일어섰다.
“그렇게 지시하겠습니다. 상당한 장관일 텐데, 준비되면 구경하러 가시죠.”
나타샤가 말했다.
“가요! 가! 보고 싶어!”
어느새 애스커의 중독에서 빠져나온 하비츠가 천장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나는 안 갈 거야.”
스모도의 동작이 멈췄다.
“그 돈을 퍼붓고 구경도 안 한다고요?”
“그게 더 웃기잖아.”
제타로가 팔걸이를 두드렸다.
“푸하하하! 뭔지 알겠다! 나는 뭔지 알겠어!”
발칸과 스모도가 눈을 깜박거리고, 눈꺼풀이 없는 나타샤가 고개를 갸웃했다.
“흐흐흐…….”
비로소 깨달은 자들이 폭소를 터뜨렸다.
“아이고, 배야! 미치겠네! 이거 완전 대박인데? 안 간다고? 진짜로 안 가…… 푸하하하!”
겁에 질린 시녀들이 몸을 떨었다.
‘미친놈들…….’
무엇이 웃긴지 알고 싶지도 않지만, 눈물까지 찔끔거리는 그들은 정말로 행복해 보였다.
“깔깔깔! 깔깔깔깔!”
나타샤가 홀을 빠르게 질주하더니 아름다운 발레 동작으로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하비츠가 읊조렸다.
“……이 세상은 재밌어.”
놀이터.
비록, 엄마가 밥 먹으라고 부르면 울며불며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겠지만.
***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생각만으로도 치가 떨리겠지만.
“극악 또한 갓 태어난 아이의 정신처럼 순수하다. 추구하는 방향이 다를 뿐이지.”
어떻게 행동해야 한다는 관념 자체가 없다.
“미로의 선, 시로네의 애, 나네의 공, 가올드의 중中. 이제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겠지.”
시로네는 많은 여행을 했다.
“마지막으로 알아야 할 것은 하비츠의 악惡. 그러니 우리들은 이 끔찍한 사실을 받아들여야 돼.”
바야흐로 혼돈의 시대.
“악은 순수하다.”
받아들인 자들의 시선이 날카롭게 빛났다.
“그리고 그 악의 순수성만이…….”
우오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우리가 악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지점이다.”
하비츠를 죽일 방법이 결정되었다.
악의 정의 (3)
***
전쟁이 발발했다.
코트리아의 수도로 빠르게 진격한 구스타프 제국은 이제 적국의 함락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구스타프 하비츠.’
황성의 첨탑 꼭대기에 앉아 있는 시로네는 슬픈 눈으로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극악이다.’
구스타프 제국이 파시파 도시의 시민 7만 명을 생매장시켰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눈앞이 아찔했다.
심지어 지휘관들은 오지도 않았고, 생포한 여자들은 자국민에게 노예로 팔아 버렸다고 한다.
‘어떻게 사람의 탈을 쓰고…….’
코트리아가 함락되면, 뒷단속을 끝낸 구스타프 제국의 시선은 세계 전체를 향하게 될 것이다.
“빨리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시로네가 중얼거리는 그때 미네르바가 제트를 타고 첨탑으로 날아올랐다.
“언제 돌아왔어?”
카드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하비츠를 죽일 방법을 찾는 동안 시로네는 제단을 봉인하는 일에 치중했다.
“1시간 전에요. 아가노스 인근은 거의 막았어요. 의 설계는 어때요? 진척이 좀 있어요?”
미네르바가 고개를 저었다.
“대충 가닥은 잡았지만, 세부적으로 조율할 게 많아. 일단 율법의 변화량이 너무 방대한 데다가, 우리가 찾고 있는 알파피시와 베타피시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되고.”
시로네가 시무룩하게 말했다.
“그렇군요.”
“그래도 조금씩 선명해지고 있어. 몇 가지 핵심 안건만 해결하면 바로 실행에 옮길 수 있어.”
“네, 부탁드릴게요.”
시로네는 아가노스를 떠날 채비를 했다.
“잊은 건 아니지?”
미네르바가 물었다.
“카샨에 머물고 있기에 이곳의 제단을 처리하는 거야. 성전은 인간의 조직이고, 우오린 또한 자국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너를 이용한다는 사실을 명심해.”
“그 정도는 알고 있어요.”
우오린은 순수하지 않다.
미토콘드리아 이브의 능력으로 세상을 꼭대기에서 내려다보지만 어디까지나 인간.
하비츠를 죽이려는 이유도 극악의 기질이 카샨의 미래를 위협하기 때문이었다.
‘무슨 생각을 하든…….’
결국 자신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이기에 나네나 미로처럼 단순하게 대할 수 없는 것이었다.
“달라질 것은 없어요. 저 또한 하비츠가 세상을 망치는 걸 원하지 않으니까요. 제단도 마찬가지고요.”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미네르바가 콧김을 내쉬는 그때, 황성의 아래쪽에서 간도가 벼락을 역류시키며 솟구쳤다.
“여황님께서 부르십니다.”
미네르바를 돌아보던 시로네가 손을 들고 야훼의 빛을 발하자 순식간에 그들의 모습이 사라졌다.
“있었구나. 다행이네.”
우오린의 방에 도착하자 카드 게임을 하는 사람들의 건너편에 못 보던 인물이 앉아 있었다.
“저분은……?”
“코트리아 공화국의 사신이야. 성전의 최고 보안 채널을 통해서 카샨에 들어왔어. 구스타프는 몰라.”
이미 함락 직전의 상태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사신이 온 이유도 대충은 직감했다.
‘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을 텐데?’
구스타프와 동맹을 맺으려고 했던 코트리아 공화국의 의도는 7만 명의 생매장으로 철저하게 부서졌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인가?’
코트리아 공화국의 부역이 수면 위로 부각되면서 성전 또한 등을 돌린 마당이었다.
“일단 앉아. 시간이 없으니 빨리 설명할게.”
우오린이 사신의 말을 대신 전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코트리아 공화국을 다시 성전에 편입시킬 거야.”
미네르바가 물었다.
“그 대가로 우리는 뭘 받게 되지?”
우오린이 성전의 리더라고 해도 적과 내통하려고 했던 국가를 독단적으로 인정할 수는 없다.
“고대 병기. 엑스마키나를 성전에 제공할 거야.”
“……충분하군.”
미네르바는 납득했으나 엑스마키나에 대해 모르는 시로네는 여전히 의문이었다.
“전황을 바꿀 정도로 강력한 무기인가요?”
“그럴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우오린이 전공자에게 발언권을 넘기자 카드 게임을 하는 사람들 중 네스가 말했다.
“엑스마키나는 대對율법적 병기야. 반경 내의 율법을 변화시키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창조의 대천사 카리엘이 만들었다는 설이 있어.”
카리엘은 소멸했다.
“병기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연산장치에 가까워. 특정 인자가 영향을 미치는 모든 요인을 감지하고 분석,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시뮬레이션을 돌리는 거야. 우리는 그 결과물을 토대로 율법을 수정, 다시 적용시킬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