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725
반면에 시로네는 눈을 크게 떴다.
“학교는 어떡하고?”
온갖 생각이 교차했으나 결론은 학창 시절보다 훨씬 아름답다는 것이었다.
‘마야와 포니라니. 난감한데.’
마지막으로 대회 주최국인 아라크네의 대표가 앞으로 나서자 가장 큰 박수갈채가 터졌다.
“란기다! 란기!”
눈에 하트가 새겨진 듯한 남자가 인파를 헤치고 무대의 바로 아래까지 달려갔다.
“사랑합니다!”
미인 대회 퍼레이드에서 시로네를 붙잡고 일장 연설을 늘어놓았던 남자였다.
“어머?”
무대에 익숙한 란기가 당황하지 않고 내려다보는데 경호원들이 그를 붙잡았다.
“끌어내! 지금 뭐 하는 짓이야!”
란기를 처음 본 순간 운명처럼 깨달았다.
“당신이 제가 찾던 사람이에요!”
그 모습을 황당하게 지켜보던 시로네는 갑자기 등골을 스치는 한기에 몸을 돌렸다.
“뭐지?”
인간의 눈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거리에서, 뚜렷한 살의가 직선으로 쏘아지고 있었다.
“저격이다!”
산 쪽에서 수많은 쇠구슬이 대회장으로 날아들고 있었다.
‘저건……?’
시로네의 눈이 정확하다면 메카 신민들이 사용하는 아크라는 무기였다.
“엎드려!”
유일하게 산등성이를 주시하고 있던 제이스틴이 가장 먼저 쇠구슬을 보고 움직였다.
참가자들 전원을 두 팔로 밀어내며 무대 아래로 떨어뜨렸으나 중앙에 있던 란기는 피하지 못했다.
“무슨……?”
폭발성 구슬은 200미터 앞까지 도달해 있었고 하늘을 가리는 포격에 정신이 아늑해졌다.
“란기 씨!”
경호원을 뿌리친 남자가 무대로 올라가 태클을 걸듯 란기를 안고 몸을 던졌다.
“꺄악!”
뒤로 쓰러지는 그녀의 눈에 수백 개의 쇠구슬이 소용돌이처럼 회전하는 게 보였다.
‘꿈인가?’
죽음을 직감한 뇌가 시간의 시소를 발동하자 빛의 입자가 풍경의 한복판에 비눗방울처럼 보글거렸다.
‘시……로…….’
생각의 속도보다 빠르게 빛이 시로네를 구성하고.
‘……네?’
강력한 저항을 받은 구슬들이 옥수수가 터지는 것처럼 시뻘건 불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최대한 높은 곳에서!’
소용돌이처럼 용틀임을 하며 하늘로 솟구친 수많은 구슬이 동시에 폭발했다.
“으아아아! 테러다!”
지축을 흔드는 폭음성에 관객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는 것과 동시에 경비대가 매뉴얼을 발동했다.
“란기, 괜찮아?”
시로네가 뒤를 돌아보자 얼이 빠진 란기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제이스틴! 그쪽은?”
제이스틴이 귀를 후비며 무대로 올라왔다.
“모두 무사해. 하지만 이건…….”
포니가 불쑥 튀어 올랐다.
“시로네! 네가 여기에 왜 있어?”
“그러는 너는? 학교는 어떻게 하고?”
잠시 말을 고르던 그녀가 입꼬리를 올렸다.
제이스틴이 소리쳤다.
“온다!”
저격 같은 포격이 감행되었던 지점에서 200명에 달하는 인원이 빠르게 달려오고 있었다.
그때까지도 대답을 궁리하던 포니가 눈을 빛내며 시로네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전술적인 선택이야.”
“그래?”
시로네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지켜 줄 필요는 없겠지?”
포니의 두 손을 따라 거친 물줄기가 치솟더니 허공에서 덩어리로 뭉쳤다.
“말이라고?”
동시에 시로네가 순간 이동을 시전하며 무대 아래로 내려가고, 영생자 커뮤니티가 달려들었다.
“죽여! 예쁜 것들은 다 죽여 버리란 말이야!”
‘대체 뭐야?’
파이퍼를 장착한 메카인만 봐도 신민들이 분명하지만 테러의 이유가 너무 조잡했다.
“테러범이다! 전부 현장 처형해!”
경비가 출동해서 맞서 싸웠으나 영생자들의 실력은 가히 일당백이었다.
“하하하! 한심한 땅의 인간들!”
철골 뼈대를 몸에 장착한 자들이 스프링처럼 뛰어다니며 발길질을 하면 갑옷이 쩡 하고 깨졌다.
‘아마도 근력 보조 장치…….’
메커니즘을 파악한 포니가 수력의 힘을 끌어 올리는 순간 날카로운 바람이 날아들었다.
“아아아아!”
등 뒤에서 들린 노랫소리에 포니의 집중력이 월등히 치솟으면서 장기인 워터 드래곤이 홍수를 일으켰다.
“우와.”
거대한 물의 흐름이 칼날 바람을 뒤덮으면서 메카족까지 쓸어 내는 모습에 란기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뭘 넋 놓고 보고 있어? 너도 무관 출신이지? 아무거나 붙잡고 빨리 싸울 준비해.”
지시를 내린 포니는 조금 전에 음향 마법을 시전했던 마야를 돌아보았다.
“아, 저기…… 안녕? 잘 지냈어?”
“쳇!”
졸업 시험에서 포니를 직접적으로 떨어뜨린 장본인과의 재회가 달갑지만은 않았다.
“그래. 회포는 나중에 풀고, 일단 싸우자.”
몇몇 사람들이 정신을 차린 반면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공포에 질려 있었다.
“꺄아아악! 살려 줘! 경비는 뭐 하는 거야!”
“날 데려가요! 내가 어떤 사람인데! 싸우는 건 나중에 하고 나부터 피신시키란 말이야!”
관객들이 듣지 못한 게 한이라고 생각하며 란기가 포니의 곁으로 다가왔다.
“내가 봤을 때 저 사람들 엄청 강해.”
무대를 2중, 3중으로 지키고 있는 경비대지만 뚫리는 것은 순식간일 듯싶었다.
“너, 시로네 알고 있었지?”
란기가 찔끔한 표정으로 어깨를 움츠렸다.
“하늘이 도운 줄 알아. 우리 셋 중에 누굴 만나러 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포니의 예측은 틀렸지만.
“적어도 여기서 죽지는 않을 테니까.”
그녀의 시선이 도달한 곳에 시로네가 적들의 대장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뭐 하는 짓이야!”
메카의 상징이 그려진 천으로 얼굴을 가린 여성이 하늘로 날아오르며 웃었다.
“깔깔깔! 왜? 예쁜 애들을 괴롭혀서 열 받았니?”
‘한 방에 끝낸다.’
포톤 캐논을 장전하는 그때 좌우 측면에서 보리달마와 혜가가 동시에 협공했다.
‘강하다!’
중력보다 강하게 아래로 떨어진 보리달마가 주먹을 곧게 내질렀다.
“풍류 금강권!”
주먹의 형상을 그대로 찍어 낸 듯한 풍압이 쇠처럼 단단하게 시로네를 강타했다.
‘화신술이다.’
야훼의 구체를 손바닥에 올린 시로네가 바람의 주먹을 아래에서 위로 쳐올렸다.
“풀려라.”
펑 소리를 내며 금강권이 풀리더니 대기 중으로 거대하게 스며들었다.
“응?”
보리달마의 눈이 기괴하게 치떠졌다.
‘풀리지 않기에 금강권이다. 그런데…….’
혜가가 돌진했다.
“금강성.”
몸에 닿는 것을 금강석으로 변형시킬 수 있는 그의 육체가 날카로운 다이아몬드로 뒤덮였다.
“멈춰라! 혜가!”
한 줄기 섬광이 혜가의 명치를 직격하자 다이아몬드가 허무하게 깨졌다.
“커억!”
경악에 눈을 치뜬 혜가의 얼굴이 드러나고, 모르타싱어의 웃음소리가 뚝 그쳤다.
“초통일력?”
메카가 추구하는 힘의 궁극.
그리고 노르인은 이를 야훼라고 부른다.
베타피시 (5)
“아리안 시로네.”
현재 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초통일력을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의 이름이었다.
‘정말로 가능하다고?’
우주가 켜짐 상태로 돌아서는 찰나의 순간, 즉 플랑크 시대에 존재했다고 추정되는 모든 율법의 집약체였다.
‘저들로는 상대가 되지 않겠어.’
보리달마와 혜가의 실력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초통일력은 구도자에게 쥐약이었다.
‘가장 옳았던 부처도 파괴하지 못했지. 하지만 규정외식이라면 어떨까?’
십로회의 서열 10위, 경지는 상위에 비할 바가 아니지만 그녀의 마음속은 전혀 다른 우주였다.
“내 안에 너의 야훼는 없다.”
지상에 착지한 모르타싱어가 시로네를 향해 돌진하며 그녀의 마법을 시전했다.
“히든피스.”
에테르 파동이 퍼지면서 시로네의 머리 위로 거대한 메카의 정육면체가 떨어졌다.
‘피할 수 없어.’
그런 율법, 혹은 등가교환.
“크윽!”
시로네는 이해할 수 없다는 눈으로 자신의 오른손이 사라진 것을 보았다.
“뭐……!”
동시에 세상이 퍼즐처럼 쪼개지더니 신체감각이 뒤죽박죽으로 엉키기 시작했다.
‘세상이 쪼개진 게 아니야.’
시로네의 육체, 학술적으로 스키마가 쪼개진 것이다.
“시작됐군.”
혜가의 상태를 살핀 보리달마는 마치 큐브 퍼즐을 이리저리 돌려놓은 듯한 시로네를 바라보았다.
규정외식 히든피스.
에테르 파동을 베이스로 하는 모르타싱어는 대상을 98의 정육면체로 쪼갤 수 있다.
거기서 하나의 조각을 가져가는 것으로 퍼즐이 완성, 큐브처럼 공간을 뒤섞어 버리는 것이다.
‘이스타스구나!’
시로네는 천국에서 봤던 메카의 구조물과 마법학교의 이스타스를 동시에 떠올렸다.
눈이 기존의 발목 쪽으로 이동한 상태에서 감각을 집중하자 블록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신경은 살아 있어.’
검사처럼 선명한 스키마는 없다.
하지만 신체의 어느 기관이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인체 도식은 무의식에 깔려 있었다.
“호호호! 헛수고야!”
시로네가 겨우 한쪽 눈을 본래의 자리로 옮겼을 무렵 하체는 더욱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다.
한쪽은 퍼즐을 뒤섞고 한쪽은 맞추는 상황에서, 시로네의 사고가 더욱 빨라졌다.
‘감 잡았어!’
모르타싱어에게 돌진하는 블록들이 파도를 일으키면서 본래의 형태를 되찾아 가기 시작했다.
‘무슨 생각이…….’
한평생 뇌 기능을 단련시킨 시로네의 사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내 손 내놔.”
퍼즐은 맞췄으나 오른손의 히든피스는 여전히 모르타싱어가 가지고 있었다.
‘어떻게 해제하지?’
규정외식의 특성상 조건이 있을 것이나 그 전에 모르타싱어가 히든피스를 교체했다.
시로네의 주위를 둘러싼 반경을 포함하여 98등분된 공간 중에서 두 눈 위쪽이 사라졌다.
“끝났어!”
모르타싱어가 승리를 확정 짓는 그때, 한 발의 포톤 캐논이 그녀를 향해 쇄도했다.
히든피스가 되어 버린 시로네의 뇌가 어둠에 잠기기 직전 특별한 뇌파를 발산했다.
‘피할 수 없을 거야.’
포톤 캐논의 속도는 그 자체로 모르타싱어를 무브먼트 제로의 상태로 만들었다.
‘최고의 속도니까.’
충돌까지 찰나의 시간이 남았지만, 이미 그렇게 정해진 율법을 확신하며 어둠에 잠겼다.
“끼야아아!”
황급히 히든피스를 해제한 그녀가 에테르 파동으로 공간을 뒤틀어 포톤 캐논을 흘려 보냈다.
‘역시.’
시로네의 시야가 되돌아오자 어깨를 붙잡은 채 쓰러진 모르타싱어가 보였다.
‘같은 에테르 파동이라도 성음보다 경지가 얕다.’
불신자라고 해도 율법을 얼마나 뒤틀 수 있느냐는 전혀 다른 문제였다.
‘리안이라면 피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