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728
그로부터 20초 후, 시로네가 있던 곳의 공기가 금강석으로 굳으면서 사람의 형태를 이루었다.
‘금강부동심.’
퍽 소리를 내며 가루가 퍼지더니 외팔로 인질을 안고 있는 혜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내가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한, 스피릿 존으로는 나를 느낄 수 없다네.’
현상적인 무無를 구현하는 능력.
비록 혜가 또한 움직일 수 없지만, 금강부동심 상태에서 그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스승님, 정말 옳은 일입니까?’
영생자 커뮤니티에 속해 있는 이상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지만 인질을 잡는 것은 불자의 일이 아니었다.
‘목적을 잃은 도에 무슨 의미가 있을지.’
천으로 가려져 있는 모르타싱어의 얼굴을 장착한 인질이 최면 마법에서 풀릴 듯 몸을 꿈틀거렸다.
“조금 더 자라.”
혜가가 명치에 손을 대고 읊조리자 여자의 경련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와, 의외로 많이 왔네?”
분명 어제보다는 줄었지만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관객석의 앞을 채우고 있었다.
란기가 말했다.
“아라크네 정부가 대회를 위해 특별히 군대를 파견했다고 들었어. 게다가 수영복 심사는 대회의 꽃이니까.”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들의 수영복 차림을 볼 수 있는 기회는 살면서 흔치 않았다.
“미스 아라크네! 바르호 란기입니다!”
오늘 모인 관객들은 일당백이었고 란기가 걸어 나오자 뜨거운 함성 소리가 터졌다.
“우와! 진짜 최고다! 란기!”
오늘을 위해 1년을 가꾼 란기의 육체는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름다웠다.
“이제부터 질의응답 시간을 갖겠습니다. 세계 미인 대회에 참가한 이유가 뭐죠?”
“어릴 때부터 세계 평화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이 사회의 소외받는 사람들, 그리고…….”
어차피 관객들은 귀보다 눈이 열린 상태이기에 란기도 정석적인 대답을 내놓았다.
‘포니! 어떻게 됐어?’
관객석으로 나온 시로네가 포니에게 눈빛을 전했으나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어. 정말로 여기 있는 거 맞아?’
살기는 진짜였다.
“미스 바이덴! 마로니 아델카입니다!”
포니가 살며시 턱짓을 했다.
‘주시해. 유력한 용의자야.’
명랑하고 가벼운 성격, 포니에게도 선뜻 말을 건넸던 그녀가 테러 이후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었다.
“오늘 정말 멋진데요. 아델카 양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뭐죠? 또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여전히 어두운 표정으로 서 있던 그녀가 눈물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집에…… 가고 싶어요.”
“네? 아델카 양?”
“너무 무서워요. 죽고 싶지 않아요. 테러도 무섭고, 그냥 집에 보내 주세요.”
대회 관계자가 자르라는 신호를 보내자 사회자가 즉각 말을 돌렸다.
“미스 바이덴이 긴장을 많이 한 모양이네요. 다음 참가자를 모셔 보죠.”
아델카가 울면서 자리로 돌아가는 것을 지켜보는 시로네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바이덴은 아니야. 그렇다면?’
용의자가 2명으로 좁혀진 가운데 미스 야크마가 단상으로 올라왔다.
“자, 그럼 질문을…….”
사회자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녀가 두 손을 얼굴에 가져다 대더니 손톱을 세웠다.
‘저 사람이다!’
무지막지한 살기가 피어오르는 것과 동시에 손톱이 얼굴을 강하게 할퀴었다.
“꺄아아아아! 아파! 아파!”
정신을 차린 미스 야크마가 다른 사람의 몸에 얼굴이 달라붙어 있음을 깨닫고 비명을 내질렀다.
관객들이 벌떡 몸을 일으키고, 규정외식 히든피스가 발동하면서 공간이 뒤죽박죽으로 엉켰다.
‘지금이다!’
미리 대기하고 있던 시로네가 시폭감을 이용해 1초를 진동시켰다.
‘죽일 수밖에 없어!’
얼굴을 할퀴기 전의 순간으로 돌아온 시로네가 몸을 날리는 그때.
‘뭐……!’
그보다 더 빠르게 모르타싱어의 두 손이 미스 야크마의 두개골을 터뜨려 버렸다.
‘고작해야 1초?’
혜가의 금강부동심에 숨어 있는 모르타싱어의 얼굴이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제길! 다시!’
결과를 보고 1초 전으로 회귀했으나 이번에도 여지없이 미스 야크마의 얼굴이 파괴되었다.
‘일부러 할퀸 거야.’
1초의 시간을 진동시킨다는 것을 알고 1초를 가득 채우는 최초의 사건을 일으킨 것이다.
인지하는 시간대를 밀어 버렸으니, 아무리 1초를 진동시켜도 미스 야크마를 죽이는 사건은 변하지 않는다.
‘이제 어떡할 거냐? 나를 죽여도 인질은 살릴 수 없어. 그리고 나를 죽이지 못한다면…….’
대회장의 모든 사람들을 죽일 것이다.
‘1명과 전체의 생명. 어느 것도 저울질할 수 없는 게 야훼. 너는 아무것도 하지 못해.’
간밤에 모르타싱어가 세운 전략을 깨달은 시로네는 타임 바이브레이션을 멈췄다.
“제길.”
얼굴이 터져 버린 상태로 우뚝 서 있는 모르타싱어의 모습이 흉흉하기 그지없었다.
“으아아! 살려 줘! 테러다!”
포니가 즉각 마법을 시전했으나 히든피스가 발동되면서 땅과 하늘이 역전되었다.
“사람 살……!”
쿠우우우우우웅!
그 상태로 능력을 해제하자 사람들이 땅속에 파묻히면서 비명 소리가 절단되듯 사라졌다.
“모르타싱어 님.”
혜가가 모습을 드러내고, 얼굴 없는 육체에 천으로 가린 모르타싱어의 얼굴이 되돌아왔다.
“깔깔깔! 깔깔깔깔!”
규정외식의 반경에서 벗어난 앵무 용병단이 빠르게 접근하자 보리달마가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금강장!”
보리달마가 손을 내밀자 거대한 손바닥의 형태로 공기가 압축되면서 진열을 정지시켰다.
모르타싱어가 시로네를 가리켰다.
“어때, 확실하지? 야훼든 뭐든, 십로회를 건드리면 이렇게 되는 것이다.”
“…….”
시로네의 눈은 싸늘했다.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거야.”
“그래? 얼마든지. 하지만 아무리 야훼라도 이미 죽은 사람은 되살리지 못하지. 내가 이긴 거야!”
“아타락시아.”
거대한 헤일로가 천둥이 치듯 펑 하고 터지면서 오색찬란한 정보가 집적되었다.
“호호호! 죽여! 그래도 내가 이겼어! 세상의 모든 예쁜 것들이 다 죽어 버렸다고!”
“……육탄계.”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마법이지만 분노한 시로네는 망설임 없이 증폭의 마법진을 관통했다.
“크으으으!”
시폭감이 어마어마하게 확장되면서 우주에 존재하는 유일한 시간 하나가 9감을 마비시켰다.
“으아아아아아!”
그리고 그것을 타임 바이브레이션으로 진동시킨다.
‘버틸 수 있어!’
시간선이 플러스마이너스 30분의 진폭으로 흔들리면서 사건이 역순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30분 전.
“허억! 허억!”
대회장의 건물 입구에서, 시로네는 땅바닥을 짚은 채로 거친 숨을 내쉬었다.
‘이런 거구나.’
1초든 1시간이든, 타임 바이브레이션은 국소 시간대를 초기화시키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만약 시간의 시작 지점까지 튕길 수 있다면…….’
리셋.
10단계 무태의 감각을 가진 존재만이 가능한 관리자의 고유 권한이었다.
‘육탄계로도 고작해야 1시간.’
어떻게 해야 시간을 완벽하게 초기화시킬 수 있는지 아직 감조차 오지 않았다.
‘일단은 사람들을 구하는 게 먼저야.’
시간은 공간이다.
모든 공간을 커버할 수는 없지만 공진의 1시간이라면 대회장의 사람들은 구할 수 있을 터였다.
‘범인은 미스 야크마.’
테러범을 죽인다면 대량 학살은 막겠지만, 그녀가 붙잡은 인질까지 구할 수는 없었다.
‘외팔이 승려가 안고 있었어. 능력을 보건대 타깃의 이동이 아니라 존재하지 않는 쪽.’
여전히 스피릿 존에는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우선은 찔러보고 반응을 보자.’
이제 1회 차의 진동이기에 마음을 편하게 먹은 시로네는 대기실의 문으로 다가갔다.
“들어가겠습니다.”
이미 열려 있다는 사실을 아는 시로네가 문을 거칠게 열고 들어가자 참가자들이 폭죽을 터뜨렸다.
“서프라이즈!”
펑펑 소리가 터지면서 종이 가루가 나풀거렸으나 시로네는 눈조차 깜박이지 않았다.
“놀랐죠? 우리가 준비한 환영식이에요! 빨리 들어오세요!”
손목을 잡아끄는 대로 따라가는 시로네의 눈에 미스 야크마의 무심한 얼굴이 보였다.
콤플렉스 (3)
대기실 안으로 들어가자 이미 경험했던 사건들이 순차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했다.
“미안, 나 때문이야. 어제 란기 씨랑 대화하다가 네 얘기가 나와서…….”
베론의 예상이 맞았다.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말하고 있어.’
인간은 미래를 바꿀 수 없다.
이 세계를 운행하는 율법의 톱니바퀴는 이 정도로 정밀하게 맞물려 있었던 것이다.
‘사실은 말의 뉘앙스조차 율법으로 정해진 세계. 우오린이 하비츠를 위험하게 여기는 이유를 알겠어.’
혼돈이라면 매번 다른 반응을 보일 것이다.
‘이제 어떡할 것인가.’
란기가 다가왔다.
“아무래도 네가 있어야 안심이 될 것 같아서. 내가 솔직하게 말했어.”
고개를 끄덕인 시로네는 미스 야크마, 엘프서 로라에게 걸음을 옮겼다.
“안녕하세요?”
우선 반응을 살필 생각이었다.
로라가 표정 없는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겠지. 최면 상태일 테니까.’
테러를 일으킨 장본인, 그녀가 행했던 끔찍한 살인이 떠오르자 치가 떨렸다.
“대회 20분 전입니다.”
관계자의 말이 떨어지는 즉시, 무언가를 시도할 틈도 없이 로라에게서 섬뜩한 살기가 퍼졌다.
‘제길!’
단지 인사를 건넨 것만으로 규정외식을 발동할 만큼 테러범의 심리는 극단적이고 예민했다.
‘죽여야 해!’
야훼의 경지를 끌어 올려 윈드 커터를 시전하자 로라의 목이 뎅겅 떨어지며 피 분수가 솟구쳤다.
“꺄아아아아!”
참가자들이 비명을 지르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 포니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너 지금 이게 무슨 짓이야!”
시로네는 로라의 얼굴을 살폈다.
“컥!”
최면이 풀리는 것과 동시에 충격을 받은 표정을 짓더니 혀를 빼물고 사망했다.
‘본체를 죽인 거야. 외팔이 승려 짓인가.’
이미 타임 바이브레이션의 세례를 받은 적이 있는 모르타싱어가 보험을 걸어 둔 것이다.
‘나를 죽이면 인질을 죽일 것이다, 라는 선전포고. 이러면 손을 쓸 수가 없잖아.’
다시 시간을 되돌려야 한다.
‘반응을 살피는 방법은 통하지 않겠어. 다른 식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그때 문이 열리면서 경비대가 쳐들어왔다.
“뭐, 뭐야, 이게?”
제이스틴이 눈을 크게 뜨고, 마르샤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시로네를 쳐다보았다.
“……네가 죽인 거냐?”
시로네는 변명하지 않았다.
“네.”
“왜?”
마르샤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은 어떨까?
‘아직은 안 돼.’
위고나 테러범이 당한 1초의 반복처럼, 타임 바이브레이션은 다른 사람의 시간까지 흔들 수 있다.
‘그것이 공진.’
하지만 이번만은 혼자가 좋았다.
‘마르샤 누나의 시간대를 공진시키면…….’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시로네와 함께 끝없는 시간의 순환에 갇히게 된다.
‘열 번? 백 번이라면 버티겠지.’
하지만 1천 번, 1만 번이라면?
‘언젠가는 미쳐 버릴 거야.’
1시간이 수만 번 반복되는 삶은 무한의 마법사 정도가 아니고서는 견딜 재간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