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730
“자, 얼굴을 봐.”
“꺄아아아악!”
모르타싱어가 질겁하며 고개를 돌리자 시로네가 더욱 강하게 압박했다.
“보라고! 이게 당신이야! 대체 이 모습 어디가 흉측하다는 거야?”
“저리 치워! 왜 자꾸 나를 괴롭히는 거야!”
고작 이 정도로 카타르시스가 일어날 거였다면 참혹한 테러를 저지르지도 않았을 터였다.
“인정할 수 없다면 다른 사람의 말을 믿어. 내가 당신을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있어.”
“거짓말! 날 동정하는 거잖아!”
“거짓말이 아니야. 목숨을 걸어도 좋아.”
모르타싱어가 퍼뜩 눈을 부라렸다.
“그럼 죽어 봐. 내가 보는 앞에서 죽어. 그러면 네 말을 믿어 줄게.”
“알았어.”
샤이닝체인을 해제한 시로네가 모르타싱어의 손을 붙잡고 자신의 목으로 가져갔다.
“나는 자살할 수 없어. 그러니 죽여.”
박애의 대상에 자기 자신을 포함시킨 시로네는 스스로 목을 조를 수 없다.
그에게 있어 자살이란, 세상의 모든 생명을 죽이는 것과 같은 무게이기 때문이다.
“흥! 못 할 줄 알아? 능력은 없어졌어도 너 따위 목을 꺾는 것쯤이야……!”
십로회의 간부는 강하고, 그녀의 아귀힘이 무서울 정도로 시로네의 숨통을 조여 왔다.
“…….”
시로네는 눈을 감고 조용히 죽음을 기다렸다.
딱히 그녀가 생각을 돌린다거나, 이런 행위를 통해서 무언가를 깨달을 것이라는 생각은 없었다.
‘그저 믿는 것.’
인간은 선택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아무리 탁한 마음이라도…….’
설령 마魔라도.
‘돌이킬 수 없는 마음이라는 것은 없어.’
그것이야말로 선과 악의 대치 속에서, 부처가 깨달은 공의 세계에서 박애가 꿈꾸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모르타싱어의 팔이 부르르 떨렸다.
‘어째서? 어째서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뒤틀린 마음속에 실낱같은 한 줄기 빛이 스며드는 기분이었다.
“정말로 내가…….”
모르타싱어가 천천히 손을 거두었다.
“예뻐?”
***
혜가가 움직일 때마다 대기 중에 금강석이 결정되면서 은하수를 이루었다.
‘숨을 쉬면 안 되겠어!’
율법에 의해 물질은 에너지로 되돌아가지만, 그 전에 들이마시면 폐가 상할 것이다.
“도망치는 수법은 제법이군.”
단도를 놓친 마르샤가 물러서며 말했다.
“100초 이미 지났는데?”
콧방귀로 응수한 혜가가 전신을 금강석으로 두르며 돌진하자 마르샤가 두 팔을 벌렸다.
“죽여도 좋아.”
규정외식 ‘강탈’은 이미 시로네에 의해 카타르시스로 사라졌지만, 그녀의 각오는 그때와 다르지 않았다.
날카로운 수도가 찌르고 들어오자 몸을 뒤튼 마르샤가 혜가의 뒤를 끌어안았다.
‘누가 죽나 해보자.’
허벅지 안쪽에서 새로운 단도를 꺼낸 즉시 혜가의 몸을 마구잡이로 난도질했다.
칼집이 12개까지 늘어나면서 분당 12퍼센트에 달하는 욕망의 가스가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죽기를 각오했는가!”
지근거리에서 혜가의 공격을 피하면서도 칼집을 내는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물러서 봤자 죽기는 매한가지.’
혜가도 이제는 깨닫고 있었다.
‘내가 먼저 잡는다!’
탁월한 권법으로 마르샤를 벽으로 몰아세운 그가 복부에 수도를 찔렀다.
“컥!”
동시에 혜가의 욕망이 밑바닥을 드러내면서 자유의지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어, 어째서……?”
분명 수도가 배를 찌르는 느낌이 왔었다.
“아깝게 되셨어용.”
배를 한껏 집어넣은 마르샤가 개미허리를 자랑하듯 옷자락을 들어 배꼽을 보여 주었다.
“비겁한 수작을…….”
“비겁?”
마르샤가 어깨를 떠밀자 탈진 상태에 빠진 혜가가 뒤로 넘어가듯 쓰러졌다.
“서른 살에 이 몸매 유지하는 게 쉬운 줄 알아?”
“…….”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혜가를 바라보던 마르샤가 출입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직도 못 끝냈어? 빠져 가지고.”
수십 미터를 솟구친 보리달마가 장법을 펼치자 지상에 거대한 손바닥 자국이 쿵쿵 찍혔다.
“제길! 저 망할 땡중이!”
가히 철의 강도, 풍압만으로 몸을 띄울 정도였고 요격 외에는 떨어뜨릴 방도가 없어 보였다.
“내가 해보지.”
문족 세이크가 하체를 구부리자 오른쪽 허벅지에 새겨진 호虎의 문신이 각성되었다.
“맹호의 자격.”
하늘을 향해 발길질을 하자 대기에서 거친 맹수의 울음소리가 터졌다.
크아아아앙!
공간을 크게 우회한 충격파가 보리달마의 지척에서 난기류를 일으키며 폭발했다.
‘크윽!’
호랑이의 능력 사이드 어택은 충격파에 수십 개의 회전 벡터를 중첩시킬 수 있다.
“금강경.”
보리달마가 지상으로 양손을 내지르자 펑 소리를 내며 더욱 높이 솟구쳤다.
“풍류, 대력나찰.”
합장한 그가 두 손을 칼처럼 쭉 내밀자 철의 강도로 압축된 공기가 창처럼 쏘아졌다.
크아아아앙!
두 기술이 중간에 맞물리면서 폭음성이 터졌다.
“야! 왜 이렇게 시끄러! 너희들 뭐 하냐?”
혜가의 뒷덜미를 질질 끌고 나온 마르샤가 프리먼에게 삿대질을 하며 소리쳤다.
“기다려. 거의 다 잡았어.”
마정탄을 재장전한 프리먼이 보리달마를 겨누며 방아쇠를 당기려는 그때.
“응?”
산등성이 쪽에서 석양이 지는 것처럼 보랏빛 광채가 짧은 순간 부옇게 일어났다.
“모르타싱어 님.”
***
“당연히 예쁘지.”
시로네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진심이야. 절대로 거짓말하지 않아.”
“내가…… 예쁘다고?”
아직은 믿을 수가 없지만, 누군가가 목숨을 걸고 보장해 준 것은 처음이었다.
“나랑 같이 가자. 내 말을 믿을 수 있도록 당신을 도와줄 사람을 알고 있어.”
미로와 아리우스라면 모르타싱어의 지옥에 다이브해서 그녀를 구원할 수 있으리라.
“나를 용서할 수 있어?”
야훼는 참회한 자를 차별하지 않는다.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 이제부터 우리와 함께 싸우는 거야.”
위이잉.
‘정말이야?’
숲에 파리 한 마리가 들어왔다.
‘정말로 이 지옥에서……,’
시로네가 내민 손을 잡으려던 모르타싱어가 팔을 빼내며 몸을 움츠렸다.
“아니야! 용서할 리가 없어! 이건 함정이야!”
시로네의 입술이 열리는 순간, 세상이 회색빛으로 얼어붙으면서 모든 게 정지했다.
“아아아아아아아.”
하늘에서 웅장한 장송곡에 맞춘 합창 소리가 들렸다.
“누, 누구야, 당신들?”
어느새 온통 검은 옷을 입은 12명이 모르타싱어를 중심으로 둥그렇게 서 있었다.
“시옥時獄(시간의 감옥).”
율법에 없는 시간-매초의 0.666초.
“그분을 맞이하라.”
시옥이 한 방향으로 몸을 돌리자 무채색 세상이 벗겨지면서 거대한 용암 호수가 펼쳐졌다.
“너의 의심이 합당하다, 나의 아이여.”
거대한 용암 호수의 중심부가 불룩하게 솟아오르더니 피 칠갑을 한 듯한 인형人形이 모습을 드러냈다.
극악-사탄.
불타는 듯한 목소리였다.
“야훼는 너를 속이는 것이다. 오직 나만이 네가 원하는 것을 줄 수 있다.”
심령권 바깥에서 시옥을 발동하는 것은 파계지만, 현재 이 세계에 신은 부재중이었다.
“내가 원하는 것?”
“보라, 나의 아이여.”
사탄의 옆에서 기름을 칠한 듯 붉게 번질거리는 거울이 솟아올라 모르타싱어를 비추었다.
“아…… 아아아…….”
마음을 비추는 거울.
거울 속의 모습은 너무나 끔찍했으나 모르타싱어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형태였다.
“이게 바로 내가 원하던 모습이야!”
“너에게 줄 수 있다. 나를 경배하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가 되는 것이다.”
시로네보다 훨씬 달콤한 제안이었다.
“따르겠습니다. 제발 저 아름다움을 주세요!”
장송곡의 합창 소리가 커졌다.
“……계약은 성립되었다.”
땅 밑으로 스며드는 12명의 시옥을 따라 모르타싱어 또한 늪에 빠진 듯 잠겨 들었다.
“안 돼.”
퍼뜩 정신을 차린 그녀가 소리쳤다.
‘아니야! 저건 내가 아니야!’
거울 속에 비친 흉악한 내면을 깨닫고 발버둥을 쳤으나 사탄과의 계약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살려 줘, 시로네! 나를 구해 줘!”
간절히 손을 뻗어 보지만 시로네가 내민 손과의 거리는 점점 멀어졌다.
“크하하하! 내가 뺏어 간다, 야훼여! 네가 사랑하는 모두를 손에 넣을 것이다!”
율법에 없는 시간 속에서, 사탄은 시로네의 귓가에 대고 조롱을 퍼부었다.
“부처가 없는 한 세상은 내 것이다. 증오하는 야훼여, 평생 고통 속에서 발버둥 쳐라.”
모르타싱어의 얼굴이 땅속에 잠겼다.
“시로네…….”
시옥이 완전히 사라지자 인간의 형상을 빌린 사탄 또한 지옥 불에 몸을 담갔다.
마침내 지옥의 풍경이 닫히면서 거대한 보랏빛 광채가 찰나의 순간 퍼졌다.
0.666초였다.
“응?”
감쪽같이 눈앞에서 모르타싱어가 사라지자 시로네가 눈을 가늘게 뜨며 일어섰다.
“어떻게 된 거야?”
납치?
‘아니, 그런 수준이 아니야. 눈으로 볼 수 없는 속도라도 정신에는 남아 있어야 돼.’
시간이 정지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어떻게? 스톱 마법이라고 해도 사물에 영향을 미칠 수는 없는데.’
시로네의 눈이 크게 뜨였다.
“사탄.”
율법 외의 존재만이 야훼를 속일 수 있다.
‘파계가 가능한 건 극악도 마찬가지라는 건가?’
모르타싱어의 마음에 싹튼 찰나의 의심을 파고들어 지옥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시온에 전해야 돼.”
플라이 마법으로 날아오른 시로네는 빠르게 대회장으로 돌아갔다.
전투는 소강상태였고 혜가를 부축한 보리달마와 마르샤가 동시에 달려왔다.
“시로네! 어떻게 된 거야?”
“모르타싱어 님은?”
시로네는 보리달마를 돌아보며 상황을 전했다.
“지옥으로 갔다고?”
“테라포스가 파계를 용인한 뒤로 마족이 방법을 바꾼 것 같아요. 자력으로는 못 빠져나올 겁니다.”
“흐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