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731
보리달마는 혜가와 눈빛을 교환했다.
“어쨌거나 우리의 리더. 영생자 커뮤니티는 시온으로 가겠네. 거기라면 방법을 찾을 수 있겠지.”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하지만 당신들을 받아들일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미로는 받아들일 것이다.
‘극선이니까.’
주위를 살핀 시로네는 사망자가 없음을 깨닫고 타임 바이브레이션을 해제했다.
“이걸로 끝난 거야? 재밌었는데.”
마르샤는 서운했지만 이미 수백 번 같은 경험을 한 시로네는 질색이었다.
‘사탄의 시간에 벌어진 일은 관여할 수 없다.’
아마도 율법에 존재하지 않는 시간,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모르타싱어는 현실에 없을 터였다.
“시로네! 어디 갔었던 거야? 무서워 죽는 줄 알았잖아!”
미인 대회 참가자들이 다가왔다.
“테러범은 잡혔어요. 이제부터 안심하고 대회를 치르셔도 돼요.”
란기가 화색을 띠며 되물었다.
“정말? 정말로 잡힌 거야?”
시로네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그녀가 목을 끌어안으며 방방 뛰었다.
“야호! 드디어 해방이다!”
질세라 다른 참가자들이 안겼다.
“고마워. 그런데 아쉬워서 어쩌지? 대기실에 있었으면 좋은 구경 할 수 있었을 텐데.”
“아니, 됐어요.”
진심으로 사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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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법 살인 (1)
“세계 미인 대회 우승자는!”
테러범이 잡혔다는 소식이 퍼지자 대회는 다시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미스 아라크네! 바르호 란기!”
관객석을 거의 채운 인파가 벌떡 일어나 박수를 치고, 란기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 자리에 오기까지 세상 쓴맛을 다 본 그녀였기에 지금의 눈물은 진심이었다.
“축하해, 란기.”
토르미아의 대표인 포니가 2위를 차지했다는 것은 시로네에게도 영광이었다.
‘잘됐구나, 포니.’
나름의 성과를 얻은 그녀는 고향으로 돌아가 다시 마법 수련에 매진할 터였다.
“이제 끝난 거야?”
관객석의 말미에 서 있는 시로네에게 마르샤와 제이스틴이 다가왔다.
제이스틴 용병단은 앵무 용병단에 병합되어 이미 떠났지만 시로네는 대회의 결과를 확인하고 싶었다.
“네. 우리도 이제 출발해야죠.”
마르샤가 눈을 가늘게 뜨며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또 뭔가 이상한 일을 저지르려는 거겠지?”
시로네는 미소로 대신했고, 박수 소리가 잦아들면서 란기가 소감을 말했다.
“감사합니다, 여러분. 먼저 지금의 저를 있게 해 준 뷰티스타일 헤어 숍 원장님과…….”
대회 관계자가 시로네를 찾아왔다.
“상아탑의 마법사님, 미리 전해 드려야 했는데, 테러 때문에 경황이 없어서…….”
그가 마야의 사인이 적힌 ‘빛 비’의 악보를 건넸다.
“마야 씨께서 직접 전해 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 그냥 주기만 하면 무슨 뜻인지 아실 거라고…….”
마야는 대회가 끝날 때까지 남겠다고 했으나 그녀의 기획사에서 허락할 리 없었다.
“그렇군요.”
시로네는 그녀의 마음이 구구절절 담긴 가사를 눈에 담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마야의 말이 맞아요. 감사합니다.”
대면하지 않고 마음만 남겨 둔 이유는 아무것도 결정짓지 말자는 그녀의 바람이었다.
‘다시 만날 수 있겠지.’
지금보다 더욱 높은 곳에서.
“가자. 바쁘다며?”
마르샤와 작별 인사를 나눈 시로네는 제이스틴을 데리고 수도를 나섰다.
하늘을 선회하고 있던 괴조 카이드라가 괴조음을 내며 그들의 앞에 착지했다.
“이걸 타고 가자고?”
제이스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응. 올 때도 타고 왔으니까. 카샨의 여황이 직접 타고 다니는 카이드라야. 이름은 라투사.”
라투사가 시로네의 뺨을 부리로 쓰다듬었다.
‘3티어급 몬스터잖아.’
제이스틴 용병단이 여태까지 잡은 몬스터 중에서 가장 강한 것이 5티어급에 불과했다.
비행에 특화되어 있어 간과할 뿐, 어지간한 몬스터는 벌레처럼 쪼아 버리는 강력한 생물체였다.
“사람을 먹는 건 아니겠지?”
“하하! 설마?”
사람을 먹는다고 시로네를 먹을 수 있는 건 아니므로 확인해 본 적은 없었다.
“…….”
제이스틴이 겁에 질려 쳐다보는데 카이드라에 올라탄 시로네가 유혹하듯 손짓을 했다.
“처음이지? 어서 올라와.”
그녀의 눈에 비친 카이드라는, 시로네가 달린 거대한 괴물처럼 보였다.
호텔에 도착해 짐을 꾸린 란기는 경호원이 올 때까지 소파에 앉아 술을 홀짝였다.
“하아, 어쨌든 끝났네.”
우승의 기쁨도 잠시, 여태까지의 고생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지나갔다.
‘시로네.’
주마등의 끝에 남은 것은 세상에서 가장 강한 마법사의 잔상이었다.
시로네가 두고 간 ‘드래곤 패는 대마법사’를 바라보던 란기가 고개를 흔들었다.
“멍청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사는 세계가 다르다.
‘강하거나 약하거나, 그런 이유가 아니야.’
마법사들이 추구하는 것은 물질이 아닌 정신이고, 란기는 결코 그들을 이해할 수 없을 터였다.
“란기 씨, 버니 씨를 데려왔습니다.”
“들어오세요.”
까치집 같은 머리에 수염을 듬성듬성 기른 사내가 쭈뼛한 몸짓으로 들어왔다.
“정, 정말로 란기 씨가?”
소파에 앉아 있는 란기의 모습에 버니는 감동을 받은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앉으세요. 개인적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어서 제가 불러 달라고 했어요.”
세계 미인 대회 마니아에서 란기의 마니아가 된 그였기에 평생의 영광이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란기가 눈웃음을 지었다.
“오히려 제가 감사하죠. 그때 저를 구해 주셨잖아요.”
산에서 메카의 폭발성 탄환이 날아들었을 때, 유일하게 무대 위로 뛰어오른 사람이었다.
“제가 뭐 도움이 되었나요.”
실상 테러를 막은 것은 시로네였기에 머쓱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는데 란기가 상체를 기울였다.
“죄송하지만 시간이 별로 없어서요. 축하 공연 때문에 왕성으로 가야 하거든요.”
“하하! 네, 물론이죠. 저는 란기 씨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본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그러니 하실 말이 있으면 지금 하세요.”
“네?”
란기가 입꼬리를 올렸다.
“저를 위해 목숨을 걸었으니, 비공식적으로 소원을 들어 드릴게요. 어떤 부탁이든 하셔도 돼요.”
머릿속에 떠오르는 하나의 생각에 도달하자 버니가 침을 꿀꺽 삼켰다.
“정말입니까?”
“농담하려고 불렀겠어요? 말씀해 보세요.”
“저를 이상하게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정말로 소원을 말하라면 오늘 밤에…….”
란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오늘 밤에?”
버니가 눈을 질끈 감으며 소리쳤다.
“저녁 식사 한 번만 해 주십시오!”
“네, 저녁…… 네?”
란기가 눈을 깜박거렸다.
“그, 그리고 진짜 죄송한데, 정말 염치없다는 건 알지만 제 평생소원입니다! 제발 한 번만…….”
황급히 배낭을 뒤진 버니가 거금을 주고 구입한 광학 사진기를 꺼냈다.
“인증 사진 한 장만 찍어 주시면…….”
란기의 멍한 표정에 눈치를 보던 그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을 맺었다.
“안 될까요?”
란기는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뭐라고요? 그게 진짜 소원이에요?”
버니는 잔뜩 주눅이 들었다.
“인증 사진……. 친구들한테…… 자랑하려고…….”
“하하, 하하하하!”
긴장이 풀린 란기가 소파에 등을 기대더니 천장을 올려다보며 폭소를 터뜨렸다.
‘그렇구나. 그런 거였어.’
마법사.
그들의 삶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황성 아가노스.
“누군가에 대해 알고 싶으면 그 사람 앞에서 가장 겸손한 자세를 취해라.”
우오린이 말했다.
“인간은 우월하고 싶기 때문에 결국 본색을 드러낸다. 하지만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간도가 답했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군요.”
“아니. 그 사람이 진짜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 계속 겸손한 자세를 유지하는 거야.”
“…….”
“누가 오래 참느냐의 문제다. 어떤 사람은 쉽게 감정을 소비하지. 남을 비난하고 깎아내리면 자신이 조금 우월해 보이겠지만, 남는 게 없잖아?”
감정을 드러내면 욕망은 사라진다.
“심장의 우월감은 허상에 불과해. 진짜 우월한 것은 눈에 보이는 법이다.”
우오린이 두 팔을 벌렸다.
“보석으로 치장한 황성, 지평선 끝까지 뻗어 있는 군대, 막대한 금화. 모두 심장의 우월감을 포기했기에 실제로 얻을 수 있었던 것들이다.”
제왕의 철학일 것이다.
“그러니 감정을 헐값에 팔지 마라. 너를 감추고 타인의 생각을 이용해. 이게 게임의 전부야.”
“궁금한 게 있습니다.”
간도가 끼어들었다.
“여황님의 지론대로라면, 지금 저에게 제왕의 기술을 발설하는 것도 금기가 아닌가요?”
“예리하기는.”
우오린은 창가로 걸어갔다.
“간도야, 혹시, 황제가 되고 싶은 생각 없니?”
이제야 알았다.
“어머니.”
“바야흐로 대정화기다. 나에게 남은 밑사건은 이제 없어. 온통 미지의 세계에서 내가 선택한 사람은 시로네.”
그녀는 딸을 낳지 않을 생각인 것이다.
“극단적인 판단입니다.”
“극단적인 세계니까. 하비츠의 혼돈은 논리를 기반으로 하는 테라제의 천적이다.”
“동맹을 맺는 방법도 있습니다.”
간도의 입장에서는 카샨과 구스타프가 세계를 양분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시로네를 포기할 수 없는 거군요.”
“수많은 세월을 달려왔지 않니. 지금이 테라제의 삶에서 꽃을 피울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면…….”
언젠가는 피어야 하기에 영원을 인내한 것이다.
“시로네 님이 도착하셨습니다.”
바깥에서 근위대가 이르자 우오린의 얼굴이 소녀처럼 확 밝아졌다.
“가자, 간도야.”
문을 향해 뛰쳐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간도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
‘황제라고? 내가?’
간도는 테라제의 아들, 모태를 빌린 것은 맞으나 유전자는 섞여 있지 않았다.
‘무엇을 보고 계신 것이지?’
사랑하는 사람과 일생一生을 살기 위해 영겁의 역사를 포기하는 그녀를 이해할 수 없었다.
‘감정만으로 움직이는 분이 아니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시대의 끝에 도달한 것인지도 모른다.
***
“전보다 실력이 늘었군요.”
구스타프의 군사 발칸이 앞에 놓인 수십 개의 체스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래? 룰도 제대로 모르는데?”
하비츠는 체스에 흥미가 없었고, 그저 되는대로 말을 가져다가 놓는 것뿐이었다.
‘그래서 기괴한 것이지.’
마음대로 두는 것 같지만 천재 군사인 발칸과의 승부에서 승률은 거의 5할에 근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