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742
카샨의 서북 지대에서 시작되는 붉은 선이 수직으로 내려와 중부 대륙까지 연결되어 있었다.
“이 선을 따라 마족 군대가 전부 궤멸당했어요. 마치 지우개로 지워 버린 듯이.”
나타샤가 눈을 빛냈다.
“마하의 기사.”
그가 남하하며 죽인 마족들의 숫자는 1만이 넘었고, 개중에는 2명의 군단장까지 있었다.
“기사 수행을 하는 자의 치기 어린 목표라고 생각했건만, 정말로 카샨을 일자로 그어 버렸습니다.”
스모도는 심드렁했다.
“신경 쓸 필요 없잖아? 우리 쪽으로 오는 것도 아니고, 1명이 지워 봤자 얼마나 지운다고.”
지도에 그려진 붉은 선은 확실히 가늘었다.
“문제는 군단장이지. 69군단장, 57군단장을 잃었어. 일반 병사들은 금세 보충되지만 군단장을 잃은 것은 손해가 커.”
나타샤가 자신을 가리켰다.
“내가 가 볼까?”
발칸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나타샤가 누군가에게 죽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하지만 정말이지 이 선은 기분 나쁘군.’
힘들면 우회하고 위험하면 도망치는 게 보통 범주의 인간이 그릴 수 있는 궤적.
‘흔들린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그냥 뚫고 내려온 것이다.
“우선은 주의 정도로 해 둘까. 애들을 시켜서 마하의 기사의 동태를 확인하도록 하지.”
피처럼 붉은 꽃이 피는 봄이었다.
“너…… 인간 따위가 감히……!”
카샨 서남부 사막을 지배하고 있는 제55군단의 마족들이 시체가 되어 모래를 뒤덮었다.
“이걸로 끝이 아니다. 10억의 마족들이 반드시 너를 찾아내서 갈기갈기…….”
“지겹군, 매번 같은 소리.”
청발의 머리를 어깨까지 기르고 털보처럼 수염이 난 청년이 대검을 등에 장착했다.
“너희들, 혹시 따로 외우고 다니는 거냐?”
제55군단장 파웰의 거체가 소름 돋는 소리를 내면서 정수리부터 쪼개졌다.
“사막의 끝인가?”
청발의 남자가 한쪽 눈을 감으며 저 멀리 도시가 세워진 지평선을 바라보았다.
마하의 기사, 오젠트 리안(22세).
“결국 도착했구나.”
지도를 본 적은 없다.
그저 별을 따라 남쪽으로 걸으면서 배고프면 아무거나 먹고 추우면 땅을 파고 잤다.
‘걷다 보면 도달하게 되는 것이 걸음이지만.’
수많은 강적들을 꺾었지만 한 번도 강함을 손에 넣었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하늘을 쪼개면 강하다고 할 수 있나?”
대직도를 수직으로 내리긋자 세상이 쪼개지는 듯한 환영이 두 눈에 아른거렸다.
“…….”
모르겠다.
“키도, 너는 어떠냐? 성과가 좀 있냐?”
처음으로 사귀었던 구도의 동반자는 지금쯤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열심히 해라. 나는 먼저 간다.”
포기하지 않았을 것이란 확신을 담은 채, 리안은 도시가 보이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씻었으면 좋겠는데. 사람들이 괴물로 오해하겠어.”
1년 만에 처음으로 문명을 접하는 것이기도 했지만 마족의 피 냄새가 너무 심했다.
‘제대로 왔다면 자이브 왕국이겠지.’
성전의 칠왕성.
우기가 길어 흐린 날이 많고 시대의 부처 나네를 배출한 학교가 있다는 정도가 아는 것의 전부였다.
“시로네를 만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리안은 알지 못했다.
세상의 밤을 지배하는 종족이 자이브의 거리를 배회하며 피를 탐하고 있다는 사실을.
혼돈의 시대 (2)
***
사막을 빠르게 횡단하는 괴조 카이드라가 날카로운 괴조음을 천공에 쏘았다.
‘하비츠가 사탄이 되었다.’
괴조의 정체는 라투사, 등에 타고 있는 사람은 카샨의 여황 우오린이었다.
극악을 처단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던 프로젝트가 실패하고 그녀는 3일 동안 열병을 앓았다.
컨디션이 회복되지 않자 직접 이불을 박차고 기분 전환을 위해 라이딩을 하는 중이었다.
‘내가 실패하다니.’
다시 골이 지끈거렸고, 영겁의 역사를 버텼던 심장도 터질 듯이 빠르게 뛰었다.
하비츠를 제거하지 못한 여파는 세계 전체로 퍼져서 카샨 또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알 수 없는 미래라는 건, 이다지도 답답한 것인가.’
열병의 진짜 이유는 단순히 이것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앞으로 어찌해야 하는가?’
미토콘드리아 이브의 사고에 의하면, 카샨은 몰락할 것이고 우오린도 처참한 꼴을 당할 터였다.
‘시로네는 지켜 주지 못하겠지.’
전체를 아우르는 것이 박애지만 카샨의 영광을 위해 권능을 사용하지는 않을 터였다.
‘가올드는 안 돼.’
그에게는 오직 한 사람뿐이었다.
‘부처는 사라졌고, 극선은 약해졌다. 미로는 극악을 감당하지 못할 거야.’
머릿속에 무서운 생각이 떠올랐다.
‘하비츠. 극악.’
카샨이 영광을 이어 나갈 수 있는 길은 간도의 말대로 구스타프와 손을 잡는 것이었다.
‘내가 극악이 되면 버틸 수 있다.’
개인의 삶이 아닌 미토콘드리아 이브에게는 너무나 쉬운 결정이겠지만…….
‘시로네.’
그렇게 되면 사랑하는 사람과의 아름다운 결말은 영원히 물거품이 되어 버린다.
“날더러 어떻게 하라는 거야!”
굳이 바깥으로 나오는 이유는 테라제의 이름으로 인간적인 비명을 지르는 것을 들킬 수는 없기 때문에.
“어떻게 하라는 거냐고!”
우오린의 절규가 바람에 휘날리는 그때, 하늘에서 시커먼 무리가 다가왔다.
‘마족이다.’
황급히 고도를 낮춘 카이드라가 모래 위를 저공비행했으나 이미 때는 늦은 모양이었다.
“인간이다! 잡아라!”
지옥의 군대 제16군단에 속해 있는 제24비행여단이 우오린을 발견하고 즉각 방향을 선회했다.
***
“벌레 같은 놈이!”
16군단 제2사단장 오르간테는 육중한 몸체에 회백질의 갑각으로 뒤덮인 마족이었다.
“죽어라!”
대롱처럼 긴 혓바닥을 땅속에 꽂아 사방에 충격파를 일으키는 능력이 장기였다.
펑! 펑! 펑! 펑! 펑!
모래가 10미터 높이로 솟아오르자 죽은 마족들의 시체가 텀블링을 하듯 허공에서 회전했다.
“잡을 수 없지.”
낡은 망토를 펄럭거리며 반경을 벗어난 키도가 몸의 중심을 바닥까지 내렸다.
“지박령.”
사막이 늪처럼 구물거리고, 오르간테의 혓바닥이 매듭으로 꼬인 채 모습을 드러냈다.
“너 이 자식!”
오르간테의 갑각에서 수많은 가시가 튀어나오더니 화살처럼 빠르게 돌진했다.
키도가 안경을 올리며 중얼거렸다.
“먹어도 맛은 없겠어.”
대지의 율법을 통달한 그에게 땅이란 여타의 생물이 갖는 의미와 전혀 다르다.
상어가 사자를 바다로 끌어들이듯, 새가 고래를 하늘로 끌어들이듯.
‘땅과 하나가 된다.’
대지 그 자체인 키도에게 땅에서 움직이는 모든 것들은 손바닥 위에 놓인 개미였다.
“크윽! 이건 뭐야?”
땅이 파도처럼 넘실대는가 싶더니 어느새 키도가 오르간테의 뒤로 돌아가 창을 휘돌렸다.
두꺼운 갑각으로 뒤덮인 팔을 엑스 자로 교차하자 쾅 소리를 내며 칼날이 처박혔다.
“크크크! 속도는 제법이지만 힘은 못 미치는군. 네 무기로는 나를 벨 수 없어.”
칼날을 댄 상태로 키도가 말했다.
“닿지 않았어.”
“뭐?”
“우리가 충돌이라고 느끼는 지점은 말이야, 실제로는 전하의 반발에 불과하다더군.”
아무것도 닿을 수 없다.
“전자의 위치는 확률적으로 분포되어 있고, 그 확률의 장막이 원자를 감싸고 있지. 한마디로 미립자의 영역에서 충돌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거야.”
화신술-근원의 지배.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자 키도의 눈빛이 심연으로 빨려 들듯 가라앉았다.
“그러니까 내 칼날의 원자가, 네 갑각의 원자 사이를 가르고 지나가는 확률을 찾으면…….”
칼날이 갑각을 가르고 침투하기 시작했다.
“어이, 잠깐만.”
오르간테의 표정이 황당하게 변했다.
“좀 기다려 봐! 이건 말이 안 되잖아! 이런 식으로 싸우는 게 어디 있어!”
빠져나가려고 해도 엄청난 중력의 힘이 두 다리를 묶고 있어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젠장! 비겁하다! 다시 싸우자!”
오르간테의 두 팔을 뚫고 지나간 칼날이 마침내 그의 정수리까지 닿았다.
“단점이 없는 건 아니야. 이거 상당히 어렵거든. 게다가 아주 느리기도 하고.”
마치 뜨거운 물질이 닿은 것처럼 마족의 얼굴이 착실하게 둘로 갈라졌다.
“으아아아! 안 돼! 안…… 컥!”
칼날이 얼굴을 지나 목까지 내려온 뒤에야 키도는 초인적인 집중력을 해제했다.
“후우.”
쿵 하고 오르간테의 몸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어디…….”
손톱으로 시체에서 살점을 떼어 낸 키도가 고개를 쳐들고 피를 쥐어짜 냈다.
혓바닥 위로 혈액이 툭툭 떨어지고, ‘기억의 맛’을 통해 마족의 기억이 스며들었다.
“……너도 한때는 사랑을 했겠지.”
마魔가 되기 이전의 일이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생각에 잠겨 있던 키도가 고개를 급히 숙이더니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킬킬킬! 인간처럼 말하면 뭐가 되나?”
여전히 시로네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 나는 아직 미숙하다.”
벌떡 일어난 그가 창을 휘돌렸다.
“부족함을 인정했으니…….”
그것이 가장 어려운 일일 테니까.
“이제는 나아갈 일만 남았다.”
그렇게 번뇌를 털어 낸 그가 몸을 돌리는데 지평선 쪽에서 쿵 하고 진동이 느껴졌다.
“이건 또 뭐야?”
***
“크하하하! 이런 횡재가. 우연히 만난 인간이 카샨의 여황이었다니 말이야.”
제24비행여단에 속해 있는 이백 마리가 넘는 마족들이 우오린과 라투사를 빙 둘러 포위했다.
“흥, 하찮은 마족 따위가 나를 발견하면 어쩔 건데?”
라투사가 괴조음을 내며 위협하는 가운데 우오린이 안장에 채워진 검을 뽑아 들었다.
“글쎄. 여황이라면 당연히 흔해 빠진 인간과는 다르겠지만…….”
관자놀이 양쪽에 직각뿔이 세워진 여단장 달망이 거대한 톱니 대검을 세웠다.
“그래서 별미 아니겠어?”
우오린의 눈빛에 살의가 깃들었다.
‘해치울 수 있을까? 아슬아슬한데.’
미토콘드리아 이브로 수많은 기술을 섭렵했으나 육체는 대를 이어 가며 바뀔 수밖에 없다.
‘체득이 안 됐다는 거야.’
결국 기술의 경지가 아무리 높아도 낼 수 있는 전투력은 한계가 있엇다.
“쳐라! 여태까지 카샨에 당한 울분을 여기서 풀어야겠다! 산 채로 잡아!”
날개를 단 마족들이 라투사를 덮치고, 달망이 톱니 대검을 풍차처럼 휘두르며 돌진했다.
“흥! 잡을 수 있으면 잡아 보시지!”
우오린이 마법과 화신술을 연계하여 맞서면서 팽팽한 접전이 펼쳐졌다.
“호오? 제법인데?”
야차의 신체에 반야의 화신술, 강력한 마법 등이 폭발했으나 달망은 여유가 있었다.
“크크, 벌써 지쳤나?”
수련을 게을리한 적은 없지만 실전은 연습과 달라서 체력 소모가 빠르게 이루어졌다.
‘이 몸, 진짜 약하네. 너무 미적 기준에 치중했나?’
선대가 미울 지경이었다.
끼아아아아아!
카이드라의 괴조음에 고개를 돌리자 수많은 마족들이 몸통에 창을 박고 있었다.
“라투사!”